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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변호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변호사의 전문 지식을 소프트웨어에 담아 법률 서비스를 상품으로 제공하는 방안이 미국 법률업계의 주요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로닷컴은 11월 4일 “미국 뉴욕 코넬대학교의 기술·응용과학 특화 대학원인 코넬 테크(Cornell Tech)에서 열린 ‘제너레이티브 리걸(Generative Legal)’ 콘퍼런스에서 법률 업무의 제품화(Productizing Legal Work)와 AI 시대 법률 전문가의 차별화 전략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행사에서는 변호사의 전문 지식을 AI 시스템에 내장하는 방식과 AI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전문 법률가의 판단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법률 업무의 제품화란 변호사가 개별 사건마다 수행하던 업무 가운데 반복 가능한 부분을 표준화하고, 소프트웨어와 AI를 결합해 일정한 절차와 결과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계약서 검토 과정에서 AI가 위험 조항을 식별하고 정해진 형식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변호사는 결과를 검증하고 개별 사건에 필요한 법률적 판단을 담당한다.
이 행사에는 법률 전문가와 기술업계 관계자 150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오라클(Oracle)의 최고법률책임자 스튜어트 레비(Stuart Levey)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AI 도구는 넘쳐나는데…로펌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법률 업무의 제품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AI 도구를 선택하고 기존 업무에 통합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법률 정보 서비스 리걸테크 다이제스트는 “콘퍼런스에서는 법률 AI 제품이 지나치게 많아 로펌과 기업 법무팀이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제품의 기능이나 공급업체의 홍보보다 실제 업무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가능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문제를 논의했다.
법률 전문가의 지식을 AI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
법률 서비스를 제품화하려면 AI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AI 정보 플랫폼 더 월드 오브 AI는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법률 전문가의 전문성을 소프트웨어에 내장하고, AI 시대에도 인간의 법률적 판단을 차별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 참석자가 AI 모델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가능한 한 많은 업무 맥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계약서 검토의 경우 계약 당사자의 목적과 거래 구조, 적용 법률, 위험 판단 기준 등을 AI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지식을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법률 업무 제품화의 핵심적인 기술 과제다.
기업 법무팀 71%는 보수체계 변경 기대…로펌 대응은 28%
법률 업무의 제품화는 로펌의 기존 수익모델과도 연결된다. 변호사가 업무에 투입한 시간을 기준으로 보수를 청구하는 시간당 보수제(Billable Hour)가 대표적이다.
톰슨로이터의 2026년 법률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사내변호사의 71%는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외부 로펌이 서비스 가격체계를 변경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AI 도입에 대응해 가격체계를 바꿨다고 답한 로펌은 28%에 그쳤다.
이번 콘퍼런스의 ‘고객의 관점(The Client Perspective)’ 세션에서도 기업 법무팀이 AI를 활용하는 로펌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법률 결과물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등이 의제로 다뤄졌다.
제너레이티브 리걸 공식 프로그램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지식재산권·AI 소송 담당 법무책임자 러키 비드마르(Lucky Vidmar), 듀라셀(Duracell)의 최고법률·AI책임자 게리 후드(Gary Hood), 에릭슨(Ericsson)의 기술·제품 법무책임자 미셸 웡(Michele Wong) 등이 발표했다.
톰슨로이터는 AI를 활용한 반복 업무의 대량 처리 모델에서는 생산성 향상에 따른 가격 인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문성이 요구되는 고도의 법률 자문에서는 서비스의 가치와 품질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AI로 법률 서비스를 판매해도 검증 책임은 변호사에게
법률 업무를 표준화된 상품으로 제공하더라도 변호사의 전문적 책임은 유지된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2024년 7월 29일 발표한 공식 윤리의견 제512호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변호사에게도 전문적 능력 유지, 비밀유지, 감독 및 합리적인 보수 청구 의무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시간당 보수제를 적용하는 변호사가 AI를 이용해 업무시간을 단축했다면 실제 수행한 시간에 대해서만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소요됐을 시간을 기준으로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AI가 작성한 법률문서에 허위 판례나 부정확한 법적 근거가 포함됐다면 변호사는 이를 검토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미국변호사협회는 공식 윤리의견에서 “변호사는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할 때 그 역량과 한계를 합리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Q&A
Q1. 법률 업무의 제품화는 기존 자동화와 무엇이 다른가?
자동화는 개별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기술이다. 제품화는 변호사의 전문 지식과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서비스 범위, 가격, 품질 기준까지 정하고 반복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Q2. AI 기반 법률 서비스가 확대되면 시간당 보수제는 사라지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반복적인 계약서 검토나 규제 점검에는 정액제·구독형 모델을 적용할 수 있지만, 복잡한 소송과 개별 법률 자문에는 시간당 보수제가 계속 활용될 수 있다.
Q3. 한국 로펌도 법률 업무를 AI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가?
로펌 내부의 AI 업무 자동화와 표준화는 가능하다. 다만 별도 기술기업이 법률 서비스를 직접 판매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상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취급 제한과 동업·이익분배 제한 등을 검토해야 한다. 고객 정보를 AI 시스템에 입력할 때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무도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