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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찰용 전기충격기와 보디캠 제조업체 액손 엔터프라이즈(Axon Enterprise)가 인공지능(AI) 기반 차량번호판 자동인식 시스템으로 운전자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보관했다는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소송의 핵심은 경찰의 범죄 수사 목적이 아니라, 민간 기술기업이 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번호판과 이동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면서 법률상 개인정보 처리 공개 의무를 지켰는지 여부다.
로이터는 11월 4일 “액손이 자동 차량번호판 인식 네트워크를 통해 캘리포니아 운전자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보관했다는 집단소송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소송(Ryan Mun et al. v. Axon Enterprise, Inc., 3:26-cv-13127)은 11월 3일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됐다.
차량번호판뿐 아니라 이동 시간과 장소까지 기록
액손의 차량번호판 자동인식(Automated License Plate Recognition·ALPR) 기술은 도로에 설치된 카메라나 경찰차에 탑재된 장비로 차량번호판을 촬영하고 AI로 문자를 판독한다.
번호판 외에도 차량의 색상과 종류, 촬영 시간과 위치 등을 기록할 수 있다. 이 정보가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면 경찰은 특정 차량이 언제 어디를 통과했는지 조회할 수 있다.
로이터는 11월 4일 “액손이 캘리포니아에서 1000대 이상의 카메라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백만 명의 운전자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라고 전했다.
원고들은 “액손이 번호판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사용하며 제3자와 공유하는지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운전자가 사실상 피하기 어려운 대규모 감시 기반시설을 구축했다는 비판도 담겼다.
원고들은 2023년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번호판 정보가 수집·처리·저장된 운전자들을 대표하는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500만 달러(약 70억원)를 넘는다. 이 금액은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이 아니라 원고 측 청구 규모다.
캘리포니아 개인정보보호법 핵심 쟁점
이 소송 쟁점 법률은 캘리포니아 민법(California Civil Code) 제1798.90.5조 이하의 자동 차량번호판 인식 시스템 관련 규정이다.
이 규정은 차량번호판 인식 시스템 운영자에게 개인정보 이용 및 보호 정책을 마련하고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정책에는 정보 수집 목적, 접근 권한, 보안 조치, 보관 기간 등이 포함된다.
경찰이 번호판을 촬영할 수 있는지와 민간기업이 수집된 정보를 어떤 조건으로 저장·공유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법률 문제다. 원고들은 “액손이 법에서 정한 정보 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2015년 제정한 법률(SB 34)에 따르면, 제1798.90.51조는 운영자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공개와 합리적인 보안 조치를 규정한다. 제1798.90.52조는 정보 조회 시간, 조회자, 조회 목적 등을 기록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제1798.90.54조는 법률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 일정한 요건 아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경쟁사 제품 철수…대체 장비로 액손 선택
액손에 대한 소송은 미국 각지에서 AI 차량번호판 감시망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확산하는 가운데 제기됐다. 특히 일부 경찰은 개인정보보호 논란으로 기존 업체의 장비를 철수하면서도 액손의 유사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더버지는 11월 4일 “미국 전역에 플록 세이프티(Flock Safety)의 차량번호판 인식 카메라가 12만 대 이상 설치돼 있는데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여러 지역사회가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카메라 작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액손의 경쟁사인 플록 세이프티는 AI 기반 차량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경찰에 공급하는 업체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플록 시스템 이용을 중단한 뒤 액손의 차량번호판 인식 장비 수백 대를 도입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 논란으로 기존 업체의 장비를 철수하면서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경쟁사 제품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시 기술 자체의 적법성과 운영 방식에 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감시 장비 교체로 해결되지 않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
차량번호판 감시망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장비 공급업체뿐 아니라 수집된 정보를 사용하는 경찰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북부 캘리포니아 지부와 전자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EFF)은 2025년 11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에 따르면, 이 소송에서는 경찰이 약 500대의 차량번호판 인식 카메라로 수집한 대규모 차량 이동정보를 영장 없이 조회한 행위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액손 사건이 민간기업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공개 의무를 다룬다면, 새너제이 사건은 경찰의 수집 정보 조회 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 장비 공급업체와 정보 이용 주체가 각각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된 것이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차량번호판 감시망에 대해 “어느 업체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든 정보 수집·보관·사용 과정의 투명성과 감독, 책임성 부족이라는 문제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Q&A
Q1. 차량번호판은 공개된 정보인데 왜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발생하는가?
번호판 자체는 도로에서 볼 수 있지만, 촬영 시간과 위치를 장기간 축적하면 특정 차량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법은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별도의 보호 의무를 부과한다.
Q2. 이번 집단소송에서 운전자 전원이 자동으로 배상받는가?
아니다. 현재는 집단소송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한 단계다. 법원의 집단소송 인증(Class Certification)과 청구에 대한 판단 등이 필요하다. 500만 달러 이상이라는 금액도 확정 배상액이 아니다.
Q3. AI 차량번호판 인식 시스템은 미국에서 불법인가?
기술 자체가 일률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데이터 수집·보관·공유 방식과 경찰의 조회 행위는 주법 및 헌법상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소송은 기술 사용 자체보다 시스템 운영자의 법률상 의무 준수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