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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규제 완화 정책에 기대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를 추진해 온 미국 기술기업들이 새로운 정치적 위험에 직면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전기요금 상승, 일자리 감소 우려가 확산하면서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AI 규제 요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의 권력 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메타(Meta),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등 주요 AI 기업의 규제 대응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월 29일 “트럼프 행정부의 느슨한 규제 환경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해 온 AI 기업들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의 조사와 감독 강화에 대비해 변호사와 로비스트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기업들이 민주당의 의회 권력 회복 이후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될 가능성을 다뤘다.
메타, 980억달러 주식 매각 추진하며 규제 위험 경고
메타는 최근 공시에서 무역 분쟁, 규제 강화, 여론 변화가 사업에 미칠 위험을 언급했다. 신규 세금이나 규제로 자본 지출과 운영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메타가 기록적인 98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주식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금과 규제가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앤트로픽,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마이크론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등 다른 기술기업의 최근 자료에서도 정치·규제 환경 변화와 관련한 위험이 언급됐다.
메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연회장 건설 사업에 수백만달러를 기부했으며,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를 회사 경영진에 영입했다. 이러한 관계는 민주당이 의회 조사권을 확대할 경우 기업의 정치적 영향력과 이해충돌 문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다만 기업의 위험 공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리한 상황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절차다. 공시 자체가 신규 규제 도입이나 의회 조사 개시를 뜻하지는 않는다.
데이터센터 규제, 10개 주에서 주민투표 쟁점으로
AI 업계가 직면한 압력은 워싱턴의 정당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용수 사용과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 문제가 지방선거와 주민투표의 쟁점으로 등장했다.
로이터는 “미국 10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을 제한하는 주민투표가 추진되고 있으며, 38개 지방 관할구역에서 최소 41건의 개발 지연·금지·추가 규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12곳이 넘는 지방 관할구역에서 21건의 관련 안건이 주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선버리(Sunbury)에서는 25메가와트(MW)를 초과해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금지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조치는 아마존(Amazon)이 추진하는 20억달러(약 2조86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시설 건설이 지역 일자리와 세수를 늘리고 디지털 기반시설을 확충한다고 주장한다. 아마존 역시 지역 주민 및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가 곧바로 AI 산업의 투자 축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건설 중 데이터센터 용량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6월까지 48% 증가했다.
백악관은 규제 완화, 주정부는 AI 안전법 강화
트럼프 행정부는 AI 산업의 성장을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백악관이 2025년 7월 23일 발표한 ‘미국 AI 행동계획(America’s AI Action Plan)’은 AI 혁신 촉진,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기반시설 확충, 미국 기술의 해외 수출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2026년 6월 2일 발표된 대통령 행정명령 제14409호는 첨단 AI 모델의 사이버보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자발적 협력체계를 규정했다. 특히 제3조는 새로운 AI 모델의 개발·공개·배포에 의무적인 정부 허가나 사전승인 제도를 도입하는 근거로 이 명령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반면 주정부는 연방정부와 다른 규제체계를 마련했다. 캘리포니아주가 대표적이다.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25년 9월 29일 ‘프런티어 인공지능 투명성법(Transparency in Frontier Artificial Intelligence Act, SB 53)’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따르면 이 법은 대규모 첨단 AI 개발기업에 안전관리 체계 공개 의무를 부과하고, 중대한 안전사고를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내부고발자 보호와 법 위반에 대한 민사제재도 포함했다.
연방정부가 AI 모델의 사전허가를 배제하고 있지만 주정부는 개발기업의 투명성과 안전관리 책임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공화 양당에서 규제 요구
규제 강화 요구는 민주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디언은 “AI의 잠재적 위험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달리 안전장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업계 내부에서도 규제에 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는 “오픈AI의 그레그 브록먼(Greg Brockman) 사장이 AI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이 자금을 지원하는 단체는 AI 규제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기업 경영진의 공개적인 AI 안전 발언과 정치단체를 통한 규제 대응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AI 기업들의 정치적 위험은 의회의 조사·감독권과도 관련돼 있다. 미국 의회는 청문회 개최, 자료 제출 요구, 관련 법률 개정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감독할 수 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카네기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AI 연구원 안톤 라이히트(Anton Leicht)는 “AI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확보한 시간을 활용해 기술의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하고 여론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명히 그런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Q&A
Q1.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이 되면 AI 규제가 즉시 강화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의회의 위원장직과 청문회 운영, 자료 요구 등 감독 활동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새로운 연방법 제정에는 상·하원의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Q2. 연방정부가 AI 규제를 완화하면 주정부의 AI 안전법도 효력을 잃는가?
자동으로 효력을 잃지 않는다. 연방법 우선 원칙(Federal Preemption)에 따라 주법이 배제되려면 관련 연방법의 내용이나 헌법상 충돌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한다. 행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만으로 모든 주법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Q3. AI 기업에 대한 정치적 위험이 투자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규제 강화는 AI 모델 개발·운영 비용, 데이터센터 인허가, 전력 조달, 안전성 평가, 법률 준수 비용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규제 위험이 증가한다고 해서 기업의 매출이나 수익성이 반드시 악화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영향은 규제 내용과 기업별 사업구조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