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사기 전 AI에게 묻는다…달라지는 컬렉터의 구매 방식

[AI를 읽는 두 개의 시선 ⑦] 탐색은 쉬워졌지만, 구매 판단은 여전히 검증의 몫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서 대형 미니멀 추상화 캔버스를 응시하는 아트 컬렉터
AI 생성 이미지
핵심 요약 AI 요약
1
구매 전 직접 조사:아트바젤·UBS 조사에서 컬렉터의 72%가 구매 전 작가와 작품을 조사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2025년보다 10%p 높다.
2
디지털 도구 확대:응답자의 58%가 디지털 정보원을 활용했고 앱·AI 도구 이용률은 2024년 4%에서 22%로 늘었지만, 이를 모두 생성형 AI 이용자로 볼 수는 없다.
3
대화형 작품 발견:아르투의 대화형 추천 서비스처럼 취향을 설명하며 작품을 찾는 방식이 등장했고, 응답자의 67%는 AI가 새로운 작가와 작품 발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4
발견과 구매의 간극:새롭게 발견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 비율은 2025년 66%에서 2026년 45%로 낮아졌으며, 이 변화를 AI 활용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5
검증과 전문가 역할:응답자의 87%가 지난 1년간 딜러를 통해 작품을 구매한 가운데, AI가 공개되지 않은 거래나 작품 상태·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문가의 검토와 정보 검증은 여전히 중요하다.
기사 목차 펼치기 / 접기

마음에 드는 미술품을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비슷한 작품은 얼마에 거래됐는지, 앞으로도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만한 작가인지 궁금해진다. 특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작품이라면 살펴볼 것이 많다.

지금까지는 갤러리나 경매회사 전문가에게 묻거나 직접 자료를 찾아보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과정에 AI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 아트바젤과 UBS가 발표한 《The Art Basel and UBS Survey of Global Collecting 2026》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세계 10개 시장의 고액자산가 컬렉터 3100명을 조사한 이번 보고서에서는, 작품 구매에 앞서 직접 정보를 조사하는 컬렉터가 늘고 AI를 비롯한 디지털 도구의 활용도 확대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미술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직접 정보를 찾는 일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전문가를 통해 얻어야 했던 정보 중 일부를 이제는 온라인에서 확인하고, AI를 활용해 여러 자료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컬렉터가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도 나타나고 있다.

작품을 구매하기 전, 직접 정보를 찾는 컬렉터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수치 중 하나는 72%다. 응답자의 72%가 구매 전 작가와 작품을 어느 정도 이상 조사한다고 답했다. 2025년보다 10%p 높아진 수치이며, Z세대 컬렉터에서는 80%에 달했다. 정보를 얻는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응답자의 58%는 디지털 정보원을 활용했으며, 앱이나 AI 도구를 이용한다는 비율은 22%였다. 2024년 4%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다. 다만 보고서에서는 앱과 AI 도구를 하나의 항목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이를 모두 생성형 AI 이용자로 볼 수는 없다.

미술시장에서 정보는 오랫동안 중요한 자산이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제작 시기와 크기, 재료, 소장 이력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경매 낙찰가는 공개되지만 갤러리나 개인 간 거래 가격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시장에서 갤러리와 경매회사, 아트 어드바이저는 컬렉터가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 사례를 바탕으로 구매를 돕는 역할을 해왔다.

이제 컬렉터는 작가의 전시 이력이나 과거 경매 결과를 직접 찾아보고, AI를 이용해 서로 다른 출처의 자료를 정리하고 비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외부 조언의 주요 출처로 경매회사 전문가(31%), 아트 어드바이저(30%), 작가(29%), 딜러(27%) 등이 꼽혔다.

달라진 것은 전문가를 만나기 전에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다.

취향을 설명하면 작품을 추천하는 AI

미술품을 구매하고 싶지만 어떤 작가의 작품부터 살펴봐야 할지 모른다면 어떨까. 기존 온라인 미술 플랫폼에서는 주로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 종류, 가격대 등을 기준으로 작품을 찾아봤다.

이제는 AI에게 원하는 분위기나 색감,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방법도 생겼다.

국내 AI 기반 미술 플랫폼 아르투(Artue)가 선보인 대화형 작품 추천 서비스가 한 사례다. 아르투는 지난 4월 챗GPT(ChatGPT)와 연계해 이용자의 취향을 바탕으로 작품을 추천하고 거래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발표했다. 특정 작가를 알지 못해도 ‘차분한 분위기의 추상화’나 ‘따뜻한 색감의 작품’처럼 원하는 느낌을 설명하며 작품을 찾을 수 있는 방식이다.

지난 9월 28일부터 29일까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픈AI(OpenAI) 본사에서 ‘아르투: GPT 큐레이터’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오픈AI 데브데이 기간에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행사로, 한국 현대미술 작품 감상과 AI를 활용한 작품 탐색을 결합했다. 관람객들은 실제 작품을 감상한 뒤 QR 코드를 통해 챗GPT 내 아르투 앱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작품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고,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받거나 구매 절차로 이어갈 수 있었다.

기존에는 어떤 작가나 장르를 살펴볼지 먼저 정해야 했다면, 대화형 AI에서는 자신의 취향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탐색을 시작할 수 있다. 미술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아도 감상 중 생긴 궁금증을 다른 작품의 발견으로 이어갈 수 있다.

컬렉터들이 AI에 기대하는 역할도 비슷하다. 아트바젤·UBS 보고서에서 응답자의 67%는 AI가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발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취향에 맞춘 추천과 조언에도 66%가 긍정적으로 답했으며, 소장 이력과 진위 확인, 가격 분석과 가치평가에 대한 기대도 나타났다.

물론 기대가 기술의 정확성이나 실제 구매 성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아르투의 서비스가 얼마나 많은 구매를 이끌어냈는지도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품뿐 아니라 AI와의 대화에서도 새로운 작가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작품의 발견이 구매로 이어지기까지

작품을 발견할 기회가 늘어난 만큼 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게 될까.

흥미롭게도 이번 보고서에서는 새로운 작가의 작품 구매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발견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의 비율이 2025년 66%에서 2026년 45%로 감소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감소를 AI 활용과 직접 연결할 수는 없다. 미술시장의 경기나 구매자의 투자 성향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작품을 발견하는 일과 실제 구매를 결정하는 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더라도 가격이 적절한지, 작가의 시장 평가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진 작가의 작품은 비교할 만한 과거 거래 기록이 부족할 수 있다. 전시 경력이 늘거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작품 가격이 반드시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미술품은 구매 이후에도 불확실성이 남는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가격을 확인하고 원하는 시점에 매매하기 어렵다. 작품을 다시 판매하려면 구매자를 찾아야 하고,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도 원하는 가격에 거래된다는 보장은 없다.

AI가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기는 어렵다. 과거 경매 결과나 유사 작품의 거래 사례를 정리할 수는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거래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보존 상태와 소장 이력, 진위처럼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정보도 있다. 자료가 부족하거나 부정확하다면 AI의 분석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실제로 보고서 응답자의 20%는 사기와 위조, 시장 조작을 AI의 잠재적 부정적 영향으로 꼽았다.

AI 덕분에 작품을 발견하는 일은 쉬워질 수 있다. 그러나 구매를 앞두고는 가격과 거래 가능성을 따져야 하고, AI가 제공한 정보도 검증해야 한다. 작품 탐색의 편리함이 곧 구매 판단의 확실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작품 탐색의 편리함이 곧 구매 판단의 확실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달라지는 구매 방식과 전문가의 역할

컬렉터가 정보를 얻는 경로는 다양해졌지만, 작품을 거래하는 상대방까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아트바젤·UBS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는 지난 1년간 딜러를 통해 작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의 구매 등이 포함된다. 딜러를 선호하는 컬렉터 가운데 약 3분의 2는 갤러리를 직접 방문하기보다 웹사이트와 전화, 이메일,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하는 거래 방식을 선호했다.

작품을 발견하고 거래를 진행하는 경로는 온라인으로 넓어졌지만, 기존 미술시장의 거래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다. 갤러리와 딜러는 작품을 확보하는 통로이자 작품의 상태와 거래 조건을 확인하고 구매 이후의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상대방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도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AI를 활용하는 컬렉터가 늘어나면서 전문가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작가의 이력이나 거래 사례를 묻기 위해 전문가에게 문의했다면, 이제는 관련 자료를 미리 찾아본 뒤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가지고 갤러리를 방문할 수 있다. 전문가에게도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개별 작품의 상태와 이력, 실제 거래 조건을 검토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다.

아직 AI가 실제 미술품 구매 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번 보고서도 AI 활용과 구매 행태의 변화를 보여주지만, AI가 구매 결정을 얼마나 바꿨는지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컬렉터가 정보를 찾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에게 의존하던 정보의 일부를 직접 확보하고,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술품을 구매하기 전 AI에게 질문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익숙해질지 모른다. 그렇다고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만큼, 그중 어떤 정보가 신뢰할 만한지 가려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신뢰할 만한 자료를 가려내는 안목이 결과를 가른다.

황서현 미술시장·예술금융 연구자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미술시장과 예술금융, 문화예술산업이며, 최근에는 AI와 예술시장의 접점에 주목하고 있다.

[AI를 읽는 두 개의 시선]은 AI 기술이 산업과 시장, 창작과 교육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실제적 변화를 두 필자(황서현·이우진)의 시선으로 교대로 살펴보는 기획 연재입니다. 미술시장의 가치 평가와 제작·교육 현장의 판단 기준을 입체적으로 추적합니다.

RELATED ARTICLES

RECOMMEND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