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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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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로펌이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 비용을 깎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AI가 법률 조사와 문서 작성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실제 청구된 업무 시간이 불합리하다는 구체적인 근거 없이 비용을 삭감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미국 제10연방항소법원은 10월 30일 플럭스 드라이브 대 치앙 룽 사건(Flux Drive Inc. v. Qiang Rong, No. 25-1308)에서 피고 측 로펌의 변호사 비용 지급을 인정한 원심 결정을 유지했다. 피고 측이 지급받도록 인정된 변호사 비용은 11만4663.11달러(약 1억6000만원)다.
로이터는 11월 2일 “연방항소법원이 영업비밀 소송에서 로펌의 AI 활용을 이유로 변호사 비용을 감액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변호사 비용 자체에 대한 다툼은 아니다. 쟁점 사안의 관할 판단을 하고 그에 따라 변호사 비용을 다툰 것이다.
영업비밀 소송 패소 기업, 상대 로펌의 AI 사용 문제 삼아
소송은 산업용 모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장비를 개발하는 플럭스 드라이브(Flux Drive)가 2024년 제기했다. 이 회사는 전직 엔지니어가 독점 기술정보를 중국 제조업체에 넘기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콜로라도 연방지방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인적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다. 이후 피고 측 변호사 비용을 원고가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피고 측을 대리한 로펌은 브라운스타인 하이엇 파버 슈렉(Brownstein Hyatt Farber Schreck)이다.
플럭스 드라이브는 항소심에서 로펌이 AI를 이용해 법률 조사를 수행했다면 그만큼 업무 시간이 줄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사무 업무까지 변호사 비용으로 청구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반면 피고 측은 “AI를 활용한 법률 조사 결과를 변호사들이 직접 검증했으며, 원고가 과다 청구된 구체적인 업무 내역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원심 법원이 로펌의 업무시간 기록과 청구 내역을 검토해 비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점을 인정했다.
항소법원 “AI 사용보다 실제 업무시간의 합리성이 중요”
캐럴린 맥휴(Carolyn McHugh)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피고 측 변호사들이 AI를 사용했다는 사실 때문에 실제 투입한 업무시간이 불합리해졌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I와 다른 법률 조사 도구가 장기적으로 변호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경우에 따라 소송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인정했다.
다만 변호사는 AI가 찾아낸 판례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법률 주장이 실제 법적 근거에 기초하는지 검증할 윤리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콜로라도주 법률에 따른 변호사 비용 전가 규정이 적용됐다. 콜로라도주 개정법률 제13-17-201조는 일정한 불법행위 소송이 관할권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되면 피고에게 합리적인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법원은 변호사 비용을 계산할 때 업무에 합리적으로 투입한 시간에 적정 시간당 보수를 곱하는 방식(로드스타, lodestar) 을 검토했다. 또 “원심이 업무시간과 시간당 보수를 적절하게 심사했으므로 재량권 남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AI를 사용한 변호사 비용을 언제나 전액 인정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AI를 이용해 실제 수행하지 않은 업무시간을 청구하거나 불필요한 업무를 중복 청구했다면 별도의 감액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AI가 절약한 시간, 변호사 보수에 어떻게 반영하나
이 판결은 미국 법률시장에서 논의되는 AI 도입과 시간당 보수 청구제도 사이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로펌이 AI를 이용해 과거 10시간 걸리던 법률 조사를 3시간 만에 마쳤다면, 시간당 보수 방식에서는 실제 수행한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청구해야 한다. 반면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투입한 3시간의 업무까지 추가로 감액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미국의 법률정보 기업 톰슨로이터는 2026년 전문직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AI 도구가 법률 조사, 문서 검토, 계약 분석 등의 생산성을 높여 변호사 1인당 연간 약 240시간을 절약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효율성 증가는 시간당 청구 방식뿐 아니라 고정 보수, 사건별 보수, 업무 성과에 따른 보수 체계에 대한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다만 이번 항소심은 로펌의 보수 체계를 새로 정한 것이 아니라 특정 사건에서 청구된 변호사 비용의 합리성을 심사한 판결이다.
AI 활용에 따른 책임도 판결에서 강조됐다. 재판부는 AI가 만들어낸 허위 판례를 검증하지 않고 법원에 제출한 변호사에게 제재를 부과한 기존 사례를 인용했다.
법률 조사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변호사가 그 결과를 검증하고 법적 판단에 책임져야 한다는 기존 의무는 유지된다는 것이다.
피고 측을 대리한 브라운스타인 하이엇 파버 슈렉의 크리스토퍼 오텔(Christopher Ottele) 파트너 변호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AI는 전문성을 갖춘 로펌이 받아들여야 할 강력한 도구지만 AI 사용이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모든 서면에서 수행해야 하는 판단과 분석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판결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Q&A
Q1. AI를 사용한 변호사가 실제 일한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청구해도 되는가?
아니다. 시간당 보수 방식에서는 실제 수행한 업무에 합리적으로 소요된 시간이 기준이다. AI로 절약한 시간을 실제 일한 시간처럼 청구하는 행위까지 이번 판결이 허용한 것은 아니다.
Q2. 이번 판결은 로펌과 의뢰인 사이의 수임료 계약에도 적용되는가?
이번 사건은 소송에서 패소한 측이 상대방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다. 로펌과 의뢰인 사이의 수임료 계약은 계약 조건, 적용 법률, 변호사 윤리규정 등에 따라 별도로 판단된다.
Q3. 한국에서도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변호사 보수를 감액할 수 있는가?
한국에서는 변호사 보수 약정에 따른 청구와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 보수를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계약 내용과 보수의 상당성 등이 문제 될 수 있고, 후자는 민사소송법과 관련 대법원규칙에 따라 산정된다. AI 사용 자체가 일률적인 감액 사유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