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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Binance)가 비상 기금에서 꺼낸 비트코인 7500개가 3일 오후 처음 움직였다. 간 곳은 시장이 아니었다. 온체인 기록을 추적한 결과 이 비트코인은 고객 출금을 처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지갑에 통째로 들어갔다.
같은 블록에서 다른 주소 149곳의 비트코인도 함께 이 지갑으로 몰렸다. 지갑 잔고는 블록 하나 만에 23배로 불었다.
매도 흔적은 3일 오후 5시 현재 없다.
이틀 반 멈춰 있던 7500개
출발점은 바이낸스가 공개한 사용자 보호 자산 기금 SAFU(Secure Asset Fund for Users) 주소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29일 63억달러(약 8조4500억원) 규모 해킹을 당한 뒤 31일 이 기금을 일부 쓰겠다고 밝혔는데, 공식 공지에 적힌 용도는 비트코인이 아닌 나머지 코인이었다. 바이낸스는 공지의 질의응답란에 이렇게 썼다.
“모든 토큰의 충당률을 100%로 맞추기 위해, 남은 10%의 미충당 자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SAFU 기금 일부를 투입하고 있다.”
같은 날 SAFU 주소에서 먼저 1개가 시험 전송된 뒤, 6분 뒤 7499개가 추가로 새 주소로 넘어갔다. 기금 잔고 1만5000개의 정확히 절반이다. 공지는 집행이 “24시간 안에”(over the next 24 hours) 이뤄진다고 했지만, 새 주소의 비트코인은 이후 약 63시간 동안 1개도 나가지 않았다.
움직임은 3일 오후 2시 56분(한국시간)에 나왔다. 블록 97만4354에 담긴 단일 거래가 7500개 전부를 다른 지갑으로 보냈다. 출력은 하나였고 수수료는 678사토시였다.
| 시각(UTC) | 블록 | 거래(txid) | 보낸 곳 | 받은 곳 | 금액(BTC) |
|---|---|---|---|---|---|
| 10/31 14:45:31 | 97만3983 | 457eea32…1c93 |
SAFU 1BAuq7…QkD |
수령 주소 165Eurv…mee |
1 |
| 10/31 14:51:41 | 97만3984 | 774fcb97…14bd |
SAFU 1BAuq7…QkD |
수령 주소 165Eurv…mee |
7499 |
| 11/3 05:56:06 | 97만4354 | 476cccf7…d150 |
수령 주소 165Eurv…mee |
출금 지갑 bc1qhp7n555…fjj |
7499.99999322 |
출처: 블록스트림(Blockstream) 공개 API 조회(11월 3일 08시 UTC 기준). SAFU 주소에는 7500.0014개가 남아 있다.
받은 지갑은 어떤 곳인가
받은 지갑 bc1qhp7n555hk5mxlp3pz0347nzah8gazwe7wp5fjj의 거래 1888건을 모두 내려받아 읽었다. 이 주소는 해킹 뒤 이틀이 채 안 된 10월 31일 처음 쓰였고, 출금이 재개된 1일부터 송금을 시작했다. 송금 거래는 1701건, 받는 쪽 출력은 모두 5만6954개였다. 한 거래에 수령처를 100개 안팎씩 묶어 보낸 건이 많았는데, 고객 수십 명의 출금을 한 번에 처리하는 거래소의 전형적인 배치 송금이다.
반대 방향 기록도 있다. 소액 입력 수십 개를 한 거래로 묶어 이 지갑에 모아 담은 건이 여럿이고, 고객 입금 주소에 쌓인 코인을 쓸어 오는 작업으로 읽힌다. 바이낸스는 출금을 다시 열면서 새로 만든 지갑에서 출금이 나가며 그 주소를 준비금 증명 목록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 지갑이 처음 쓰인 시점과 맞는다.
다만 바이낸스가 이 주소를 자기 지갑이라고 공개한 적은 없다. 출금 지갑이라는 판단은 거래 패턴에서 나온 본지의 해석이다.
같은 블록에 1만6254개가 몰렸다
7500개만 들어온 게 아니다.
같은 블록 97만4354에서 이 지갑으로 들어온 거래는 59건, 합계 1만6253.7개(약 1조6700억원)였고, SAFU 몫을 뺀 나머지 8753.7개는 다른 주소 149곳에서 왔다. 직전 잔고는 749.5개였다. 블록 하나가 지나자 1만7000개 안팎으로 불었다. 약 23배다.
이 지갑은 1일 이후 대체로 400~4400개 사이에서 운영됐고, 출금이 빠지면 다른 주소에서 수백~수천 개씩 채워 넣는 식이었다. 가장 큰 한 번 충전은 3000개였다. 3일의 충전은 그 폭을 크게 넘는다. 금고 깊숙이 있던 돈과 여러 서랍의 돈을 한 번에 창구 현금함으로 옮긴 셈이다.
그 뒤 얼마나 나갔나
05시 56분부터 07시 47분(UTC)까지 이 지갑에서 나간 송금은 84건, 729.2개(약 749억원)다. 아직 블록에 담기지 않은 대기 거래까지 넣은 값이고, 받는 쪽 출력은 1144개, 출력 하나의 최대 금액은 79.6개였다. 장외거래(OTC) 업체나 다른 거래소로 수백 개 단위가 한 번에 빠진 기록은 없다.
고객 출금 규모의 송금이 이어졌을 뿐이고, 잔고는 1만7761.7개로 남아 있다.
그러면 SAFU 비트코인은 팔리지 않은 것인가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비트코인은 한 지갑에 섞이면 어느 코인이 누구에게 갔는지 가를 수 없다. 1만7000개가 넘는 잔고 중 SAFU 몫이 따로 표시돼 있지 않다. 공지와 맞춰 보면 두 갈래가 남는다. SAFU 비트코인이 출금 지갑을 채우고 그만큼 다른 회사 자금이 알트코인 매입에 쓰였을 수 있고, 반대로 알트코인 매입은 다른 재원으로 끝내고 SAFU 비트코인을 출금 유동성으로 돌렸을 수도 있다. 지금 공개된 자료로는 어느 쪽인지 판별할 수 없다.
설명끼리 부딪히는 대목도 있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바이낸스가 손실을 메우면서 “차입·자산 매각·외부 자금 조달 없이”(without borrowing, selling assets, or raising outside money) 했다고 전했다. SAFU 비트코인으로 다른 코인을 산다는 공지와 나란히 놓으면 바이낸스는 자산끼리 바꾸는 일을 매각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바이낸스는 이 차이를 설명한 적이 없다.
코인데스크(CoinDesk)는 3일 바이낸스에 논평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기사에 답은 없었다. 같은 기사는 SAFU 주소에 남은 7500개까지만 다뤘고, 수령 주소가 3일 오후 움직였다는 보도는 이날 오후 4시 반 현재 검색되지 않는다. SAFU에 남은 7500개는 7만6623달러(3일 07시 UTC 1시간봉 종가) 기준 약 5억7500만달러(약 7700억원)로, 바이낸스 정책상 다시 채우는 기준선인 8억달러 아래다. 코인데스크는 이 규칙이 가격 하락을 전제로 한 것이라 이번처럼 기금을 쓴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짚었다.
해커 지갑 19개는 그대로다
반대편 물량도 다시 셌다. 해커의 1차 수령 주소 bc1q0mtc2f…2mnm에서 갈라져 나간 경로를 끝까지 따라가 잔고가 남은 지갑 19개를 모두 확인했고, 중간 경유 주소 5개는 10월 29일 분할 때 한 번 쓰이고 비었다.
| 지갑 수 | 지갑당 잔고(BTC) | 합계(BTC) | 지출 기록 |
|---|---|---|---|
| 17 | 1000 | 1만7000 | 없음 |
| 1 | 832.5 | 832.5 | 없음 |
| 1 | 437.7 | 437.7 | 없음 |
| 19 | 1만8270.2 | 블록 97만4365 기준 |
1만8270.2개(약 1조8800억원)는 코인데스크의 보도 내용과 같은 분할 구조다.
5일 동안 이 지갑들에서 나간 비트코인은 1사토시도 없다.
2단계 출금은 절반 남짓 열렸다
바이낸스는 3일 공식 안내문을 통해 2단계 출금을 04시(UTC)부터 연다고 공지하면서 “모든 자산이 한꺼번에 열리지는 않는다”(Not all listed assets will become available at once)고 적었다. 대상은 본지 집계 103쌍(코인과 네트워크 조합)이다. 바이낸스 공개 API로 07시 19분(UTC)에 확인한 결과 60쌍, 58%가 열려 있었다.
| 네트워크 | 계획 | 개방 |
|---|---|---|
| 이더리움(ETH) | 38 | 35 |
| 솔라나(SOL) | 22 | 21 |
| BSC | 31 | 0 |
| 베이스(BASE) | 4 | 0 |
| 아비트럼·옵티미즘·트론 | 5 | 4 |
| 수이(SUI)·XRP | 3 | 0 |
BSC에서는 31종이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바이낸스가 직접 만든 체인인데도 그 이유는 공지되지 않았다. 1단계까지 합한 출금 가능 쌍은 88개로, 같은 날 낮 1시 32개에서 늘었다. 추가 기술 조사 결과도 이날까지 나오지 않았다. 바이낸스가 지난달 30일 48시간 안에 내겠다고 한 자료다.
SAFU 비트코인이 출금 지갑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이제 이 지갑의 다음 큰 송금이 보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