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로펌이 직접 개발”…로펌 업계, 외부 빅테크 의존에서 벗어난다

미국 대형 로펌, 자체 AI 플랫폼에 수천억원 투자…법률 특화 소형 모델과 데이터 통제권 부상, 외부 AI 업체와의 협력도 병행

미국 로펌의 변호사와 기술 전문가들이 자체 AI 플랫폼을 개발하며 고객 데이터 보호와 법률 업무 자동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미국 로펌들이 외부 빅테크 기업의 AI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AI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법률 업무에 특화된 AI 개발과 고객 정보 보호, 데이터 통제권 확보가 주요 목표다. (AI 생성 이미지)
핵심 요약 AI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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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AI 투자:커클랜드앤엘리스는 향후 3~4년간 자체 AI 플랫폼 개발에 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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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서비스 병행:로펌들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면서도 외부 기업의 기반 모델과 법률 AI 서비스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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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정보 통제:자체 AI 운영은 고객 정보의 저장·처리 환경을 통제하려는 전략이지만, 내부 서버에서도 접근권한 관리와 보안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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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모델의 한계:소형언어모델은 문서 분류와 정보 추출 등에 활용할 수 있지만 복잡한 법률 추론과 광범위한 판례 분석에서는 성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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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 비용 부담:국내 대형 로펌도 자체 시스템과 외부 AI를 병행하는 가운데 중소형 로펌에는 개발·보안·검증 인력과 유지관리 비용이 부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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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펌들이 오픈AI(OpenAI) 등 외부 기술기업이 제공하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AI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법률 업무에 맞춘 AI를 직접 설계하고 고객 정보와 내부 업무자료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부 대형 로펌은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소형언어모델(SLM)을 활용한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법률 전문매체 로닷컴은 10월 24일 ‘대형언어모델을 넘어: 로펌을 위한 소형·주권형 AI에 주목하는 이유(Beyond the LLM: Why I’m Betting on Smaller, Sovereign AI for Law Firms)’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저자인 마이칼 C. 와츠(Mikal C. Watts)는 미국 텍사스주 와츠 로펌(Watts Law Firm) 설립자로, 1989년 텍사스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제조물책임과 대규모 불법행위 소송을 전문으로 활동해 온 변호사다.

와츠가 제기한 쟁점은 로펌이 어떤 AI를 도입하고 그 기술을 얼마나 직접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소형언어모델은 범용 대형언어모델(LLM)보다 적은 연산 자원으로 특정 업무를 처리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주권형 AI(Sovereign AI)는 데이터 저장·처리 환경과 접근권한, 시스템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두 개념은 구별된다. 소형 모델이라도 외부 클라우드에 의존할 수 있고, 대형 모델도 자체 인프라에서 운영할 수 있다. 로펌이 직접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경우에도 외부 기업이 만든 기반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미국 초대형 로펌, 자체 AI 개발에 7000억원 투자

자체 AI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사례 중 하나는 미국 대형 로펌 커클랜드앤엘리스(Kirkland & Ellis)다.

로이터는 5월 28일 “커클랜드앤엘리스가 향후 3~4년에 걸쳐 자체 AI 플랫폼 개발에 5억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026년에는 1억달러(약 1400억원)를 배정하고, 변호사 250명의 의견을 반영해 180명 이상의 기술 인력이 개발에 참여하는 구상이다.

커클랜드앤엘리스는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면서도 일부 외부 AI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계획이다.

영국 로펌 시먼스앤시먼스(Simmons & Simmons)는 2023년 말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퍼시(Percy)’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로펌 내부 네트워크에서 운영되며, 자체 기술팀이 개발한 법률 업무용 추론 시스템을 활용한다.

싱가포르 로펌 앨런앤글레드힐(Allen & Gledhill)도 자체 서버에 설치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의 AI 플랫폼 ‘에이앤젤(A&GEL)’을 구축했다. 고객의 비밀정보 보호 요구가 높은 금융 분야 법률 업무를 고려한 방식이다.

법률기술 전문매체 리걸IT인사이더는 “커클랜드앤엘리스 외에도 여러 로펌이 독자적인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시먼스앤시먼스와 앨런앤글레드힐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외부 AI와 자체 개발 병행도

미국 로펌 폴리앤라드너(Foley & Lardner)는 변호사와 기술 인력이 함께 개발한 자체 AI 업무환경 ‘폴리챗(FoleyChat)’을 운영하고 있다. 법률 전략 수립, 계약서 검토, 자료 조사 등 로펌 업무에 맞춰 개발한 시스템이다.

이 로펌은 5월 18일 공식 발표에서 자체 개발 기술과 외부 기업의 AI 서비스를 결합하는 전략을 설명했다. 폴리챗과 함께 하비(Harvey),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Microsoft Copilot), 코카운슬(CoCounsel) 등을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미국 대형 로펌 레섬앤왓킨스(Latham & Watkins)는 자체 AI 인프라와 내부 개발 기능을 확대하면서 여러 외부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레섬앤왓킨스의 AI 전략 자료에 따르면 이 로펌은 상용 AI 플랫폼, 공개 가중치 모델, 자체 인프라를 결합해 소송·거래·규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반면 영국계 글로벌 로펌 에이앤오셔먼(A&O Shearman)은 법률 AI 기업 하비와 공동 개발에 나섰다. 로펌은 2025년 4월 6일 공식 발표에서 독점금지 신고 분석, 사이버보안, 펀드 설립, 대출계약 검토 등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개발한 시스템은 내부뿐 아니라 다른 로펌과 고객 기업에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로펌의 자체 AI 구축은 외부 기업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방식만으로 진행되지 않고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기반 모델과 일부 법률 AI 기능은 전문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구조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데이터 통제권 확보에도 비용·정확성 문제

로펌이 자체 AI를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의 비밀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소송기록, 기업 인수합병 자료, 법률 자문 내용에는 외부 공개가 제한되는 정보가 포함된다. 외부 AI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데이터 저장 위치와 보관 기간, 모델 학습에 재사용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2024년 7월 29일 발표한 공식 윤리의견 제512호에서 변호사의 생성형 AI 이용에도 비밀유지, 직무능력, 의뢰인과의 의사소통, 감독 의무가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다만 “자체 AI가 외부 서비스보다 반드시 안전하거나 정확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로펌 AI 담당자들은 말한다. 내부 서버를 운영하더라도 접근권한 관리와 보안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형 모델은 특정 문서 분류나 정보 추출에 활용할 수 있지만, 복잡한 법률 추론과 광범위한 판례 분석에서는 성능상의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경제적 부담도 있다. 대형 로펌은 기술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시스템 개발에 거액을 투자할 수 있지만, 중소형 로펌은 초기 구축비와 지속적인 유지관리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외부 AI 이용료와 자체 구축비를 비교할 때도 모델 운영비뿐 아니라 보안·개발·검증 인력의 비용을 포함해야 한다.

미국변호사협회는 “변호사가 생성형 AI를 활용하더라도 전문직 의무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변호사는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해 직무능력, 비밀유지, 의사소통, 감독, 법원에 대한 진실성 및 합리적인 수임료 청구에 관한 윤리적 의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 로펌도 자체 AI 구축…중견 로펌은 비용 부담

한국 주요 로펌들도 자체 AI 시스템 구축과 글로벌 법률 AI 도입을 병행하고 있다.

김·장은 자체 AI 번역 시스템으로 대량의 법률 문서 번역을 지원하고, 세종은 자체 생성형 AI와 하비(Harvey)를 판례 분석과 법률 문서 초안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 태평양은 하비와 챗GPT 엔터프라이즈(ChatGPT Enterprise)를 법률 조사와 계약 검토에 도입했으며, 율촌은 자체 법률 AI ‘아이율(AI:Yul)’로 판례 검색과 기업 인수합병(M&A)·규제 대응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화우는 자체 플랫폼 ‘챗화우(Chat화우)’를 법률 문서 작성과 내부 업무에 활용하고, 광장은 ‘eLK’를 통해 법령·판례 조사와 문서 번역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이들 시스템은 자체 개발 모델과 외부 AI 모델을 활용한 응용 플랫폼이 혼재돼 있어 모두 독립적인 AI 모델을 개발한 사례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국내 한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외부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로펌별로 축적한 사건 경험과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내부 사건 자료와 법률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자체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로펌 대표 변호사는 “대형 로펌은 개발 인력과 서버에 투자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 로펌은 자체 AI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며 “외부 법률 AI 서비스를 활용하되 고객 정보의 보안과 법률 분석의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Q&A

Q1. 로펌이 자체 AI를 만든다는 것은 AI 모델까지 직접 개발한다는 뜻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기존 대형언어모델을 활용해 자체 법률 AI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공개 모델을 내부 서버에서 운영하거나, 특정 업무용 모델을 별도로 조정하는 방식이 있다. AI 모델 자체 개발과 AI 응용시스템 개발은 구별해야 한다.

Q2. 소형언어모델(SLM)은 법률 업무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가?

문서 분류, 계약 조항 추출, 내부 자료 검색 등 목적이 명확한 업무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연산 자원으로 운영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성능은 모델과 데이터, 업무의 복잡성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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