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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Anthropic) 공모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부르는 값이 비상장 시장 평가 아래로 내려왔다. 블룸버그(Bloomberg)는 6일 일부 잠재 투자자가 기업가치 1조2000억~1조3000억달러(약 1628조~1764조원)를 논의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두 달 전 거론되던 2조달러보다 35~40% 낮은 값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로 매겨진 1조4100억달러보다도 낮다. 지금까지 AI 기업의 몸값은 사모 라운드가 먼저 매기고, 공모가 그 값을 따라갔다. 이번에는 순서가 거꾸로다. 오픈AI(OpenAI)는 사모 라운드에서 먼저 같은 일을 겪었다.
두 달 사이 2조달러에서 1조2000억달러 논의로
| 시점 | 거론된 기업가치 | 전한 곳 | 누구의 숫자인가 |
|---|---|---|---|
| 10월 1일 | 1조8000억~2조달러 | 블룸버그 | 잠재 투자자 평가 |
| 10월 14일 | 약 1조5000억달러 | 로이터 | 투자자의 날 참석자 논의 |
| 10월 26일 | 1조4000억~1조5000억달러 | 블룸버그 | 투자자가 주관사에 전달 |
| 11월 2일 | 1조5000억~1조6000억달러 | WSJ | 기관이 회사·자문사에 전달 |
| 11월 5일 | 1조달러 근처 | WSJ | 투자자 세 곳 중 한 곳 |
| 11월 6일 | 1조2000억~1조3000억달러 | 블룸버그 | 일부 잠재 투자자 논의 |
블룸버그는 10월 1일 잠재 투자자들이 앤트로픽의 적정 가치를 1조8000억~2조달러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숫자는 한 달 남짓 사이 세 번 꺾였다.
첫 계기는 성장 속도였다. 앤트로픽은 10월 14일 투자자의 날에서 3분기 매출이 168억달러로 전분기보다 45% 늘었다고 밝혔다. 2분기에 두 배 넘게 늘었던 매출 성장세가 45% 증가로 둔화하자, 일부 참석자는 그 자리에서 1조5000억달러를 거론했다.
두 번째는 증권신고서(S-1)였다. 앤트로픽은 2일 제출한 수정 증권신고서에서 3분기 영업손실 5억6700만달러(약 7692억원)를 공개했다. 2분기에 처음 달성했던 흑자는 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날 일부 기관은 회사와 자문사에 1조5000억~1조6000억달러를 제시했다.
세 번째가 시장 폭락이었다. 5일 나스닥100 지수는 6.4% 급락했고, 시가총액 2조3000억달러가 증발했다. 하루 낙폭 기준 사상 최대치다. 시장은 중간선거 결과가 AI 데이터센터 개발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를 가격에 즉각 반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모에 참여할 투자자 세 곳이 기업가치를 낮춰야 한다고 봤고, 그중 한 곳은 1조달러에 가깝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표의 숫자는 모두 투자자 쪽에서 나왔다. 앤트로픽이 제출한 두 차례 증권신고서에는 공모 주식 수와 가격 범위가 비어 있다.
회사가 스스로 부른 값은 아직 없다.
1조4100억달러는 매출 40배 선이었다
수정 증권신고서의 분기 손익표에서 최근 네 분기 매출을 합산하면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3분기까지 352억8200만달러(약 47조8600억원)에 달한다. 기업가치를 이 연간 매출로 나눈 값이 주가매출비율(P/S)인데, 2조달러는 57배, 1조5000억달러는 43배, 1조2000억달러는 34배가 된다.
제이 리터(Jay Ritter) 미국 플로리다대 IPO 이니셔티브 소장의 집계로는 1980~2024년 미국 IPO 4110건 가운데 매출 40배 넘는 값에 상장한 곳은 14곳뿐이다. 포춘(Fortune)은 앤트로픽 기업가치가 약 1조4100억달러를 넘으면 이 선을 초과한다고 계산했다. 공교롭게 나스닥 프라이빗마켓(Nasdaq Private Market)이 매긴 앤트로픽의 최근 비상장 평가도 1조4100억달러(약 1913조원)다. 나스닥 프라이빗마켓은 상장 전 주식을 사고파는 사모 거래 시장이다.
사모 투자자는 다음 라운드와 상장 기대로 값을 매기고, 공모 투자자는 지난 40여년 상장 기록을 잣대로 쓴다. 두 잣대가 맞닿은 자리가 1조4100억달러였다. 지금 논의되는 1조2000억~1조3000억달러는 34~37배로, 그 선 아래에 있다.
공모 쪽 잣대가 사모 쪽 잣대를 누른 숫자다.
리터 소장은 1조4000억달러를 넘는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려면 연간 세후 이익 1000억달러로 가는 경로가 보여야 한다고 포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3분기에 회계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앤트로픽과 오픈AI 몸값은 어디서 만나나
오픈AI는 같은 압력을 사모 라운드에서 먼저 받았다. 오픈AI가 기업가치 1조4000억달러 기준으로 300억달러를 유치하려 한다는 소식은 9월 29일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10월 말까지 실제 확보된 약정액은 약 110억달러에 그쳤고, 기업가치는 1조2500억달러(약 1696조원)로 내려앉았다. 당초 목표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에 오픈AI는 조달 목표를 최대 200억달러로 낮추고 패밀리오피스와 고액자산가를 찾아 나섰다. 1조2500억달러가 투자 전 가치(Pre-money)인지 투자 후 가치(Post-money)인지는 외신 보도마다 엇갈린다. 어느 쪽이든 3월 마감한 라운드의 8520억달러보다는 47% 높은 수준이다.
실적 지표는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그레그 브록먼(Greg Brockman) 사장은 4일 WSJ 테크 라이브 행사에서 3분기 연환산 매출이 전분기보다 70% 증가했고, 기업 고객 매출 비중이 과반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내년 상장 준비가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본다(I think so)”고 답했다.
두 회사의 숫자는 같은 구간에서 만난다. 앤트로픽의 공모 논의 값은 1조2000억~1조3000억달러, 오픈AI의 사모 평가는 1조2500억달러다. 지난 5월 앤트로픽이 시리즈 H에서 9650억달러를 인정받아 8520억달러의 오픈AI를 처음 앞질렀을 때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일부 투자자가 앤트로픽 공모가를 확인한 뒤 오픈AI 투자를 결정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 공모가가 확정되면 그 수치가 곧 오픈AI 몸값의 직접적인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아직 공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분기 매출 기준으로 동일한 배수를 산출하기 어렵다.
상장 시계를 움직인 것은 가격이었다
| 날짜 | 오픈AI | 앤트로픽 |
|---|---|---|
| 6월 | 8일 증권신고서 비공개 제출 | 1일 증권신고서 비공개 제출 |
| 6월 25일 | 자문단이 “2027년 1조달러”와 “몸값 낮춰 조기 상장” 두 안 제시(NYT) | |
| 9월 12일 | 올트먼, 안전을 이유로 2026년 상장 배제 | |
| 9월 18일 | 3분기 실적을 보여 주려 10월에서 11월로 연기(WSJ) | |
| 10월 14일 | 뉴욕시 감사관, 안전 우려로 IPO 중단 요구 | |
| 10월 26일 | 공개 증권신고서 제출 | |
| 11월 5~6일 | 폭락 뒤 투자자 사이 인하·연기 논의 |
오픈AI가 2026년 상장을 접으며 공식적으로 내건 명분은 안전이었다. 샘 올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는 9월 포춘 인터뷰에서 안전을 둘러싼 제반 상황을 감안할 때 지금은 상장하기에 부적절한 시점(ill-advised moment to go public)이라며 올해 상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가격에 대한 논의는 이보다 석 달 앞서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월 자문단이 2027년까지 기다려 1조달러를 인정받거나, 몸값을 낮춰 서둘러 상장하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올트먼에게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은 몸값을 낮추는 안을 논외(non-starter)로 일축했다고 전해졌다. 두 사유가 외부에 알려진 시간순 배열은 이러하며, 어느 요인이 최종 결정을 견인했는지는 외부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앤트로픽 쪽 기록은 더욱 뚜렷하다. WSJ는 9월 18일 앤트로픽이 3분기 실적을 먼저 시장에 제시하기 위해 상장 목표 시점을 10월에서 11월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마크 레빈(Mark Levine) 뉴욕시 감사관이 10월 14일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최고경영자에게 서한을 보내 안전·지배구조 우려를 이유로 IPO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이러한 외부의 안전 중단 요구에도 일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12일 뒤인 10월 26일 공개 증권신고서를 공식 제출했다.
일정을 흔든 것은 폭락 뒤 가격이었다.
로이터(Reuters)는 잠재 투자자들이 9일 주간 로드쇼 개시와 11월 내 상장이 실제로 가능할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AI 기술주 전반의 가격 조정이 이어질 경우 상장 일정을 재차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두 회사 모두 상장 시계가 바뀐 날 곁에는 가격 문제가 있었다.
다음 주가 가를 두 갈래
미국 규정상 공개 신고서를 제출한 날부터 15일이 지나야 로드쇼를 시작할 수 있어, 가장 빠른 개시 가능일은 10일이다. 로드쇼는 주관사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공모 주문을 유치하는 절차다. 공모가를 최종 확정하려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신고서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 앤트로픽은 당초 추수감사절(26일) 이전 상장을 목표로 실무를 진행해 왔다.
로드쇼에 돌입하기 전 공모가 희망 범위를 명시한 신고서 수정본이 먼저 공시되어야 한다. 희망 범위에 공모 주식 수를 곱하면 앤트로픽이 스스로 책정한 몸값이 처음으로 공식화된다. 그 수치가 1조4100억달러를 밑돈다면 비상장 사모 평가보다 낮은 가격에 입성하는 셈이다. 이 경우 자금 조달 규모 역시 당초 거론되던 최대 1000억달러(약 135조6600억원)에서 축소될 가능성이 크며, 일부 투자자는 약 800억달러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상장을 연기할 경우 연말 공모 창구가 닫히며 앤트로픽과 오픈AI가 모두 2027년 상장을 노리는 정면 승부 구도로 전환된다.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Blackstone)은 앤트로픽이 상장 이후 투자적격 등급 획득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앤트로픽이 증권신고서 수정본에 기재한 컴퓨팅 인프라 약정액만 약 8954억달러에 달한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AI 몸값 거품이 꺼지는 신호인가
그렇게 단정하기는 이르다.
1조2000억달러도 5월 시리즈 H 9650억달러(약 1309조원)보다 24% 높다. 비상장 평가 아래라는 사실이 가치 붕괴를 뜻하지는 않는다.
기업가치 평가의 권위자인 아스와스 다모다란(Aswath Damodaran) 미국 뉴욕대 교수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도 앤트로픽 주식가치 추정치를 1조4500억달러로 소폭 하향하는 데 그쳤다. 다모다란 교수는 포춘 인터뷰에서 이번 3분기 실적이 “역대 가장 널리 예고된 수치(the most telegraphed 3rd quarter number of all time)”라며 시장 가격에 이미 선반영되어 있었다고 진단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Dan Ives) 역시 2조달러 수준에서는 매수세가 제한되겠지만 1조5000억달러 안팎의 수요는 탄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나스닥 폭락 사태 이전에 제시된 견해다.
공모 희망 가격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것은 주관사단의 전형적인 상장 전략이기도 하다. 초기 공모가를 낮게 잡아야 기관 주문이 집중되고 상장 이후 주가 상승 여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갈로 파트너스(Gallo Partners)의 알파로는 우량 기관의 장기 투자 주문을 안정적으로 흡수하려면 1조3000억~1조4000억달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압력의 방향은 하나였다. 표의 여섯 시점 가운데 숫자가 오른 때는 11월 2일 한 번이다. 그마저 직전보다 1000억달러 높았을 뿐이고, 사흘 뒤 폭락으로 지워졌다.
공모가 범위가 나오는 날
앤트로픽이 최종 공모가 범위를 공시하는 순간, 공모 자본 시장이 냉정하게 평가한 AI 선도 기업의 첫 번째 공인 가격표가 완성된다. 오픈AI의 2027년 상장 밸류에이션 역시 바로 이 기준점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앤트로픽 경영진과 주관 자문단은 이번 주말 긴급 회동을 갖고 공모가 밴드와 상장 일정을 재조율할 예정이다. 1조4100억달러라는 사모 시장의 잣대 위로 다시 올라설 수 있을지는 아직 열려 있는 미완의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