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AI 요약
글로벌 대형 로펌 에이앤오 셔먼(A&O Shearman)이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개발에 11억달러(약 1조54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커클랜드 앤 엘리스(Kirkland & Ellis)가 5억달러(약 7000억원), 모건 앤 모건(Morgan & Morgan)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나온 결정이다. 대형 로펌들이 AI를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니라 법률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11월 6일 “A&O 셔먼이 향후 5년간 11억달러를 AI 전략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글로벌 로펌들이 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확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O 셔먼은 2024년 영국 앨런 앤 오버리와 미국 셔먼 앤 스털링이 합병해 출범한 로펌이다. 약 4000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으며, 2023년부터 법률 AI 기업 하비(Harvey)와 협력해 계약서 검토 도구인 컨트랙트매트릭스(ContractMatrix)를 개발해 왔다.
A&O 셔먼, 변호사 업무시간 3%를 AI 개발에 배정
이번 투자 계획의 특징은 변호사들이 직접 AI 개발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A&O 셔먼은 각 법률 업무팀이 근무시간의 최소 3%를 AI 도구와 서비스 개발에 투입하도록 했다. 모든 변호사가 동일한 시간을 배정하는 방식은 아니다. 각 팀 책임자가 개발에 참여할 변호사를 정한다.
글로벌 AI 책임자인 데이비드 웨이클링(David Wakeling)은 로이터에 “이 제도가 지난 7월부터 시행됐으며, 현재 17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O 셔먼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파트너 변호사의 96%, 전체 변호사의 93%가 AI 도구를 이용했다. 하비와 컨트랙트매트릭스에서는 55만8000건 이상의 활동이 기록됐으며, 컨트랙트매트릭스의 고객 이용은 최근 12개월 동안 9배 증가했다.
AI가 법률 조사와 계약서 검토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면서 시간당 수임료에 의존하는 기존 사업모델도 영향을 받고 있다. A&O 셔먼은 고정 수임료 방식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 로는 “A&O 셔먼이 AI 확산에 따라 시간당 수임료 방식의 중요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고정 수임료 방식의 수입 비중이 약 15% 증가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A&O 셔먼의 글로벌 AI 책임자 데이비드 웨이클링은 11월 5일 “고객과 함께 각각의 솔루션을 설계하고, 변호사들의 전문지식을 반영하며, 고객이 감수할 위험 수준에 맞춰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업무 방식과 고객 관계, 경제적 구조가 AI와 함께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고객과 더 일찍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커클랜드 5억달러, 모건 앤 모건 10억달러…자체 플랫폼 구축
A&O 셔먼에 앞서 커클랜드 앤 엘리스는 지난 5월 자체 AI 플랫폼 개발에 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5월 28일 “커클랜드가 향후 3~4년간 5억달러를 투입하고, 올해 우선 1억달러(약 1400억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손해배상 전문 로펌 모건 앤 모건도 9월 향후 10년간 AI와 법률 기술에 최소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9월 14일 “모건 앤 모건이 자체 AI 플랫폼 MX2 개발에 이미 3억달러(약 4200억원)를 지출했으며, 다른 로펌에도 이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MX2는 의료기록 분석, 사건 관련 문서 작성, 재판 준비 등을 지원한다. 모건 앤 모건에 따르면 월간 이용자는 약 5000명이다. 대규모 개인상해 사건을 처리하면서 축적한 업무 절차를 AI 시스템에 적용한 사례다.
기업법무 전문 로펌 굿윈 프록터(Goodwin Procter)도 “8월 AI 개발과 도구 구매에 연간 약 2500만달러(약 35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자체 플랫폼 레지나 OS(Regina OS)를 구축하고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를 활용해 벤처투자 금융업무를 지원하는 도구를 개발했다. 향후 인수합병(M&A), 소송, 사모펀드 업무로 확대할 계획이다.
래덤은 자체 서버 확보, 프레시필즈는 앤트로픽과 공동 개발
래섬 앤 왓킨스(Latham & Watkins)는 AI 시스템을 운영할 자체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블룸버그 로는 9월 11일 “래덤이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반도체를 탑재한 서버를 구입해 공개 가중치 AI 모델을 미세조정하고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래섬은 10월 27일 하비와 펀드 설립 업무에 특화된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래섬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양측은 펀드의 유한책임조합계약(LPA), 부속합의서, 청약서류 등의 작성과 검토를 지원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프레시필즈(Freshfields)는 4월 23일 앤트로픽과 다년간의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자체 AI 플랫폼을 통해 직원 5700명에게 클로드 이용 권한을 제공하고, 계약서 검토와 법률 조사, 실사 업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프레시필즈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도입 초기 6주 동안 클로드 이용량은 약 500% 증가했다. 양측은 여러 업무를 연속적으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도 개발하고 있다.
존스데이·호건로벨스·그린버그, 전문 AI 플랫폼 전사 도입
모든 로펌이 자체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전문 기술기업의 플랫폼을 로펌 전체에 도입하면서 기존 업무 시스템과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존스데이(Jones Day)는 10월 22일 법률 AI 기업 레고라(Legora)를 전략적 협력사로 선정하고 전 세계 변호사 2500명에게 플랫폼을 배포하기로 했다. 7월 합병한 호건 로벨스 캐드월러더(Hogan Lovells Cadwalader)도 하비와 레고라의 기술을 자체 시스템과 결합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법률 전문매체 글로벌 리걸 포스트는 10월 25일 “호건 로벨스 캐드월러더가 AI 전담 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 AI 플랫폼을 활용하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레고라는 11월 5일 영국 로펌 필드피셔(Fieldfisher)의 전사적 도입도 발표했다.
그린버그 트라우리그(Greenberg Traurig)는 톰슨로이터와 약 4년간 협력한 끝에 8월 26일 차세대 코카운슬 리걸(CoCounsel Legal)을 글로벌 사무소에 배포했다. 코카운슬 리걸은 톰슨로이터가 개발한 법률 업무용 생성형 AI 플랫폼으로, 법률 조사와 판례 검색, 문서 분석 및 초안 작성 등 여러 단계의 업무를 지원한다. 톰슨로이터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변호사들이 제품 시험과 개발에 직접 참여했으며, 법률 조사와 문서 작성 등 여러 단계의 업무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구글도 법률 시장에 진출했다. 로이터는 8월 25일 “구글이 법률 분야 전용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Gemini Enterprise for Legal)를 확대하면서 웨일 고트샬, 클리어리 고틀립, 프레시필즈 등 글로벌 로펌과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트너 변호사의 경험까지 AI에 반영…성과와 수익모델이 쟁점
AI 활용 범위는 문서 작성과 검색을 넘어 변호사의 전문지식을 조직 내부에 축적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로펌 보리스 세이터 시모어 앤 피스(Vorys, Sater, Seymour and Pease)는 스탠퍼드대 로스쿨 연구진과 협력해 파트너 변호사 19명의 업무 방식을 재현하는 AI 페르소나(persona)를 개발했다.
로이터는 5월 29일 “이 시스템이 파트너 변호사들의 경험과 법률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인터뷰로 수집해 후배 변호사의 업무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고 보도했다. 법률 문서 검토와 업무 조언에 활용하되 최종 판단은 변호사가 맡는다.
AI 도입 자체는 이미 대형 로펌에서 널리 확산됐다. 블룸버그 로는 6월 22일 “기술 활용 현황을 공개한 변호사 500명 이상 규모의 로펌 40곳 모두가 2025년 법률 업무 전용 AI 도구를 사용했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술 도입과 업무 성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톰슨로이터연구소가 8월 6일 발표한 2026년 로펌 AI 전략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수 변호사로 평가된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은 소속 로펌에 AI 전략이 있다고 답했지만, AI가 업무에 깊이 통합되는 환경에서 자신의 업무 분야가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확신한 응답자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Q&A
Q1. A&O 셔먼의 11억달러는 실제 현금 투자액인가?
아니다. 상당 부분은 변호사들이 AI 도구와 법률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투입하는 업무시간의 경제적 가치다. 따라서 커클랜드의 5억달러 투자 계획이나 모건 앤 모건의 10억달러 투자 계획과 현금 지출 규모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Q2. 로펌들이 자체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의 기밀정보를 보호하고 로펌 내부에 축적된 법률 지식과 업무 절차를 AI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자체 시스템은 특정 법률 분야에 맞춰 기능을 설계할 수 있지만 개발·유지비용과 보안관리 부담도 따른다. 일부 로펌은 자체 시스템과 외부 전문기업의 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Q3. AI 도입으로 시간당 수임료 제도가 사라질 수 있나?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AI가 반복적인 법률 업무의 처리시간을 줄이면 투입시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의 경제적 기반이 달라질 수 있다. 고정 수임료와 프로젝트 단위 과금, AI 기반 법률 서비스 이용료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