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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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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공지능(AI)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변호사를 사칭해 약 1억2900만달러(약 1806억원)를 가로챈 혐의로 남성 3명이 기소됐다. 이들은 AI로 경영진의 목소리와 얼굴을 흉내 내고, 대형 로펌 변호사까지 사칭해 기업 직원들이 해외 계좌로 거액을 송금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1월 6일 “미국에서 남성 3명이 AI로 기업 경영진과 변호사를 사칭해 1억2900만달러 이상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은 11월 5일 제이컵 소올(Jacob Soall·41), 샤론 하잔(Sharon Hazan·54), 가이 시트리트(Guy Sheetrit·42)를 통신사기와 신원도용,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소올과 하잔은 스페인에서, 시트리트는 영국에서 체포됐다. 미국 정부는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CEO 지시로 시작해 변호사 확인으로 마무리
미국 연방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기업 재무·회계 담당자들에게 접근해 CEO가 비밀리에 중요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고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AP통신은 “피고인들이 전 세계 수천 개 기업을 대상으로 범행을 시도했으며, 주로 회계 담당자에게 CEO를 사칭한 이메일을 보내 기밀 금융 거래에 협조하도록 요구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먼저 CEO 명의로 연락해 직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직원이 의심하면 AI로 실제 경영진의 목소리와 얼굴을 흉내 낸 전화나 영상통화를 이용했다. 직원에게는 거래가 기밀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후에는 대형 국제 로펌 변호사를 사칭한 인물이 등장했다. 가짜 변호사는 거래에 필요한 절차를 설명하고, 지정된 해외 은행 계좌로 자금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CEO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외부 변호사의 확인까지 거치도록 꾸민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이런 방식으로 직원들의 의심을 피하고 송금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미국 법률 전문매체 코트하우스뉴스는 “피고인들이 세계 각국의 유명 기업 경영진 최소 7명을 사칭했으며, 거액을 송금할 권한이 있는 직원들을 노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소올은 영국 변호사를 사칭하는 역할을 맡았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변호사 통화(Lawyer Call)’라는 제목의 자필 대본도 준비했다. 여기에는 피해 직원이 동료들과 거래 내용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병원·은행·투자회사까지 피해…돈은 암호화폐로 세탁
범행 대상은 특정 업종에 한정되지 않았다. 병원과 은행, 금융기술기업, 투자회사 등 자금 규모가 크고 해외 송금이 가능한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검찰이 공개한 주요 피해 사례 가운데 영국 금융기술기업의 피해액은 1158만달러(약 162억원)에 달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반려동물 사료회사는 524만달러(약 73억원), 미주리주의 병원 시스템은 483만달러(약 68억원)를 잃었다.
매사추세츠주의 뮤추얼펀드 회사도 464만달러(약 65억원)를 송금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병원 시스템과 로드아일랜드주의 은행에서도 각각 296만달러(약 41억원), 268만달러(약 38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검찰은 피해금이 미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중국 등의 은행 계좌로 송금됐다고 밝혔다.
돈을 빼돌리는 데서 범행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피고인들은 송금받은 자금을 암호화폐로 바꾸고 공범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의 출처를 숨긴 혐의도 받고 있다.
사이버보안 전문매체 더레코드는 11월 6일 “소올은 변호사 사칭을 주로 담당했고 하잔과 시트리트는 범죄수익 세탁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하잔은 앞서 2008년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은행사기 공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도 확인됐다.
AI 이용한 금융사기, 기존 형사법으로 기소
검찰은 피고인 3명에게 각각 통신사기 공모(Conspiracy to Commit Wire Fraud), 통신사기(Wire Fraud), 가중 신원도용(Aggravated Identity Theft), 자금세탁 공모(Money Laundering Conspiracy), 자금세탁(Money Laundering) 등 7개 혐의를 적용했다.
통신사기와 자금세탁 관련 혐의에는 죄목별로 최대 20년의 징역형이 규정돼 있다. 가중 신원도용 혐의 2건에는 각각 2년의 징역형이 규정돼 있다.
이번 사건에서 AI를 이용한 사칭이 사기 범행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AI 기술 자체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률이 아니라 기존 연방 형사법의 사기·신원도용·자금세탁 조항을 적용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경영진 사칭에 그치지 않고 외부 변호사까지 동원했다. 기업 내부의 송금 지시와 외부 법률 전문가의 확인이라는 두 절차를 모두 위조한 것이다.
검찰이 공개한 범행 수법에는 피해 직원에게 거래 내용을 동료들과 공유하지 말라고 요구한 정황도 포함돼 있다. 송금 지시가 실제 CEO에게서 나온 것인지 다른 경로로 확인할 기회를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뉴욕 남부연방검찰청 제이미 맥도널드(Jamie McDonald) 검사장은 11월 5일 성명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 새로운 기술을 범죄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대중이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과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범죄라는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Q&A
Q1. AI로 CEO나 변호사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인가?
미국에서 AI 음성 복제 자체가 모든 경우에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신원을 사칭해 금전을 편취하면 통신사기 등 기존 형사법이 적용될 수 있다. 범행 과정에서 타인의 신원정보를 이용한 방식에 따라 가중 신원도용죄도 성립할 수 있다.
Q2. 이번 사건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를 사칭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자금거래에는 외부 로펌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피고인들은 이런 거래 관행을 이용해 가짜 CEO의 송금 지시에 법률 전문가의 확인까지 받은 것처럼 꾸몄다. 직원들이 거래를 의심하지 않도록 만드는 수법이었다.
Q3. AI 딥페이크를 이용한 송금 사기를 기업이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영상통화나 음성만으로 지시자의 신원을 확인해서는 안 된다. 기존에 등록된 전화번호를 이용한 별도 확인, 복수 담당자의 송금 승인, 새로운 수취인 계좌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거래의 기밀성을 이유로 통상적인 내부 승인 절차를 생략하라는 요구는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