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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는 법률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경쟁법이 그렇다. 지분투자, 클라우드, GPU, 인재, 데이터, 유통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어떤 기업이 어떤 기업을 인수했는가?”만으로 기업 간 경쟁과 지배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I인사이트저널은 이러한 변화를 짚기 위해 영국과 미국의 경쟁법 대응, 과거 유사 사례를 거쳐 한국의 산업 생태계와 경쟁 정책에 던지는 질문까지 살펴보는 4편의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이 글은 두번째 글이다. AI 산업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거래들을 미국 경쟁법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미국에서 빅테크와 인공지능(AI) 기업의 투자·협업이 전통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의 경계를 넘어 반독점법 심사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AI 기업의 지분 일부를 취득하는 방식 뿐 아니라 컴퓨팅과 클라우드를 공급하고 기술을 확보하면서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 거래까지 경쟁당국은 지켜보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Nvidia)의 AI 클라우드 기업 지원 방식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로이터는 8월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중소 AI 클라우드 기업에 신용을 지원하는 대신 매출 일부를 받는 새로운 금융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선정이나 클라우드 용량 배분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은 잠재적인 반독점 위험도 경고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엔비디아가 AI 클라우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자사 반도체를 판매하는 동시에 사용되지 않는 컴퓨팅 용량을 다시 임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 반도체 공급자와 클라우드 기업의 관계가 단순한 판매자와 고객을 넘어 자금·컴퓨팅·사업 운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경쟁당국이 엔비디아의 프로그램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례는 AI 산업에서 경쟁법이 보는 대상이 회사 전체를 사들이는 전통적인 인수합병(M&A)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FTC가 들여다본 ‘빅테크-AI 기업 결합’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FTC)는 2024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오픈AI(OpenAI), 아마존(Amazon)-앤트로픽(Anthropic), 구글(Google)-앤트로픽의 투자·협력 관계에 대한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FTC는 약 1년의 조사를 거쳐 2025 1월17일 공개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와 AI 개발사의 파트너십(Partnerships Between Cloud Service Providers and AI Developers)’ 보고서에서 이 세 관계의 계약 구조를 분석했다.
FTC 보고서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알려진 투자액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137억5000만달러(약 18조8000억원), 아마존-앤트로픽 80억달러(약 11조원), 구글-앤트로픽 25억5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였다.
테이블 1 | 미국 FTC가 분석한 빅테크-AI 기업 3대 파트너십
| 파트너십 | 공개 투자액 | 투자 외 주요 연결 관계 |
|---|---|---|
|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 137억5000만달러(약 18조8000억원) | 지분·수익배분·클라우드·컴퓨팅·IP·제품 통합 |
| 아마존-앤트로픽 | 80억달러(약 11조원) | 투자·AWS·컴퓨팅·AI 반도체·모델 유통 |
| 구글-앤트로픽 | 25억5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 | 투자·구글 클라우드·컴퓨팅·모델 유통 |
자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AI 파트너십·투자 조사 보고서
FTC가 투자액만 본 건 아니었다.
FTC 보고서는 “(세 파트너십에서) 클라우드 사업자가 상당한 지분과 일정한 수익배분 권리를 확보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협의·통제·독점권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또 “일부 계약에서는 이사회 의석이나 협의권을 통해 AI 개발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I 기업이 투자받은 돈의 상당 부분을 다시 투자자의 클라우드 서비스 구매에 쓰도록 하는 계약도 조사했다. FTC는 이를 ‘순환 지출(circular spending)’ 구조로 설명했다.
이런 관계는 컴퓨팅 공급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개발사는 할인된 컴퓨팅 자원을 제공받을 수 있고, 클라우드 기업은 AI 개발사의 IP와 모델 성능·재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양쪽 기술자가 서로의 회사에서 함께 일하면서 기술·IP 정보가 이동할 수도 있다. AI 개발사의 모델에 맞춘 자체 AI 반도체 공동개발 계획도 포함됐다.
미국 경쟁당국이 주목하는 관계는 “누가 AI 기업 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보다 넓다.
투자, 클라우드, 컴퓨팅, IP, 데이터, 인재와 제품 유통이 하나의 파트너십에서 어떻게 결합되는지가 모두 검토 대상이 됐다는 말이다.
FTC가 꼽은 세 가지 경쟁 위험
FTC는 조사를 마친 세 파트너십이 불법이라고 결론 내리진 않았다.
보고서에도 “이 문서는 특정 기업이 불법행위를 했는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FTC법 제6조(b)는 FTC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사업 관행을 이해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시장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The Commission’s 6(b) authority also enables it to conduct wide-ranging studies that do not have a specific law enforcement purpose). 특정한 법 집행 목적을 갖지 않는 광범위한 조사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FTC는 향후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 가지 영역을 제시했다.
테이블 2 | FTC가 지목한 AI 파트너십의 세 가지 경쟁 쟁점
| 경쟁 쟁점 | FTC가 확인한 구조 | 경쟁에 미칠 수 있는 영향 |
| 핵심 투입요소 접근 | 컴퓨팅 자원·AI 엔지니어 등 핵심 자원을 파트너가 공급 | 비협력 AI 기업의 컴퓨팅·인재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 |
| 전환비용 | 클라우드 사용 약정·독점 조건·기술적 호환 문제 | AI 개발사가 다른 클라우드로 옮기거나 여러 클라우드를 함께 쓰기 어려워질 가능성 |
| 민감정보 접근 | 모델 성능·개발방법·반도체 공동설계·재무·고객 이용정보 공유 | 클라우드 기업이 자체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경쟁상 이점을 얻을 가능성 |
자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AI 파트너십·투자 조사 보고서
FTC는 특히 파트너인 클라우드 기업 자체도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AI 기업에 투자하고 컴퓨팅을 공급하는 회사가 동시에 그 AI 기업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FTC는 “파트너십을 통해 클라우드 기업이 다른 기업에는 없는 AI 모델, 개발 방법, 반도체 공동 설계, 재무, 고객 사용량과 매출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자체 경쟁 AI 모델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현황에 대한 이 시리즈 첫번째 기사에서 CMA가 빅테크를 투자자·컴퓨팅 공급자·유통자·경쟁자가 중첩된 존재로 본 것과 비슷한 산업 구조다. 다만 미국과 영국이 이를 법적으로 다루는 방법은 차이가 있다.
미국에는 영국식 ‘중대한 영향력→사실상 지배’ 단계가 없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기업결합 여부를 판단할 때 ‘중대한 영향력(material influence)’, ‘사실상 지배(de facto control)’, 법적 지배 등 지배 수준을 구분한다.
미국의 기업결합 규제는 구조가 다르다. 클레이튼법(Clayton Act) 제7조(이후 15 U.S.C. § 18로 편입)는 주식이나 자산의 취득으로 경쟁이 실질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지 규율한다. 따라서 반드시 상대 회사를 완전히 지배해야만 심사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이는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인정돼 온 법리다. 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DOJ)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기업결합 가이드라인 제11지침에서 1957년 연방대법원의 ‘미국 대 E. I. 듀폰 드 느무르(United States v. E. I. du Pont de Nemours & Co.)’ 판례 등을 근거로 “일부 지분 취득도 클레이튼법 제7조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05년 제6연방항소법원도 ‘미국 대 데어리 파머스 오브 아메리카(United States v. Dairy Farmers of America, Inc., 426 F.3d 850)‘ 사건에서 “지배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클레이튼법 제7조 적용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앞선 연방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클레이튼법을 위반하기 위해 다른 회사를 지배할 필요는 없다(A company need not acquire control of another company in order to violate the Clayton Act)”고 밝혔다.
이 같은 판례를 토대로 DOJ와 FTC의 2023년 기업결합 가이드라인 제11지침은 “지배로 이어지지 않는 일부 지분 취득도 경쟁에 대한 중대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Partial acquisitions that do not result in control may nevertheless present significant competitive concerns)”고 확인했다. 일부 지분이나 소수지분 취득도 대상 기업과 양측 기업의 경쟁에 미치는 효과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일부 지분 취득에서 주로 살펴보는 효과는 세 가지다.
첫째, “일부 지분 취득은 인수 기업에 대상 기업의 경쟁행위에 영향을 미칠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A partial acquisition may give the acquiring firm the ability to influence the competitive conduct of the target firm)”. 가이드라인은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뿐 아니라 자본예산, 투자 결정, 경영진 선정 등에 영향을 미칠 권리도 살펴본다. 지분 취득으로 대상 기업의 경쟁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를 차단·지연할 가능성이 있는지가 쟁점이다.
둘째, “일부 지분 취득은 인수 기업이 경쟁할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A partial acquisition can reduce the acquiring firm’s incentive to compete)“. 예컨대 경쟁사의 지분을 가진 기업은 상대 기업에 고객을 빼앗기더라도 그 기업의 성과를 통해 일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이런 효과가 투자자가 대상 기업의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셋째, “일부 지분 취득은 인수 기업에 비공개적이고 경쟁상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할 수 있다(A partial acquisition can give the acquiring firm access to non-public, competitively sensitive information from the target firm)”. 지배권이 없어도 경쟁사의 민감한 정보를 확보하면 기업 간 행동을 조정하거나 상대방의 경쟁전략을 파악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에서는 소수지분 투자라는 이유만으로 기업결합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상대 회사를 지배했는가?” 하나가 아니다. 지분 취득을 통해 상대 기업의 경쟁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투자자의 경쟁 유인이 달라지는지, 경쟁상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게 되는지 등 실제 경쟁에 미치는 효과다.
테이블 3 | 미국은 소수지분 취득에서 무엇을 보나
| 판단 영역 | 경쟁당국이 보는 내용 |
| 상대 기업에 대한 영향 | 이사회·의결권·자본조달·투자·경영진 등 경쟁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
| 투자자의 경쟁 유인 | 경쟁사 지분 보유 때문에 투자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경쟁할 유인이 줄어드는가 |
| 경쟁 민감정보 | 가격·기술·사업계획 등 비공개 경쟁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가 |
자료: 미국 법무부·FTC 2023 Merger Guidelines, Guideline 11
영국과 미국 모두 과반 지분 취득만을 문제 삼지는 않지만 법률 분석 틀에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상충한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영국에서는 ‘중대한 영향력’ 자체가 기업결합법에 따라 지배의 한 단계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완전한 지배권을 얻지 않은 소수지분 취득도 클레이튼법 제7조에 따라 경쟁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지 심사할 수 있다.
따라서 AI 산업을 보는 미국 경쟁법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거래나 협력이 경쟁자의 의사결정과 경쟁 유인, 정보 접근, 핵심 자원에 대한 접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물어야 보다 의미 있는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대신 사람과 기술을 가져간 거래도 조사 대상
AI 산업에서 미국 경쟁당국의 관심은 소수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를 인수하지 않고 핵심 인력과 기술을 가져오는 거래도 대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인플렉션AI(Inflection AI)의 공동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 등 핵심 인력을 영입했다. 로이터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플렉션 모델을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과 관련해 약 6억5000만달러(약 8908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도 비슷한 방식을 택했다. AI 스타트업 어뎁트(Adept)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루안(David Luan)과 공동창업자·직원들을 영입하고 기술 사용권을 확보했다. 로이터는 2024년 7월 “FTC가 아마존에 이 거래에 관한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캐릭터AI(Character.AI)의 공동창업자 노엄 셰이지어(Noam Shazeer)와 대니얼 드 프레이타스(Daniel De Freitas) 등을 영입하고 캐릭터AI의 대규모언어모델 기술을 비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로이터는 지난해 5월 “미 법무부가 이 거래가 정식 기업결합 심사를 피하기 위해 설계됐는지를 포함해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거래는 AI 기업의 법인과 주식을 그대로 남겨둔 채 경쟁력의 핵심인 사람과 기술을 대형 기술기업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들어 FTC는 이른바 ‘핵심 인력 인수(acqui-hire)’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로이터는 1월16일 “앤드루 퍼거슨(Andrew Ferguson) FTC 위원장이 빅테크가 스타트업 자체를 사지 않고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는 거래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에 따르면, 퍼거슨 위원장은 “우리는 이런 인재 인수가 우리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살펴보기 시작했다(We are beginning to examine these acqui-hires to make sure they are not an attempt to get around the agency’s merger review process).”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의 거래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12월 그록 기술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최고경영자 조너선 로스(Jonathan Ross)와 일부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그록 자체는 별도 회사로 남았다.
FTC가 이 개별 거래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퍼거슨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거래 유형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알려졌다.
메타-스케일AI도 ‘인수 없는 결합’의 경계에 섰다
메타(Meta)와 데이터 라벨링 기업 스케일AI(Scale AI)의 관계도 전통적인 회사 인수와 다른 구조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해 스케일AI에 143억달러(약 19조6000억원)를 투자해 49%의 지분을 확보했다. 거래에서 평가된 스케일AI의 기업가치는 290억달러(약 39조7000억원)였다.
스케일AI 창업자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은 메타의 AI 전략을 이끄는 역할로 이동했지만 스케일AI는 독립 회사로 남았고 왕은 스케일AI 이사회에도 남았다. 메타는 스케일AI 이사회 의석을 갖지 않기로 했다.
49%라는 큰 지분, 핵심 창업자의 이동,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공급관계가 한 거래에 결합됐지만 회사 자체를 인수한 것은 아니다.
다만 거래 발표 당시 미국 경쟁당국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확인되진 않았다.
경쟁당국의 그물은 많고 촘촘하다
모든 AI 파트너십이 클레이튼법 제7조의 기업결합 사건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지분이나 자산 취득이 있는 거래는 클레이튼법 제7조에 따른 기업결합 심사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독립 기업 사이의 협력이나 계약은 거래 구조와 행위에 따라 셔먼법(Sherman Act) 등 다른 반독점법의 적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클레이튼법 제7조(15 U.S.C. §18)는 주식이나 자산의 취득(acquisition)을 중심으로 기업결합의 경쟁제한 가능성을 사전에 규제한다. 반면 셔먼법 제1조는 훨씬 넓게 “거래를 제한하는 모든 계약·결합·공모(every contract, combination … or conspiracy, in restraint of trade)”를 규제한다. FTC도 공식 설명에서 “기업 간 계약이라고 해서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며, 법원이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구분은 AI 기업과 빅테크가 투자·라이선스·클라우드 계약·공동개발·인력 이동을 한꺼번에 결합하는 상황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미 법무부와 FTC는 2024년 12월 2000년 ‘경쟁자 간 협업에 관한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폐기했다. 당시 법무부와 FTC는 공식 발표에서 “기존 지침이 AI와 알고리즘 가격결정, 수직통합 등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현대적 사업결합의 경쟁 영향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Furthermore, the Collaboration Guidelines fail to address the competitive implications of modern business combinations and rapidly changing technologies such as artificial intelligence, algorithmic pricing models, vertical integration, and roll ups)”고 설명했다.
물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2월23일 법무부와 FTC는 경쟁자 간 사업협력에 관한 새로운 지침 마련을 위한 공동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두 기관은 “많은 경쟁자 간 협력과 합작투자는 경쟁을 촉진하며 경제와 소비자에게 이익을 준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장 진출, 혁신 투자, 생산비용 절감 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협업은 경쟁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에서도 경쟁법의 질문은 “빅테크와 AI 기업이 협력했는가?” 자체가 아니다. 거래의 구조와 경제적 효과가 경쟁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AI 반독점 심사의 범위가 넓어진다
FTC의 AI 파트너십 보고서와 최근의 인재 인수 조사는 미국 경쟁당국이 AI 산업의 거래를 전통적인 기업 인수 여부만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수지분 투자에서는 대상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과 투자자의 경쟁 유인, 경쟁 민감정보 접근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클라우드 파트너십에서는 컴퓨팅 접근과 전환비용, 기술·사업정보 공유가 쟁점이 된다. 회사를 사지 않고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는 거래에서는 기업결합 심사를 우회하는 효과가 있는지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접근은 모든 빅테크-AI 협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FTC와 법무부도 사업자 간 협력이 혁신 투자와 시장 진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반독점법 규제의 핵심은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제 경쟁 효과다. AI 기업을 완전히 인수하지 않았더라도 소수지분, 클라우드·컴퓨팅 의존, 민감정보 접근, 핵심 인력과 기술의 이동 등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키는 구조라면 기존 반독점법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Q&A
Q1. 미국에서는 AI 기업을 인수해야만 기업결합 심사를 받나?
아니다. 클레이튼법 제7조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 주식이나 자산 취득을 규제한다. 2023년 기업결합 가이드라인도 완전한 지배권을 얻지 않는 소수지분 취득이 경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명시했다.
Q2. 미국의 ‘지배’ 기준은 영국과 같은가?
같지 않다. 영국 기업결합법은 중대한 영향력, 사실상 지배 등 지배 수준을 구분한다. 미국에서는 완전한 지배권 취득이 없어도 소수지분 취득이 대상 기업에 미치는 영향, 경쟁 유인 변화, 민감정보 접근 등을 근거로 클레이튼법 제7조 심사가 가능하다.
Q3. FTC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등 세 파트너십을 불법이라고 판단했나?
아니다. 2025년 FTC 보고서는 FTC법 제6조(b)에 따른 시장조사 결과다. 보고서 자체도 특정 기업의 불법행위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FTC는 컴퓨팅·인재 접근, 전환비용, 민감정보 공유 등을 향후 살펴봐야 할 경쟁 쟁점으로 제시했다.
Q4. 회사가 독립적으로 남아 있는데 핵심 인력을 영입하면 왜 문제가 되나?
AI 기업의 경쟁력 상당 부분이 창업자와 연구진, 기술·노하우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가 회사를 인수하지 않고 핵심 인력과 기술을 가져오는 거래가 기업결합 심사를 우회하는 효과를 내는지 FTC가 살펴보고 있다.
Q5. 빅테크와 AI 기업의 투자·협력 자체가 반독점법 위반인가?
아니다. 투자와 협력은 AI 기업에 자금과 컴퓨팅을 공급하고 새로운 제품과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미국 경쟁당국도 협업의 경쟁촉진 효과를 인정한다. 반독점법상 판단은 개별 거래가 경쟁자의 독립적인 경쟁 유인과 핵심 자원 접근, 정보 흐름, 시장 경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