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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는 법률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경쟁법이 그렇다. 지분투자, 클라우드, GPU, 인재, 데이터, 유통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어떤 기업이 어떤 기업을 인수했는가?”만으로 기업 간 경쟁과 지배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I인사이트저널은 이러한 변화를 짚기 위해 영국과 미국의 경쟁법 대응, 과거 유사 사례를 거쳐 한국의 산업 생태계와 경쟁 정책에 던지는 질문까지 살펴보는 4편의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이 글은 시리즈 첫 번째 글이다. AI 산업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기업 관계를 영국 경쟁법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인공지능(AI) 기업을 인수하지 않고도 그 기업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을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AI 개발에 필요한 클라우드와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며 기술과 시장 진출 경로까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면 두 회사는 여전히 서로 독립된 기업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영국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CMA)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오픈AI(OpenAI), 구글(Google)-앤트로픽(Anthropic), 아마존(Amazon)-앤트로픽 등 빅테크와 AI 기업의 투자·협업을 잇달아 기업결합 규정에 따라 들여다본 배경에는 이런 질문이 있다.
이 문제는 개별 투자 관계를 넘어 AI가 작동하는 클라우드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CMA는 2025년 클라우드 시장조사에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영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각각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데이터 반출 비용과 클라우드 간 상호운용성 장벽,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등이 고객의 사업자 전환이나 여러 클라우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3월31일 CMA는 클라우드·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 반출 비용과 상호운용성 문제에서 “실질적인 조치(material steps)”를 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추가 개선 상황을 계속 점검하기로 했다.
이어 5월14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업용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2024년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법(Digital Markets, Competition and Consumers Act 2024·DMCC Act)에 따른 ‘전략적 시장 지위(Strategic Market Status·SMS)’를 갖는지 별도 조사에 착수했다.
CMA는 7월9일 공개한 2025~2026 연차보고서에서 이 조사가 “AI가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사용하는 핵심 업무도구에 빠르게 통합되는(AI is rapidly integrated into core business tools used across the private and public sectors)”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 AI 업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얼마나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개별 AI 기업에 돈을 댄 회사가 그 AI를 개발하는 컴퓨팅과 클라우드, 고객에게 전달하는 소프트웨어까지 쥐고 있다면 단순한 ‘투자자’라고만 볼 수 있을까.
영국 사례가 던지는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AI 시대에는 도대체 무엇을 ‘지배’라고 봐야 하는가.
“누가 AI 생태계를 지배하는가”
8월28일 영국 BPP AI x Law Club의 강동현씨는 기고문 ‘AI 파트너십과 경쟁법: 누가 AI 생태계를 지배하는가(AI Partnerships and Competition Law: Who Controls the AI Ecosystem?)’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BPP는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직 양성에 특화된 영국의 실무 중심 사립대학교다. BPP AI x Law Club은 이 학교 재학생과 졸업한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이자 블로그다. 여기 전문가들은 AI 규제와 지식재산권, 경쟁법 등 AI와 관련한 다양한 법적 쟁점을 연구하고 관련 글을 게재한다.
강씨가 주목한 것은 AI 기업의 소유관계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경제적·기술적 의존관계’다. 생성형 AI 산업에서 빅테크는 AI 기업에 돈만 투자하지 않는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클라우드와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완성된 AI 모델을 자사 클라우드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에게 공급한다. 기술과 지식재산권(IP)을 사용할 권리를 확보하거나 AI 기업의 핵심 인력을 직접 영입하기도 한다.
AI 기업은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로 남아 있어도 자금과 컴퓨팅 인프라, 고객에게 도달하는 경로를 특정 빅테크에 크게 의존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법의 질문도 ‘누가 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서 끝나기 어렵다.
누가 AI 기업이 성장하고 경쟁하는 데 필요한 돈과 컴퓨팅, 클라우드, 기술과 유통망을 쥐고 있는가. 그리고 그 영향력은 어느 지점에서 법적인 ‘지배’가 되는가.
CMA “90개 넘는 파트너십의 서로 연결된 거미줄”
CMA는 2024년 4월11일 AI 기반모델 시장 업데이트에서 구글,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 메타(Meta), 아마존, 엔비디아(Nvidia) 등 주요 기술기업이 관여한 90개가 넘는 파트너십과 전략적 투자 관계를 확인했다.
라 카델(Sarah Cardell) CMA 청장(CEO)은 같은 날 미국변호사협회(ABA) 행사에서 이를 “90개가 넘는 파트너십과 전략적 투자의 서로 연결된 거미줄(an interconnected web of over 90 partnerships and strategic investments)”이라고 표현했다.
테이블 1 빅테크와 AI 기반모델 개발사의 연결망
| 주요 빅테크 | 연결 방식 | AI 기반모델 개발사 |
|---|---|---|
| 구글 · 애플 · 마이크로소프트 · 메타 · 아마존 · 엔비디아 | 투자 · 전략적 협력 · 컴퓨팅 · 유통 | 오픈AI · 앤트로픽 · 미스트랄AI · 코히어 · 인플렉션 등 |
CMA가 확인한 파트너십·전략적 투자 관계: 90개 이상
자료: 영국 경쟁시장청(CMA)
중요한 것은 빅테크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카델 CEO는 일부 빅테크에 대해 “AI 기반모델 개발에 필요한 ‘핵심 투입요소(key inputs)’에서 강한 위치에 있고 동시에 모델이 실제 시장에 배포되는 ‘핵심 접근점 또는 시장 진출 경로(key access points or routes to market)’에서도 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기업이 AI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그 스타트업의 모델 학습에 필요한 컴퓨팅도 공급한다. 자신도 경쟁 AI 모델을 개발한다. 다른 회사가 만든 AI 모델을 다시 자신의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에게 판매한다.
한 회사가 ‘투자자·공급자·유통자·경쟁자’라는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을 수 있는 구조다.
CMA는 이런 구조에서 크게 세 가지 위험을 지목했다.
핵심 자원 통제
컴퓨팅·데이터·전문인력 등 AI 개발에 필요한 자원에 경쟁사가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
기존 시장지위의 AI 확장
검색·소프트웨어·플랫폼 등 기존 시장의 힘을 이용해 AI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대할 가능성
파트너십을 통한 영향력 확대
투자와 전략적 협력이 AI 가치사슬 전체에서 기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
그렇다고 CMA가 90개가 넘는 관계 자체를 경쟁법상 문제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카델 CEO는 “이런 파트너십이 기술산업의 정상적인 개발·투자 생태계의 일부“라며 “독립 개발사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일 수도 있다(may be an essential ingredient for the success of independent developers)”고 말했다.
또 “경쟁을 촉진하는 이익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can potentially bring pro-competitive benefits)”고 했다.
자금과 컴퓨팅 능력이 부족한 독립 AI 개발사 입장에서는 빅테크와의 협력이 시장에 진입해 기존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협력 자체가 아니다. 독립 AI 기업의 성장을 돕는 관계가 어느 순간 그 기업의 독자적인 사업 선택을 좌우하는 영향력으로 바뀌느냐가 문제다.
그 경계를 실제 사건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관계다.
영국은 ‘지배’를 과반 지분보다 넓게 본다
영국에서 기업을 ‘지배(control)’하기 위해 반드시 지분 50% 이상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02년 기업법(Enterprise Act 2002)에 따른 기업결합 규제에서는 가장 낮은 단계의 ‘중대한 영향력(material influence)’부터 ‘사실상 지배(de facto control)’, 완전한 법적 지배까지 여러 수준의 지배가 인정될 수 있다.
CMA는 구글-앤트로픽 결정에서 중대한 영향력을 관련 기업결합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지배’라고 설명했다.
지분과 의결권만 보는 것도 아니다.
투자자가 상대 회사의 전략적 방향과 상업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사회 관계는 어떤지, 중요한 공급자나 고객인지, 재정적으로 얼마나 의존하는지 등도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AI가 등장하면서 영국 경쟁법이 처음으로 ‘소유하지 않고도 지배할 수 있다’는 개념을 만든 것은 아니다.
영국법에는 이미 그런 법적 장치가 있었다.
AI가 어렵게 만든 것은 자금·컴퓨팅·클라우드·IP·유통이라는 여러 경제적 연결이 어느 정도까지 강해져야 기존 법률의 ‘중대한 영향력’이나 ‘사실상 지배’가 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를 지배하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부터 오픈AI에 투자했다. 협력이 확대되면서 애저(Azure)를 통해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했고 오픈AI 기술을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활용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를 인수한 것은 아니다.
CMA는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기업결합 조사에서 두 회사의 관계가 영국 기업법상 새로운 기업결합을 만들었는지를 조사했다.
핵심 질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자체가 아니었다.
CMA는 마이크로소프트가 2019년 투자 이후 이미 오픈AI에 ‘중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것으로 봤다.
따라서 이후 그 영향력이 한 단계 높은 사실상 지배로 바뀌었는지가 문제였다.
CMA는 투자와 지배구조뿐 아니라 컴퓨팅 공급, IP와 사업화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CMA 결정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상업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Microsoft is able to exert considerable influence over OpenAI’s commercial policy)”고 판단했다.
또 그 영향력을 “오픈AI의 계획을 자신의 상업적 목표와 일치시키기 위해 사용한다(uses this influence to seek to align OpenAI’s plans with its own commercial objectives)”고 밝혔다.
CMA는 이를 종합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높은 수준의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다(in a position to exert a high degree of material influence over OpenAI)”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 다음 선은 넘지 않았다고 봤다.
CMA는 “그럼에도 증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현재 오픈AI의 상업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Nevertheless, the evidence does not go so far as to indicate that Microsoft is currently able to determine OpenAI’s commercial policy)”고 밝혔다.
이어 “CMA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현재 오픈AI의 상업정책을 지배한다고 보지 않는다(The CMA does not believe that Microsoft currently controls OpenAI’s commercial policy)”고 결론냈다.
오픈AI가 컴퓨팅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며 제3자와 독립적으로 사업 기회를 추진한 사례도 고려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픈AI가 무엇을 할지 결정할 정도로 사실상의 지배는 아니다.“
따라서 기존의 중대한 영향력이 사실상 지배로 올라가는 새로운 ‘지배의 변화(change of control)’도 없었다.
CMA는 이를 근거로 “새로운 기업결합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CMA는 “기업결합 관할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파트너십 운영에서 경쟁 우려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결정문에 명시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관계에 경쟁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구글-앤트로픽은 ‘중대한 영향력’도 인정 안 돼
구글과 앤트로픽의 관계도 겉으로는 비슷하다.
구글은 앤트로픽에 투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공급하고 버텍스AI(Vertex AI)를 통해 앤트로픽을 비롯한 외부 AI 모델을 기업 고객에게 제공한다.
동시에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를 개발하는 앤트로픽의 경쟁사다.
투자자·공급자·유통자·경쟁자라는 관계가 겹친다.
그러나 CMA의 결론은 달랐다.
CMA는 2024년 11월 구글-앤트로픽 기업결합 조사에서 “구글이 파트너십을 통해 앤트로픽에 중대한 영향력을 획득했다고 보지 않는다(The CMA does not believe that Google has acquired material influence over Anthropic)”고 판단했다.
구글은 앤트로픽에서 의결권 없는 소수지분을 보유했고 이사회 대표권도 없었다.
CMA는 주주권뿐 아니라 컴퓨팅 공급과 버텍스AI를 통한 유통, 자금 제공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하지만 이를 모두 합쳐도 구글이 앤트로픽의 상업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줄 능력이 있다고 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앤트로픽이 컴퓨팅을 구글 한 곳에 의존하지 않고 아마존 등 여러 공급자로 분산하고 모델 유통과 투자 역시 여러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했다.
경제적 관계가 촘촘하다는 사실만으로 법률상 ‘중대한 영향력’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마존-앤트로픽은 또 다른 이유로 조사 종결
아마존과 앤트로픽 사건은 이유가 다시 다르다.
아마존 역시 앤트로픽의 투자자다. AWS를 통해 컴퓨팅을 제공하고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은 생성형 AI 서비스 아마존 베드록(Bedrock)을 통해 고객에게 공급된다.
그러나 CMA가 2024년 9월 아마존-앤트로픽 기업결합 조사를 끝낸 것은 ‘아마존이 앤트로픽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다.
당시 영국 기업법상 기업결합 심사를 계속하기 위한 관할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CMA 결정문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당시 영국 매출은 법률상 기준인 7000만파운드(약 1300억원)를 넘지 않았다.
공급점유율 25% 기준도 충족되지 않았다.
CMA는 “매출 기준과 공급점유율 기준 어느 것도 충족되지 않는다(neither the turnover test nor the share of supply test … is met)”고 결론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아마존이 앤트로픽을 얼마나 지배하는지를 최종 판단해 끝난 사건이 아니다.
그 판단까지 갈 수 있는 당시 기업결합법상 관할 문턱을 넘지 못해 끝난 사건이다.
회사 안 샀는데 기업결합 인정된 인플렉션
반대 방향의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인플렉션AI(Inflection AI)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플렉션이라는 회사 자체를 인수하지 않았다.
대신 공동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과 카렌 시모니안(Karén Simonyan)을 비롯한 핵심 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인플렉션의 IP에 접근할 수 있는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CMA는 마이크로소프트-인플렉션 기업결합 조사에서 이를 기업결합 심사 대상으로 인정했다.
CMA는 AI 기반모델과 챗봇을 개발하는 사업에서는 개발팀과 이들이 보유한 노하우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회사의 주식을 사지 않더라도 사람과 노하우, 관련 자산을 결합해 기존 사업능력을 가져왔다면 기업결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결합에 해당한다는 것과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다.
CMA는 경쟁 효과를 조사한 결과 영국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현실적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거래를 승인했다.
테이블 2 같은 ‘빅테크-AI 협업’인데 CMA 결론은 달랐다
| 사건 | 거래·협력 구조 | CMA가 따진 핵심 | 결론 |
|---|---|---|---|
|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 투자·컴퓨팅·IP·사업화 | 중대한 영향력이 사실상 지배로 높아졌나 | 아니다 — 높은 수준의 중대한 영향력은 인정 |
| 구글-앤트로픽 | 투자·컴퓨팅·유통·AI 경쟁 | 중대한 영향력을 획득했나 | 아니다 — 중대한 영향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음 |
| 아마존-앤트로픽 | 투자·AWS·베드록 | 당시 기업결합 관할 요건을 충족했나 | 아니다 — 매출·공급점유율 기준 미충족 |
| 마이크로소프트-인플렉션 | 핵심 인력·IP·사업역량 | 회사 인수 없이도 기업결합인가 | 그렇다 — 기업결합 인정, 경쟁 제한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 |
자료: 영국 경쟁시장청(CMA)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구글-앤트로픽·아마존-앤트로픽·마이크로소프트-인플렉션 기업결합 결정문
네 사건을 함께 놓으면 영국 기업결합법의 접근이 선명해진다.
회사를 인수하지 않아도 기업결합일 수 있다. 강한 영향력이 있어도 사실상 지배는 아닐 수 있다. 투자와 컴퓨팅 공급 관계가 있어도 중대한 영향력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기업결합이 인정돼도 경쟁을 해치지 않는다면 허용될 수 있다.
‘빅테크가 AI 기업에 투자했다’는 한 문장만으로 법률적 의미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의 본질은 투자금보다 ‘AI가 돌아가는 기반’
AI 기업이 성장하려면 돈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형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할 GPU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요하다. 모델을 만든 뒤에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접근할 유통경로가 필요하다.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핵심 인재와 IP도 중요하다.
빅테크는 이 가운데 하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테이블 3 | AI 기업을 둘러싼 빅테크의 여섯 가지 역할
| 영역 | 빅테크의 역할 | 경쟁법이 묻는 질문 |
|---|---|---|
| 자본 | AI 기업 투자자 | 지분이 낮아도 상대 기업의 사업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
| 컴퓨팅 | GPU·대규모 연산능력 공급 | AI 개발의 핵심 자원에 대한 접근을 좌우할 수 있는가 |
| 클라우드 | 모델 학습·서비스 인프라 | 특정 공급자에 대한 의존과 전환장벽을 만들 수 있는가 |
| AI 모델 | 자체 기반모델 개발 | 투자한 AI 기업의 공급자인 동시에 경쟁자가 되는가 |
| 유통 | 클라우드·앱·기업용 소프트웨어 | 어떤 AI가 실제 고객에게 도달할지를 좌우할 수 있는가 |
| 인재·IP | 핵심 인력 영입·기술 이용권 확보 | 회사를 사지 않고 핵심 사업역량을 가져갈 수 있는가 |
자료: CMA ‘AI Foundation Models: Update paper’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구글-앤트로픽·마이크로소프트-인플렉션 결정문을 토대로 재구성
한 빅테크가 AI 기업의 투자자이면서 컴퓨팅 공급자이고, 모델의 유통경로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자체 AI를 개발하는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앤트로픽 사건에서 CMA가 주주권만 보지 않고 컴퓨팅과 유통, 자금 관계까지 조사한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사건에서도 투자와 지배구조뿐 아니라 컴퓨팅과 IP·사업화 관계가 영향력 판단에 포함됐다.
따라서 AI 기업의 독립성을 판단할 때는 ‘누가 회사를 소유했는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 기업이 중요한 사업 선택을 실제로 얼마나 독립적으로 내릴 수 있는가까지 봐야 한다.
그래서 영국은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까지 본다
이 문제는 개별 AI 투자계약만 분석해서는 끝나지 않는다.
AI 기업이 특정 클라우드에서 벗어나기 어렵거나 다른 회사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접속하지 못하면 고객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지분 관계가 없어도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MA의 클라우드 시장조사 최종 결정은 2025년 7월31일 나왔다.
조사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영국 클라우드 시장의 양대 사업자라는 점과 함께 데이터 반출 비용, 기술적 장벽,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등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CMA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여러 소프트웨어 제품에서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며 고객이 이들 제품에서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 어렵거나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소프트웨어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중요한 투입요소라는 점도 지적했다.
올해 3월31일 CMA는 시장조사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 반출 비용과 상호운용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자 실제 효과를 계속 점검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기업용 소프트웨어 문제는 별도의 SMS 조사로 이어졌다.
현재 CMA는 생산성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보안 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생태계가 전략적 시장 지위를 갖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 AI도 들어왔다.
CMA는 경쟁 AI 업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얼마나 자유롭게 통합될 수 있는지도 조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경쟁당국의 시야가 “누가 AI 스타트업 지분을 가지고 있는가’에서 ‘AI 기업이 경쟁하기 위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인프라와 시장 진입 경로를 누가 쥐고 있는가”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경쟁법이 무력해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AI 산업이 등장하면서 기존 경쟁법으로 이런 관계를 다룰 수 없게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CMA의 실제 사건은 오히려 반대 사례를 보여준다.
영국법은 이미 형식적인 과반 소유보다 넓은 ‘중대한 영향력’을 지배의 한 형태로 인정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인플렉션 사건에서는 주식 인수 없이 핵심 인력과 사업역량을 가져간 거래도 기업결합으로 인정했다.
따라서 기존 기업결합법이 회사 인수나 지분율만 볼 수 있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더 어려운 문제는 “기존 법률 개념을 AI 산업의 복합적인 경제관계에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에서는 높은 수준의 중대한 영향력이 인정됐지만 사실상 지배는 아니었다.
구글-앤트로픽에서는 투자와 컴퓨팅, 유통 관계가 모두 있었지만 중대한 영향력도 인정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인플렉션에서는 반대로 주식 인수 없이 사람과 사업역량의 이동만으로 기업결합이 인정됐다.
“경제적 의존과 법률적 지배 사이에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
AI 시대 영국 경쟁법이 씨름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영국 CMA가 본 핵심은 ‘소유’보다 ‘영향력’
영국 CMA의 여러 사건을 보면 빅테크와 AI 기업의 관계를 단순한 지분 보유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다.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사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높은 수준의 중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봤지만 사실상 지배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구글-앤트로픽에서는 중대한 영향력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아마존-앤트로픽은 당시 기업결합 심사의 매출·공급점유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추가 심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인플렉션은 회사 전체를 인수하지 않았지만 핵심 인력과 관련 사업역량의 이전을 이유로 기업결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들 사건은 AI 산업에서 지배력 판단이 지분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AI 기업은 투자금뿐 아니라 컴퓨팅 자원,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 유통망, 핵심 인재에 의존할 수 있고, 이 요소들이 하나의 사업관계 안에서 동시에 결합될 수 있다.
CMA가 AI 기반모델 시장에서 “90개가 넘는 파트너십과 전략적 투자의 서로 연결된 거미줄”을 지적한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동시에 CMA는 “빅테크와 AI 개발사의 협업이 독립 개발사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파트너십이나 투자 자체가 곧 경쟁 제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법상 핵심은 개별 거래와 사업관계가 상대 기업의 독립적인 상업적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 영향력이 법률상 ‘중대한 영향력’이나 ‘사실상 지배’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하는 데 있다.
CMA가 최근 조사 범위를 클라우드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넓히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AI 기업의 경쟁력은 투자 관계뿐 아니라 컴퓨팅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시장 유통경로에 대한 접근 조건에도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Q&A
Q1. 영국에서는 기업 지분 50%를 넘어야 다른 기업을 ‘지배’한다고 보나?
아니다. 영국 기업결합법은 ‘중대한 영향력’을 기업결합 규정상 지배가 성립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단계로 본다. 지분뿐 아니라 이사회 관계, 공급관계, 재정적 의존 등도 판단할 수 있다.
Q2. CMA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를 지배한다고 판단했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높은 수준의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픈AI의 상업정책을 결정할 정도의 사실상 지배는 아니라고 봤다.
Q3. 구글-앤트로픽과 아마존-앤트로픽은 왜 결과가 다른가?
구글-앤트로픽에서는 구글이 앤트로픽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아마존-앤트로픽은 그 문제를 최종 판단하기 전에 당시 기업결합 심사의 매출·공급점유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건이 끝났다.
Q4.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플렉션을 사지 않았는데 어떻게 기업결합이 될 수 있나?
CMA는 AI 개발사에서 핵심 인력과 노하우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역량이라고 봤다. 사람과 관련 IP 등 사업능력의 일부가 실질적으로 이전되면 주식 인수가 없어도 기업결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Q5. 그렇다면 빅테크와 AI 기업의 파트너십은 경쟁에 해로운가?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 CMA도 빅테크의 자금과 컴퓨팅이 독립 AI 개발사의 시장 진입과 성장에 필요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문제는 협업 자체가 아니라 그 관계가 독립적인 경쟁을 약화시키는 영향력으로 변하는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