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AI 기업들의 ‘소유 없는 영향력’은 경쟁법이 처음 보는 현상인가

ITV and BSkyB towers with text about equity stake, data, cloud, GPUs, Microsoft antitrust, minority stakes, and AI competition
An illustrated cityscape compares ITV and BSkyB through ownership, technology, and industry compet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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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는 법률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경쟁법이 특히 그렇다. 지분투자, 클라우드, GPU, 인재, 데이터, 유통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어떤 기업이 어떤 기업을 인수했는가?”만으로 기업 간 경쟁과 지배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I인사이트저널은 이러한 변화를 짚기 위해 영국과 미국의 경쟁법 대응, 과거 유사 사례를 거쳐 한국의 산업 생태계와 경쟁 정책에 던지는 질문까지 살펴보는 4편의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이 글은 세번째 글이다. 최근 AI 산업을 지켜보는 경쟁당국은 과거 어떤 전례를 경험했고 무엇에 주목했는지 짚어 봤다.

AI 산업이 제기한 경쟁 문제는 AI의 등장으로 처음 생긴 것이 아니다.

이미 과거에 20%에도 미치지 않는 경쟁사 지분이 다른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다른 회사를 소유하지 않은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가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지도 대형 반독점 사건의 쟁점이 된 적도 있다. 데이터와 네트워크, 여러 서비스를 연결한 생태계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 역시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경쟁당국이 살펴본 문제다.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반독점 사건과 1950년대 소수지분 사건 등에서 축적된 경험은 지금의 AI 산업을 판단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지분율보다 실제 영향력을 살피고 핵심 플랫폼이나 인프라가 경쟁자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온 경험은 AI 시장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다만 AI에서는 자본·GPU·데이터센터·클라우드·기술·데이터·인재·유통망이 하나의 기업 관계 안에서 겹칠 수 있어 과거의 결론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17.9% 지분이 문제가 된 BSkyB-ITV

기업을 완전히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상대 회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는 AI보다 훨씬 이전부터 경쟁법의 쟁점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위성방송 사업자 브리티시 스카이 브로드캐스팅(British Sky Broadcasting·BSkyB)과 ITV 사건이다.

BSkyB는 2006년 경쟁 방송사 ITV 지분 17.9%를 취득했다. 과반은커녕 20%에도 미치지 않았다.

당시 영국 경쟁당국인 경쟁위원회(Competition Commission·CC, 현 경쟁시장청의 전신)는 BSkyB의 17.9% 지분에 대해 “BSkyB가 ITV의 핵심 전략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한다(enable it to influence ITV’s key strategic decisions)”고 판단했다.

경쟁위원회는 이 같은 영향이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BSkyB의 지분을 7.5%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했고 받아들여졌다.

경쟁 항공사 사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라이언에어(Ryanair)는 에어링구스(Aer Lingus)를 인수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소수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 경쟁당국은 라이언에어가 보유한 29.8% 지분을 5%까지 낮추도록 명령했다.

미국에서 소수지분 문제는 약 70년전 법정에 올랐다. 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DOJ)와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FTC)의 현재 기업결합 가이드라인은 1957년 연방대법원의 미국 대 E.I. 듀폰 드 느무르(United States v. E. I. du Pont de Nemours & Co., 353 U.S. 586) 판결 등을 근거로 일부 지분 취득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판결이 다룬 사건 자체는 1910년도에 벌어졌다.

영국과 미국의 잣대가 같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AI가 등장하기 수십 년 전부터 완전한 기업 인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소수지분과 기업 영향력 문제가 경쟁법에서 다뤄졌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윈도 독점력으로 경쟁 기술의 길을 막았다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사건은 또 다른 방식으로 현재 AI 산업에 비춰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 브라우저를 만든 넷스케이프(Netscape)를 소유하지 않았다. 자바(Java)를 개발한 선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를 지배한 것도 아니었다. 문제가 된 것은 윈도(Windows) 운영체제 시장의 독점력을 지키기 위해 이들 경쟁 기술의 성장과 유통을 방해한 행위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를 윈도에 결합하고 PC 제조업체가 익스플로러를 제거하거나 넷스케이프를 쉽게 선택하도록 윈도 화면을 바꾸는 것을 제한했다. 인터넷접속사업자 등과의 계약을 통해 넷스케이프의 유통경로도 좁혔다. 자바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바 가상머신(JVM)을 우선 사용하도록 계약하고, 인텔이 선과 함께 자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압박한 행위 등이 문제가 됐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이런 행위 가운데 상당 부분이 셔먼법(Sherman Act) 제2조를 위반해 윈도 운영체제 시장의 독점력을 불법적으로 유지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avigator)에 대해 “응용프로그램 진입장벽을 상당히 약화시킬 잠재력이 있었다(Navigator did have the potential to weaken the applications barrier substantially)”고 봤다. 또 넷스케이프와 선의 자바의 결합에 대해 “응용프로그램 진입장벽의 소멸을 앞당길 위협이 됐다(threatened to hasten the demise of the applications barrier to entry)”고 판단했다.

2002년 연방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제조업체에 경쟁 미들웨어(운영 체제와 응용 프로그램, 혹은 서로 다른 시스템과 네트워크 장치 사이에서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의 설치·사용을 이유로 보복하거나 이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이용자와 PC 제조업체가 경쟁 브라우저 등 비(非)마이크로소프트 미들웨어를 기본 프로그램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경쟁 소프트웨어가 윈도와 연동하는 데 필요한 일부 API와 통신규약을 공개하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은 기업 투자나 기업결합을 다룬 사건은 아니다. 핵심 플랫폼에서 독점력을 가진 기업이 그 힘을 이용해 새로운 경쟁 기술의 성장과 유통을 막고 기존 독점력을 유지한 행위가 반독점법 문제가 된 사건이다.

당시에는 PC 운영체제가 경쟁의 핵심 관문이었다. 현재 AI 산업에서는 GPU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기반모델, 소프트웨어와 유통 플랫폼 가운데 어떤 영역이 새로운 경쟁의 관문이 되고 있을까. 그 관문을 가진 사업자의 행위가 다른 기업의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새로운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경쟁법이 다룬 문제대표 사례AI에서 제기되는 질문
소수지분BSkyB-ITV, 라이언에어-에어링구스지분율보다 실제 영향력이 중요한가
핵심 플랫폼마이크로소프트-윈도GPU·클라우드 등 핵심 인프라가 경쟁조건을 좌우하는가
데이터·네트워크·생태계구글·페이스북여러 자원과 서비스의 결합이 진입장벽을 만드는가
AI 생태계투자+GPU+클라우드+기술+유통과거에 따로 존재했던 영향력이 한 관계에서 겹치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AI 이전에도 ‘생태계’가 경쟁정책의 대상이 됐다

경쟁정책의 관심은 이후 개별 기업과 플랫폼을 넘어 여러 제품과 서비스가 연결된 생태계로 확대됐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생성형 AI 붐 이전인 2019년 구글(Google)과 페이스북(Facebook·현 메타)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광고시장에 대한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CMA는 2020년 최종보고서에서 “이들 시장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소비자와 사회 전체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competition is not working well in these markets, leading to substantial harm for consumers and society as a whole)”고 밝혔다.

CMA와 영국 정부는 당시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의 중요성, 규모와 범위의 경제, 소비자 행동과 기본설정(default), 서로 보완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생태계 등을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했다.

CMA는 별도 데이터 분석에서 대형 플랫폼이 보유한 특정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경쟁우위를 만들고 소규모 플랫폼의 시장 진입과 확장을 어렵게 할 우려도 검토했다.

이런 디지털 플랫폼 논의는 현재 AI 시장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I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모델 자체뿐 아니라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클라우드, 유통경로 등이 함께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 과거의 문제가 한 곳에 모이나

최근에는 AI 시장의 경쟁을 개별 기업끼리의 관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주세페 콜란젤로(Giuseppe Colangelo) 바실리카타대 교수와 아리엘 에즈라치(Ariel Ezrachi) 옥스퍼드대 교수는 6월 공개한 논문 ‘AI 생태계, 권력 이동과 EU 경쟁법 집행(AI Ecosystems, Power Shifts, and EU Competition Law Enforcement)’에서 AI 비서와 에이전트의 등장에 따른 경쟁구조 변화를 분석했다.

저자들은 “경쟁은 개별 제품에서 통합 서비스로, 기업 간 경쟁에서 생태계 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competition away from individual products and towards integrated services, and from competition between firms to competition between ecosystems)”고 분석했다.

다만 그런 변화가 반드시 빅테크의 지배력 강화로만 이어진다고 보지는 않았다. 저자들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가 자사 AI 도구를 우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전략적 협력이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돕고 기존 생태계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AI 산업에서는 투자자와 인프라 공급자, 기술 파트너와 유통자가 같은 기업일 수도 있다. 이런 결합이 AI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본과 컴퓨팅을 공급할 수 있는 반면 특정 인프라나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따라서 과거 소수지분이나 플랫폼 사건과 AI 산업을 같은 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과거 서로 다른 사건에서 나타났던 경쟁법 문제가 AI에서는 하나의 기업 관계 안에서 함께 나타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협업’ 지침 다시 만든다

미국 경쟁당국은 과거의 경쟁법 기준을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다시 논의하고 있다.

미 법무부와 FTC는 2월23일 경쟁사업자 간 협업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두 기관의 검토 대상은 전통적인 합작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공동 라이선스, 경쟁자와의 조건부 거래, 알고리즘 가격결정, 정보·데이터 공유, 노동 관련 협업 등 새로운 사업관계를 어떻게 다룰지도 의견수렴 대상에 포함했다.

DOJ와 FTC가 2000년 제정된 ‘경쟁사업자 간 협업 가이드라인’을 2024년 12월 철회한 뒤 새로운 지침을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기관은 기업 간 협업 자체를 경쟁제한 행위로 보지는 않았다. 새 지침을 검토하는 목적에 대해 “기업들이 반경쟁적 행위를 피하면서 합법적으로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과 확신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와 닮았지만 같은 답을 낼 수는 없다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협력이 독립 AI 기업의 시장 진입과 성장을 도울 가능성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월30일 발표한 ‘AI 시대의 경쟁: 미시자료를 이용한 초기 증거(Competition in the age of AI: Initial evidence from microdata)’에서 “비생성형 AI 도입은 시장지배력의 유의미한 증가와 관련되지 않았다(Adoption of non-GenAI is not associated with significant increases in market power)”고 분석했다.

생성형 AI에 대해서는 엇갈렸다. OECD는 “소규모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현상과 기존 역량이 강한 기업이 우위를 얻는 현상이 함께 나타났다”고 했다. 또 “AI 혁신의 집중도와 높은 매출 집중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OECD는 이런 분석을 종합해 “역동적이지만 불균등한 환경을 보여준다(The evidence paints a picture of a dynamic yet uneven landscape)”고 평가했다.

과거 사례는 지분율뿐 아니라 실제 영향력을 살펴보고, 개별 계약뿐 아니라 플랫폼과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고 전문가들은 이해하고 있다. 특정 기업 간 투자와 협력이 경쟁을 촉진하거나 제한하는지는 시장구조와 계약 내용, 대체 가능한 인프라의 존재 등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할 문제라는 사실은 이미 예전부터 확인된 것이다.

Q&A

Q1. ‘소유 없는 영향력’은 AI 때문에 처음 생긴 경쟁법 문제인가?

그렇진 않다. 경쟁사의 소수지분을 가진 기업이 상대 회사의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나 핵심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가 경쟁자의 시장 접근을 어렵게 하는 문제는 AI 이전부터 경쟁당국과 법원이 판단해 왔다.

Q2. BSkyB가 ITV 지분을 17.9%만 보유했는데 왜 문제가 됐나?

당시 영국 경쟁위원회는 지분율 자체만 본 것이 아니라 BSkyB가 이 지분으로 ITV의 핵심 전략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 경쟁위원회는 경쟁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분을 7.5%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했다.

Q3.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사건이 AI 산업과 무슨 관계가 있나?

사건 자체는 AI나 기업결합 사건이 아니다. 다만 경쟁자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핵심 플랫폼을 가진 사업자의 행위가 경쟁자의 시장 접근과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여서 현재 GPU·클라우드 등 AI 핵심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을 분석할 때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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