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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돌리는 데이터센터가 미국 정치의 새로운 ‘님비(NIMBY)’ 문제로 떠올랐다. 주민들이 “AI를 반대한다”는 추상적인 주장을 넘어 전기요금과 물 부족, 24시간 이어지는 소음, 대기오염과 재산가치 하락을 문제 삼으면서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지방정부의 토지이용 규제와 환경 소송에서 출발해 주지사 선거와 11월 중간선거, 연방 의회의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법안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을 움직이는 것은 “AI 인프라 비용을 왜 주민이 부담해야 하느냐”는 유권자들의 불만이다. 8월18일 로이터에 따르면 6월 로이터·입소스(Reuters/Ipsos) 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3분의 1만 현재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지지했고, 자기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민주·공화 주지사 모두 브레이크…“AI보다 내 전기료”
데이터센터 규제는 정당을 가리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 조시 셔피로(Josh Shapiro)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8월18일 행정명령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주정부의 신속 인허가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고, 주정부 기관이 개발업체와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는 것도 금지했다. 셔피로는 데이터센터가 주민의 전기요금을 끌어올리는 것을 막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도 한발 더 나갔다.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 주지사는 7월 50메가와트(MW) 이상 대형 데이터센터에 대해 1년간 신규 건설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로이터는 뉴욕이 주 단위로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를 시행한 미국 최초의 사례라고 전했다. 호컬은 전기요금 상승과 천연자원 고갈, 지역사회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에서도 방향이 바뀌었다. 그레그 애벗(Greg Abbott) 주지사는 전력망 접속 과정에 있는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승인을 일시 중단하도록 했다. 개발업체에는 전력 수요와 물 사용량, 세제 혜택, 소유구조, 지역사회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더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로이터는 뉴욕·펜실베이니아·텍사스 등의 조치가 AI 붐을 떠받치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규제 확산의 일부라고 전했다.
이 문제가 선거판으로 번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P통신은 8월19일 펜실베이니아·텍사스·애리조나·뉴욕·일리노이·오하이오·위스콘신 등에서 데이터센터가 주지사 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모두 상대방을 ‘빅테크 편’이라고 공격하면서도 주민 부담을 줄이는 규제를 내놓는 양상이다.
소음·진동도 법정으로…xAI에는 주민 집단소송
주민 반발은 행정 절차에 그치지 않고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AI 기업 엑스AI(xAI)와 스페이스X(SpaceX)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시시피주 주민 3명은 6월 1만명 이상의 주민을 대표하겠다며 엑스AI와 스페이스X 등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냈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가스 발전시설에서 지속적인 소음과 진동이 발생해 주민 건강과 생활, 부동산 가치에 피해를 줬다는 주장이다. 원고들은 이를 생활방해(nuisance)로 규정하고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로웰(Lowell)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산업용 냉방장치와 비상용 디젤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배출가스가 지역사회 갈등으로 번졌다. AP통신은 7월2일 폭염 때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망 부담과 대기질 문제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웰 시의회는 데이터센터 확장에 대해 1년간 유예 조치를 취했다.
이런 분쟁에서 법적 쟁점은 하나의 연방법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지방정부의 용도지역·토지이용 권한, 주 환경법과 환경영향평가, 대기·수질 규제, 인허가 절차, 주민의 사적·공적 생활방해 청구 등이 프로젝트별로 맞물린다. 결국 AI 기업이 확보해야 하는 것은 GPU와 전력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법적·정치적 동의인 셈이다.
다만 제시된 자료의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소송 최소 52건”이라는 숫자는 독립적으로 검증 가능한 공공기관의 공식 집계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확정적인 전국 통계로 기사에 사용하지 않았다. 지방정부의 개발 유예 역시 자료에 제시된 ‘211건’보다 범위와 집계 방식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진다. 8월19일 갱신된 독립 데이터베이스 ‘모라토리엄 네이션(Moratorium Nation)’은 데이터센터 관련 지방정부 조치를 42개 주 533건으로 집계하고 이 가운데 429건이 당시 효력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자료 역시 정부의 공식 전국 통계가 아니라 지방정부 문서들을 수집해 구축한 연구 데이터베이스다.
데이터센터가 2028년 미국 전력의 최대 12% 쓸 수도
주민들의 우려를 단순한 반(反)AI 정서로만 보기도 어렵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인용한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분석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8년 전체 전력 소비의 6.7~12%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율은 2023~2028년 연평균 13~27%로 추산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4월 발표한 2026 연례 에너지 전망에서 데이터센터 서버를 미국 전력 수요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AI 서버 수가 빠르게 늘고 개별 서버의 전력 소비량도 커지면서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상업용 건물의 전력 소비 증가율이 다른 부문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7월 대형 기술기업과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자신들의 전력 수요에 필요한 발전·전력 인프라를 직접 건설하거나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자발적 약속을 발표했다. 기술기업에 자체 발전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소비자단체들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약속만으로 가정의 전기요금 상승을 차단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IA는 당시 미국의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이 2026년 5.1%, 2027년 2.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도 비용 부담 문제가 정치적 리스크라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사장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는 올해 초 데이터센터 때문에 필요한 전력·수자원 인프라 비용을 주민이나 납세자에게 넘겨서는 안 되며 빅테크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단 짓고 보자”에서 “주민 동의부터 받아라”로
연방 의회까지 움직이고 있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3월25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유예법(Artificial Intelligence Data Center Moratorium Act·S.4214)’을 발의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하원의원도 6월24일 하원판 법안(H.R.9442)을 발의했다.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실에 따르면 이 법안은 AI의 경제·환경·안전 영향을 다루는 포괄적인 연방법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과 기존 시설 확장을 일시 중단하는 내용이다.
다만 미국 전체가 데이터센터를 막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AI 경쟁을 이유로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 확대를 전략적 과제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도 지역 투자와 세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한다. 뉴욕의 유예 조치에 대해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는 건설 중단이 투자를 다른 지역으로 밀어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NTT 글로벌 데이터센터(NTT Global Data Centers)도 일자리와 투자뿐 아니라 환경자원 사용까지 포함해 업계가 지역사회에 데이터센터의 영향을 더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적 기준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지와 세제 혜택, 송전망 접속과 환경 인허가를 확보하면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 시설 때문에 내 전기료가 오르는가, 내 지역의 물과 전력을 얼마나 사용하는가, 밤에도 소음이 들리는가, 그 대가로 지역사회가 무엇을 얻는가”**가 사업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질문이 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인터넷 뒤편에 숨어 있는 기술 시설이 아니다. 발전소와 공장처럼 토지와 물, 전력망을 사용하고 인근 주민의 생활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산업시설이 됐다. AI 기업의 새로운 법적 리스크도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지역사회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이익은 빅테크에 돌아간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환경영향 저감이나 주민 이익 공유는 기업의 선택적인 사회공헌이 아니라 인허가와 소송, 궁극적으로는 데이터센터를 실제로 지을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조건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Q&A
Q1. 미국 주민들은 왜 갑자기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나.
AI 자체보다 데이터센터가 현실에서 사용하는 전력과 물, 소음·대기오염,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이 직접적인 이유다. 특히 대형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서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큰 전력 수요가 예상되자 비용 부담 문제가 부각됐다.
Q2. 데이터센터 때문에 실제 가정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나.
가능하다. 발전소와 송배전망을 새로 건설하는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주정부는 데이터센터가 자신 때문에 발생하는 전력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Q3. 주민이 데이터센터를 상대로 소송할 수도 있나.
그렇다. 소음·진동이나 오염으로 주거환경과 재산에 피해가 발생했다며 생활방해를 주장할 수 있고, 환경영향평가나 인허가 절차 자체를 다투는 행정·환경 소송도 가능하다. 다만 적용 법률과 청구 요건은 주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Q4. 미국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국적으로 중단한 것인가.
아니다. 연방 차원의 유예법은 발의 단계다. 뉴욕처럼 실제 주 단위 유예에 들어간 곳이 있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Q5. AI 기업에는 어떤 새로운 법적 리스크가 생기나.
환경규제 준수만으로는 부족해질 수 있다. 전력·수자원 비용 분담, 지방정부 인허가, 주민 의견수렴, 정보 공개, 소음·배출 규제와 지역사회 이익 공유까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인허가 지연·취소와 소송, 건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