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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SpaceX)가 상장 뒤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공식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45억7500만달러(약 19조3500억원), 순이익 44억400만달러(약 5조8500억원)를 찍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석 달 동안 현금성 자산은 약 1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흑자와 현금 유출이 한 분기에 같이 찍혔다.
월가 전망 훌쩍 넘긴 어닝 서프라이즈의 실체
금융정보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월가 컨센서스로 집계한 시장 매출 예상치는 127억2000만달러였다. 실제 달성한 매출은 이보다 14.6% 많았다. 희석 주당순이익은 0.35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는 벤징가 프로 집계 0.12달러부터 야후파이낸스가 집계한 조정 기준 0.15달러까지 분포했다. 실제 결과는 시장 기대치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직전 분기와 대조하면 변화의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스페이스X는 매출 78억1400만달러에 순손실 5억4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석 달 만에 분기 매출은 86.5% 급증했고, 손익 구조는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AI 매출 세 배 폭증… 스타링크 제친 슈퍼인텔리전스
스페이스X는 이번 분기부터 기존 AI 사업 부문의 공식 명칭을 SI(슈퍼인텔리전스), 즉 슈퍼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로 변경했다. 회계상 동일한 보고 부문의 새 이름이다. SI 부문 매출은 75억6000만달러(약 10조400억원)로 전체 매출의 51.9%를 차지하며, 스타링크 사업이 속한 커넥티비티 부문(52억4800만달러)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실적 급증을 견인한 3대 동력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 가동, 커서(Cursor) 인수 효과, 그록(Grok) 서비스 사용량 확대가 꼽혔다. 커서는 SI 부문으로 공식 편입됐다. 8월 14일 인수 완료 이후 9월 말까지 커서가 실적에 보탠 매출은 6억800만달러(약 8100억원)였다. 약 7주 치 매출 규모이며, 커서의 독립적인 손익 내역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우주 기업이 아닌 AI 클라우드 기업의 청구서다.
매출의 나머지 큰 축은 대규모 연산 자원 임대료가 채웠다. 앤트로픽(Anthropic)은 지난 5월 스페이스X와 연산 인프라 임대 계약을 맺고 월 12억5000만달러를 2029년 5월까지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3분기 석 달 동안 정액 집행됐다면 분기 기여분은 37억5000만달러(약 5조원)에 달하며, 이는 커서 매출을 제외한 SI 솔루션·인프라 매출 64억1400만달러의 약 58%에 해당한다.
스페이스X는 공식 실적 자료에 고객사별 구체적 매출 기여액을 적시하지 않았으나, 공개된 장기 계약 조건에 기초해 산출한 결과다.
투자 효율성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SI 부문 설비투자는 2분기 158억달러에서 3분기 164억달러로 소폭 증가에 그쳤으나, 해당 부문 매출은 세 배로 불어났다. 매출 1달러를 창출하는 데 투입된 분기 설비투자액은 6.18달러에서 2.18달러로 급감했다.
44억달러 순이익의 착시… 영업 밖에서 유입된 16억달러
3분기 공식 영업이익은 27억9100만달러로 전체 순이익의 63% 수준이다. 나머지 16억1300만달러는 본업 바깥인 영업외수익에서 유입됐다.
영업외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기타수익 10억2500만달러다. 2분기 10-Q 보고서의 상반기 현금흐름표와 3분기 누적 현금흐름표를 대조해 역산하면, 3분기에만 디지털자산 평가이익 약 4억7500만달러와 비연결 관계사 투자 평가이익 약 5억3200만달러가 계상됐다. 여기에 법인세 혜택 3억9000만달러와 순이자수익 1억9800만달러가 가산됐다.
순이익의 37%는 본업이 아닌 평가이익의 착시다.
손익계산서는 기타수익 중 5억6100만달러를 관계사 거래로 분류했으나, 구체적인 거래 상대방은 실적 보도자료에 명시하지 않았다. 3분기 분기보고서(10-Q)는 21일 오전까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정식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회계상 이익을 깎아내린 일회성 요인도 존재한다. SI 부문 영업이익 4억3100만달러에는 커서 인수에 따른 일회성 주식보상 비용 12억1700만달러가 반영됐다. 브렛 존슨(Bret Johnsen)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 비용을 제외할 경우 실제 SI 부문의 실질 영업이익은 16억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장부엔 흑자, 곳간은 마이너스… 100억달러 현금 유출의 원인
9개월 누적 영업현금흐름(130억9700만달러)에서 상반기 영업현금흐름(34억6600만달러)을 차감하면 3분기 순유입액은 96억3100만달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집행된 설비투자(Capex)가 무려 195억9300만달러(약 26조원)에 달하면서,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약 -99억6000만달러(약 13조2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1000억달러에 달하던 보유 현금 및 유가증권은 9월 말 대차대조표에서 898억55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현금 유출 속도는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존슨 CFO는 실적 콜에서 4분기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350억~400억달러(약 46조5000억~53조1000억원)로 제시했다. 이는 3분기 집행액의 1.8~2배에 달하는 규모다. 아울러 4분기 매출총이익률 역시 3분기의 일회성 이익과 고객 믹스 효과가 정상화되면서 2분기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흑자는 장부에 남고, 현금은 데이터센터로 간다.
630억달러 수주잔고와 90일 계약 해지의 딜레마
스페이스X 경영진이 내세운 방어 논리 역시 객관적 숫자다. 존슨 CFO는 실적 발표에서 9월 말 기준 확정 수주잔고가 630억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175억달러가 이연수익으로 이미 유치됐다고 강조했다. 대차대조표상 유동 이연수익(107억8400만달러)과 비유동 이연수익(67억3600만달러)의 합계 175억2000만달러와 정확히 일치하는 수치다. 고객사로부터 대가를 선취한 확정 일감인 셈이다.
미래 실적 가이던스도 매우 공격적이다. 회사는 내년 1분기 분기 매출을 330억~370억달러로 전망했으며, 연말 기준 연환산 매출(Run-rate) 1000억달러 달성 목표를 재확인했다. 1분기 가이던스는 3분기 매출의 2.3~2.5배 수준이며, 연말 런레이트 목표를 맞추려면 12월 한 달 동안에만 83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수주를 묶어 두는 계약 조건은 의외로 느슨하다. 스페이스X는 2분기 10-Q 공시를 통해 클라우드 계약이 의무 이행 기간 종료 후 90일 사전 통지만으로 언제든 해지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나아가 SI 인프라 매출이 극소수 고객에 편중돼 있다는 점 역시 공식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CEO) 역시 실적 콜에서 장기 고정 계약 대신 시장 시세에 연동된 조건으로 용량을 공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대 고객인 앤트로픽은 협력 파트너인 동시에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에 등재된 핵심 경쟁사이기도 하다.
확정 일감의 이면에는 손쉬운 계약 해지의 덫이 놓였다.
테슬라 합병 질의에 터져 나온 머스크의 ‘지뢰밭’ 발언
도이치방크(Deutsche Bank) 애널리스트 에디슨 유(Edison Yu)가 테슬라(Tesla)와의 합병 추진 여부를 질의하자, 머스크는 3분기 실적 콜에서 “지뢰밭에서 탭댄스를 추는 기분”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 모두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이 구상을 논의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일각에서는 합병을 기정사실로 단정하는데 이는 명백한 과장이다. 특별위원회는 어떠한 거래 조건에도 합의하지 않았으며, 향후 합의에 도달한다는 보장도 없다.”
머스크는 특별위원회가 사외 독립이사로만 구성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자신은 위원회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테슬라노스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다만 합병 구상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콜 발언을 통해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단순 출석 주주가 아닌 전체 발행주식의 50%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 만큼 통과 문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10월 20일(현지 시간) 기준 양사 모두 특별위원회 구성을 알리는 SEC 공식 8-K 공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위원회의 실체는 이번 구두 발언을 통해서만 확인된 상태다. 양사 간 구체적인 합병 시나리오와 의결권 승인 요건은 특별 분석 보고서에서 짚은 바와 같이 높은 법적 검증대를 마주하고 있다.
두 회사의 내부 거래는 이미 진행형이다. 스페이스X는 상반기 테슬라로부터 메가팩 에너지 저장 장치 3억2900만달러어치를 매입했다. 9개월 누적 관계사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설비 구매액은 총 4억8000만달러로, 3분기에만 1억5100만달러가 추가됐다. 3분기 매입 상대방이 테슬라인지 여부는 차후 제출될 10-Q에서 공식 확인될 사안이다.
자체 AI 가속기 칩 팹인 테라팹(Terafab)과 관련해 머스크는 실적 콜에서 텍사스 오스틴 연구 팹이 내년 5~6월 첫 시험 칩을 가동할 예정이며, 본 생산 공장의 양산 가동 목표 시점은 2028년 3분기라고 밝혔다. 머스크 스스로도 반도체 생산 역사상 유례없이 공격적인 일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테라팹 프로젝트는 공식 투자설명서상 아직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기본 프레임워크 합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식 분기보고서(10-Q)가 최종 공시되면 감춰진 두 가지 핵심 숫자가 윤곽을 드러낸다. 관계사 기타수익 5억6100만달러의 실제 거래 상대방, 그리고 SI 매출에서 앤트로픽이 차지하는 실질 기여분이다.
400억달러 인프라 배팅의 성패가 바로 이 두 숫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