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AI 요약
미국 대형 로펌 ‘와일, 갓철 앤 맨지즈(Weil, Gotshal & Manges)’가 로스쿨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법률 실무를 결합한 특별 서머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참가자들은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과 인공신경망 구축을 배우고, 로펌 내부의 AI 개발 프로젝트에도 직접 참여한다.
와일은 10월 21일 공식 발표를 통해 2027년 여름부터 10주간 뉴욕 사무소에서 ‘1L LASER 서머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미국 로스쿨 1학년(1L)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대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로펌 인턴십과 구별된다. 기존 서머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이 법률 조사, 문서 작성, 소송 및 기업 자문 실무를 경험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신설 프로그램은 법률 업무에 사용할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참가자는 와일의 AI 전문 조직인 LASER(Lawyer Augmented Solutions Engineering and Research)에 배치된다. LASER는 변호사, 컨설턴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협력해 AI 기반 법률 솔루션을 개발하는 조직이다.
10주 동안 학생들은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기초부터 배우고 인공신경망을 직접 구축한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작동 원리도 학습한다. 전담 멘토의 지도 아래 실제 법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AI와 법률에 관한 학술 연구에도 참여한다.
특히 2027년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이듬해인 2028년 일반 2학년(2L) 서머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에 다시 참여할 기회가 제공된다. 첫해에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듬해에는 전통적인 법률 실무를 경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법률 AI 전문매체 아티피셜 로이어도 10월 21일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학생들이 AI 개발팀과 함께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AI 도구 사용자에서 개발 참여자로…대형 로펌의 인재 양성 변화
와일은 이미 AI 기술을 내부 법률 업무에 도입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벤치마크(BenchMark)는 공개된 법원 자료를 분석해 소송 전략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는 소송 정보 분석 플랫폼이다.
와일은 2026년 8월 구글 클라우드와 전략적 협력 관계도 발표했다. 구글의 기업용 AI 서비스인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포 리걸(Gemini Enterprise for Legal)을 법률 실무에 맞게 발전시키는 데 참여하는 협력이다.
신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이러한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다. 단순히 AI가 작성한 결과물을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법률 업무를 분석하고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지원 자격은 미국변호사협회(ABA) 인가 로스쿨에 재학 중이며 2029년 봄 졸업 예정인 학생이다. 뉴욕 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코딩이나 수학, 컴퓨터과학에 관한 사전 지식은 요구하지 않는다.
와일의 공식 채용 안내에 따르면 지원자는 이력서, 성적표와 함께 AI 모델의 작동 원리를 배우고 법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이유를 설명하는 250단어 이내의 서술문을 제출해야 한다. 참가자에게는 일반 서머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에 준하는 보수가 지급된다.
와일의 최고 AI·혁신 책임자인 앤드루 사이먼(Andrew Simon)은 공식 발표에서 프로그램의 목표가 학생들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전환하는 데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이해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변호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와일의 AI 인재 양성은 구글과의 기술 협력과도 연결된다. 로이터는 8월 25일 구글의 법률 전용 AI 서비스 출시를 보도하면서 와일을 주요 협력 로펌 중 하나로 소개했다.
구글 클라우드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계약 검토, 법률 조사, 규제 모니터링 등을 지원하며 기존 법률 데이터베이스와 문서관리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다. 고객 정보의 기밀성과 접근 권한을 관리하는 기능도 포함한다.
와일은 이러한 외부 기술 협력과 자체 AI 개발을 병행하면서 신입 변호사 교육에도 기술 개발 과정을 도입하고 있다.
와일의 차기 대표 파트너인 라모나 니(Ramona Nee)는 10월 21일 발표에서 “기술은 언제나 변호사들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켜 왔으며, AI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도 AI, 리걸테크 교육 확대
국내 로스쿨에서도 AI와 리걸테크(LegalTech) 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은 AI와 디지털 법률 관련 교과목 및 학술 활동을 통해 AI 법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로스쿨은 데이터·인공지능법 전문과정(ESEL)을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로스쿨은 ‘인공지능 법률 실무’와 ‘리걸테크’ 과목을 개설하고 AI의 법적 쟁점과 법률 실무에 활용하는 기술을 함께 교육하고 있다. 고려대 로스쿨은 지난 6월 AI 시대 법률교육에 대한 학술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로스쿨은 AI 관련 법률 문제와 기술 활용 역량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따. 반면 와일의 신설 프로그램은 로스쿨생을 로펌 내부의 AI 개발 조직에 배치해 프로그래밍과 인공신경망 구축, 법률 소프트웨어 개발에 직접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국내 대학의 교육과정과 달리 로펌이 기술 개발 경험을 변호사 채용·양성 과정에 직접 결합한 방식이다.
김단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는 “국내에선 로스쿨 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리걸테크와 AI 규제 쟁점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선 올해 1월부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관련 분쟁이 다양하고 관련 판례들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내 대학원에서 글로벌 AI 규제와 거버넌스 쟁점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Q&A
Q1. 미국 로스쿨의 1L·2L 서머 어소시에이트는 무엇인가?
1L은 로스쿨 1학년, 2L은 2학년을 뜻한다. 서머 어소시에이트는 로펌이 여름방학 동안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을 채용해 법률 실무를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형 로펌에서는 정규 변호사 채용과 연결되는 중요한 경로다.
Q2. 이번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법률 AI 교육과 어떻게 다른가?
기존 AI 교육이 법률 조사나 문서 작성에 AI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에 집중한다면, 와일의 프로그램은 AI 모델의 기술적 구조를 학습하고 법률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모든 참가자가 상용 AI 제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Q3. 한국 로스쿨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는가?
이번 프로그램은 ABA 인가 미국 로스쿨의 JD 과정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 로스쿨 졸업 자격만으로는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미국 로스쿨에 재학 중이더라도 2029년 봄 졸업 예정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