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법률 인공지능(AI)이 판례를 검색하거나 계약서를 검토하는 보조 도구에서 벗어나 사건 접수, 법률 청구서 검토, 계약 처리 등 실제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확대되고 있다. 아직 법률업계 전반에 보편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로펌과 기업 법무팀을 중심으로 도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 미트라텍(Mitratech)은 9월 28일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봇도조(BotDojo)를 인수해 자사 기업 법무 플랫폼에 AI 에이전트 기술을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과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수의 핵심은 AI가 법률 관련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법무팀이 사용하는 사건·비용·계약·문서 시스템에 들어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트라텍은 이를 기존 ‘기록 시스템(System of Record)’에서 AI가 업무를 처리하는 ‘실행 시스템(System of Action)’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봇도조는 여러 AI 에이전트를 기업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에 연결해 작업을 배분하고 관리하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agent orchestration)’ 기술을 개발해 왔다.
아티피셜 로이어(Artificial Lawyer)는 9월 28일 “이번 거래에서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미트라텍과 다른 AI 플랫폼 사이의 데이터 통합과 양방향 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MCP) 연결”이라고 보도했다.
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MCP)은 AI가 외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도구에 표준화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규격이다. 미트라텍은 올가을 양방향 MCP 기능을 가동할 계획이다. 권한을 받은 외부 AI 에이전트가 미트라텍의 법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반대로 미트라텍의 AI 에이전트도 외부 시스템의 도구를 호출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사건 접수부터 계약 처리까지 AI가 맡는다
미트라텍이 제시한 AI 에이전트의 적용 대상에는 사건·요청 접수와 분류, 법률 청구서 검토, 계약 처리, 사건 보고 등이 포함된다.
기존 생성형 AI가 이용자의 질문이나 명령을 받아 판례를 검색하고 문서를 요약하거나 초안을 만드는 방식이었다면, AI 에이전트는 작업 대기열이나 일정, 시스템에서 발생한 특정 이벤트를 감지해 여러 단계의 업무를 이어서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AI에 법률 업무를 무제한으로 맡기는 구조는 아니다. 관리자는 이용자뿐 아니라 AI 에이전트와 외부 시스템별로 접근 권한을 설정할 수 있다. 특정 행동에는 사람의 승인을 요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제한적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AI 에이전트의 작업 공간도 별도로 격리한다.
미트라텍은 지난 3월에도 자사 AI 플랫폼 에어리스(ARIES)에 고급 도켓 관리 기능을 추가했다. 법원의 일정 명령에서 기한을 찾아 계산하고 사건 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는 기능이다. AI가 처리한 일정은 사람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승인하도록 설계했다.
법률 AI 에이전트 도입 경쟁 확산
미트라텍이 법률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투입하는 첫 사례는 아니다. 올해 들어 글로벌 로펌과 기업 법무팀에서 AI가 여러 단계의 법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는 8월 글로벌 로펌 그린버그 트라우리그(Greenberg Traurig)가 차세대 코카운슬 리걸(CoCounsel Legal)을 전 세계 사무소에 배포한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하나의 법률 사안에서 AI가 작업 계획을 세우고 조사와 분석, 문서 작성 등 여러 단계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기능을 제공한다.
로이터는 4월 23일 “앤트로픽(Anthropic)과 글로벌 로펌 프레시필즈(Freshfields)가 법률·시장 조사와 계약 검토, 문서 작성, 내부 업무 자동화를 위한 AI 도구를 공동 개발하고 프레시필즈가 앤트로픽의 자율형 AI 플랫폼 코워크(Cowork) 사용도 확대한다”고 보도했다.
기업 내부 법무팀에서도 더 적극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월 26일 “프로서스(Prosus)가 법무 부문에서 298개의 AI 에이전트를 구축했으며, 렙솔(Repsol), 리모트(Remote), 레볼루트(Revolut) 등에서도 기업 법무 업무에 AI를 직접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법률 AI 에이전트가 널리 퍼진 건 아니다. 톰슨로이터 연구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에이전틱 AI를 이미 구현하고 있다고 답한 법률 조직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가까운 미래에 이를 도입할 계획이 있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법률 AI 시장의 경쟁 영역이 ‘어떤 AI가 더 정확한 답변을 내놓느냐’에서 ‘어떤 AI가 기업의 기존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에 연결돼 실제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느냐’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트라텍은 이 시장에서 외부 AI까지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회사는 이미 50개 이상의 사전 구축 커넥터를 갖추고 있으며 특정 클라우드나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월 고객 행사 인터랙트(Interact)에서는 MCP 연결과 AI 에이전트를 이용한 법률 업무를 시연할 예정이다.
AI가 답변을 생성하는 것과 기업 시스템에 접근해 행동하는 것은 보안과 책임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톰슨로이터는 법률 분야의 에이전틱 AI를 분석하면서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에이전틱 AI는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행동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Q&A
Q. 법률 AI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목표를 부여받아 필요한 작업을 계획하고 외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여러 단계의 업무를 수행하는 AI를 말한다. 법률 분야에서는 조사·문서 작성뿐 아니라 사건 접수, 계약 처리, 청구서 검토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Q. 기존 법률 생성형 AI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답변’과 ‘행동’의 차이가 크다. 기존 생성형 AI는 변호사가 질문이나 명령을 입력하면 결과물을 제공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AI 에이전트는 사건관리나 계약관리 시스템 등에 연결돼 필요한 데이터를 가져오고 다음 작업을 실행하는 단계까지 맡을 수 있다.
Q. 미트라텍의 봇도조 인수가 중요한 이유는?
미트라텍은 기업 법무팀이 이미 사용하는 사건·비용·계약·문서 데이터와 AI 에이전트를 직접 연결하려 한다. 특히 양방향 MCP를 이용해 미트라텍 내부 AI뿐 아니라 외부 AI 에이전트도 권한 범위에서 법무 시스템과 연결할 계획이다.
Q. 법률 AI 에이전트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나?
아직 보편화된 단계는 아니다. 톰슨로이터 조사에서는 올해 4월 현재 실제 구현 비율이 20% 미만이었다. 그러나 절반가량이 가까운 미래에 도입을 계획하거나 검토하고 있었고, 글로벌 로펌과 기업 법무팀에서 실제 배포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