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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Anthropic) 상장 뒤 시가총액이 2조4000억달러까지 간다는 말은 익명 투자자 한 명에게서 나왔다. 같은 날 다른 투자자들은 1조5000억달러를 논의했다. 본지가 화제를 모은 IT 상장 12건을 재 보니, 상장 때 가치가 500억달러를 넘은 7건은 모두 1년 안에 공모가를 깼다.
앤트로픽은 그 7건 중 가장 큰 스페이스X(SpaceX)와 같은 체급에서 11월 첫 거래를 맞는다. 2조4000억달러(약 3223조원)냐 1조5000억달러(약 2015조원)냐보다 첫날 이후가 더 큰 문제다.
2.4조달러는 누구의 숫자인가
시작은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 10월 15일 보도였다. 숀 털리(Shawn Tully) 기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초기 투자자의 전망을 실었는데, 이 벤처캐피털(VC) 투자자는 공모가 기준 가치를 약 1조8000억달러로 봤다. 거래가 시작되면 “2조3000억~2조4000억달러의 ‘거래 가치'”(a ‘trading value’ … of $2.3 to $2.4 trillion)를 볼 것이라고 했다.
근거는 정성 판단이었다. 이 투자자는 앤트로픽을 “역사상 가장 빨리 크는 회사”(the fastest-growing company in history)라고 불렀고, 기업 고객에 집중한다는 점을 꼽았다. 오픈AI(OpenAI)와 둘 다 혼란스럽지만 앤트로픽이 조금 덜하다고도 했다. 오픈소스 모델 탓에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고, 언제 시점의 시총을 말하는지는 정하지 않았다.
같은 날 열린 비공개 투자자 데이 현장에서는 1조5000억달러의 숫자가 오갔다. 로이터(Reuters) 보도에서 참석자 4명 중 3명은 목표치 조정을 언급했다. 로이터 취재에서 투자자들은 이전 기대치(약 2조달러)에서 내려온 이유로 성장 둔화와 AI 자금조달 비용, 기술주 매도를 들었다. 앤트로픽의 3분기 매출은 168억달러로 전 분기 116억달러보다 45% 늘었다. 1분기 47억3000만달러에서 2분기로 145% 뛴 것에 비하면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앤트로픽은 목표 가치를 발표한 적이 없고, 2조달러도 관계자 보도다. 회사가 매긴 마지막 값은 5월 650억달러를 조달하며 인정받은 투자 후 기업가치 9650억달러다.
한 입찰자가 경매 전날 부른 값과, 입찰자들이 모여 맞춘 값은 무게가 다르다.
화제 IT 상장 12건의 동일 잣대 비교
본지는 어느 숫자가 맞는지 맞히는 대신, 비슷한 상장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쟀다. 1995년부터 2026년까지 미국에 상장한 IT·테크 기업 중 당대 최대 규모였거나 대중이 들썩였던 12곳이다. 본지가 고른 목록이라 무작위 표본과는 다르다.
잣대는 첫날 등락과 1년 뒤 주가, 1년 안에 공모가를 깼는지, 그때 가장 깊이 떨어진 정도 네 가지다. 공모가와 주식 수, 매출은 각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증권신고서에서 가져왔고, 주가는 일별 종가를 썼다.
| 회사(상장 연도) | 공모 때 가치 | 첫날 | 1년 뒤(공모가 대비) | 1년 안 공모가 이탈 | 최저점(공모가 대비) |
|---|---|---|---|---|---|
| 넷스케이프(Netscape, 1995) | 약 10억~14억달러 | +108% | +185.7% | 없음 | – |
| 구글(Google, 2004) | 231억달러 | +18% | +229.4% | 없음 | – |
| 테슬라(Tesla, 2010) | 16억달러 | +40.5% | +66.4% | 있음 | −7.1% |
| 페이스북(Facebook, 2012) | 813억달러 | +0.6% | −30.9% | 있음 | −53.3% |
| 알리바바(Alibaba, 2014) | 1676억달러 | +38.1% | −3.3% | 있음 | −10.4% |
| 우버(Uber, 2019) | 757억달러 | −7.6% | −27.1% | 있음 | −67.1% |
| 에어비앤비(Airbnb, 2020) | 406억달러 | +112.8% | +165.3% | 없음 | – |
| 스노플레이크(Snowflake, 2020) | 332억달러 | +111.6% | +169.6% | 없음 | – |
| 코인베이스(Coinbase, 2021) | 653억달러 | +31.3% | −41.1% | 있음 | −40.1% |
| 리비안(Rivian, 2021) | 677억달러 | +29.1% | −57.7% | 있음 | −73.6% |
| Arm(2023) | 545억달러 | +24.7% | +171.4% | 있음 | −6.1% |
| 스페이스X(2026) | 1조7500억달러 | +19.2% | +10.1%(4개월) | 있음 | −19.7% |
공모 때 가치는 기본 주식 수 기준이고, 코인베이스와 Arm은 회사·보도가 낸 완전희석(Fully Diluted) 기준이다. 코인베이스는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주 지분만 거래하는 직접 상장(Direct Listing) 방식을 택해 공모가 대신 나스닥(Nasdaq) 참조가 250달러를 썼고, 상장 4개월째인 스페이스X는 10월 15일 종가로 쟀다.
역대 미국 테크 기업의 상장 첫날 성적표는 화려했다. 미국 신규 상장 권위자인 제이 리터(Jay Ritter) 플로리다대 교수의 장기 통계 분석을 보면, 1980~2025년 미국 상장 첫날 평균 상승률은 19%, 기술주는 31.2%에 달했다. 12건 첫날 중앙값은 30.2%로 기술주 평균과 비슷하다.
클수록 첫날 뒤가 험했다
12건을 상장 때 가치 500억달러(약 67조원)에서 가르면 두 무리가 갈린다.

대형 7곳은 모두 1년 안에 공모가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고, 6곳은 1년 뒤(스페이스X는 4개월 뒤) 주가가 첫날 종가보다 낮았다. 페이스북은 2012년 상장 이틀째 공모가(38달러)가 무너졌고 그해 9월 17달러대까지 밀려났다. 상장 첫날 나스닥 전산 시스템 결함으로 개장 절차가 19분 지연됐으며, 나스닥은 SEC 제재 조치로 1000만달러 벌금을 물었다. 당시 페이스북의 주가 급락과 시스템 혼란은 공식 연례 보고서(10-K)에도 고스란히 기록됐다. 우버는 첫 거래일부터 공모가 아래에서 마감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우버 시총은 첫날 700억달러 선마저 내줬다. 리비안은 최저 −73.6%까지 추락했다.
대형군에서 첫날 웃은 회사도 오래 웃지 못했다. 알리바바는 첫날 38.1% 급등했으나 11개월 뒤 공모가를 밑돌았다고 포춘은 전했다. 코인베이스 역시 첫날 31.3% 오른 뒤 한 달 만에 참조가 아래로 내려갔고, 1년 뒤에는 참조가보다 41.1% 낮아진 채 거래를 마쳤다. CNBC 보도가 전한 직상장 축포는 오래가지 못했다. 예외는 Arm 하나다. Arm은 공모가 51달러로 상장한 뒤 한 달 만에 공모가를 6.1%까지 밑돌았으나, AI 반도체 붐을 타고 1년 뒤 171.4% 폭등했다고 Arm 공식 발표는 명시한다.
중소형 5곳의 성적은 정반대다. 공모가를 깬 곳은 테슬라 하나였고, 1년 뒤 첫날 종가 아래로 떨어진 곳은 없었다. 첫날 중앙값도 108%로 대형군 24.7%의 네 배를 넘었다. 구글은 경매 방식 공모에서 희망가 범위를 108~135달러에서 85~95달러로 낮춰 하단인 85달러에 상장했다. 당시 CNN 보도는 공모 흥행에 신중론이 우세했다고 전했으나, 1년 뒤 종가는 280달러로 공모가의 3.3배에 달했다. 기준선을 400억달러로 내려 에어비앤비를 대형군에 넣어도 공모가 이탈은 8곳 중 7곳이라 결론의 방향은 같다.
“큰 배일수록 진수식 박수는 짧고, 바다에 나가 맞는 파도는 길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극단에 선 두 출발선
12건 중 공모 때 가장 작았던 회사와 가장 컸던 회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다. 테슬라는 2010년 6월 공모가 17달러, 기업가치 약 16억달러로 상장했다. 테슬라 증권신고서(S-1) 기준 첫날 40.5% 올랐지만 5거래일 만에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다. 최저점은 −7.1%에 그쳤고 1년 뒤에는 공모가보다 66.4% 높았으니, 작게 상장해 길게 증명한 경로다.
스페이스X는 올해 6월 확정 공모가 135달러에 750억달러를 조달했다. 크런치베이스 집계로 상장 첫날 시총은 2조1000억달러에 달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른 목표 기업가치 1조7500억달러를 웃돈 성적이었다. 그러나 7월 중순 장중 공모가를 밑돌았고, 한때 공모가보다 19.7% 낮은 선까지 밀려났다. 패스트컴퍼니 보도대로 우주 대장주 역시 조기 공모가 붕괴를 피하지 못했다. 10월 15일 종가는 148.62달러로 첫날 종가보다 7.7% 낮다.
앤트로픽의 출발선은 테슬라가 아닌 스페이스X 쪽이다. 상장하는 순간 사상 최대 체급이 되고, 첫날 박수를 받은 뒤 버틸 시간이 바로 시작된다.
테슬라는 묘목을 심어 숲을 키웠고, 앤트로픽은 다 자란 나무를 통째로 옮겨 심는다.
앤트로픽의 위치… 12건 데이터로 추정한 필요 상승률
공모 때 가치를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2조4000억달러에 필요한 첫날 상승률이 크게 달라진다.
| 공모 때 가치 | 첫날 종가 2조2500억달러 | 2조3000억달러 | 2조4000억달러 | 2조5000억달러 |
|---|---|---|---|---|
| 1조5000억달러(로이터 보도) | +50% | +53.3% | +60% | +66.7% |
| 1조8000억달러(익명 투자자) | +25% | +27.8% | +33.3% | +38.9% |
| 2조달러(기존 보도) | +12.5% | +15% | +20% | +25% |
익명 투자자의 시나리오는 첫날 28~33% 상승이다. 대형군 중앙값 24.7%보다 높지만 알리바바(38.1%), 코인베이스(31.3%)가 이미 밟은 범위다. 공모 가치가 1조5000억달러로 정해지면 2조3000억~2조4000억달러에는 53~60% 상승이 필요한데, 대형군에 그런 전례는 없다.
매출 대비 몸값으로 보면 그림이 다르다. 12건과 같은 잣대인 직전 12개월 매출은 올해 1~3분기 331억달러에 지난해 4분기를 더한 값이다. 4분기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연매출이 약 46억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직전 12개월 매출은 331억~377억달러 사이다.
2조4000억달러면 매출의 64~72배이고, 1조5000억달러면 40~45배다. 공모 때 스노플레이크는 직전 12개월 매출의 82.5배, 스페이스X 증권신고서 기준 직전 회계연도 매출(186억7400만달러)의 93.7배였다. 몸집은 전례가 없지만 매출 배수는 전례 안에 있다.
분모는 감사받지 않은 숫자다. 앤트로픽 매출은 비공개 투자자 데이에서 공개돼 참석자 전언으로 보도됐다. 아마존(Amazon) 같은 클라우드 파트너 몫까지 매출 총액으로 잡았는지는 공개 증권신고서가 나와야 알 수 있다.
폴리마켓의 베팅… 첫날 시총 2조달러 하회에 54% 집중
예측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에는 앤트로픽 상장 첫날 종가 시총에 거는 시장이 열려 있다. 폴리마켓 계약 조건상 정산 기준은 첫 거래일 종가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한 값이다.

10월 16일 폴리마켓 호가 기준 가장 높은 확률은 1조7500억~2조달러 구간 29%다. 2조~2조2500억달러가 22%, 1조5000억~1조7500억달러가 17%로 뒤를 잇는다. 누적하면 2조달러 아래가 54%이고, 2조2500억달러 이상은 22%, 2조5000억달러 이상은 10%다. 2027년 말까지 상장하지 않는다는 쪽에는 3%가 걸렸다.
예측시장이 본 첫날 종가는 2조달러 안팎이다. 익명 투자자의 2조3000억~2조4000억달러보다 낮고, 기존 목표치 근처다. 다만 이 시장의 누적 거래액은 약 169만달러로 얇아 시장 전체의 판단으로 읽기는 어렵다. 로이터의 1조5000억달러는 공모 가치 논의라 첫날 종가와 바로 견주지 않았다.
2027년으로 밀린 오픈AI… 앤트로픽과 갈리는 지점
오픈AI는 6월 비공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구체적인 상장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오픈AI는 현재 2027년 상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샘 올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는 1조달러 미만의 기업가치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전한 1조달러 하한선은 8월 구주 거래 기업가치(8520억달러)보다 17% 높다. 폴리마켓 베팅 지표에서 참가자들은 ‘2026년 내 미상장’ 가능성에 95%의 확률을 부여하고 있다. 첫날 시총 구간은 모두 1% 이하라, 오픈AI 몸값에 걸린 의미 있는 가격은 아직 없다.
2027년의 오픈AI는 앞선 두 대형 상장의 성적표를 본 투자자를 상대한다. 스페이스X가 750억달러를 가져간 같은 해에 앤트로픽까지 공모 시장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픈AI는 12건 표에서 대형군 여덟 번째 칸에 들어갈 후보다.
대형 상장의 징크스인가… 시점과 업황이라는 변수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표본은 본지가 고른 12건이고 대형군은 7건뿐이라, 이 결과는 이 표본에서 보인 경향이지 법칙이 아니다.
시점도 섞여 있다. 코인베이스와 리비안은 2021년 거품의 정점에 상장했고, 우버는 상장 열 달 뒤 코로나 폭락을 맞았다. 에어비앤비와 스노플레이크는 반대로 코로나 유동성 장세에 올라탔다. 결과를 가른 것은 덩치보다 시점이었을 수도 있다.
반례도 하나 있다. 대형군에서 유일하게 1년 뒤 첫날 종가를 넘은 Arm은 AI 반도체 붐을 탔고, AI 서사가 예외를 만들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공모가를 깼다는 말의 깊이도 다르다. Arm −6.1%, 알리바바 −10.4%와 리비안 −73.6%, 우버 −67.1%는 같은 사건이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아직 나오지 않은 문서다. 공개 증권신고서에서 매출 인식 방식이나 ‘조정 흑자’의 정의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앞의 배수 계산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9000억달러의 빈칸
2조4000억달러와 1조5000억달러 사이 9000억달러를 메울 감사받은 숫자는 아직 하나도 없다. 미국 잡스법(JOBS Act) 규정에 따라 앤트로픽은 기관 투자자 로드쇼 시작 15일 전까지 비공개로 냈던 신고서를 대중에 전면 공개해야 한다.
11월 첫 거래일 종가는 본지 표의 열세 번째 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