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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Tesla)와 스페이스X(SpaceX)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관측이 다시 불붙었지만 아직 공식 발표된 것은 없다. 시장의 궁금증은 명확하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테슬라의 자율주행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지, 그록(Grok)과 커서(Cursor)는 어떤 변화를 맞는지다. 두 회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식 공시와 실적 발표 원문을 대조해 열 가지 핵심 질문을 팩트체크했다.
12월 주총 안건 누락… 공식 합병설의 진위
결론부터 짚으면 사실이 아니다. 테슬라가 지난 1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정기주주총회 위임장(DEF 14A)을 전수 분석한 결과, 오는 12월 3일 주총 안건은 이사 선임, 경영진 보수 자문투표, 감사인 승인 세 건에 그쳤다. 위임장은 주주에게 표결 안건을 사전 고지하는 법적 문서인데, 여기에 합병 안건은 단 한 줄도 없다.
확인된 공식 단서는 두 가지다. 스페이스X 내부에서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을 사전 검토했다는 블룸버그(Bloomberg)의 1월 29일 단독 보도가 첫 번째다. 이어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7월 22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에서 합병 질의를 받고 “실적 발표에서 기업 결합을 논할 수는 없다”며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원론적 답변이다.
상견례 사진은 돌았지만 청첩장을 받은 사람은 아직 없다.
실적 발표와 지분 교환… 재점화된 결합 시나리오
주요 일정과 공시 시점이 맞물렸다. 바클레이즈(Barclays)의 댄 레비(Dan Levy) 애널리스트는 10월 14일 보고서에서 12월 주총 전에 전격적인 합병 발표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RBC캐피털마켓(RBC Capital Markets)의 톰 나라얀(Tom Narayan) 연구원도 10월 19일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주당 480달러(약 64만원)에 인수하는 구체적 시나리오를 다시 꺼냈다. 같은 날 정기주총 위임장이 공개됐고, 이번 주에는 스페이스X가 10월 20일, 테슬라가 10월 21일(미국 현지 시각) 각각 3분기 실적 성적표를 발표한다.
두 회사는 이미 자본으로 깊숙이 얽혀 있다. 테슬라는 연례 사업보고서 공시대로 1월 16일 xAI에 약 20억달러(약 2조66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xAI가 2월 2일 스페이스X에 흡수 합병되면서 해당 투자는 스페이스X 지분으로 전환됐고, 테슬라는 정기주총 위임장 공시에 기재된 대로 3월 12일 납입을 완료했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 기준으로 테슬라가 보유한 주식은 1899만195주이며 지분율은 1% 미만이다.
한 지붕 아래 방을 나눠 쓰던 두 집이 호적까지 합치느냐는 이야기다.
스페이스X의 테슬라 인수… 3.7조달러 결합 법인의 밑그림
구체적 조건이 확정된 것은 없지만, 월가 투자은행들은 스페이스X가 주식 교환 방식으로 테슬라를 인수하는 구조를 유력하게 제시한다. 바클레이즈는 인베스팅닷컴 집계 기준 스페이스X가 전액 주식으로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는 시나리오를 기본 모델로 상정했다.
RBC 분석은 테슬라 주주에게 약 30%의 프리미엄(웃돈)을 얹은 주당 480달러를 가정한 뒤, 합병 법인의 기업가치를 3조7400억달러(약 4974조원)로 추산했다. 이 경우 지분율은 스페이스X 주주 52%, 테슬라 주주 48%로 나뉜다. 지난 7월 추산 당시 테슬라 주주 몫이 54%였던 점을 감안하면, 석 달 사이 가치 평가의 추가 스페이스X 쪽으로 기운 셈이다. 다만 RBC는 실제 거래 진행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월가 일부 매체는 바클레이즈의 계산을 테슬라 1주당 스페이스X 약 0.7주 교환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수치를 단순 주식 교환 비율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10월 20일 시세 기준 스페이스X 0.7주의 가치는 약 104달러에 불과해 테슬라 주가 368달러의 28%에 그치기 때문이다. 본지가 양사 시가총액을 정밀 대조한 결과, 0.7은 바클레이즈가 산정한 두 회사의 시가총액 비율(1조5000억달러 대 2조1000억달러)에 해당했다. 웃돈 없이 시가총액을 1:1로 맞추면 테슬라 1주는 스페이스X 약 2.49주로 교환된다.
1GW 콜로서스와 코르텍스… FSD 연산 공유의 허와 실
직접적인 성능 개선을 입증하는 공식 근거는 없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산하 AI 슈퍼컴퓨터 시설인 콜로서스(Colossus)를 활용해 테슬라의 주행 보조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를 학습시키면 개발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가 공개한 테네시주 멤피스의 콜로서스와 콜로서스 II 전력 인프라는 합산 약 1GW 규모에 달한다. 반면 테슬라 2분기 실적 자료에 기재된 자체 학습 클러스터 코르텍스(Cortex)는 1호가 90MW 이상, 2호가 115MW 이상이다. 전력 공급 규모로만 보면 다섯 배 차이다.
그러나 테슬라가 콜로서스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는 공시는 전무하며, 본지가 양사 공시의 자금 흐름을 맞대어 본 결과 거래 방향도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테슬라는 정기주총 위임장에서 2025년 xAI에 4억3010만달러(약 5720억원) 규모의 제품을 공급했다고 밝혔는데, 대부분 에너지저장장치(ESS) 메가팩(Megapack) 판매였다. 반면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상 xAI가 같은 해 테슬라로부터 거둔 매출은 200만달러에 불과했다. 슈퍼컴퓨팅 연산 자원을 대규모로 나눠 쓰는 사이라면 성립할 수 없는 금액이다.
FSD는 차량 카메라 영상 신호를 입력받아 운전 조작값을 직접 도출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신경망으로, 대화형 언어모델인 그록과는 아키텍처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머스크 역시 2024년 9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슬라가 xAI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할 필요는 없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수학 과외 교사가 도로주행 강사가 될 수는 없다.
Tesla has not discussed licensing anything from xAI. Tesla has learned a lot from discussions with engineers at xAI that have helped accelerate achieving unsupervised FSD, but there is no need to license anything from xAI.
— Elon Musk (@elonmusk) September 8, 2024
합병이 FSD에 닿는 길이 있다면 칩이다.
조수석에 머문 그록… 자율주행 조작 연동의 한계
이미 탑재돼 있다. 테슬라는 2025년 7월 차량 내 그록 활성화 방법을 공지했다. 초기에는 단순 음성 대화 기능에 머물렀지만, 2026년 여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거치며 전화 걸기와 음악 검색, 차량 공조 장치 제어까지 지원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운전 조작은 담당하지 않는다. 그록 음성 명령으로 FSD를 직접 제어하는 기능은 여전히 개발 약속 단계다. 머스크는 6월 18일 해당 기능이 3개월 뒤 출시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10월 20일 현재 공식 배포 공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도 사정은 같다. 머스크는 2025년 6월 옵티머스에 그록 음성 비서를 적용하느냐는 질문에 이미 활용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록은 운전석이 아니라 조수석 내비게이터 자리에 앉아 있으며, 그 자리는 합병 없이도 이미 채워졌다.
스페이스X 100% 자회사 편입… 배제된 타사 AI 모델
커서는 이미 스페이스X 자회사이므로 테슬라와의 합병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스페이스X는 6월 16일 공시에서 AI 코딩 플랫폼 커서(Cursor)를 600억달러(약 79조8000억원) 기업가치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8월 14일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며 커서를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변화는 요금제에서 먼저 가시화됐다. xAI가 10월 12일 공개한 통합 구독 상품은 그록과 커서, X 프리미엄을 단일 패키지로 묶었다. 커서 공식 정책 문서를 확인한 결과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나 오픈AI의 GPT,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등 타사 모델은 통합 구독 요금제의 기본 사용량에서 제외됐으며, 월 8달러 보급형 요금제에서는 아예 접근할 수 없다. 기존 레거시 요금제 이용자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오픈AI(OpenAI)는 8월 28일 공식 성명을 통해 스페이스X가 서비스 약관을 준수할지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11월 12일부터 커서 이용자의 GPT 모델 접근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 역시 커서 개발자들의 코딩 데이터가 그록 모델의 코딩 능력 고도화에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던 편집숍이 자체 상품 진열대를 매장 입구로 옮긴 모양새다.
22조원 규모 합작 AI 팹… 이사회 이중 승인 병목의 돌파구
양사가 공동 추진하는 차세대 AI 전용 반도체 공장이다. 머스크는 3월 텍사스 오스틴 행사에서 테라팹(Terafab)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테슬라는 8월 6일 공식 발표를 통해 본 공장을 텍사스 그라임스 카운티에 짓는다고 확정했으며, 기가텍사스 부지 내 파일럿 연구용 팹은 4월 착공에 들어갔다. 텍사스 주지사실이 공개한 테라팹 1단계 투자 규모만 168억달러(약 22조3000억원)를 웃돈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는 테라팹의 생산 품목으로 테슬라 완성차 및 옵티머스용 AI 칩과 스페이스X 우주 데이터센터용 위성 칩 두 축을 명시했다. 다만 같은 문서는 테슬라와 기본 골격(General Framework)에만 합의했을 뿐, 세부 공정 일정과 투자 지분은 개별 사업마다 별도 협상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합병론의 실질적인 진원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머스크는 4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계열사 간 내부 거래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양측 이사회의 독립 승인을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구조라고 털어놨다. 7월 컨퍼런스콜에서 그가 두 회사가 구조적으로 맞물리는 핵심 교차점으로 꼽은 것도 테라팹이었다.
공동 부엌 하나를 쓰면서 메뉴마다 두 집 가장의 결재를 받는 꼴이다.
30% 주가 프리미엄과 의결권 박탈의 맞교환
웃돈과 의결권을 맞바꾸는 거래다. 주가 측면에서는 단기 프리미엄이 유리하다. RBC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테슬라 주주는 현 주가보다 약 30% 높은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모닝스타의 분석은 테슬라 주주가 합병 법인의 최소 50% 지분을 확보해야 공정한 거래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의결권이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지배구조를 보면 스페이스X는 1주 1표를 갖는 클래스 A 보통주와 1주당 10표를 행사하는 클래스 B 주식으로 나뉜 이중 지배구조(Dual-class)를 채택하고 있으며, 클래스 B 주주가 이사회 정원의 51%를 독점 선출한다. 테슬라 주주가 합병 대가로 클래스 A 주식을 받게 되면, 지분은 있어도 이사회를 견제할 실질적 의결권은 상실된다. 마이클 이웬스(Michael Ewens)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합병 대가가 주식이 아닌 현금이었다면 테슬라 주주들의 우려가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리비를 깎아 주는 대신 반상회 표결권 대부분을 넘기는 이사와 비슷하다.
클래스 B 10표 복수의결권… 머스크 지배력 76% 수직 집중
단순 지분율보다 의결권 집중도가 압도적으로 커진다. 테슬라의 위임장 공시에 기재된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율은 19.8%다. 반면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상 머스크는 의결권의 82.4%를 독점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시나리오는 합병 후 머스크의 지분율을 약 37%, 의결권을 약 56%로 추정했다. 그러나 본지 분석 결과는 달랐다. 동일한 시가총액 전제 아래 프리미엄을 제외하고 스페이스X의 이중 클래스 지배구조를 대입하면, 테슬라 주주가 신규 클래스 A 주식 약 94억주를 교부받더라도 기존 클래스 B의 10표 복수의결권은 온전히 유지된다. 이 경우 머스크의 실질 지분율은 약 34%에 그치지만, 의결권은 약 76%까지 치솟는다. 바클레이즈 원문 보고서의 세부 산출식이 비공개 상태여서 두 시나리오의 전제가 어디서 갈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발행주식 과반 표결과 미·중 안보 갈등의 장벽
가장 강력한 관문은 테슬라 일반 주주 표결이다. 테슬라는 2024년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본사 법인을 옮기면서 정관 개정안을 통해 합병 승인 요건을 ‘발행주식 총수의 과반 찬성’으로 규정했다. 주총에 출석하지 않은 주식도 전체 분모에 포함되기 때문에 주총 기권표는 사실상 반대표와 동일한 위력을 지닌다. 실제 테슬라의 2025년 11월 임시주총 결과 공시(Form 8-K)를 분석한 결과, xAI 투자 안건은 찬성 10억5900만표로 반대 9억1600만표를 앞섰음에도 기권 4억7300만표가 반대로 산입되면서 과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된 전례가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충돌도 치명적이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가 밝힌 2025년 회사 매출 중 약 20%는 미국 국방부와 NASA 등 연방정부 기관에서 발생한 안보 직결 자금이다. 반면 테슬라의 2025년 사업보고서상 전체 매출 948억2700만달러 가운데 22%에 달하는 209억6200만달러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미국의 핵심 방위산업체와 거대한 중국 공장을 단일 법인 울타리 안에 묶는 것은 워싱턴 안보 당국의 거센 견제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일정 역시 촉박하다. 텍사스주 회사법 규정상 합병 안건을 다룰 주주총회는 최소 21일 전에 공식 소집 공고를 마쳐야 하며, 신주를 발행하는 합병이라면 SEC 증권신고서의 효력도 확보돼야 한다. 안건이 이미 확정된 12월 3일 정기주총에서 합병 표결까지 일괄 처리되기는 불가능하며, 바클레이즈가 언급한 것도 주총 전 구두 발표에 불과하다.
머스크가 말한 적절한 절차의 문턱은 발행주식 과반이다. 지난해 같은 문턱 앞에서 xAI 투자안은 찬성표를 더 받고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