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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상대로 한 미국 언론사들의 인공지능(AI) 저작권 소송에 시애틀 타임스(The Seattle Times)와 뉴스데이(Newsday)가 가세했다. 두 언론사가 기존 소송에 원고로 합류한 것은 아니고, AI 학습에 자사 기사를 무단 이용했다는 같은 유형의 별도 소송을 새로 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뉴욕타임스 등 기존 언론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약식판결(summary judgment) 공방이 시작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애틀 타임스와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신문 뉴스데이는 4일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두 언론사는 피고 기업들이 허락 없이 자사 웹사이트에서 기사를 수집하고 ‘유료 구독 안내문(paywall)’ 뒤에 있는 콘텐츠까지 챗GPT(ChatGPT),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 빙(Bing)의 AI 기능 등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의 주장은 앞서 뉴욕타임스 등 언론사들이 제기한 소송과 닮았다. AI 기업이 기사를 모델 학습에 이용하기 위해 복제한 행위뿐 아니라 AI 서비스가 기사의 일부를 재현하거나 원문과 유사한 내용을 제공하면서 독자가 언론사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구독할 필요를 줄였다는 것이다.
시애틀 타임스와 뉴스데이는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과 함께 문제가 된 저작물이 포함된 복제물의 폐기를 요구했다. 저작물을 포함하는 학습 데이터셋이나 AI 모델의 폐기를 명령해 달라는 구제도 요구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앨런 피스코(Alan Fisco) 시애틀 타임스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회사가 매년 수백만달러를 들여 만드는 콘텐츠를 동의나 보상 없이 이용하도록 둘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애틀 타임스는 1896년 창간된 매체다.
오픈AI는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이용한 모델 학습이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소송 제기에 놀랐다”면서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새 소송 제기된 날, 기존 사건은 약식판결 단계로
이번 제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점이다. 시애틀 타임스와 뉴스데이가 별도의 유사 소송을 제기한 4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기존 언론사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사이의 저작권 소송에서는 약식판결 신청이 시작됐다.
미국 다중관할소송(Multi District Litigation, MDL, 병합소송) 사법패널(JPML)은 2025년 4월 여러 작가와 언론사가 오픈AI 등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을 뉴욕 남부연방법원으로 모았다. 이에 따라 ‘오픈AI 저작권 침해 병합소송(In re OpenAI, Inc., Copyright Infringement Litigation, MDL No. 3143)’이 만들어졌고 시드니 스타인(Sidney H. Stein) 연방판사가 사건을 맡고 있다.
JPML의 이송 명령에 따르면 여기에는 뉴욕타임스 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The New York Times Company v. Microsoft Corporation et al., 1:23-cv-11195)를 비롯해 작가조합(Authors Guild) 관련 사건과 데일리뉴스(Daily News), 탐사보도센터(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 등이 제기한 사건들이 포함됐다.
MDL은 공통된 사실관계를 가진 여러 연방 민사사건을 한 법원에 모아 증거개시 등 공통 절차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제도다.
스타인 판사는 지난달 7일 법원 명령을 통해 뉴스 언론사 사건의 약식판결 서면 분량과 절차를 정했다. 최초 서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에 각각 8750단어, 언론사 원고 측에는 합계 1만7500단어까지 허용했다.
법원이 이처럼 많은 분량을 별도로 배정한 것은 양측이 본안의 핵심 법률·사실 쟁점을 놓고 대규모 서면 공방을 벌이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약식판결은 재판에서 따져야 할 중요한 사실에 양 당사자가 다툼이 없을 경우, 중요 쟁점에 대해 배심재판 전에 판사가 법률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4일에는 예정대로 양측의 약식판결 신청이 제출됐다. 이에 따라 AI 학습과 뉴스 저작권을 둘러싼 선행 소송은 소송 자체가 성립하는지를 다투던 초기 단계를 넘어 증거개시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핵심 책임과 법률문제를 판단받는 국면으로 이동했다.
매체들에 따르면, 시애틀 타임스·뉴스데이 사건은 기존 MDL과 쟁점이 유사하지만 MDL에 자동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기존 MDL과 절차를 연계할지, 별도로 진행할지 등은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핵심은 ‘AI 학습 복제’와 ‘뉴스 시장 대체’
양측이 충돌하는 가장 큰 법률 쟁점은 저작권이 있는 기사를 AI 모델 학습에 이용하기 위해 복제하는 행위가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다.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는 공정 이용을 판단할 때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성격, 사용한 부분의 양과 중요성, 원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하도록 한다.
오픈AI 측 논리에서 중요한 것은 학습의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 성격이다. 저작물을 독자에게 그대로 제공하기 위해 복제한 것이 아니라 방대한 텍스트의 관계와 패턴을 학습해 새로운 기능을 가진 AI 모델을 만드는 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언론사들은 학습 과정만 떼어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AI가 언론사의 콘텐츠를 토대로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경우에 따라 원문의 일부나 유사한 내용을 제공한다면 독자가 원래 웹사이트를 방문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유료 기사와 뉴스 콘텐츠 라이선스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은 공정 이용의 네 번째 요소인 ‘시장 희석’과 연결된다.
따라서 이번 법정 공방은 단순히 “AI가 기사를 읽어도 되는가”를 판단하는 사건과는 거리가 있다. 콘텐츠를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 학습을 위해 어떤 복제가 이뤄졌는지, 학습된 모델이 무엇을 출력하는지, 그 결과 기존 기사와 라이선스 시장을 얼마나 대체하는지가 서로 구분되면서도 연결된 쟁점이다.
미 법무부도 오픈AI 측 공정 이용 논리에 힘 실어
약식판결 신청을 앞두고 미국 정부도 법원에 입장을 냈다. 미 법무부는 1일 오픈AI MDL에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 진술서(Statement of Interest of the United States)’를 제출했다.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법무부는 저작권이 있는 텍스트를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에 이용하기 위해 복제하는 행위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는 오픈AI 측 논리를 지지했다.
다만 정부의 주장을 “AI가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은 모두 공정 이용”이라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부의 주장은 모델 학습 단계에서 이뤄지는 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이터를 처음 어떤 방법으로 확보했는지와 모델이 이용자에게 어떤 결과물을 출력하는지는 별도의 저작권 문제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이해관계 진술서는 판사를 구속하는 판례나 법원의 결정도 아니다. 미국 정부가 민간 소송에서 법률문제에 관한 정부의 이해와 입장을 법원에 제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나올 약식판결은 AI 저작권 분쟁에서 특히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사건에는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여러 언론사와 작가들의 사건이 묶여 있고, 이들이 제기한 핵심 쟁점 가운데 상당 부분이 AI 산업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
지역 언론사들의 소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법률회사 미시콘 드 레야(Mishcon de Reya)의 생성형 AI 지식재산권 소송 추적 자료에 따르면 미국 지역·지방신문 약 400개를 소유한 언론사들도 지난 6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기존 OpenAI MDL의 약식판결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절차가 정지된 상태다.
이는 선행 MDL에서 나올 판단이 뒤이어 제기된 사건에도 사실상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법원의 약식판결이 모든 AI 저작권 사건의 결과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저작물의 종류, 데이터 취득 경로, 모델 학습 방법, 출력 형태와 시장 영향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사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AI 학습을 공정 이용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웹 크롤링과 저작물 이용이 자동으로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특정한 학습 행위를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한다고 해서 모든 AI 기업에 뉴스 콘텐츠의 유료 라이선스가 일률적으로 의무화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기존 사건의 약식판결은 AI 기업과 언론사 사이의 협상 구도를 바꿀 수 있다. 특히 법원이 뉴스 콘텐츠의 기존 구독시장이나 AI 학습용 라이선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향후 언론사와 AI 기업 사이의 콘텐츠 사용료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Q&A
Q1. 시애틀 타임스와 뉴스데이가 뉴욕타임스의 기존 소송에 참여한 것인가?
아니다. 두 언론사는 4일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새로 제기했다. 기존 사건과 피고 및 핵심 저작권 쟁점이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소송전에 가세한 것이다. 기존 MDL에 자동으로 원고가 추가된 것은 아니다.
Q2. 기존 오픈AI 저작권 소송은 지금 어느 단계인가?
뉴욕타임스 등 언론사 사건과 작가들의 관련 사건은 MDL 3143으로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모여 있다. 4일 양측이 약식판결을 신청하면서 핵심 법률·사실 쟁점에 대해 재판 전에 판단을 내려 달라고 요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Q3. 약식판결이 나오면 정식 재판은 없어지는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판사가 사건 전체에 대해 약식판결을 내릴 수도 있지만 일부 쟁점만 판단하고 사실관계에 다툼이 남은 부분은 재판으로 보낼 수도 있다. 따라서 약식판결 신청 자체를 최종 판결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
Q4. 미국 정부는 모든 AI 학습이 공정 이용이라고 본 것인가?
그렇게 넓게 해석하기 어렵다. 법무부가 이번 사건에서 지지한 핵심 논리는 저작권이 있는 텍스트를 LLM 학습에 이용하기 위한 복제가 공정 이용이라는 것이다.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법이나 모델이 생성하는 출력물 등에는 별도의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Q5. 기존 사건의 판결이 시애틀 타임스·뉴스데이 소송도 결정하는가?
자동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은 법원에서 유사한 쟁점을 먼저 다루는 만큼 중요한 법적 기준과 소송 전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다른 지역신문사들이 제기한 유사 사건 가운데는 기존 MDL의 약식판결 결과를 기다리며 절차가 정지된 사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