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AI 요약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의 인공지능(AI) 관련 공시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기업들이 AI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규모를 설명하면서 실제 사업 현황이나 재무적 위험을 왜곡하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AI 기술력과 활용 실적을 부풀려 투자자를 유인하는 이른바 ‘AI 워싱(AI Washing)’도 주요 감시 대상이다.
로이터는 10월 30일 “SEC가 AI 기업의 공시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으며, AI 투자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 간 순환거래와 대규모 투자 지출이 정확하게 공개되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우드콕(David Woodcock) SEC 집행국장은 AI 산업의 혁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가 기업의 중요한 위험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SEC의 법 집행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AI 기업의 기술력 과장뿐 아니라 AI 투자와 관련된 재무정보의 정확성까지 감독 범위에 포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순환거래·대규모 투자 지출도 감시 대상
SEC가 살펴보는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AI 기업 간 복잡한 자금 거래다.
AI 개발사와 클라우드 기업, 반도체 공급업체가 투자와 구매 계약으로 연결된 경우 기업이 발표하는 매출과 투자금액을 투자자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AI 기업에 투자한 자금이 다시 투자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나 반도체 구매에 사용된다면, 투자자는 해당 거래의 구조와 매출 발생 조건, 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알아야 기업의 재무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거래 구조 자체가 곧바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증권법상 쟁점은 투자 판단에 중요한 거래 조건과 위험이 허위로 설명되거나 누락됐는지에 있다.
로이터는 10월 30일 “우드콕 국장이 기업 공시의 정확성뿐 아니라 AI를 이용한 금융사기와 사모시장의 이해충돌, 자산가치 평가 문제도 SEC의 감독 대상으로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AI를 활용하면 금융사기의 실행 비용이 낮아지고 더 많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기 행위를 확대하기 쉬워진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개인투자자 보호 조치 역시 감독 대상에 포함된다.
SEC, 이미 AI 워싱으로 투자자문사 제재
SEC의 AI 관련 허위·과장 광고 단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EC의 2024년 3월 18일 발표에 따르면 SEC는 투자자문사 델피아(Delphia)와 글로벌 프레딕션스(Global Predictions)가 실제 보유하지 않은 AI 기술을 투자 서비스에 활용한다고 허위·과장 설명한 혐의로 제재했다.
델피아는 고객 데이터를 AI와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유망 기업을 예측한다고 홍보했지만 SEC는 회사에 광고에서 주장한 기술적 역량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프레딕션스 역시 AI 기반 투자 예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하면서 실제 서비스의 기능을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두 회사는 SEC의 판단을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않는 조건으로 총 40만달러(1달러당 1430원 가정 시 약 5억7200만원)의 민사제재금 납부에 합의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AI 기반 자동매매 플랫폼의 기술력과 투자 실적을 허위로 설명한 리마캐피털(Rimar Capital) 관련 사건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SEC의 2024년 10월 10일 발표에 따르면 관련 당사자들은 AI 자동매매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설명 등을 이용해 투자자 45명으로부터 약 400만달러(약 57억2000만원)를 모집했다.
SEC는 기술적 역량뿐 아니라 운용자산과 투자수익률에 관한 허위 설명도 문제 삼았다. 관련 당사자들은 총 31만달러(약 4억4300만원)의 민사제재금 납부에 합의했다.
AI 공시, 기존 증권법으로도 규제 가능
SEC는 별도의 AI 공시 규칙이 없어도 기존 증권법에 따라 허위·오해를 유발하는 기업 공시를 감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2024년 6월 24일 에릭 거딩(Erik Gerding) 당시 SEC 기업금융국장은 기업 공시 심사에 관한 공식 발표에서 AI 관련 공시의 주요 점검 기준을 제시했다.
기업은 AI의 의미와 실제 사용 방법을 명확히 설명하고, AI가 경영 실적과 재무상태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별 상황과 무관한 일반적인 위험 설명이나 실제 사업과 관계없는 AI 홍보 문구도 점검 대상으로 제시됐다.
미국 증권법 체계에서 상장기업은 중요한 사업 위험을 공시해야 하며,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 진술이나 중요한 사실의 누락은 증권사기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관련 공시에서도 중요한 것은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실제 기술 활용 현황과 사업·재무적 영향을 투자자에게 정확하게 설명했는지 여부다.
SEC 자문위원회, AI 활용 실태 별도 공시 권고
AI 관련 기업 공시를 구체화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SEC 투자자문위원회(Investor Advisory Committee)는 2025년 12월 4일 AI의 기업 운영 영향에 관한 공시 권고안을 승인했다.
위원회는 기업이 공시에서 사용하는 AI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사회가 AI 도입을 감독하는 체계를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AI가 기업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내부 업무와 소비자 대상 제품·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해 공시하도록 제안했다.
이 권고안은 SEC가 채택한 구속력 있는 규칙이 아니라 투자자문위원회가 제출한 정책 권고다.
최근 감독계획에도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반영됐다. SEC는 10월 23일 발표한 2027 회계연도 검사 우선순위에서 초지능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시장 운영과 규정 준수, 사기 예방, 투자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 검사 분야로 지정했다.
이 계획은 투자자문사와 증권사 등 SEC 등록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 우선순위다. 상장기업의 AI 공시에 대한 집행국의 감시와는 감독 기능이 구별된다.
키스 캐시디(Keith Cassidy) SEC 검사국장은 10월 23일 공식 발표에서 “우리가 감독하는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검사 프로그램도 그에 맞춰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Q&A
Q1. AI 워싱은 AI 기술을 과장하면 모두 성립하는가?
아니다. AI 워싱은 기업이 실제 기술 수준이나 활용 실적을 허위·과장하는 행위를 가리키지만, 법적 책임은 구체적인 진술 내용과 중요성, 적용 법률에 따라 결정된다. 단순한 홍보성 표현과 투자 판단에 중요한 허위 진술은 구별해야 한다.
Q2. SEC가 AI 관련 공시를 문제 삼을 때 적용하는 법률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미국 1933년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과 1934년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이 있다. 증권거래법 제10조(b)와 SEC 규칙 10b-5는 중요한 사실에 관한 사기적 진술과 누락 등을 규율한다. 구체적인 적용은 행위 유형과 책임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Q3. AI 기업 간 순환거래는 불법인가?
순환거래 자체가 반드시 불법인 것은 아니다. 기업 간 투자와 상품·서비스 구매는 정상적인 상거래일 수 있다. 다만 투자금이 다시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에서 거래의 경제적 실질을 왜곡하거나 중요한 계약 조건과 재무적 위험을 누락한다면 회계·공시·증권사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