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절반이 쓰는 AI… 사용법이 달라야 성적이 오른다

[AI를 읽는 두 개의 시선 ⑥] AI의 답을 진짜 실력으로 바꾸는 ‘바람직한 어려움’의 원리

책상에 앉은 사람이 펼친 교재와 공책을 보며 연필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책상에서 문제집을 풀며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고등학생
핵심 요약 AI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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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AI 활용:전국 고등학생 3525명 대상 설문에서 47.7%가 수행평가를 제외하고도 주 1회 이상 공부에 AI를 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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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방식의 차이:진학사의 단발성 실험에서 챗GPT의 수능 국어 점수는 시험지 전체에 정답만 요구했을 때 8점, 문제를 나누고 단계별 근거를 요구했을 때 95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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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의존의 역효과:와튼스쿨 연구진의 실험에서 일반적인 AI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은 연습 점수가 높았지만,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AI를 쓰지 않은 집단보다 17% 낮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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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중심 학습:같은 실험에서 정답 대신 힌트로 풀이를 유도하는 AI 튜터를 쓴 학생들은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 비교 집단과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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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 튜터 효과:하버드대 연구진의 물리학 입문 수업 실험에서 단계별 풀이를 이끈 AI 튜터 집단의 시험 점수 향상 폭은 강의실 수업 집단의 두 배를 넘었지만, 연구진은 결과를 입문 단계로 한정했다.

사교육 현장에서 요즘 고등학생들을 보면, 공부, 숙제, 수행평가를 가리지 않고 AI를 필수품처럼 쓴다. 영어사전이나 지식백과를 찾아보듯, 인터넷에서 작년 수능 문제의 해설을 검색하듯, 그렇게 하나의 검색 도구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올해 2월 전국 고등학생 35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서 응답자의 47.7%는 수행평가를 제외하고도 주 1회 이상 공부에 AI를 쓴다고 답했다. 주된 용도(AI 사용 학생 2724명, 최대 2개 선택)는 어려운 개념 설명(49.7%)과 문제 풀이 도움(29%)이었다.

다만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 걱정이 앞선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어 문제를 찍고 챗GPT(ChatGPT)에 묻는다. 대부분 무료 기본 버전을 쓰며, 질문은 ‘풀어줘’ 혹은 ‘답을 알려줘’ 한마디이다. 그리고 화면에 뜬 풀이를 그대로 옮겨 적는다. 문제는 그 풀이가 틀린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설령 맞는 풀이라도 학생에게 왜 그렇게 되는지 되물으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AI는 묻는 만큼만 답한다. 같은 AI라도 무엇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의 질이 달라지고, 그 답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학습의 결과도 달라진다. 같은 AI를 쓰고도 왜 누군가는 성적이 오르고 누군가는 떨어질까.

수능 8점 받은 챗GPT

AI가 실제 수능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푸는지 확인한 실험이 있다. 지난해 11월 연세대 인공지능융합대 김시호 교수 연구팀은 챗GPT, 제미나이(Gemini), 퍼플렉시티(Perplexity), 딥시크(DeepSeek) 무료 버전의 인터넷 검색을 차단한 뒤 2026학년도 수능 국어·영어·수학을 풀게 했다. 수식은 별도 표기로 변환하고 표와 그림은 PDF로 넣는 등 AI가 읽기 좋게 문제를 가공한 실험이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보면, 네 모델 중 가장 성적이 좋았던 챗GPT조차 영어는 86점(2등급), 국어(화법과 작문 선택)는 53점에 그쳤다. 수학(확률과 통계 기준)은 96점을 기록했지만, 연구팀이 고난도로 분류한 문항에서는 챗GPT가 맞힌 확률과 통계 30번을 제외하면 네 모델 모두 오답을 냈다. 2위였던 딥시크도 영어 93점으로 만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학생들이 정답지처럼 믿고 받아 적는 무료 AI의 풀이가 실은 만점짜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 같은 AI라도 문제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랐다. 진학사는 같은 달 챗GPT에 2026학년도 수능 국어를 세 가지 방식으로 풀게 했다. 시험지 전체를 이미지 파일 하나로 묶어 정답만 요구하자 공통과목과 화법과 작문을 합쳐 8점(9등급)이라는 참담한 성적이 나왔다. 반면 문제를 문항 세트별로 쪼개어 넣자 53점(5등급)으로 올랐고, 단계별 풀이 과정과 근거를 함께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95점(1등급)까지 뛰었다. 물론 기업이 단발성으로 진행한 자체 실험이고, 단계별 풀이에서 오히려 틀린 문항이 나오는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평소 습관처럼 문제 사진을 보내고 답을 요구하는 단순한 방식이 이 실험에서 9등급을 받은 질문법과 닮아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시험지를 통째로 넣으면 AI가 문제의 글자와 구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2025학년도 수능 지구과학Ⅰ 풀이 연구에 따르면, GPT-4o와 제미나이에 시험지 한 페이지를 통째로 입력했을 때 문항을 구분하고 텍스트를 인식하는 단계에서부터 오류가 발생해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 AI가 엉뚱한 답을 내놓는 데에는 문제를 주는 방식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이다.

정답을 받아 적으면 왜 시험에서 막힐까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다듬어 AI에게서 정확한 정답을 받아낸다 해도 본질적인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AI가 떠먹여 준 정확한 풀이가 학생의 실력과 점수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하므사 바스타니(Hamsa Bastani)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7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실험이 이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튀르키예 고등학생 1000명 가까이에게 수학 문제를 푸는 시간에 AI를 활용하게 했다. 한 집단에는 일반 챗GPT와 유사한 ‘GPT 베이스(GPT Base)’를, 다른 집단에는 학습 효과를 해치지 않도록 사전 지시문을 심어둔 ‘GPT 튜터(GPT Tutor)’를 제공했고, 비교 집단은 AI 없이 교과서와 필기만으로 공부하게 했다.

AI의 도움을 받는 연습 시간에는 두 집단 모두 성적이 크게 올랐다. 비교 집단보다 GPT 베이스 집단은 48%, GPT 튜터 집단은 127% 높은 연습 점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AI 없이 치른 실제 시험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GPT 베이스를 쓴 학생들이 아예 AI를 쓰지 않은 비교 집단보다 오히려 17%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연구진은 이 학생들이 연습 시간에 AI를 스스로 걷기 위한 보조기구가 아니라 당장 몸을 기댈 ‘목발(crutch)’로 썼다고 설명했다.

공부할 때는 잘하다가 정작 시험장에서 막히고 무너지는 현상은 학습과학이 오래전부터 다뤄 온 주제다. 미국 UCLA의 심리학자 로버트 비요크(Robert Bjork)는 배움의 과정에서 적당히 애를 먹어야 기억이 오래 남는다는 뜻에서 이를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이라 명명했다. 스스로 개념을 떠올리고, 막히고, 다시 끙끙대며 풀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배운 내용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AI가 그 고단한 과정을 대신해 주면 당장의 문제 풀이는 수월해지지만, 정작 시험장에서 혼자 풀어야 할 때는 손이 나가지 않는다. 틀린 풀이를 받아 적는 것도 문제지만, 맞는 풀이라도 고민 없이 그대로 옮겨 적기만 하면 공부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틀린 풀이를 받아 적는 것도 문제지만, 맞는 풀이라도 고민 없이 그대로 옮겨 적기만 하면 공부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답 대신 힌트를 주는 AI

반면 같은 실험에서 ‘GPT 튜터’를 쓴 학생들의 결과는 달랐다. 두 AI 모두 기반 모델은 GPT-4로 같았지만, 교사의 의견을 반영해 설계한 시스템 지시문이 차이를 만들었다. 와튼스쿨 연구진에 따르면 GPT 튜터는 정답을 곧바로 알려주는 대신 힌트를 던지며 학생 스스로 풀이를 찾아가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이 학생들은 AI 없이 치른 사후 시험에서도 자력으로 공부한 비교 집단과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답 대신 힌트를 주도록 한 장치가 AI 의존에 따른 성적 하락을 방어한 셈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AI 튜터가 일반 강의실 수업보다 높은 학습 효과를 낸 사례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그레그 케스틴(Greg Kestin) 박사 연구진은 2023년 가을 물리학 입문 수강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주는 집에서 AI 튜터로, 다른 한 주는 강의실에서 능동 학습(Active Learning) 수업으로 번갈아 배우게 했다.

이 실험의 AI 튜터는 실제 강의실의 교수법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학생의 능동적 참여를 끌어내고, 한 번에 과도한 정보를 주지 않아 인지 부하를 조절하며, 노력하면 풀 수 있다는 태도를 북돋우도록 지시문을 짰다. AI는 문제를 잘게 쪼개 학생이 한 단계씩 풀어가도록 이끌었고, 교수진이 미리 작성해 둔 단계별 모범 풀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지난해 6월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린 결과(분석 대상 194명)를 보면, AI 튜터로 학습한 집단의 사후 시험 점수 향상 폭(중앙값)은 강의실 수업 집단의 두 배를 넘었다. 학습에 걸린 시간(중앙값 49분)은 기존 수업(연구진 추정 60분)보다 짧았고, 학생들의 자체 몰입도 평가도 5점 만점에 4.1점으로 강의실 수업(3.6점)을 앞섰다. 물론 연구진은 이 결과가 개념을 처음 배우고 적용하는 입문 단계에 한정되며, AI 튜터가 모든 수업에서 강의실보다 낫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와튼과 하버드의 실험이 교육자의 사전 설계를 통해 이러한 ‘단계별 유도’를 구현했다면, 최근 AI 기업들은 아예 일반 모델 안에 이 기능을 넣고 있다. 오픈AI(OpenAI)는 지난해 7월 무료 사용자도 쓸 수 있는 ‘학습 모드(Study Mode)’를 챗GPT에 도입했다. AI가 학생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져 이해도를 점검하고, 학생이 직접 시도하기 전에는 정답을 바로 내주지 않는 기능이다. 올해 8월에는 만 13~17세를 위한 ‘청소년용 챗GPT(ChatGPT for Teens)’를 내놓으면서, 과제를 손쉽게 해치우려는 낌새가 보이면 학습 모드로 안내하고 학생이나 부모가 정한 시간에는 학습 모드가 기본으로 켜지게 했다. 앤트로픽(Anthropic)도 지난해 4월 대학용 서비스인 ‘클로드 포 에듀케이션(Claude for Education)’에 질문으로 사고를 유도하는 ‘학습 모드(Learning Mode)’를 탑재했다. 아직 학습 효과가 학술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단계는 아니지만, 정답 자판기 역할을 하던 AI의 작동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앞선 실험들을 놓고 보면, AI가 정답을 맞히게 한 방식과 학생의 성적을 올린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한 번에 답을 구하지 않고 과정을 쪼개어 단계를 밟았다는 점이다. 진학사 실험에서는 문제를 나누고 단계별 근거를 요구했을 때 AI의 성적이 뛰었고, 와튼과 하버드의 실험에서는 AI가 정답 대신 힌트를 던지며 문제를 한 단계씩 밟아가게 했을 때 비로소 학생의 실력이 남았다. 휴대폰으로 문제를 찍어 ‘풀어줘’라고 던지는 습관에서 벗어나 단계별로 힌트와 근거를 주고받기 시작할 때, 같은 AI도 전혀 다른 학습 도구가 된다.

“휴대폰으로 문제를 찍어 ‘풀어줘’라고 던지는 습관에서 벗어나 단계별로 힌트와 근거를 주고받기 시작할 때, 같은 AI도 전혀 다른 학습 도구가 된다.”

이미 고등학생 절반 가까이가 매주 공부에 AI를 쓰고 있고, 기술은 계속 정교해지고 있다. 그러나 AI가 아무리 친절한 정답 자판기가 되어도, 학생이 스스로 끙끙대며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대신 겪어줄 수는 없다. 학부모와 현장의 교육자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AI 그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편리함에 속아 실력의 뼈대를 이루는 ‘생각의 근육’을 통째로 외주 주는 태도다. AI는 질문을 던지는 만큼만 배움을 돌려준다. 그 도구를 목발이 아니라 진짜 성장의 디딤돌로 만드는 일은 여전히 아이들과 현장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이우진 영화·콘텐츠 연구자 및 교육자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영국에서 MA Film and Television 과정을 마치며 영화제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연구했다. 여러 산업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발판 삼아 지금은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다. 저서로는 투자자들의 판단과 선택을 추적한 《미래에 베팅한 위대한 투자자들》(인물과사상사, 2026, 공저)이 있다. 《AI인사이트저널》에서는 영화·콘텐츠 산업과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AI의 실제적 변화를 추적한다.

[AI를 읽는 두 개의 시선]은 AI 기술이 산업과 시장, 창작과 교육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실제적 변화를 두 필자(황서현·이우진)의 시선으로 교대로 살펴보는 기획 연재입니다. 미술시장의 가치 평가와 제작·교육 현장의 판단 기준을 입체적으로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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