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미디어 재단(Wikimedia Foundation)이 오픈AI(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상대로 한 저작권 소송에 법정 의견서를 내고, AI(Artificial Intelligence) 모델 학습과 검색증강생성(RAG)에 서로 다른 공정 이용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10월 30일 공식 블로그에서 의견서 제출 사실과 주장을 공개했다.
모델 학습과 RAG에 다른 기준 제안
의견서는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심리 중인 ‘오픈AI 저작권 침해 소송’ 12건의 병합 사건에 제출됐다.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가 2023년 제기한 뉴욕타임스 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소송이다. 뉴욕타임스는 두 회사가 자사 콘텐츠를 AI 모델 학습을 포함한 여러 목적으로 이용한 것이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델을 학습하고 배포하는 것은 기술 개발이며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대규모 언어 모델 학습에 사용하더라도, 학습 대상 모델이 원자료와 다른 새로운 모델이라면 공정 이용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저작권 이용허락 조건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RAG처럼 웹에서 뉴스나 다른 지식 자료를 찾아 복사한 뒤 챗봇을 통해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에는 공정 이용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해당 기능을 제공하는 기업은 콘텐츠 플랫폼이나 발행자의 이용허락 조건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위키백과 콘텐츠 이용 조건도 제시
재단은 모델 학습과 RAG를 구분하지 않고 공정 이용을 폭넓게 인정하면 온라인 지식의 기반이 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기준을 지나치게 좁히면 위키백과 같은 오픈소스(Open Source)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도구의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 이용의 범위를 정하는 법원 판단은 관련 쟁점을 다룬 기존 판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키백과에는 300개 언어로 된 문서가 6700만건 넘게 있으며, 매달 자원봉사자 약 25만명이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개선한다고 재단은 밝혔다. 최고경영자(CEO) 버나뎃 미한(Bernadette Meehan)은 AI를 통한 지식 접근 확대가 중요한 목표지만,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만드는 기여자와 공동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총괄 스티븐 라포트(Stephen LaPorte)도 공정 이용 논의에 영리 기업뿐 아니라 온라인 정보 생태계의 여러 관계자가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위키백과 콘텐츠를 RAG 등 답변의 근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때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CC BY-SA 4.0) 조건에 따라 원저작자를 표시하고, 수정·재배포한 자료에도 같은 이용허락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모델 학습에는 출처 표시 없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되,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자료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수집하고 공개 API의 요청 한도를 지키거나 엔터프라이즈 API를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단은 공익을 위한 기술 개발과 지식 생산자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저작권 기준을 계속 제안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