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AI 기업의 학습을 위해 저작권 보호를 완화하면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과 대규모 보상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가디언(The Guardian)은 10월 30일 호주 정부의 AI·저작권 개편안을 둘러싼 정치권과 창작업계의 우려를 보도했다.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나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호주 AI 저작권 완화, 헌법상 쟁점은
호주 노동당 정부는 AI와 관련한 개혁안에 저작권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온라인 안전, 노동력, 에너지, 경제 분야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총리는 창작자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도둑질’이라며 강력한 보호를 약속했지만, 창작업계는 AI 기업들이 호주 자료를 학습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한 데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기업은 현행법에 따른 이용 허가 계약이 어렵다고 주장했고, 앤트로픽(Anthropic)은 권리자가 디지털 방식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수집해 학습에 쓰는 ‘옵트아웃’ 방식을 제안했다.
논란의 근거는 호주 헌법 51조다. 이 조항은 연방 의회가 재산을 ‘정당한 조건’으로 취득하는 법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정한다. 내셔널스당 상원의원이자 연방 의회 AI 위원회 소속인 로스 캐델(Ross Cadell)은 옵트아웃 방식이 저작권자의 지식재산권을 정부가 취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드니대 법학 명예교수 앤 트위미(Anne Twomey)는 저작권과 재산 취득을 다룬 고등법원 판례가 비디오게임, 담배 포장, 카세트테이프 등에서 나왔지만 결과는 서로 달랐다며, 법률 개정 전에 헌법 조항의 적용 여부를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창작업계, 기존 이용허가 유지 촉구
쟁점은 호주 창작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트위미는 호주에서 국제 데이터를 학습하는 AI 기업에 새 이용 권리를 주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줄이는 법이 만들어지면 해외 권리자도 호주에서 법적 대응에 나설 근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델은 전 세계 권리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헌법 위반 여부나 실제 보상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정부가 아직 법안을 내놓지 않은 만큼 적용 범위와 결과는 정해지지 않았다.
호주음반산업협회(Australian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최고경영자 앤너벨 허드(Annabelle Herd)는 AI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허용하면 재산권 취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머시룸 레코즈(Mushroom Records) 최고경영자 크리스 먼드(Chris Maund)는 현행 저작권법이 작동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기존 이용허가 계약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티파이(Spotify) 등이 이미 AI 관련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호주 법을 바꾸면 해외 창작물까지 학습에 쓰일 수 있어 국제 창작업계도 논의를 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셸 로랜드(Michelle Rowland) 법무장관 대변인은 정부가 창작자를 지원하고 향후 저작권 변경에서 실질적인 통제권과 공정한 보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은 의회 위원회 청문회에서 헌법 쟁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지만, 해외 권리자에 대한 책임 문제에는 직접 답하지 않았다. 야당의 마이클리아 캐시(Michaelia Cash) 그림자 법무장관도 AI 투자 유치를 위해 창작자와 권리자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개정안이 공개되지 않아 옵트아웃 도입 여부와 보상 방식 모두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