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 성우 목소리 무단 사용은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판단

일본 도쿄 법원이 성우의 목소리를 허락 없이 사용하는 행위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에서 나온 첫 사례로, 엔가젯이 AFP를 인용해 1일 보도했다.

AI 음성 사용 둘러싼 성우 소송

이번 사건은 일본의 유명 성우 츠다 켄지로(Kenjiro Tsuda)가 익명의 틱톡(TikTok) 계정을 상대로 제기했다. 츠다는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해당 계정에 올라온 여러 영상의 내레이션이 자신의 목소리를 AI로 복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와 시리즈, 비디오게임 등에서 30년 넘게 활동한 츠다는 애니메이션 ‘유희왕!’의 세토 카이바 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츠다는 영상 속 AI 음성의 깊고 윤기 있는 음색이 자신의 목소리와 뚜렷하게 닮았다고 봤다. 변호인단은 유명 성우의 목소리로 의심스러운 내용을 읽게 한 점이 계정의 인기를 끌었다고 주장했다. 계정은 한때 팔로워가 20만명을 넘겼다. 다만 목소리가 실제로 츠다의 음성을 복제했는지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목소리 권리 인정…영상 삭제 청구는 기각

틱톡 측은 법정에서 내레이션에 일반적인 남성 목소리를 사용했으며, 츠다의 목소리와 비슷한지도 불분명하다고 맞섰다. AFP가 확인한 법원 기록에 담긴 주장이다. 법원은 배우의 목소리를 허락 없이 사용하는 행위가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인간의 목소리에 대한 법적 보호를 다룬 첫 판결이다.

츠다는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의 계정이 이미 삭제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츠다는 목소리의 권리 보호와 관련한 판단에서는 일부 승소했지만, 영상 삭제 청구에서는 원하는 결정을 얻지 못했다. 이번 판결은 무단 사용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이미 사라진 콘텐츠의 삭제 조치가 별개의 쟁점이었음을 보여준다.

일본 정부는 국가 AI 전략에서 AI 활용에 우호적인 기조를 보여왔지만, 애니메이션 성우들 사이에서는 이 기술이 창작자의 작품이나 초상을 학습·활용하는 경우가 잦은 만큼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오픈AI(OpenAI)에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대체 불가능한 보물’로 지칭하며, 저작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생성 모델 소라 2(Sora 2)를 학습하는 데 해당 콘텐츠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소송은 AI 음성 복제와 콘텐츠 학습을 둘러싼 권리 보호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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