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지방법원이 AI로 모방한 배우의 음성도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가디언은 9월 30일 유명 성우 쓰다 켄지로가 틱톡 계정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나온 일본 첫 판결이라고 보도했다.
AI로 만든 영상 188개가 소송 대상
쓰다는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의 나나미 켄토 역으로 알려진 성우다. 그는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익명 틱톡 계정에 올라온 영상 188개에 자신의 목소리를 복제한 AI 음성이 쓰였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지난해 11월 제기됐다. 해당 계정은 도시 괴담과 오컬트, 음모론을 다룬 영상에 AI 음성을 입혔으며, 프로필 사진은 쓰다가 연기한 캐릭터와 비슷한 이미지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쓰다는 영상의 목소리가 자신만이 낼 수 있는 ‘깊고 윤기 있는’ 음색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틱톡은 영상에 등장한 음성이 특정 배우의 목소리가 아닌 일반적인 남성 음성이며, 쓰다의 음성과 닮았다는 판단은 주관적이라고 맞섰다. 계정 구독자는 한때 20만명을 넘었다. 쓰다 측은 인기 배우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복제했기 때문에 계정이 관심을 끌었다고 주장했다.
상업적 이용 목적이면 음성도 보호
재판장 다카하시 아야는 판결에서 무단으로 배우의 음성을 사용하는 행위가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퍼블리시티권은 초상이나 이름 등 개인 정체성의 상업적 가치를 통제하고 수익을 얻을 권리다. 법원은 음성도 초상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개성을 상징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음성을 이용한 목적이 그 상업적 매력을 이용하는 데만 있는 경우 보호 대상이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판결은 일본 법원이 사람의 목소리를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한다고 인정한 첫 사례로 소개됐다. 일본 배우들은 애니메이션 출연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 AI 음성 모방이 생계와 업계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일본배우조합의 사사키 유코 전무이사는 판결에 앞서 배우의 목소리는 오랜 훈련과 도제식 수련의 결과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2024년 얼굴과 목소리를 AI 콘텐츠에 무단 사용하는 데 반대하는 ‘노 모어’ 캠페인도 시작했다.
법원은 쓰다가 틱톡 운영자에게 영상 삭제를 요구한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이 제기된 뒤 계정 운영자가 영상을 곧 삭제했다는 이유에서다. 판결 당시 계정의 구독자 규모와 영상 수익에 관한 구체적 판단은 보도되지 않았다. 틱톡은 판결 내용을 면밀히 살핀 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기술 발전과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판결은 AI 음성의 상업적 이용과 배우의 권리 보호를 둘러싼 일본 내 첫 사법 판단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