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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 주가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한 주 사이 25% 급락했다. 꺾인 것은 AI 수요가 아니라, 빚으로 GPU를 사서 빌려주는 사업에 붙는 돈의 값이었다.
종가 기준으로 9일 82.08달러였던 주가는 16일 61.39달러로 내려앉으며 11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고 로이터는 집계했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았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수요가 “지금 우리가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여전히 훨씬 웃돈다”고 단언했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그 인프라를 공급하는 대표 기업의 주가가 무너진 역설은, 네오클라우드(Neocloud)의 자금 조달 구조와 금융 비용의 급변에서 비롯된다.
네오클라우드의 본질과 하이퍼스케일러 대조
코어위브는 네오클라우드의 대표 주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AI와 고성능 연산 작업만을 위해 특화된 전용 클라우드 사업자를 네오클라우드로 정의한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저장공간·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 풀스택을 고루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종합 건설사라면 네오클라우드는 굴착기 렌털 업체다.
컨설팅사 맥킨지(McKinsey)는 고성능 칩 품귀 현상 속에서 칩 제조사가 판로 다변화를 꾀하면서 이런 독립 GPU 임대 사업자가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주목받는 핵심 기업은 넷이다.
| 회사 | 본사 | 출발점 | 대표 고객 계약 |
|---|---|---|---|
| 코어위브 | 미국 뉴저지 | 2017년 이더리움 채굴(애틀랜틱 크립토) |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메타 |
| 네비우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2024년 러시아 사업을 매각한 옛 얀덱스 | 마이크로소프트 최대 194억달러, 메타 최대 270억달러 |
| 엔스케일 | 영국 런던 | 2024년 비트코인 데이터센터 업체 아콘에너지에서 분사 | 마이크로소프트(영국 러프턴 계약은 해지) |
| IREN | 호주 출범 | 2018년 비트코인 채굴(아이리스 에너지) | 마이크로소프트 약 97억달러 |
넷 중 셋이 가상자산 채굴 업계에서 출발했다. 코어위브는 2017년 ‘애틀랜틱 크립토’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뒤 2022년 9월 30일 이더리움 보상 방식이 바뀌자 채굴을 공식 중단했다고 증권신고서(S-1)에서 밝혔다. 엔스케일 역시 2024년 5월 비트코인 네트워크용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던 아콘에너지에서 독립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서류에 명시했고, IREN은 2026년 말까지 채굴 설비를 철거하고 AI 클라우드로 이전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시했다. 채굴장은 이미 대규모 전력과 부지를 선점해 둔 곳이었다. 채굴업체가 AI 인프라 사업으로 전환하는 배경은 선제 확보된 송전 용량과 변전소 인프라에 있다.
1037억달러 백로그의 구조와 매출 실현 일정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GPU를 매입해 데이터센터에 배치하고, 이를 수년 단위 장기 계약으로 임대한다. 10-Q 공시 자료에 명시된 코어위브 인프라 투입 GPU는 전량 엔비디아 제품이다.
계약은 체결됐으나 아직 서비스가 공급되지 않아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수주 잔고를 백로그(Backlog)라 부른다. 코어위브의 백로그는 6월 말 기준 1037억달러(약 137조8000억원)였고, 이 가운데 41%가 2년 안에 매출로 반영될 예정이다. 회계 공시에는 남은 이행의무(RPO)라는 항목으로 기재된다.
주문서는 물건을 넘겨야 돈이 된다.
주문을 낸 핵심 고객은 소수에 집중돼 있다. 2분기 매출의 36%, 26%, 10%를 상위 3대 고객이 차지했으며, 세 고객을 합산한 비중은 72%에 달한다고 코어위브는 분기 SEC 보고서를 통해 명시했다. 회사는 세 고객의 명칭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주요 거래처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를 적시했다.
주요 GPU 임대 업체 6곳의 공식 요금표를 대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엔비디아 H100 1장을 1시간 대여하는 즉시 사용(온디맨드) 정가 기준이며, 8장 묶음 판매처는 단일 장당 금액으로 환산했다.
| 업체 | H100 1장 1시간 | 원화 환산 |
|---|---|---|
| 램다 | 3.99달러 | 약 5300원 |
| 네비우스 | 4.5달러 | 약 5980원 |
| 코어위브 | 6.16달러 | 약 8180원 |
| AWS | 6.88달러 | 약 9140원 |
| 구글 클라우드 | 11.06달러 | 약 1만4690원 |
|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 12.29달러 | 약 1만6330원 |
코어위브 공식 정가는 AWS보다 약 10% 저렴하고 네비우스 가격보다 37% 비싸다. 그러나 이 요금표가 코어위브의 실제 수취 단가는 아니다. 매출 대부분은 다년 장기 계약에서 발생하며, 코어위브는 약정 고객에게 정가 대비 최대 6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렌털 업체의 진짜 매출은 장기 계약서에 적혀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516억달러 부채의 역습
GPU 자산을 매입하는 자금은 대부분 부채 조달에 의존했다. 6월 말 기준 코어위브의 차입금은 351억달러, 리스부채는 165억달러로 분기 공시 원문에 기록됐다. 두 항목을 합산한 516억달러(약 68조6000억원)가 언론에 보도된 ‘500억달러 부채’의 실체다. 2분기 순이자비용 6억4000만달러는 같은 분기 매출(25억7500만달러)의 25%에 달했다.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은 조달 금리 상승에 가장 민감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9월 16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연 3.75~4%로 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단행된 첫 인상 조치였다. 이어 10월 14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3.7% 상승하며 물가 오름폭을 키우자,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가 금융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코어위브 주가는 당일 15.5% 급락했으며, 같은 날 S&P500 지수는 1.1% 하락에 그쳤다.
먼저 흔들린 쪽은 주식보다 빚이었다.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채무불이행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매수하는 일종의 신용보험이다. 코어위브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이번 주 연 11%p를 돌파했다. 1억원어치 차입금을 보증받기 위해 해마다 1100만원 이상의 순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위험 수준이다.
집 근처에서 불이 잦으면 화재보험료가 오른다.
채권 시장도 동일한 경고음을 보냈다. 2031년 만기 코어위브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한때 연 16%까지 폭등한 뒤 14% 안팎으로 내려왔다. 2032년 만기 채권은 액면 1달러당 76.5센트에 거래됐다.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 유통수익률이 급등하며, 차환 발행 시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직결된다. 신용평가사 S&P는 코어위브에 투기 등급인 B+를 부여하고 있다.
엔비디아 지분·매입 약정과 순환투자의 한계
순환투자는 특정 앵커 기업이 투입한 자금이 유통망을 거쳐 다시 자사 매출로 환류되는 구조를 뜻한다. 코어위브와 엔비디아가 전형적이다. 엔비디아는 1월 코어위브 주식 20억달러어치를 인수했으며, 코어위브가 사용하는 GPU는 전량 엔비디아 제품이라고 분기 공시 자료는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엔비디아는 2025년 9월 코어위브가 고객에게 판매하지 못한 잔여 연산 용량을 2032년 4월까지 인수해 주는 63억달러 규모의 백스톱 계약을 체결했다고 계약 공시를 통해 공표했다. 그러나 이는 부채를 대신 변제해 주는 지급 보증이 아니며, 계약 위반이나 파산 절차가 개시되면 효력을 상실하는 조건부 약정이다.
굴착기 제조사가 렌털 업체 지분을 매입하고, 남는 굴착기 가동 시간까지 되사 주는 형태다. 빅테크 자본이 얽힌 순환형 자금 조달 생태계의 전형적인 단면이다.
자금이 한 바퀴 순환하더라도 최종 현금을 지불하는 실질 고객은 오픈AI, 앤트로픽 같은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사다. 앤트로픽 역시 칩 임차용 후순위 부채 조달에서 사모펀드 블랙스톤(Blackstone)에 연 10% 이상의 고수익률을 제시한 것으로 금융 시장 집계에서 확인됐다. 넉 달 전 앤트로픽이 빌린 자금의 조달 금리가 연 8.5%였던 점과 비교하면, 최전방 고객사들의 차입 비용 또한 급등하고 있다.
전력망 연결 지연과 데이터센터 계약 해지 리스크
엔스케일의 사례는 인프라 공급망의 물리적 병목을 보여 준다. 이 회사는 9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전 33억6000만달러 규모의 전환 대출을 유치했다. 이 중 엔비디아 투자분 10억달러는 11월 중순 집행될 예정이다.
핵심 변수는 50MW로 착공해 90MW까지 확장이 예정됐던 영국 러프턴 데이터센터 부지였다. 지역 전력망 운영사인 UK파워네트웍스는 2030년대 초중반에 이르러서야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엔스케일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해당 부지의 데이터센터 장기 계약에서 전격 철회했다. 엔스케일 측도 계약 해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손님은 그대로였고, 막힌 것은 전기였다.
부채를 짊어진 인프라 기업에는 치명적이다. 금융 이자는 매달 확정적으로 지출되지만, 매출은 전력이 인입되어 가동된 이후에야 입금되기 때문이다.
AI 버블론의 실체와 10월 FOMC 유동성 분수령
AI 수요 자체가 꺾였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는다. TSMC는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약 44%로 상향 조정했으며, 코어위브가 3분기에 신규 확보한 고객 약정액도 250억달러를 웃돌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코어위브의 체력은 매일 강화되고 있다”며 시장 우려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구조적 경고도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현 투자 속도가 유지될 경우 2030년까지 글로벌 AI 인프라 지출 중 3조5000억달러 이상이 자산 손상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용 압박과 차별화 한계로 인해 네오클라우드의 80% 이상이 2030년까지 독립 운영을 지속하지 못하고 합병되거나 흡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진단은 모순되지 않는다. AI 수요는 실재하지만, 수주 계약이 현금 매출로 전환될 때까지 부채 이자를 감내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졌을 뿐이다.
다음 분수령은 임박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0월 27~28일 FOMC 회의를 개최한다. 결국 남은 질문은 하나다. 1037억달러 규모의 주문서가 온전히 매출로 실현될 때까지 부채의 유예 시간이 버텨줄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