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지원을 받는 호주 AI 데이터센터 기업 펌러스(Firmus)가 기업가치 30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추진하던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영국 BBC는 10월 9일 보도에서 펌러스가 시장 변동성과 투자 여건을 이유로 들었다고 전했다.
300억달러 이상 평가받던 기업, 상장 접어
펌러스는 상장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앞으로 비상장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다른 공개·비공개 시장 선택지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관련 방안이 구체화되면 주주에게 추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당초 추진한 기업공개(IPO)는 펌러스의 기업가치를 3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하는 규모였다. 호주 증시 역사상 최대급 상장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기관투자자는 가치 평가에 우려를 표하며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호주 대형 연기금 중 하나인 유니슈퍼도 IPO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니슈퍼의 존 피어스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자 대상 설명에서 펌러스의 사업 전망은 매력적이지만 기업가치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계획을 추진하려면 회사가 추가로 많은 빚을 져야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피어스는 적정한 가격으로 상장했다면 호주증권거래소에 필요한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AI 투자 지속성 가늠할 시험대
펌러스는 액체 냉각 방식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영하며, 이를 ‘AI 공장’이라고 부른다. 고객사에는 오픈AI(OpenAI)와 메타(Meta)가 포함된다. 호주와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투자자에는 엔비디아(Nvidia), 블랙스톤(Blackstone), 제인스트리트가 있다. 블랙스톤은 BBC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고, 엔비디아와 제인스트리트에도 논평을 요청한 상태다.
레이리언트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필립 울 최고연구책임자는 이번 상장이 기업들이 AI에 계속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의지가 있는지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자가 아직 초기 단계인 기업에 투자하게 되며, 펌러스가 성장 과정에서 큰 규모의 차입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 확실한 실적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에 베팅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호주는 풍부한 청정에너지와 천연가스, 부지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160곳이 넘고 추가 건설 계획도 있지만, 환경 영향과 소음에 대한 주민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AI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에 비해 장기 수익 전망이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펌러스의 상장 철회는 AI 관련 기업의 대형 IPO를 둘러싼 시장 분위기와도 맞물렸다.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Sam Altman)은 올해 초 호주가 데이터센터 산업의 세계적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그는 9월 오픈AI가 올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 없으며, 기술 안전성 우려를 고려하면 지금은 상장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밝혔다. 오픈AI와 경쟁사 앤트로픽(Anthropic)은 각각 기업가치 1조달러가 넘는 대형 증시 상장을 검토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