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회사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주주들이 제기하는 이런 소송은 특히 계속 늘고 있다. AI 모델이 저작물을 무단 학습했다는 기존 저작권 소송과 달리, 주주들은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최고경영자(CEO)와 이사진이 이런 법적 위험을 제대로 감독하고 주주에게 알렸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미국 워싱턴 서부연방법원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주주 서배시 수브라마니안(Subash Subramanian)은 9월 29일 나델라와 에이미 후드(Amy Hood)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전·현직 임원과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Subramanian v. Nadella et al., No. 2:26-cv-03661)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을 상대로 AI와 저작권 위험을 문제 삼아 제기된 네 번째 주주대표소송으로 알려졌다. 앞서 다른 주주인 에릭 앤더슨(Eric Anderson),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리보커블 트러스트(Vladimir Gusinsky Revocable Trust), 케이틀린 그레이(Katelyn Gray)가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앤더슨과 구신스키 사건은 이미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됐다.
“저작권 위험 알고도 AI 사업 추진”…경영진 감독·공시 책임 쟁점
첫 사건인 앤더슨 대 나델라 등 사건(Anderson v. Nadella et al., No. 2:26-cv-02281)은 6월 30일 제기됐다. 블룸버그 로는 7월 1일 “원고가 나델라 등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이 회사의 AI 사업과 관련한 저작권 침해 위험을 방치하고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원고 측 주장의 핵심은 AI 학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자체만이 아니다. 경영진이 이런 위험을 알고 있었는지, 이사회가 위험을 관리할 내부통제 체계를 제대로 운영했는지, 회사가 투자자에게 AI 사업과 저작권 위험을 정확하게 설명했는지를 따지고 있다.
이어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트러스트도 별도의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워싱턴 서부연방법원의 바버라 로스스타인(Barbara J. Rothstein) 판사는 8월 28일 두 사건을 마이크로소프트 주주대표소송(In re Microsoft Corporation Stockholder Derivative Litigation, No. 2:26-cv-02281-BJR)으로 병합했다. 공개 기록에 따르면 법원은 두 사건이 관련돼 있다고 판단하고 이후 절차를 병합 진행하도록 했다.
9월 8일에는 그레이 대 나델라 등 사건(Gray v. Nadella et al., No. 2:26-cv-03215)이 제기됐다. 생성형 AI 관련 지식재산권 소송을 추적하는 영국 로펌 미쉬콘 드 레야(Mishcon de Reya)에 따르면 원고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이 AI 전략과 코파일럿(Copilot), 회사 실적 등에 관해 중요한 정보를 허위 또는 오해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제공하거나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저작권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저작권 침해 소송과 다른 ‘기업지배구조 전선’
주주대표소송은 주주 개인이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제기하는 일반적인 증권 집단소송과 다르다. 회사가 이사나 임원의 행위로 손해를 입었는데도 스스로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는 구조다.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 등이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회사가 그 이익을 받는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에서는 AI 학습이 실제 저작권을 침해했는지와 별도로 경영진의 충실의무(fiduciary duty), 이사회의 감독 책임, 내부통제와 위험 공시 등이 쟁점으로 제기됐다.
미국 로펌 롭스앤그레이(Ropes & Gray)는 9월 AI 관련 주주소송을 분석하면서 앤더슨 사건의 원고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OpenAI)의 긴밀한 사업 관계를 주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클라우드·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해온 만큼 관련 저작권 위험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 책임이 있다는 것이 원고 측 논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사업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월 27일 오픈AI와의 파트너십 개편을 발표하면서 오픈AI 모델과 제품에 관한 지식재산권 라이선스를 2032년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6회계연도 연차보고서에도 오픈AI와 2019년 시작한 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이 기재돼 있다. 회사는 오픈AI 모델과 인프라를 포함한 지식재산권을 자사 제품에 통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저작권 소송 결과와 이사회 책임은 별개
AI 학습을 둘러싼 저작권 본안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를 비롯한 언론사와 작가들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콘텐츠를 AI 학습에 무단 이용했다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관련 청구에 맞서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깃허브(GitHub)의 AI 코딩 도구 코파일럿을 둘러싸고 제기한 별도 소송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일부 청구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로이터는 9월 16일 “제9연방항소법원이 깃허브 코드와 관련해 개발자들이 제기한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DMCA) 청구 일부를 기각한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저작권 본안의 결과와 주주대표소송에서 제기된 이사·임원의 책임은 법적으로 같은 문제는 아니다. AI 학습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개별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게 된다. 반대로 저작권 청구를 성공적으로 방어하더라도 이사회가 당시 알려진 법적 위험을 어떻게 감독하고 주주에게 무엇을 공시했는지는 별도의 소송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Q&A
Q1. 주주대표소송과 일반적인 주주 집단소송은 무엇이 다른가?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의 권리를 대신해 이사나 임원에게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경영진의 행위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기본 구조다. 증권 집단소송은 허위 공시 등으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 자신이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Q2.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이 AI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직접 지게 되는가?
자동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AI 학습이 저작권을 침해했는지와 이사·임원이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 또는 감독 의무를 위반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주주 측은 경영진이 회사가 직면한 위험을 알고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주장 등을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Q3. 왜 AI 저작권 문제가 기업지배구조 소송으로 이어지는가?
생성형 AI가 기업의 핵심 사업이 되면서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도 이사회가 관리해야 할 법적·재무적 위험으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들의 원고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이 관련 위험을 충분히 감독하지 않았거나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