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잠정실적과 TSMC 매출… 숫자로 가려진 AI 호황의 진짜 청구서

메모리 가격 폭등과 파운드리 첨단 공정의 착시, 숫자에 가려진 차기 분기 수익성의 조건

반도체 전시회에서 TSMC 웨이퍼와 삼성 메모리 칩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고, 뒤로 관람객들이 보인다.
핵심 요약
1
엇갈린 실적 지표: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매출은 195조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인 반면 TSMC의 3분기 월별 매출 합계는 1조4942억4300만대만달러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TSMC의 이익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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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수혜 경로:삼성전자의 실적 확대에는 HBM4 공급뿐 아니라 서버용 DRAM·NAND의 판매 확대와 메모리 판가 상승이 함께 작용했다.
3
첨단 패키징 병목:TSMC의 2분기 HPC 매출 비중은 66%, 7나노 이하 공정의 웨이퍼 매출 비중은 77%였으며, 연산칩과 HBM을 결합하는 CoWoS 생산능력은 AI 가속기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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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뒤 원가: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TSMC의 2나노 초기 양산과 해외 공장 증설은 매출 성장에도 이익률을 압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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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회수 미확인:반도체 공급사의 매출 급증만으로 빅테크의 AI 투자금 회수를 입증할 수 없으며, 향후 수익성은 고객의 구매 지속성과 증설 비용의 균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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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과 TSMC의 7~9월 매출은 AI 인프라 투자에 힘입은 반도체 호황이 여전히 견고함을 입증한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엇갈린 원가 부담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업별 기여도가 가려져 있다. 숫자가 가리키는 착시를 걷어내면, AI 수혜의 세부 경로와 차기 분기 이익을 가를 냉정한 조건이 비로소 드러난다.

삼성전자 vs TSMC 3분기 실적 구조 및 AI 수혜 경로
2026년 10월 8일 잠정·월별 집계 기준
삼성전자 DS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
서버용 DRAM·NAND 판가 상승과 HBM4 출하가 전사 이익을 견인했으나,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부문의 부품 원가 부담은 상존함.
TSMC 파운드리
7~9월 3분기 매출
1조4942억대만달러
HPC 매출 비중 66%와 7나노 이하 77% 독점을 구가했으나, 2나노 초기 램프업과 해외 팹 증설 비용이 분기 이익률의 변수로 작용함.
핵심 공급 병목
CoWoS 첨단 패키징
패키징 캐파 한계
단순 웨이퍼 가공을 넘어 연산칩과 HBM을 묶는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이 전체 AI 공급 속도를 제약하며 양사의 협력·경쟁 역학을 규정함.
[핵심 시사점] 양사의 외형 성장은 확고하나 공급사의 호황이 빅테크 고객의 투자 회수율을 보증하지는 않으며, 차기 분기 이익률은 설비투자 증설과 가격 안정화 속도에 좌우됨.

같은 분기 실적이 증명한 숫자와 남겨진 착시

삼성전자는 10월 8일 잠정실적 발표에서 2026년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 195조원과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공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6.59%, 영업이익은 782.5% 급증한 수치다. 연결 영업이익을 연결 매출로 나눈 잠정 영업이익률은 55.08%에 달하며, 이는 메모리뿐 아니라 모바일과 가전 사업까지 모두 합산한 전사 기준이다.

TSMC의 7~9월 월별 매출을 합산하면 1조4942억4300만대만달러다. 2025년 같은 기간의 월별 매출 합계와 비교하면 50.95% 늘었고, 직전 분기 대비로는 17.62% 증가했다. 다만 이 수치는 외부 감사를 거치지 않은 월별 매출의 단순 합산이며, 3분기 최종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TSMC의 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6% 증가했으나, 8월 대비로는 약 0.6% 소폭 감소했다. 분기 전체로는 고성장을 유지했으나 매달 일직선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며, 단 한 달의 미세한 등락으로 수요 추세가 꺾였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월별 집계 자료에는 AI용과 스마트폰용 등 용도별 매출 비중이 세부적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항목삼성전자TSMC
2026년 3분기 공개 자료연결 잠정실적미감사 월별 매출 합산
매출195조원1조4942억4300만대만달러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126.59%50.95%
영업이익107조4000억원아직 미공개
비교 시 주의점메모리·파운드리·완제품 포함분기 수익성과 사업별 기여도 미공개

10월 8일 기준 환율인 1대만달러당 41.99원을 적용하면 TSMC의 3분기 매출은 약 62조7000억원 규모다. 이는 외형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단순 참고 환산액이며, 공식 회계에 적용되는 분기 평균환율과는 차이가 있다. 양사의 성장률 비교 역시 원화 환산액이 아닌 각 사의 보고 통화 기준으로 계산됐다.

삼성의 잠정 영업이익과 TSMC의 월별 매출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삼성의 잠정치는 전사 이익이 얼마나 극적으로 늘어났는지를 보여주지만, TSMC의 자료는 오직 매출의 외형 성장만을 확인해 준다. 어느 쪽이 AI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남겼는지 가늠하려면 사업별 구성과 최종 분기 손익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두 회사의 성장률 차이를 곧바로 AI 주문량 증가율의 격차로 치환하는 것 역시 공개된 데이터의 범위를 벗어난다.

아래의 2분기 사업 구성과 회사 설명은 3분기 매출을 해석하는 단서이며, 3분기 기여도를 확정한 자료가 아니다.

메모리 가격 폭등과 HBM4… 삼성의 진짜 수혜 경로

삼성전자의 이익 폭증을 고대역폭메모리(HBM) 단일 품목의 성과로만 한정하면 실적의 본질적 동력이 축소된다. HBM은 AI 연산 가속기 곁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공급하는 적층 메모리다. 그러나 거대 데이터센터에는 가속기 외에도 수많은 일반 서버가 병렬로 가동되며, 고용량 범용 DRAM과 초고속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낸드(NAND) 플래시가 대량 투입된다. AI 인프라 투자 붐은 특수 메모리뿐 아니라 메모리 전 제품군의 수요와 생산 배분을 송두리째 재편하고 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서버용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산업 전반의 가파른 판가 상승을 호실적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HBM4 상업 공급 확대와 더불어 고부가가치 서버용 제품 비중이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이익 급증의 동력을 파악할 때는 단순 출하량 증가와 판가 상승 효과를 엄격히 분리하고,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2분기 컨퍼런스콜 자료에서 삼성의 DRAM과 NAND 비트 판매량(공급 용량 합산 기준)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트 판매량은 개별 칩 개수가 아니라 시장에 출하된 총 메모리 저장 용량을 집계한 수치이며 판가 정보는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수치의 증가가 특정 고객사 물량의 독점적 확보나 확고한 시장 점유율 격차 확대를 온전히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 상승과 고객 확보는 같은 성과가 아니다.

삼성은 2월 공식 발표를 통해 업계 최초로 HBM4 상업 양산과 출하를 개시했다고 선언했다. 양산 출하는 실제 제품 공급이 시작됐음을 뜻하지만, 이 발표만으로 개별 빅테크 고객사별 납품 비중과 제품별 마진율을 파악할 수는 없다. 3분기 잠정치에서도 HBM 부문의 독립적인 매출과 이익 기여도는 공개되지 않았다.

AI용 특수 메모리에 첨단 생산라인을 우선 배정할수록 일반 범용 메모리의 공급 여력은 타이트해진다. 서버용 수요 폭증과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판가 급등이 맞물려 전사 실적을 밀어올리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 전망에 따르면 4분기 범용 DRAM 계약가격은 전분기 대비 10~15%, NAND는 15~20%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는 시장 평균 전망치일 뿐 삼성전자의 확정 공급가는 아니다.

이번 잠정실적은 2분기부터 본격화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3분기에도 강력하게 이어졌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에 기댄 수혜와 삼성전자 고유의 기술 경쟁력 우위가 만들어낸 성과를 분리해 볼 데이터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향후 공급 안정화 이후에도 유지될 체질 개선인지는 최종 확정치에서 고객별 물량과 수익성이 드러나야 판가름 난다.

첨단 공정과 CoWoS 병목… TSMC가 마주한 물리적 한계

TSMC의 독보적인 AI 수혜 경로는 7월 공개된 2분기 확정 실적에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낸다. 파운드리는 고객사가 설계한 칩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으로, 동일한 웨이퍼 투입량이라도 채택된 미세 공정과 고난도 패키징 기술에 따라 단가와 매출 구성이 천차만별이다. 3분기 월별 매출 합산액만으로는 첨단 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이 각각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는지 세부 내역을 알 수 없다.

TSMC 2분기 컨퍼런스콜 기록에 따르면 고성능컴퓨팅(HPC)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66%에 달했다. HPC 매출은 전분기 대비 20% 급증한 반면 스마트폰 매출은 4% 감소하며 회사 성장의 무게중심이 엔터프라이즈 AI 연산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다만 HPC 범주에는 생성형 AI 가속기 외에도 범용 데이터센터 CPU, 네트워크 프로세서 등이 포함되므로 66% 전체를 순수 AI 가속기 매출로 환산하거나 3분기 비중으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또한 7나노 이하 첨단 미세 공정은 2분기 웨이퍼 매출의 77%를 독식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전체 매출이 전분기 대비 12% 증가하는 동안 12인치 환산 웨이퍼 출하량은 3.9% 증가에 그쳤다. 출하량 증가율보다 매출 증가율이 3배 이상 높았던 배경에는 첨단 공정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과 판가 프리미엄이 자리 잡고 있다.

2분기의 성장 구조를 3분기의 매출 구성으로 옮겨 적을 수는 없다.

TSMC의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술은 초미세 공정으로 가공된 GPU 연산칩과 HBM 메모리를 하나의 인터포저 위에 고밀도로 집적하는 2.5D 첨단 패키징이다. 웨이퍼에서 칩을 아무리 빠르게 찍어내도 패키징 라인의 처리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면 최종 완제품 가속기는 시장에 공급될 수 없다. 바로 이 패키징 단계에서 삼성전자의 고성능 메모리와 TSMC의 첨단 제조 인프라가 필연적으로 결합한다.

두 거인은 단순한 1대1 경쟁자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TSMC에 HBM 메모리를 납품하는 핵심 협력사인 동시에 첨단 턴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치열하게 맞붙는 라이벌이다. TSMC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 고객의 AI 칩을 독점 생산하며 삼성의 HBM을 실장해 최종 가속기로 완성하는 생태계의 중심축을 쥐고 있다. 전사 매출 총액의 단순 비교만으로는 이 다층적인 협력과 경쟁의 역학을 온전히 포착할 수 없다.

“반도체 공급사의 분기 매출 폭증이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빅테크의 투자금 회수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칩 구매는 이미 집행된 비용일 뿐이며, 차기 분기 이익은 시장의 지속성과 증설 비용의 균형에 달려 있다.”

화려한 매출 뒤편의 원가… 차기 분기 이익률의 시험대

삼성전자 2분기 사업별 실적을 보면 반도체(DS) 부문은 89조2000억원의 압도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모바일과 통신 네트워크 사업을 담당하는 MX 부문은 핵심 부품인 모바일 AP와 메모리 원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아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부품 판매 부서에는 막대한 이익이지만 완제품 제조 부서에는 치명적인 비용 부담으로 전가되어 내부 손익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2분기 실적 설명 자료에서 TV와 가전을 아우르는 완제품(DX) 부문 역시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세트 부문의 적자에는 글로벌 소비 위축과 마케팅 비용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어 전액을 메모리 가격 상승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핵심 부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 완제품 출고가에 이를 얼마나 전가할 수 있는지는 삼성전자 전사 이익률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반도체 부문의 사상 최대 이익을 전사 모든 사업부의 동반 성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개선을 설명하면서도 고객사 인센티브 관련 충당금 반영 전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온기가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의 구조적 흑자 전환으로까지 이어졌는지는 3분기 사업별 세부 성적표에서 냉정하게 가려져야 한다.

TSMC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60.3%에 달했다. 그러나 회사가 7월 컨퍼런스콜에서 제시한 3분기 영업이익률 전망 가이던스는 56~58% 수준으로 직전 분기 대비 소폭 하향 조정됐다. 월별 매출 합산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해서 이익률까지 자동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며, 사전 가이던스와 미감사 매출액의 간극을 구분해야 한다.

TSMC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은 2나노 차세대 공정의 양산 램프업 초기 비용이 하반기 매출총이익률을 3~4%p 희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구마모토 등 해외 팹 가동에 따른 높은 감가상각비와 운영 비용도 이익률 압박 요인으로 지목됐다. 신공정의 초기 수율 확보와 원가 안정화까지는 시차가 존재하며, 3분기 실적에 이 비용이 어느 규모로 반영됐는지는 아직 미확정 상태다.

구분삼성전자TSMC
2분기 자료로 읽는 성장 경로메모리 가격·출하량·서버용 제품 구성첨단 공정·HPC·패키징 수요
이미 공개된 비용과 전망완제품 사업의 부품 원가 부담새 공정·해외 공장의 비용 전망
증설 이후 확인할 위험가격 안정 때 물량·경쟁력 유지고객 주문과 생산능력의 균형
다음 공개 자료의 핵심메모리 기여도·파운드리 손익분기 이익률·현금흐름

매출의 폭증이 이익률의 상승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이익과 현금 창출력의 괴리도 핵심 체크 포인트다. TSMC 2분기 IR 자료에 따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Capex) 지출을 차감한 잉여현금흐름(FCF)은 직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장부상 영업이익이 늘어나더라도 첨단 팹 증설과 패키징 라인 구축에 투입되는 실물 현금이 폭증하면 실제 손에 쥐는 현금 여력은 빡빡해질 수 있다.

또한 TSMC의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4% 증가했으나, 실적 설명회에서는 투자자산 처분 및 평가이익 등 영업외수익의 일회성 기여가 명시됐다. 3분기 최종 수익성을 분석할 때도 본업의 파운드리 제조 마진과 일회성 금융 손익을 정밀하게 분리해 살펴야 한다.

공급사 호황이 증명하지 못한 빅테크의 투자 회수율

공급사의 눈부신 실적 잔치가 시장의 모든 의구심을 잠재우지는 못한다. 반도체 팹과 메모리 제조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사실이 엔드포인트에서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빅테크의 투자금 회수(ROI)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칩 구매는 이미 서버 랙에 꽂힌 과거의 설비투자 지출일 뿐이며,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한 실질적인 수익 창출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7월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은 최종 서비스 수요 추이에 따라 연산용 CPU와 GPU 구매 속도를 유연하게 늦출 수 있다고 시사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과 물리적 완공 일정에 따라 분기별 칩 조달 계획이 조정될 수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현재의 주문 잔고가 튼튼하다는 사실과 미래 주문이 불가역적으로 고정돼 있다는 주장은 전혀 다르며, 반도체 제조사들은 수년 뒤를 내다본 수십조원 단위의 증설 위험을 안고 이 변동성을 감내해야 한다.

고객사들의 구매 제품 믹스 변화도 감지된다. 트렌드포스는 9월 분석 보고서에서 고성능 HBM의 극심한 공급 부족과 가격 부담으로 인해 일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이 최신 12단 대신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8단 제품을 채택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짚었다. 동일한 패키징 용량에서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선택으로, AI 수요의 급격한 붕괴를 뜻하지는 않지만 고객사들이 공급사의 가격 인상을 무제한 수용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신호다.

수요는 사라지기 전에 구매 구성부터 바뀐다.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수급 전망 분석은 DRAM과 달리 NAND 플래시의 경우 2027년 하반기부터 신규 라인 가동과 일반 소비자용 IT 기기 수요 둔화가 맞물려 공급 과잉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경고했다. 동일한 메모리 범주 내에서도 제품군별 수급 사이클이 얼마든지 엇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트렌드포스는 계약가격 분석을 통해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한 핵심 대형 고객사들의 공급 단가 인상 속도가 시장 스팟 가격 상승세보다 훨씬 완만하게 진행된다고 분석했다. 시장 가격 지표의 급등세를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 그대로 곱해 차기 분기 이익을 기계적으로 추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러한 신중론이 현재 확인된 3분기 매출의 폭발적 성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향후 지속 가능한 이익 수준을 예측할 때는 빅테크 고객의 지속적인 자본 지출 여력과 신규 팹 가동에 따른 공급 확대를 냉정하게 계산식에 반영해야 한다. 과거의 다운사이클이 즉각 되풀이된다고 예단할 이유도 없지만, AI가 반도체 고유의 수급 사이클을 완전히 소멸시켰다는 낙관론 역시 근거가 빈약하다.

호황의 지속과 감속 사이… 차기 실적을 가를 성장의 조건

9월까지 이어진 가파른 매출 상승 곡선이 4분기와 2027년까지 꺾이지 않고 연장되려면 전방 고객사들의 강력한 설비투자 기조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기본 시나리오는 AI 인프라 확충 투자가 지속되되, 제품별 가격 상승 탄력과 마진율이 점진적으로 차별화되는 국면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판가 인상 효과를 넘어 프리미엄 고객사 물량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했는지가 핵심 시험대다. TSMC는 2나노 선행 공정과 글로벌 팹 증설 비용을 신규 수주 매출로 얼마나 매끄럽게 흡수해 이익률을 방어하는지가 관건이다.

상방 시나리오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되고, 반도체 제조사들의 신규 증설 물량이 시장에 나오는 족족 전량 완판되는 경우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HBM4와 128GB 이상 서버용 고용량 모듈 비중을 극대화해 마진율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릴 수 있다. TSMC 역시 3나노와 2나노 공정 및 CoWoS 라인의 100% 풀가동을 바탕으로 해외 공장의 초기 고정비 부담을 단숨에 희석할 수 있다.

하방 시나리오는 빅테크들의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과 글로벌 공급사들의 대규모 증설 물량 출회가 맞물리는 경우다. 판가 상승세가 둔화될 때 삼성전자는 출하량 확대로 고정비를 상쇄하며 전사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지 체력 검증을 받게 된다. TSMC는 고객사 주문이 지연되는 동안 막대한 감가상각비와 운영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PC 등 일반 소비자용 IT 완제품 수요의 회복이 지연될 경우 세트 사업의 부진을 메워줄 안전판도 얇아진다.

TSMC가 3분기에 얼마나 더 벌었는지는 매출만으로 답할 수 없다.

TSMC의 3분기 실적 설명회는 한국시간 10월 15일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은 10월 2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TSMC 설명회에서는 실제 달성된 영업이익률과 설비투자 현금흐름이, 삼성전자 설명회에서는 DS 부문의 상세 이익 기여도와 파운드리 손익 분기점 도달 여부가 명확히 확인될 것이다.

TSMC 3분기 공식 IR 페이지에는 현재 확정 실적 대신 7월에 제시했던 가이던스 전망치만이 게시돼 있다.

공급사의 축제가 끝난 뒤 남을 진짜 성적표는, 고객의 지갑이 닫히기 전에 증명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삼성전자와 TSMC의 3분기 영업이익률을 직접 비교할 수 있나?
A.같은 분기의 확정 실적과 사업 범위를 맞춰야 하므로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률 55.08%는 완제품 사업까지 포함한 전사 추정치다. 반면 TSMC의 56~58%는 7월에 제시된 전망 가이던스에 불과하며 최종 확정치가 아니다. 잠정치와 가이던스를 평면 비교해 수익성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Q. 9월까지의 매출 수치로 AI 수혜 규모를 어디까지 판단할 수 있나?
A.TSMC의 월별 매출로는 3분기 전체 외형과 성장률 추이만을 확인할 수 있다. 순수 AI 가속기가 매출 증가에 기여한 절대적 비중과 영업이익률은 파악할 수 없다. 2분기 HPC 매출 비중 66%와 첨단 공정 비중 77%는 수혜 경로를 설명하는 보조 지표일 뿐이며, HPC 부문 전체가 AI 매출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Q. 빅테크의 AI 투자가 지속되더라도 반도체 제조사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나?
A.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매출 외형이 성장하더라도 신규 나노 공정의 초기 수율 확보 비용과 해외 공장 감가상각 부담이 마진을 압박할 수 있다. 메모리 분야 역시 공급 확대로 판가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고객사가 단가가 낮은 제품으로 주문을 전환할 위험이 있다. 특히 부품과 완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복합 기업은 부품 가격 급등이 완제품 제조 마진을 갉아먹는 역효과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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