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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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OpenAI)의 매출이 200억달러(약 27조원) 모자란다는 보도가 10월 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를 흔들었다. 하지만 오픈AI의 매출은 줄지 않았고, 같은 9월 매출을 서로 다른 규칙으로 센 두 숫자가 9일 간격으로 새어 나왔을 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10월 8일 보도에서 오픈AI가 투자자들에게 연환산 매출이 “9월 말 500억달러에 근접했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500억달러는 약 67조원으로, 9일 전 시장에 퍼졌던 700억달러(약 94조원)보다 200억달러 적은 규모다.
시장은 이 차이를 매출 급감으로 받아들였다. 실리콘앵글 10월 8일 집계에 따르면 나스닥 지수가 1.25% 내렸고, 오라클(Oracle)은 5.5%, 코어위브(CoreWeave)는 8% 급락했다. 엔비디아(Nvidia)도 2.9% 하락하는 등 오픈AI와 대형 컴퓨팅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일제히 요동쳤다. 다만 야후 파이낸스 집계처럼 같은 날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20여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점을 감안하면 하락 폭 전부를 이 보도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이 소동에는 오해가 세 겹 쌓여 있다. 연환산 매출을 1년 매출로 읽었고, 장부 규칙이 다른 두 숫자를 같은 숫자로 읽었다. 그리고 기준이 빠진 숫자가 열흘 가까이 사실처럼 돌아다녔다.
연환산 매출의 착시… 1년 동안 번 돈이 아니다
이번 논란의 두 숫자는 모두 연환산 매출이다. 한 달 매출에 12를 곱한 값인 연환산 매출(annualized revenue, run rate)은 비상장 기술 기업이 성장 속도를 보여줄 때 즐겨 쓰는 지표다. 500억달러를 12로 나누면 9월 한 달 매출은 약 41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다.
가게 사장이 이번 달 매상에 12를 곱해 연 매출을 말하는 것과 같다. 장사가 잘된 달을 골라잡으면 숫자는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장부에 찍힌 1년 매출은 이보다 훨씬 적다. 쿼츠(Quartz)가 감사를 거친 문서를 인용해 보도한 오픈AI의 2025년 연간 실제 매출은 130억7000만달러(약 17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로이터(Reuters)는 10월 8일 보도에서 연환산 매출이 특정 달의 실적에 12를 곱하는 방식이어서 시장에 착시를 부르기 쉽다고 짚었다. 악시오스(Axios) 역시 분석 기사에서 상장사 투자자들이 런레이트 지표보다 회계상 확정된 매출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200억달러가 사라졌다는 말도 1년 동안 그만큼 덜 번다는 뜻이 아니다. 9월 한 달로 치면 약 16억7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의 차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손님이 줄어서 생긴 게 아니다.
같은 빵을 두 장부에 적는 법… 총액과 순액의 갈림길
차이의 정체는 장부 규칙이다. 동네 빵집 한 곳이 편의점을 통해 빵을 판다고 치자. 손님은 편의점에서 1만원을 내고, 편의점은 2000원을 수수료로 떼어가니 빵집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8000원이다.
이 거래를 장부에 적는 방법은 두 가지다. 손님이 낸 1만원 전체를 매출로 적고 2000원을 비용으로 빼면 ‘총액(gross)’ 방식이다. 처음부터 손에 쥔 8000원만 매출로 적으면 ‘순액(net)’ 방식이다. 빵도, 손님도, 빵집에 남는 돈도 같다.
장부 맨 윗줄의 숫자만 다르다.
AI 기업에서 편의점 역할은 클라우드 회사가 맡는다. 기업 고객은 아마존웹서비스(AWS)나 구글(Google) 클라우드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도 AI 모델을 구매해 쓴다. 악시오스는 회계 심층 분석을 통해 앤트로픽(Anthropic)이 클라우드 파트너를 거친 판매에서 고객 결제 총액을 매출로 잡고 파트너 몫을 비용 처리하는 반면, 오픈AI는 파트너 판매 중 자기 몫만 매출로 잡는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은 총액, 오픈AI는 순액으로 장부를 쓰는 셈이다.
어느 쪽도 규칙 위반이 아니며 두 회사 모두 미국 회계기준(GAAP)을 따른다. 갈림길은 거래의 주인이 누구냐에 있다. 고객 관계를 쥐고 제품 제공 책임을 전담하는 ‘본인(principal)’이면 총액으로, 중개만 하는 ‘대리인(agent)’이면 순액으로 적는다.
가게 주인이냐 중개인이냐의 차이다.
회계학자 프랜신 매케나(Francine McKenna)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판단 기준은 거래에서 누가 본인이고 누가 대리인인지에 크게 좌우된다”(“The criteria here has a lot to do with who is the principal and who is the agent in the transaction”)며 동일한 사업 모델을 가진 두 기업이라도 서로 다른 회계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 잣대로 잰 700억달러… 200억달러 갭의 실체
700억달러는 오픈AI의 순액 숫자를 앤트로픽식 총액 방식으로 다시 계산한 수치다. 악시오스는 소식통 취재를 통해 이 숫자가 앤트로픽 기준에 맞춰 매출을 총액 환산(gross up)한 결과였다고 보도했다. 두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길 원했던 월가 투자자들의 요구가 낳은 산물이다.
200억달러는 파트너사가 가져가는 몫을 매출에 다시 얹어 연환산한 금액이다. 앞서 든 비유대로 편의점 수수료 2000원을 다시 매출에 합산한 셈이다.
| 구분 | 700억달러 (총액 환산) | 500억달러 (순액 공식) |
|---|---|---|
| 최초 보도 | 9월 29일 악시오스 | 10월 8일 파이낸셜타임스 |
| 장부 규칙 | 총액(앤트로픽 방식으로 환산) | 순액(오픈AI 자체 장부 기준) |
| 사용 맥락 | 앤트로픽과 동일 잣대 비교 | 투자자 대상 공식 재무 문서 |
| 출처 성격 | 재무 사정에 밝은 소식통 | 파이낸셜타임스 확인 공식 자료 |
| 9월 월간 환산액 | 약 58억3000만달러 | 약 41억7000만달러 |
200억달러의 세부 판매처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외신 보도마다 지목하는 지점도 엇갈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클라우드 파트너 판매분을 들었다. 반면 미국 CNBC 쪽 익명 소식통은 야후 파이낸스 인용 보도에서 680억달러라는 수치에 엔비디아 등과의 기업 파트너십 매출이 총액으로 포함됐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 개편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외 다른 클라우드를 통해서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활로를 열었다. 판매 경로가 다변화된 탓에 외부에서는 어떤 채널에서 얼마가 더해졌는지 특정하기 어렵다.
수수료 차이의 폭도 회사마다 다르다. 아이리시타임스가 인용한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앤트로픽 매출의 절반가량이 클라우드 파트너를 거쳤고, 앤트로픽은 그 매출의 약 16%를 파트너에 지급했다. 이를 역산하면 순액으로 전환할 때 차감되는 비율은 8% 안팎이다. 악시오스에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 추정치 역시 6~10% 수준이다. 반면 오픈AI는 7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약 29%가 줄어든다. 파트너사를 거치는 비중이든 수수료 배분율이든 앤트로픽과 수익 배분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뜻이다.
순액이 곧 오픈AI가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순이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픈AI는 2030년까지 총액 상한 조건 아래 마이크로소프트에 수익 일부를 지속 배분해야 한다. 미국 테크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공개한 추정치에 따르면 그 배분 비율은 전체 매출의 20%에 달한다. 매출이 장부의 첫 줄이라면 그 밑으로도 차감돼야 할 줄들이 겹겹이 남아 있는 셈이다.
다만 고객 수요가 견고하다는 실체는 성장률 곡선에 뚜렷이 나타난다. 700억달러를 처음 알린 악시오스 단독 보도는 연환산 매출이 3분기 초보다 7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500억달러를 공유한 투자 설명에서도 오픈AI는 3분기 연환산 매출 증가율을 77%로 제시했다.
크기는 달라도 기울기는 비슷하다.
순액 기준만으로 봐도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픈AI의 연초 연환산 매출은 200억달러였다. 불과 9개월 만에 2.5배로 팽창한 셈이다. 200억달러가 증발했다는 시장의 공포는 오픈AI의 순액 장부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꼬리표 떼고 번진 숫자… 9일간의 침묵과 시장의 착각
악시오스는 9월 29일 단독 보도를 통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하며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이 700억달러에 육박했다고 전했다. 기사에는 해당 수치가 총액인지 순액인지 명시되지 않았고, 오픈AI 측의 공식 입장도 담기지 않았다. 로이터 역시 별도 소식통을 통해 같은 수치를 확인하면서 오라클 주가는 당일 5.3% 급등했다.
두 회계 방식의 차이는 이미 업계에 알려져 있던 정보다. 악시오스는 앞서 9월 3일 해설 기사에서 양사의 매출 산정법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비교한 바 있다. 당시 오픈AI가 400억달러 돌파를 예고했을 때만 해도 장부 차이가 짚어졌지만, 3주 뒤 700억달러 단독 보도에서는 그 단서 조항이 증발했다.
꼬리표는 떨어지고 숫자만 시장을 휩쓸었다.
700억달러가 부각된 시점은 앤트로픽과의 외형 경쟁이 정점에 달했던 때다.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7월에 이미 650억달러(약 87조원)를 넘어섰고, 2분기 매출에서도 앤트로픽(115억달러)이 오픈AI(67억달러)를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동일한 기준으로 오픈AI의 외형을 가늠하길 원했던 시장의 조급함이 반영된 셈이다.
반면 500억달러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자리에서 공개됐다. 블룸버그(Bloomberg)는 10월 8일 보도에서 오픈AI가 투자 전 기업가치 1조4000억달러(약 1874조원)로 300억달러(약 40조원) 이상을 모으는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 협상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매출 수치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투자자에게 건네는 공식 재무 자료라면 회사가 책임질 수 있는 자체 회계 기준, 곧 순액이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외부 비교용 수치가 먼저 시장에 돌았고, 공식 재무 자료의 숫자가 9일 뒤 새어 나왔다. 기준이 다른 두 숫자의 정정 과정이 시장의 눈에는 급격한 실적 추락으로 비친 이유다.
오픈AI의 침묵과 해명… 남겨진 세 가지 의문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파동을 단순한 회계 지식 부족으로 치부했다. 미국 테크·금융 매체 벤징가(Benzinga)는 10월 8일 보도를 통해 퓨처럼 그룹(Futurum Group)의 대니얼 뉴먼(Daniel Newman) 최고경영자(CEO)와 CNBC 방송 진행자 짐 크레이머(Jim Cramer)의 분석을 전했다. 뉴먼 CEO는 X에 올린 글에서 “오늘 오픈AI 소동은 사람들이 총매출과 순매출의 차이를 몰라서 벌어졌다”(“The whole OpenAI drama today was people not knowing the difference between gross and net revenue”)고 꼬집었다. 크레이머도 오픈AI가 앤트로픽과 매출을 다르게 집계해 두 숫자는 같은 기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회계 상식을 알면 풀리는 오해와 별개로 숫자의 출처와 의도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이 남기 때문이다.
첫째, 700억달러라는 환산치를 과연 누가 만들었는가의 문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테크크런치 인용 보도에서 오픈AI 투자자들이 앤트로픽과의 대등한 비교를 위해 자체적으로 추산한 수치라고 봤다. 더넥스트웹이 정리한 CNN 보도도 문서 내용을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700억달러가 오픈AI에서 나온 숫자가 아니라고 전했다. 반면 로이터는 아이리시타임스 인용 보도에서 오픈AI가 별도 행사에서 투자자들에게 9월 연환산 매출이 “700억달러에 근접한다”(“approaching $70 billion”)고 알렸다고 전했다. 투자자의 셈법이 유출된 것인지, 오픈AI가 설명 자리에서는 총액을 쓰고 서류에는 순액을 적은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둘째, 총액 방식이 오픈AI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회계 옵션이 아니라는 점이다. 총액으로 장부를 적으려면 오픈AI가 거래의 직접적인 공급 주체(본인)여야 한다. 클라우드 파트너가 고객 관계와 인프라 제공을 주도하는 구조라면 해당 총액은 엄연히 파트너사의 몫이지 오픈AI의 매출이 될 수 없다.
셋째, 오픈AI의 석연찮은 침묵이다. 700억달러 수치가 9월 29일 처음 보도된 뒤 10월 8일 500억달러 보도가 나오기까지 9일간 시장을 흔들고 파트너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안 오픈AI는 아무런 정정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로이터의 공식 질의는 물론 테크크런치의 확인 요청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정 보도 당일 밤 블룸버그를 통해 나온 것도 공식 해명이 아니라 익명 소식통이 전한 연말 전망치였다.
연말 700억달러 목표… 이번엔 어느 장부의 숫자인가
공교롭게도 정정보도가 터져 나온 당일 밤 또 다른 숫자가 시장에 등장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동부시간 8일 밤(한국시간 9일 오전) 보도에서 오픈AI가 이번 투자 유치 협상 과정에서 연말까지 연환산 매출이 700억달러에 이르거나 이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투자자들에게 내놓았다고 전했다. 성장은 주로 기업 고객 사업이 이끈다는 설명이다. 출처는 익명 소식통이었고, 오픈AI는 논평을 거부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 보도 직후 나스닥100 선물은 0.5% 올랐고, 미국 매체 세마포(Semafor)는 이 전망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시도로 풀이했다.
같은 700억달러가 이번에는 미래 목표치라는 간판을 달고 다시 돌아왔다. 9월 말 500억달러에서 석 달 만에 700억달러로 가려면 40%가 더 늘어야 하는데, 오픈AI가 투자자들에게 밝힌 3분기 증가율 77%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목표치가 앤트로픽식 총액인지, 회사의 공식 순액인지는 어느 보도에도 적혀 있지 않다. 순액이라면 9일 전 잘못 퍼진 총액 숫자를 석 달 뒤 실제 장부로 따라잡겠다는 뜻이고, 총액이라면 이번과 같은 혼선이 되풀이될 수 있다.
결국 오픈AI나 앤트로픽의 상세한 회계 내역은 기업공개(IPO)를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S-1)를 제출하고, 감사를 거친 정식 재무제표가 공시될 때에야 온전히 확인할 수 있다. 그 전까지 비상장 상태에서 유통되는 연환산 매출은 장부의 잣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산정 기준이 빠진 숫자는 언제든 같은 착시를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