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쿠르 아카데미가 AI로 집필했다는 의혹과 표절 의혹이 제기된 캐나다·아이티계 작가 텔리송 오렐리앵의 소설을 공쿠르상 후보 장편 목록에서 제외했다. 가디언은 9월 26일 공쿠르 아카데미가 금요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AI 집필 의혹에 표절 주장까지
공쿠르 아카데미는 소설 『세테 세 우 무리르(C’était ça ou mourir)』를 후보 목록에서 뺀 것은 공쿠르상과 아카데미의 온전성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카데미는 여성과 남성이 쓴 문학을 장려하고 기리는 것이 자신의 핵심 역할이라고 밝혔다. 또 표절 의혹이 새로 드러났고, 연구자와 언론인의 여러 분석 결과가 이 소설이 상당 부분 AI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확정된 사실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소설은 갱단 폭력이 이어지는 고국을 떠난 역사·지리 교사가 12개국을 거쳐 캐나다에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1인칭으로 그렸다. 프랑스 출판사 그라세(Grasset)가 8월 출간한 뒤 약 3만5000부가 팔렸고, 프낙 소설상(Prix du roman Fnac)을 받았으며 20여개국에 번역 판권이 팔렸다. AI 의혹은 이 책이 프낙상을 받은 9월 21일 X에 처음 제기됐다. ‘발랑스 통 클로드(Balance ton Claude)’라는 익명 계정은 AI 탐지 프로그램 팡그램(Pangram)에 소설을 입력한 결과 “거의 전부” AI가 쓴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이 다른 탐지 프로그램으로 확인한 결과 인간이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정도 나왔다.
작가 부인…아카데미는 후보 제외
오렐리앵은 AI 집필 의혹을 부인하며 인종차별에 따른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늘 창작과 글쓰기를 사랑해왔다”며 기계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리베라시옹(Libération)에는 아이티와 카리브해의 언어와 리듬을 사용했다며 이미지와 반복, 리듬은 자신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 계정 운영자는 이후 르피가로(Le Figaro)에서 해당 신문의 칼럼니스트 사뮈엘 피투시(Samuel Fitoussi)로 확인됐다. 피투시는 X에서 기술 낙관론자이지만 AI가 읽기와 쓰기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공쿠르 아카데미 회장 필리프 클로델(Philippe Claudel)은 앞서 의혹을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리베라시옹이 별도로 제기한 표절 의혹이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해당 매체는 오렐리앵이 프랑스 언론인 루이 포웰스(Louis Pauwels)의 1960년 책 『마술사의 아침(The Morning of the Magicians)』 서문에 실린 수상 단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 출판사인 캐나다의 보레알(Le Éditions du Boréal)은 의혹을 확인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증거 없이 책의 존속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표절 의혹에는 우려를 표하면서 작가를 향한 혐오 발언과 개인 공격을 비판했다.
오렐리앵은 추가 의혹에 관해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프랑스 마노스크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서는 상황이 가라앉을 때까지 한발 물러서겠다고 말했다. 공쿠르 아카데미는 10월 6일 최종 후보 목록을 발표하고 11월 4일 수상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AI 집필 의혹뿐 아니라 표절 주장과 탐지 결과의 엇갈림이 함께 제기된 상황에서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