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미국 전역의 연방법원 행정을 지원하는 연방법원행정처(Administrative Office of the U.S. Courts·AO)가 판사와 법원 직원의 인공지능(AI) 사용에 관한 전국 기준을 제정한다. 특정 항소법원이나 지방법원의 자체 규칙이 아니라 미국 연방법원 시스템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AI 전국 기준 제정 작업이다.
AO는 9월 17일 “AI 태스크포스가 만든 임시 지침을 법원에 배포했으며 쟁점이 해결되는 대로 추가 지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24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는 60개가 넘는 AI 관련 쟁점을 7개 분야별 소그룹에서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는 9월 17일 “미 연방법원 시스템이 법원 업무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데 관한 새로운 지침을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 1년 안에 추가 권고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O는 미국 전역의 연방법원을 지원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연방법전(28 U.S.C. §601)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장(Chief Justice of the United States)이 AO 국장과 부국장을 임명·해임한다. 다른 조항(28 U.S.C. §604)은 AO 국장이 전국 연방법원의 행정책임자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한다.
AO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이 기관은 전국 연방법원에 행정·법률·재정·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예산과 인사, 정보기술, 통계 등 공통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재판 판단은 AI에 맡기지 말라”
AO는 이미 임시 AI 지침을 법원에 배포했다.
임시 AI 지침의 핵심은 “AI가 판사를 대신해 재판의 본질적인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O는 9월 17일 “법원은 의사결정(decision-making)이나 사건 판단(case adjudication)을 포함한 핵심 사법 기능을 AI에 위임하지 않도록 주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AO의 2025년 연례보고서를 보면 기준은 더 구체적이다. 임시 지침은 새로운 법률 쟁점을 다룰 때 AI를 사용하는 데도 극도로 신중할 것을 권고한다. AI가 생성한 내용은 사람이 독립적으로 검토·검증해야 하며, AI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승인한 판사·직원은 AI의 도움을 받아 수행한 업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 AI 사용 사실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비밀유지와 법원 기록의 신뢰성을 해치지는 않는지도 고려하도록 했다.
이는 앞서 제10항소법원이 추진한 AI 규칙과 규율 대상부터 다르다. 제10항소법원 규칙안이 법원에 서면을 제출하는 변호사와 당사자의 AI 사용을 통제한다면, AO의 임시 지침은 판사와 로클럭, 법원 직원 등 법원 내부 사용자가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다룬다. 핵심은 AI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조사와 행정업무 등에 활용하더라도 사건의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AI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I 금지는 아니다“
즉 연방법원의 정책 방향은 AI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 법원은 이미 반복적인 행정·절차 업무에 AI를 사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9월 17일 “제9항소법원이 본인소송(pro se) 당사자의 손글씨 제출서류를 전사하는 데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제5·6·9항소법원은 제출서류가 절차와 형식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데도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6항소법원 수석판사 제프리 서튼(Jeffrey S. Sutton)은 “AI가 항소사건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제출서류에서 형식상 문제를 찾아 법원 직원이 당사자에게 수정하도록 안내하는 데 사용된다”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즉 AO가 만드는 기준은 AI 사용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고 무엇을 맡겨서는 안 되는지를 구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서 전사나 형식 점검 같은 보조업무에는 AI를 활용하되 사건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사람에게 남겨두는 방식이다.
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조직이 AO가 구성한 AI 태스크포스다. AO에 따르면 로버트 J. 콘래드 주니어(Robert J. Conrad Jr.) AO 국장이 2025년 판사와 법원 간부, 법원 직원 등 24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태스크포스는 AI가 연방법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필요한 정책과 기존 정책의 변경안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았다.
태스크포스는 IT 보안과 거버넌스, 윤리 교육, 보호관찰·재판 전 서비스, 연방 국선변호 서비스, 비용 관리 등 60개가 넘는 쟁점을 7개 분야별 소그룹에서 검토하고 있다.
판결문에도 AI 오류…판사·로클럭까지 관리
법원 내부 AI 사용이 문제가 된 사례는 이미 나타났다.
로이터는 2025년 10월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의 줄리언 제이비어 닐스(Julien Xavier Neals) 판사와 미시시피 남부연방지방법원의 헨리 윈게이트(Henry Wingate) 판사가 직원들의 AI 사용으로 법원 명령에 오류가 들어갔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닐스 판사는 미국 상원 법사위원장 척 그래슬리 의원에게 보낸 답변 서한에서 “한 증권 소송의 결정문 초안이 사람의 실수로 공개됐으며, 재판부가 이를 인지하자마자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는 로스쿨 인턴이 허가 없이 챗GPT를 법률 조사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AI로 생성한 조사 내용이 문제의 결정문에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닐스 판사는 “사건 이후 재판부에 서면 AI 사용 정책을 마련하고 결정문 검토 절차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윈게이트 판사 사건에서는 로클럭이 AI 검색 서비스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이용해 명령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변호사가 AI로 가짜 판례를 제출하는 문제와 달리 법원 내부의 AI 오류는 판결과 명령이라는 법원 자체 기록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진다. AO가 판사뿐 아니라 로클럭과 법원 직원까지 포함한 AI 사용 기준을 만드는 배경이다.
AI 태스크포스 위원장 시드니 R. 토머스(Sidney R. Thomas) 제9항소법원 판사는 로이터에 “우리는 AI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Our focus has been effective and safe use of AI)”고 말했다.
Q&A
Q. 미 연방법원행정처는 어떤 기관인가?
미국 전역의 연방법원을 지원하는 중앙 행정기관이다. 연방대법원장이 AO 국장과 부국장을 임명·해임하며, AO는 전국 연방법원의 예산·인사·정보기술·통계 등 공통 행정업무를 지원한다.
Q. 한국 법원행정처와 같은 기관인가?
전국 법원의 중앙 행정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러나 조직구조는 다르다. 한국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에 설치돼 있는 반면 미국은 연방대법원장, AO와 다른 전국·지역 법원행정기구에 권한이 분산돼 있다.
Q. 이번 지침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나?
핵심 대상은 판사와 로클럭, 법원 직원 등 연방법원 내부의 AI 사용자다.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AI 서면을 직접 규제하는 제10항소법원 규칙안과는 대상이 다르다.
Q. AI를 법원에서 금지하려는 것인가?
아니다. 일부 연방 항소법원은 이미 손글씨 문서 전사와 제출서류의 형식 점검 등에 AI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정책은 보조업무에는 AI를 활용하되 재판 판단과 최종 책임을 사람에게 두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