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전문 언론사 26곳이 오픈AI(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불과 3개월 전 약 400개 지역신문을 거느린 출판사들이 집단 제소한 데 이어 시애틀타임스(The Seattle Times)와 뉴스데이(Newsday)까지 소송에 가세하면서, AI 학습을 위한 뉴스 콘텐츠 복제가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지역 언론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 뉴욕남부연방법원 법원 기록에 따르면 타임스 퍼블리싱 컴퍼니 대 마이크로소프트(Times Publishing Company et al. v. Microsoft Corporation et al., 1:26-cv-08082) 사건이 9월 16일 제기됐다. 타임스 퍼블리싱 컴퍼니(Times Publishing Company)를 비롯해 오스틴 크로니클(Austin Chronicle), 케이프 가제트(Cape Gazette), 플로리다 트렌드(Florida Trend), 스윔스왬(SwimSwam) 등 26개 지역·전문·비영리 언론사가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피고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관련 법인 10곳이다.
원고들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들의 기사 수십만 건을 허락이나 보상 없이 수집·복제해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 등 상업용 생성형 AI 제품을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중 하나인 더 슈스트링(The Shoestring)은 9월 17일 소장에서 “피고들은 출판사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은 채 콘텐츠를 스크랩하고 복제해 생성형 AI 제품을 구축하고 상업화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더 슈스트링(The Shoestring) 미디업 기업 노이지 크리크(Noisy Creek)가 운영하는 매체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원고들은 미국 저작권법 제501조에 따른 직접 저작권 침해와 대위 저작권 침해(vicarious copyright infringement),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상 저작권 관리 정보(Copyright Management Information·CMI) 제거 금지 규정인 17 U.S.C. §1202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법원 소송 기록에도 소장과 함께 타임스 퍼블리싱의 저작권 등록 자료, C4 데이터셋의 도메인별 토큰 수 자료, CMI 제거 사례가 증거자료로 제출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C4 ‘3800만 토큰’ 제시…학습 데이터 복제 입증 시도
이번 소송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원고들이 공개 웹 데이터셋인 C4(Colossal Clean Crawled Corpus)에 자신들의 콘텐츠가 얼마나 포함됐는지를 수치화했다는 점이다. C4는 비영리 단체가 수집한 전 세계 웹사이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글이 AI 학습에 적합하도록 정제(필터링)해 만든 약 750GB 규모의 초대형 텍스트 데이터셋이다. 방대한 언어 패턴을 담고 있어 초기 거대언어모델(LLM) 연구와 오픈소스 AI 학습의 핵심 ‘교과서’로 널리 활용돼 왔다.
소장을 분석한 Agenccy AI 보도에 따르면 원고들은 자신들의 도메인에서 나온 텍스트가 C4에 3800만 토큰(token) 이상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타임스 퍼블리싱 약 679만 토큰, 오스틴 크로니클 약 565만 토큰, 노이지 크리크 약 483만 토큰, 스윔스왬 약 446만 토큰 등이다. 다만 특정 콘텐츠가 C4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오픈AI의 특정 모델 학습에 실제 사용됐다는 점이나 저작권 침해가 곧바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토큰은 AI가 자연어를 이해하고 처리할 때 사용하는 문자열의 최소 단위를 말한다.
원고들은 모델 학습뿐 아니라 생성 단계도 문제 삼았다. 원고들은 “AI는 기사 일부를 그대로 또는 거의 그대로 재현할 수 있고, 검색증강생성(Retrieval-Augmented Generation·RAG)을 통해 최신 기사 내용을 가져와 답변에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RAG는 AI가 외부 자료를 검색한 뒤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을 만드는 기술이다.
CMI 청구도 별도 쟁점으로 주장했다. 원고들은 “기사에 붙어 있던 기자 이름, 매체명, 저작권 표시 등 저작권 관리 정보가 학습용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메타데이터가 사라졌다는 사실뿐 아니라 DMCA 제1202조가 요구하는 법적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다퉈야 한다.
3개월 전 약 400개 지역신문도 같은 법원에 제소
이번 소송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앞서 제기된 대규모 지역신문 소송과 구조가 닮았다. 6월 24일 리치너 커뮤니케이션스(Richner Communications) 등 35개 출판사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를 상대로 리치너 커뮤니케이션스 대 마이크로소프트(Richner Communications, Inc. et al. v. Microsoft Corporation et al., 1:26-cv-05320)를 제기했다.
당시 소장에 따르면, 이 출판사들은 미국 전역에서 약 400개 지역·지역권 신문을 운영하며, 피고들이 수십만 건의 저작권 보호 기사를 체계적으로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6월 26일 오픈AI 저작권 다지구 소송(In re OpenAI, Inc. Copyright Infringement Litigation, 25-md-3143)에 편입됐다.
블룸버그 로는 7월 14일 “약 400개 소규모 신문의 저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소송이 더 광범위한 소송(MDL)에 병합된 뒤 관련 신청이 처리될 때까지 중단됐다”고 전했다.
타임스 퍼블리싱 사건에서도 원고들은 소송 제기 당일 이 사건을 기존 병합소송(MDL, 25-md-3143)과 관련 사건으로 지정해 달라고 청구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스타인 판사에게 이미 배당됐거나 절차가 중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앞선 리치너 사건처럼 기존 MDL과 함께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시애틀타임스·뉴스데이도 2주 전 소송
지역 언론의 제소는 이달 들어 더욱 잦아졌다. 로이터는 9월 5일 “시애틀타임스와 뉴스데이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언론 콘텐츠를 허가 없이 복제해 AI 시스템 학습에 사용했다며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두 신문은 “유료 기사까지 수집해 챗GPT와 코파일럿, 빙(Bing)의 AI 기능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오픈AI는 로이터에 “자사 모델이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되며 이러한 이용은 공정 이용 원칙에 근거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송에 놀랐지만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핵심은 “AI 학습은 공정 이용인가”
새로 제기되는 언론사 소송들은 이미 스타인 판사 앞에서 본격화된 약식판결(summary judgment) 공방과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로는 9월 4일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저작권 보호 저작물을 LLM 개발에 사용한 것은 공정 이용이며, AI 출력 역시 원저작물을 충분히 변형한다고 주장하며 약식판결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언론사와 작가 측은 “무단 복제가 모델 개발의 핵심 단계이고 기존 라이선스 시장과 잠재적 시장을 훼손하기 때문에 공정 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역 언론사들이 잇따라 소송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AI 학습 단계의 복제 문제뿐 아니라 AI 답변이 원문 사이트 방문과 구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애틀타임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앨런 피스코(Alan Fisco)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직원들에게 “우리가 매년 수백만달러를 들여 제작하는 콘텐츠가 우리의 동의나 보상 없이 사용되는 것으로부터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Q&A
Q. 이번 소송은 기존 뉴욕타임스의 OpenAI 소송과 같은 사건인가?
아니다. 타임스 퍼블리싱 사건은 별도 사건번호 1:26-cv-08082로 9월 16일 새로 제기됐다. 다만 원고들이 기존 오픈AI 저작권 MDL인 25-md-3143과 관련 사건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앞서 리치너 커뮤니케이션스 사건은 실제로 이 MDL에 편입됐다.
Q. C4에 언론사 기사가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나?
그렇지 않다. C4에 특정 언론사의 텍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웹 수집 데이터에 해당 콘텐츠가 들어갔다는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특정 오픈AI 모델이 해당 자료를 실제 학습했다거나 그 이용이 저작권 침해였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실제 복제·학습 여부와 공정 이용 여부 등이 별도로 판단돼야 한다.
Q. 대위 저작권 침해는 무엇인가?
직접 복제를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주체의 침해 행위를 통제·감독할 능력이 있고 그 침해로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경우 책임을 묻는 법리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들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사업 관계를 근거로 이 책임을 주장하지만, 법원이 인정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Q. 왜 약식판결이 중요하나?
약식판결은 핵심 사실에 실질적인 다툼이 없어 재판까지 갈 필요 없이 법률 문제를 판단할 수 있을 때 법원이 내리는 결정이다. 현재 오픈AI MDL에서는 언론사·작가 측과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가 서로 약식판결을 신청한 상태다. 특히 LLM 학습을 위한 저작물 복제가 공정 이용인지에 관한 판단은 이번에 새로 제기된 지역 언론사 사건들의 핵심 쟁점과 직접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