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날짜 하나가 액수를 가른다.
정부가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7년도 예산안에는 결혼부터 출산과 양육, 취업, 군 복무까지 생애 단계마다 대규모 현금성 지원이 명시됐다. 예산안 공식 발표에 따르면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예산안을 편성한 주체는 기획예산처다. 올해 정부 조직 개편으로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면서, 국가 예산 편성 기능이 기획예산처로 이관됐다.
그러나 단순 발표 금액만으로는 개별 국민이 실제로 얼마를 수령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동일한 제도라도 출생 일자, 거주 지역, 어린이집 이용 여부에 따라 최종 수령액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산안과 함께 공개한 「국민체감 20선」과 「100대 신규사업」 설명 자료에는 공식 발표문에 상세히 드러나지 않았던 세부 지급 조건들이 명시돼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주요 항목을 가상의 가족 사례로 재구성해 9월 17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추가 안내했다. 다만 분석에 앞서 명확한 전제가 필요하다. 아래의 모든 수치와 제도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기 전의 정부 원안이다. 예산안은 9월 3일 국회에 제출됐으며, 헌법 제54조에 따른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최종 지원 금액과 세부 시행 시기는 국회 예산 심의 및 관련 법률 개정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
혼인·출산·양육 3대 패키지 개편… 세액공제 폐지와 직접 재정 전환의 본질
이번 개편의 뼈대는 두 축으로 압축된다. 기존 세금을 감면해주던 방식을 직접 현금 지급으로 전환했고,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현금성 지원을 단계별로 하나로 통합했다.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인 조세지출은 납부할 세액이 많은 고소득층일수록 실질 감면 혜택이 커지는 구조적 역진성을 띤다. 정부는 이 틀을 전환해 기존 혼인세액공제와 출산·입양세액공제를 폐지하고 해당 재원을 일반 예산으로 편입했다. 기획예산처 설명자료에 따르면 총 17개 사업에서 1조9000억원 규모의 조세지출이 직접 재정 지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생애 초기 지원 체계는 크게 세 갈래로 재편됐다.
첫째는 혼인지원금이다.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에게 소득 조건 없이 생애 1회 1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정부의 「100대 신규사업」 자료에 따르면 총 48만쌍을 수혜 대상으로 설정해 1662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으며, 이 중 8억원은 신규 지급 전산망 구축비로 책정됐다.
실질 지원 규모를 따져보면 달라진 것은 형태다. 기존 혼인세액공제 역시 부부 1인당 최대 50만원씩 합산 100만원이었으므로, 총액 자체는 동일하고 지원 형태만 연말정산 세액 환급에서 현금성 직접 지급으로 변경됐다. 면세점이 낮거나 세금을 적게 내 공제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저소득 신혼부부까지 포괄하겠다는 취지다.
둘째는 아이맞이지원금이다. 출산 직후 집중되는 양육 초기 비용을 보전하는 직접 현금으로 출생 순위에 따라 첫째 10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 이상 1500만원이 지급된다. 지방우대 지역에 거주하면 각 500만원이 가산되어 첫째 1500만원, 둘째 1700만원, 셋째 이상은 최대 2000만원까지 늘어난다. 지급 방식은 일시금이 아니라 출산 후 1년간 분기별 4회에 걸쳐 분할 지급된다.
이 지원금 역시 완전히 새로운 재원이 투입된 것은 아니다. 기존 첫만남이용권과 부모급여, 출산·입양세액공제를 한데 묶어 단일화한 결과다. 서로 다른 세 가지 제도를 각각 따로 신청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덜고 창구를 일원화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셋째는 아동기본수당이다. 기존의 아동수당을 전면 개편해 대상 연령을 현행 0~8세 미만에서 0~12세(초등학교 졸업 시기)까지 4년 확대했다. 기본 지급액 역시 현행 월 10만~13만원 수준에서 월 20만~30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 구분 | 현행 (2026년) | 개편안 (2027년) |
|---|---|---|
| 혼인 |
혼인세액공제 1인 최대 50만원 (부부 합산 최대 100만원 감면) |
혼인지원금 부부당 100만원 (현금 직접 지급 / 2027년 1월 이후 신고자 전액 소급) |
| 출산 |
· 출산·입양세액공제: 첫째 30 · 둘째 50 · 셋째 이상 70만원
· 첫만남이용권: 첫째 200 · 둘째 이상 300만원
· 부모급여: 0세 월 100 · 1세 월 50만원
|
아이맞이지원금 1000만~2000만원
· 기본: 첫째 1000만 · 둘째 1200만 · 셋째 이상 1500만원
· 지방우대: 거주 시 500만원 일괄 가산 · 출산 후 1년간 분기별 4회 분할 지급 |
| 양육 |
아동수당: 0~8세 미만 (월 10만~13만원 지급) |
아동기본수당 0~12세 월 20만~30만원
· 연령 4년 확대 (초등학교 졸업 시기까지)
· 기본 월 20만원 / 지방우대 시 월 30만원 · 0~1세 가정양육 시 추가 지원 (최대 월 60만원) |
정부는 이 셋을 합친 아동 1명당 총지원액을 개편 전 3690만~4298만원에서 개편 후 4940만~7500만원으로 제시했다. 분야 예산도 5조3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으로 8000억원가량 늘었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7500만원은 이 구간의 맨 위 숫자다. 지방우대 지역에 살면서 셋째 이상을 낳고, 0~1세를 집에서 키우고, 혼인지원금까지 받고, 아동기본수당을 열세 해 동안 받았을 때 나오는 값이다. 서울에서 첫째를 낳고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가구가 받는 금액은 구간의 아래쪽 숫자인 4940만원이다.
2027년 7월 1일 출생일 절벽… 상·하반기 격차와 적용 시점 논의
세 제도는 법적 시행일이 서로 다르며, 특히 출산과 양육 지원은 아동의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절대적 기준으로 적용한다.
| 제도 | 2026년 | 2027년안 | 시행 시기 |
|---|---|---|---|
| 혼인지원금 | – | 1663억원 | 2027년 하반기 (1월 이후 신고 소급) |
| 아이맞이지원금 | 4111억원 | 6981억원 | 2027년 7월 (상반기 적용 검토) |
| 아동기본수당 | 2조4822억원 | 2조9272억원 | 2027년 7월 시행 |
| 부모급여 | 2조3726억원 | 2조2695억원 | 2027년 6월 30일 이전 출생아 유지 |
혼인지원금은 시스템 구축 완료 후 하반기부터 실지급되지만, 2027년 1월 1일 이후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까지 전액 소급 적용된다. 따라서 2027년 중 혼인신고를 접수한 신혼부부라면 신고 시점과 무관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출산 지원 체계는 시행 시기에 따라 수혜 폭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아이맞이지원금은 정부안 기준 2027년 7월 1일 이후 태어난 아동부터 적용된다. 그렇다면 2027년 상반기(1~6월) 출생아는 신설 지원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정부의 「100대 신규사업」에 따르면 6월 30일 이전 출생아에게는 기존 첫만남이용권과 부모급여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며, 출산·입양세액공제 폐지분을 반영해 첫만남이용권 단가가 첫째 23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이상 370만원으로 상향된다. 0세 월 100만원, 1세 월 50만원의 부모급여 역시 변함없이 지급된다.
그럼에도 누적 수혜액의 격차는 결코 작지 않다. 상반기 출생아는 첫만남이용권 230만원과 부모급여 1800만원을 합쳐 출생 초기 2030만원을 받으므로, 7월 이후 출생아가 수령하는 아이맞이지원금 1000만원보다 일시적으로는 많아 보인다. 그러나 7월 이후 출생아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12세까지 매월 20만~30만원의 아동기본수당을 수령하므로, 아동 성장에 따른 총 누적액을 산정하면 순위가 완전히 역전된다. 출생일이 단 하루만 차이 나더라도 우대지역 가산금과 가정양육 지원을 포함해 최대 1200만~3000만원의 수혜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적 분기점이 바로 이 7월 1일이다.
이 같은 ‘출생일 절벽’ 문제는 예산안 발표 직후 강한 형평성 논란을 촉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6월 30일이냐 7월 1일의 차이가 뭔지를 두고 행정편의에 의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며 시스템 준비가 필요하더라도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다만 같은 연도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면 똑같이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관계 부처는 상반기 출생아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약 2500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9월 19일 현재 정부안이 수정 제출된 것은 아니며, 최종 반영은 국회 예산안 심의와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경계선을 1월로 옮겨도 제도의 본질적인 딜레마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그때는 2026년 12월 31일생과 2027년 1월 1일생 사이에 또 다른 수혜 격차의 경계선이 그어지기 때문이다.”
아동기본수당 월 30만원의 함정… ‘지방우대’와 ‘가정양육’의 중복 구조
수혜 대상자가 가장 큰 혼선을 겪기 쉬운 지점이 바로 이 아동기본수당의 산정 방식이다. 정책 설명서에 등장하는 동일한 ‘월 30만원’이라는 수치가 실제로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세부 제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하나는 거주지에 따른 ‘지방우대분’이다. 아동기본수당의 전국 공통 기본 지급액은 월 20만원이지만, 지정된 지방우대 지역에 주소를 둘 경우 월 30만원으로 상향된다. 다른 하나는 보육 방식에 따른 ‘가정양육 추가분’이다. 0~1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가정에서 직접 돌볼 경우 월 30만원이 별도로 가산된다.
이 두 가지 우대 조건은 중복 수령이 가능하다. 가령 지방우대 지역에 거주하면서 0세 아동을 가정 보육할 경우 매월 총 60만원을 지급받는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 일반 지역에서 0세 아동을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기본 지급액인 월 20만원에 그친다. 아동의 연령이 같은데도 거주지와 양육 형태에 따라 매달 3배에 달하는 지원액 차이가 발생한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실질 격차를 서울 거주 첫째아 가구(0~12세, 총 156개월)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하면 명확해진다. 현행 제도는 첫만남이용권 200만원, 부모급여 1800만원, 아동수당 1560만원을 합쳐 총 3560만원이다. 반면 2027년 개편안은 아이맞이지원금 1000만원에 아동기본수당 3120만원, 그리고 가정양육 추가분 720만원(0~1세 24개월)을 합산하면 총 4840만원으로 1280만원 증가한다.
그러나 가정양육 추가분 720만원은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조건이 전제된다. 따라서 아이를 조기에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맞벌이 가구의 경우 실질적인 지원 증가폭은 560만원으로 축소된다. 외벌이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체감하는 개편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취업 청년 취업준비자금 대출… 3단계 한도와 금리 면제 조건
미취업 청년 취업준비자금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1027억원 규모의 신규 금융 지원 사업이다. 주의할 점은 무상 보조금이 아닌 상환 의무가 있는 정책 대출 상품이라는 사실이다. 지원 대상은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이며, 대학 및 대학원 재학생이나 휴학생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 지원 한도는 3단계의 복합 계층 구조로 통제된다. 생애 총 한도는 2000만원이며 1회 신청 시 최대 500만원까지만 실행할 수 있다. 연간 한도는 750만원으로 제한되며, 대출 재신청 간격은 6개월을 준수해야 한다. 2000만원 전액을 일시에 수령하는 자금으로 오인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단계적 분할 실행 구조다.
적용 금리는 일반 미취업 청년 기준 연 4.0%에 보증료율 1%p가 가산된다. 고졸 미취업 청년의 경우 1.6%p를 인하해 2.4%가 적용되며, 취약계층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은행 자체 우대 금리가 더해져 최저 연 1.9% 수준까지 낮아진다. 또한 구직 활동 등 취업 준비 사실을 입증하면 실제 취업 성공 시점까지 대출 이자를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대출금의 용도를 제한한다는 규정은 없다. 「국민체감 20선」에는 한도와 금리, 자격 조건만 명시됐고, 정책브리핑이 학원비와 교통비, 자격증 응시료를 예로 들었을 뿐이다.
군 복무 청년 상해·실손보험 신설… 2027년 7월 적용 이유와 보장 범위
군 복무 청년을 위한 안전망 지원책은 두 가지 제도가 신설되며, 법령 정비와 상품 설계를 거쳐 2027년 7월부터 동시에 시행된다.
첫 번째는 ‘병 단체 상해보험’이다. 국방부가 현역병과 상근예비역의 보험료 전액을 대납하고, 복무 중 상해나 부상을 입었을 때 병사 개인이 직접 보험금을 수령하는 구조다. 2027년도 배정 예산 69억원은 7월부터 연말까지의 하반기 6개월분이다. 우체국보험 상품안 기준으로 골절 진단 시 30만원, 화상 진단 25만원, 수술비 20만원, 입원 시 1일당 4만원이 지급된다.
두 번째는 ‘전역 후 실손보험’이다. 의무복무를 만기 전역한 제대군인에게 18개월간 실손의료보험을 자동 가입시키고 보험료는 국가보훈부가 전액 부담한다. 배정 예산 75억원은 연간 전역 예상 인원 17만8575명에 1인당 연 8만4000원을 곱한 뒤 6개월분만 반영한 수치다. 국가보훈부는 제도가 정착되는 2028년부터 연간 약 15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두 사업 모두 2027년 1월이 아닌 7월부터 시행되는 이유는 행정 실무 절차 때문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관련 근거 법령을 정비하고 민간 사업자를 공모·선정한 뒤 세부 보장 약관을 설계하는 데 최소 6개월의 준비 기간이 소요된다.
‘모두의 AI’ 2500억원의 용처… 주민등록법 충돌과 대리인 딜레마
이번 예산안에서 인공지능(AI) 분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핵심 축이지만,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서비스만 분리해 보면 구조가 명확하다. 정부는 ‘모두의 AI’ 분야 예산을 기존 1조4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1조원 증액했으며, 이 중 대국민 AI 서비스 개발 및 인프라 공급에 2500억원을 신규 배정했다. 나머지 2조1000억원은 초중고·대학생과 구직자, 재직자 등 390만명을 대상으로 한 AI 역량 교육에 투입된다.
2500억원이 투입되는 대국민 AI 서비스의 실체는 공공 및 민간 영역의 맞춤형 에이전트 구축이다. 정부 공식 문서에 따르면 국민에게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알려주고 신청까지 해주는 ‘공공 AI 에이전트’와, 여행·돌봄 등 일상 편의를 지원하는 ‘민간 AI 에이전트’가 복합 제공된다. 공공 분야의 대표 예시로는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KTX 열차 예매, 여권 재발급이 제시됐고, 민간 분야에서는 교통·숙박 자동 예약 연계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4일 착수 간담회 백브리핑에서 2027년도 ‘모두의 AI’ 예산 2500억원의 구체적인 세부 배분 내역을 공개했다. 총 2500억원 중 가장 큰 비중인 1700억원은 미국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AI 가속기 ‘B200’ 약 2000장을 임차하는 연산 자원 확보에 투입된다. SK텔레콤, 카카오, KT 컨소시엄에는 플랫폼 운영비로 각 100억원씩 총 300억원이 배정되며, 나머지 500억원은 외부 서드파티 개발사의 특화 에이전트를 연동하는 생태계 조성에 쓰인다. 즉 국민 개인에게 지급되는 구독 바우처나 현금성 혜택은 전무하다.
주목해야 할 기술적·법적 쟁점은 ‘대리 신청’ 기능이다. 단순 안내에 그치지 않고 AI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공공 민원을 접수하는 구조는 현행 법령과 직접적인 마찰을 빚는다. 주민등록법 제29조 제3항에 따르면 전자문서나 무인민원발급기를 통한 등·초본 교부는 원칙적으로 신청인 본인 또는 동일 세대원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대면 창구에서는 위임장을 통한 대리 발급이 가능하지만, 비대면 전자 발급 환경에서는 제3자 대리 신청이 원천 차단돼 있다. 만약 AI가 이용자의 위임을 받아 독자적으로 행정 서버를 호출하는 대리인으로 설계된다면 정부가 제시한 첫 번째 대표 서비스부터 법률 위반에 직면한다. 반대로 본인이 키보드를 누르는 것과 같은 단순 조작 도구(User Interface)로 해석될 경우에만 서비스가 성립할 수 있다.
“단순 안내를 넘어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민원을 신청하는 순간 현행 주민등록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AI가 독립적 대리인인가, 본인의 단순 조작 도구인가에 따라 서비스의 존립 기반이 갈린다.”
이 사업은 이미 주관 사업자 선정을 마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월 13일 사업 공고를 낸 뒤, 8월 28일 주관 사업자로 SK텔레콤과 카카오, KT 컨소시엄을 확정했다. 2027년도 예산 2500억원은 이미 발주된 계속 사업의 본격 가동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다.
에이전트가 접속할 행정 민원망 개편 예산도 병행 편성됐다. 행정안전부 계획안에 따르면 AI통합민원플랫폼 예산은 기존 18억원에서 203억원으로 대폭 확대됐고, 공직자 전용 업무 AI 시스템인 ‘온AI’ 확산에 542억원이 배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민 접점의 AI 프론트엔드를 구축하고, 행정안전부가 뒷단의 공공 데이터 API를 정비하는 역할 분담 체계다.
다만 대국민 무료 서비스의 지속 기간은 유동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7년 하반기 이후 고도화된 기능을 유료 프리미엄 모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그 전까지는 서비스 품질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민간 광고를 결합하는 쪽을 고려하고 있다. GPU 인프라 지원금 1700억원 역시 2027년 3월 예정된 첫 분기 평가를 기점으로 세 컨소시엄의 실사용 트래픽과 성능에 따라 차등 배분될 예정이다.
전기차·무상보육·임산부·육아수당… 기타 생애주기 지원책 총점검
친환경 모빌리티 지원인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기존 1조6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증액되며 지원 보급 물량은 30만대에서 43만대로 늘어난다. 일반 전기승용차의 국고보조금 단가는 2026년과 동일한 대당 300만원으로 동결된다. 과거 보조금 단가는 2011년 1500만원에서 2016년 1200만원, 2020년 800만원, 2024년 400만원을 거쳐 2026년 300만원까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어 왔다.
차종별 세부 지원 규격은 차이를 보인다. 화물차의 경우 대당 보조금 단가가 기존 10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축소되는 대신 지원 대수는 4만대에서 6만대로 확대된다. 한편 기존에 별도 적용되던 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 등 4000억원 규모의 세제 혜택은 보조금과의 중복 지원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 보조금 체계로 일원화됐다. 이를 합산한 친환경차 총 재정 지원 규모는 2조3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증가한다.
| 구분 | 승용 | 승합 | 화물 |
|---|---|---|---|
| 지원 물량 | 26만대 → 37만대 | 3500대 → 4500대 | 4만대 → 6만대 |
| 보조금 단가 | 300만원 → 300만원 (동결) | 7000만원 → 7000만원 (동결) | 1000만원 → 800만원 (인하) |
유아 무상교육·보육 지원은 만 3세까지 전면 확대되며 관련 예산은 4703억원에서 6429억원으로 1725억원 늘어난다. 지원 대상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3~5세 아동 전체다. 2025년 7월 만 5세를 시작으로 2026년 4~5세를 거쳐 2027년 3~5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 무상보육 체계의 최종 완성 단계다. 다만 기관 유형에 따라 지원 단가는 세분화된다.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비 명목으로 월 11만원이 지원되며, 어린이집은 특별활동비와 가방비 등 기타 필요경비로 월 7만원, 공립유치원은 방과후과정비로 월 2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은 지원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1년)로 두 배 연장되며 예산도 158억원에서 314억원으로 증액된다. 수혜 대상은 전년도 1월 1일 이후 출산자를 포함한 16만명이며, 월 1회 4만원 이상씩 연간 48만원 상당의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가 제공된다. 재원은 국비 40%, 지방비 40%, 본인 부담 20%로 분담된다. 소득 기준 없이 신청 가능하나 영양플러스 사업이나 농식품 바우처와는 중복 수령할 수 없다. 신청은 전용 온라인 몰인 ‘에코이몰’ 또는 시·군·구와 읍·면·동사무소에서 진행된다.
전세사기 피해 예방 사업에는 14억5000만원이 투입되며, 국토교통부의 ‘안심전세’ 모바일 앱을 단일 창구로 활용한다. 부동산 등기부등본 권리 분석, 확정일자 부여 현황, 전입세대확인서, 집주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이력, 임대인 보증 사고 및 신용 정보 등 5대 핵심 지표를 통합 연계해 임대차 계약 전 보증금 미반환 위험도를 사전에 검증해준다.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비임금 근로자를 위한 신규 육아수당도 도입된다.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1인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4인 이하 농어업 종사자가 주 지원 대상이다. 아울러 고용보험 가입자 중에서도 피보험 단위기간이 180일에 미달해 기존 육아휴직급여를 수령할 수 없었던 취약 계층까지 포괄한다. 지원액은 월 50만원씩 3개월간 총 150만원이며, 총 93억원의 예산으로 약 6100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기준 부재의 그림자… ‘지방우대 지역’ 범위는 왜 빠졌나
이처럼 촘촘하게 설계된 예산안 속에서도 정작 가장 결정적인 핵심 기준 하나가 여전히 공란으로 남아 있다. 바로 수백만~수천만원의 가산금을 좌우할 ‘지방우대 지역’의 구체적 범위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서 국가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지방우대 원칙을 적용하는 재정 사업을 기존 7개에서 61개로 대폭 확대했다. 우대 방식으로는 국비 지원 단가 인상, 지자체 자부담 비율 인하, 공급 물량 우선 배정, 매칭 지원율 상향 등 4대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그러나 타 부처 사업의 선례를 살펴보면 지방우대의 기준선 자체가 제각각이다. 청년도전성장지원사업은 수도권 국비보조율 80%,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 90%라는 구분을 채택한 반면,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은 수도권(연 240만원)과 지방 인구감소지역(연 720만~900만원)으로 훨씬 좁게 압축했다.
문제는 최대 500만원의 가산금이 걸린 아이맞이지원금과 매달 10만원의 차이를 만드는 아동기본수당의 우대 지역 범위가 공식 예산안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전체가 대상인지,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89개 인구감소지역에 국한되는지, 혹은 별도의 복합 지표를 산출할 것인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세부 선정 기준을 향후 행정안전부와의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추후 확정하겠다고만 밝혔다.
결국 현시점에서는 지방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가구가 아이맞이지원금 500만원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예비 부모는 단 한 명도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