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절도” “AI는 뉴스 대체재”…저작권 소송 뒤흔든 오픈AI·MS 내부 문건

Attorney presenting “PLAINTIFF’S EVIDENCE” slide in New York federal court
An attorney presents highlighted evidence during a courtroom hearing involving The New York Times and OpenAI.

오픈AI(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뉴욕타임스 등 언론사들과 벌이는 AI 저작권 소송에서 두 회사의 공정이용(fair use) 항변을 정면으로 뒤흔들 수 있는 내부 문건과 임직원 증언이 대거 법정에 제출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는 AI 학습을 위한 대규모 콘텐츠 수집을 ‘전례 없는 규모의 놀라운 절도(an astonishing theft of unprecedented proportions)’라고 표현한 문건까지 공개됐다. 오픈AI 내부에서는 자사 AI 제품을 뉴스의 ‘대체재(substitutive)’로 평가하면서 언론사가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드러났다.

이는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오픈AI 저작권 침해 통합소송(In re OpenAI, Inc. Copyright Infringement Litigation, 1:25-md-03143-SHS-OTW)과 관련 사건의 9월 17일 소송 기록(docket)에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가 제출한 데일리뉴스 대 마이크로소프트 사건(Daily News LP v. Microsoft Corporation, 1:24-cv-03285) 기록에는 약식판결 신청(통합사건 ECF 1728)을 뒷받침하는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내부 자료, 기업 관계자 증언 등 수십 건의 증거물이 이날 잇따라 등재됐고 민감한 내부 자료도 함께 드러났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 대 마이크로소프트 사건(The New York Times Company v. Microsoft Corporation, 1:23-cv-11195) 기록에도 오픈AI 측의 봉인 신청과 관련 선서진술서 등이 추가됐다.

이로써 약 3년간 진행된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로 확보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민감한 내부 자료가 “AI 학습은 공정이용인가”라는 법률 판단의 증거로 본격적으로 다퉈지게 됐다.

MS 내부 문건엔 “전례 없는 절도” “인류 역사상 최대 노동 절도”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 나온 표현이 민감하다.

테크크런치는 9월 17일 “마이크로소프트 응용과학 담당 이사 브렌트 헥트(Brent Hecht)가 2023년 1월 내부 문건에서 AI 학습을 위한 대규모 콘텐츠 수집을 ‘전례 없는 규모의 놀라운 절도’이자 ‘인류 역사상 최대의 노동 절도(the largest theft of labor in human history)’라고 표현한 사실이 새로 공개된 법원 서면에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9월 17일 “헥트가 수많은 사람이 AI 기업의 대규모 콘텐츠 수집을 ‘전례 없는 규모의 놀라운 절도’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취지의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절도’라는 내부 표현이 곧 저작권법상 침해를 인정한 법적 자백은 아니다. 헥트는 법률적 판단을 내리는 변호사가 아니며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발언이 한 직원의 개인적 견해일 뿐 회사의 법적 판단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원고 입장에서는 피고 기업 내부에서 AI 학습용 콘텐츠 확보 방식의 경제적·윤리적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다. 특히 다른 내부 자료와 결합될 경우 의미가 커질 수 있다.

“우리 제품은 대체적”…공정이용의 아픈 곳 건드린 오픈AI 내부 문건

오픈AI 내부에서 자사 AI가 언론 콘텐츠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로이터는 9월 17일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임직원들이 내부적으로 AI 제품이 저널리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며, 언론사 원고들은 이를 두 회사의 공정이용 항변을 약화시키는 증거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의 챗GPT 책임자 닉 털리(Nick Turley)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 “출판업계가 오픈AI 같은 제품으로부터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받고 있다”고 썼다. 그는 오픈AI 제품이 “대체적인 성격이 크다(largely substitutive)”고 평가하면서 제품 성능이 향상될수록 더 대체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표현은 단순히 기업 내부의 자극적인 문구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저작권법 107조는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할 때 이용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성격, 이용된 분량과 중요성, 그리고 이용이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따라서 AI가 원저작물과 경쟁하지 않고 이를 ‘변형(transform)’해 새로운 용도로 사용한다는 피고 측 논리와, 내부에서 스스로 AI를 기존 콘텐츠의 ‘대체재’라고 평가한 자료 사이의 관계는 법원이 검토할 수 있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AI 기업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대체제’라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면 스스로 저작권 침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근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부 임직원의 표현 자체가 공정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해당 발언의 맥락과 실제 AI 시스템의 이용 방식, 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나델라도 “AI 플랫폼이 원래 사이트 방문 대체”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의 증언도 이 쟁점에 연결된다.

나델라는 올해 증언에서 챗봇과의 대화가 이용자에게 AI 플랫폼에서 바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원래 정보가 있는 웹사이트를 방문해야 할 필요를 대체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로이터는 9월 17일 보도했다.

테크크런치가 9월 17일 확인한 공개 서면에는 더 민감한 증언도 나온다. 나델라는 ‘유료 구독 안내(paywall, 페이월)’ 뒤에 있는 콘텐츠는 이를 AI의 그라운딩이나 학습에 사용하려는 사람이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오픈AI가 페이월 뒤의 정보를 스크래핑해 학습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진 권리를 행사해 모델을 다시 학습시키도록 요구했을 것이라는 증언도 서면에 포함됐다.

이 증언은 두 가지 쟁점을 동시에 건드린다. AI가 기존 언론 사이트를 실제로 대체하는지와 유료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하는 데 라이선스가 필요한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나델라의 증언이 회사의 법적 입장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나델라가 사람들이 정보를 찾고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를 설명한 것이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여부에 대한 법적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페이월 우회 방법”…브록먼은 “ah nice”

공개된 서면에는 콘텐츠 확보 과정에 관한 자료도 들어 있다.

테크크런치는 오픈AI 연구원 닉 라이더(Nick Ryder)가 브록먼에게 뉴욕타임스 페이월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언급했고 브록먼이 “멋지네(ah nice)”라고 답한 내용이 공개 서면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목은 특히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테크크런치는 “새로 공개된 상당수 내용이 뉴욕타임스 등 원고 측 약식판결 서면에 인용된 것이고, 근거가 된 일부 원본 증거물은 여전히 봉인돼 있어 인용문의 전체 맥락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GPT-3 데이터세트 공유…‘프로젝트 택시·망고’도 등장

새로 공개된 서면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사이에서 학습 데이터가 어떻게 오갔는지에 관한 원고 측 주장도 구체화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원고 측은 오픈AI가 GPT-3 전체 학습 데이터세트를 마이크로소프트에 전달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프로젝트 택시(Project Taxi)’와 ‘프로젝트 망고(Project Mango)’를 통해 오픈AI에 학습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서면은 프로젝트 망고 데이터세트에 언론사 원고들의 고유 저작물이 최소 16만903건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오픈AI의 중간 학습(mid-training) 데이터세트에는 뉴욕타임스·데일리뉴스·탐사보도센터의 저작물이 9만1692건 이상 들어갔고, 커먼크롤(Common Crawl) 기반 데이터세트에는 nytimes.com에서 수집한 문서가 200만건 이상 포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수치들은 아직 법원이 인정한 사실이 아니다. 원고 측이 약식판결을 받기 위해 법원에 제시한 증거와 그 해석이다.

MS 데이터로 “NYT 클릭률 최대 93% 감소” 주장

이번 자료 가운데 공정이용 판단과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큰 또 하나의 증거는 AI가 언론사 트래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데이터다.

테크크런치가 9월 17일 확인한 원고 측 서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자체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코파일럿(Copilot)의 ‘답변 엔진(answer engine)’에서 뉴욕타임스 도메인으로 이동하는 클릭률은 기존 빙(Bing) 검색보다 최대 9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원고들은 주장했다.

이 자료는 앞서 나온 내부 발언들과 성격이 다르다. “대체적”이라는 임직원의 평가를 넘어 AI 서비스 이용과 원저작물 사이트 방문 사이의 실제 시장 효과를 수치로 제시하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프레젠테이션에는 생성형 AI가 콘텐츠 산업의 경제 기반을 훼손하면 결국 AI 모델 자체에 필요한 콘텐츠 공급도 약화되는 ‘둠 루프(doom loop, 파멸의 고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헥트가 작성한 문건은 최종 AI 제품이 그 제품에 필수적인 콘텐츠 공급자의 경제적 기반을 위협하는 상황이 이례적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왜 이 문건들이 예민한가…‘학습했느냐’에서 ‘대체했느냐’로

이번 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저작물을 실제로 AI 학습에 사용했는지 여부만 다투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기 때문이라고 매체들은 평가했다.

두 회사는 저작물을 이용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만드는 행위가 원저작물을 그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통계적 관계를 학습해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하는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맞서 언론사들은 이제 피고 측 내부 문건과 자체 데이터를 이용해 다른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AI가 뉴스 콘텐츠를 이용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용자가 원래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까지 줄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미국 저작권법 107조의 네 번째 공정이용 요소는 문제되는 이용이 저작물의 잠재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따진다. 원고들이 이번 자료를 집중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AI가 언론 콘텐츠를 단순히 학습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이를 대체하고 기존 시장을 잠식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이번 자료만으로 판결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직원 개인의 평가와 회사의 법적 입장은 다를 수 있고, ‘대체’라는 일반적인 제품·시장 표현과 저작권법상 시장 대체 효과도 반드시 같은 개념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은 AI 학습의 목적과 변형성, 이용한 저작물의 양, 출력 결과, 라이선스 시장과 실제 트래픽에 미친 영향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추상적으로 “AI 학습은 변형적인가”를 다투다가 피고 기업들이 실제로 무엇을 수집했고, 그 행위를 내부에서 어떻게 인식했으며, AI 제품이 원저작물의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증거로 다투는 단계로 소송의 중심이 움직였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월스트리트저널도 9월 17일 새로 공개된 법원 자료를 토대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AI 도구가 뉴스 출판사에 ‘실존적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이에 맞서 AI 학습과 AI 결과물이 저작물을 변형해 이용하는 공정이용이라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Q&A

Q. 9월 17일 하루에 50건 넘는 도킷 업데이트가 나온 것은 50건의 새로운 소송이 생겼다는 뜻인가?

A. 아니다.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의 통합소송과 여러 연계 사건에 약식판결 관련 선서진술서와 증거물이 대량 제출됐고, 하나의 증거 제출이 여러 연계 사건의 도킷에도 반영됐다. 실제 뉴스 가치는 건수 자체보다 증거개시에서 확보한 내부 자료가 약식판결 증거로 법원 기록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Q. 오픈AI가 내부적으로 자사 AI를 ‘대체재’라고 평가한 것이 왜 중요한가?

A.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가 저작물의 잠재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원고들은 오픈AI가 스스로 AI 제품의 ‘대체적’ 성격을 인식했다는 자료를 AI가 언론사의 시장을 잠식한다는 주장의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내부 표현 자체가 법률상 시장 대체 효과를 자동으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Q.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 ‘절도’라고 표현했다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것인가?

A. 아니다. 브렌트 헥트의 표현은 내부 문건에 나온 개인의 평가이며 법률상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회사의 공식 자백과 동일시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개인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실제 콘텐츠 취득·복제 방식과 공정이용 요건을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Q. 이번 자료 가운데 판사가 공정이용을 판단할 때 직접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A. 원고들은 AI 제품을 ‘대체적’이라고 표현한 내부 문건, 나델라의 증언, 유료장벽 관련 내부 대화, 학습 데이터세트 구성, 코파일럿 이용 시 언론사 클릭률이 감소했다는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 등을 약식판결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법원은 이 자료들의 증거 가치와 맥락을 판단한 뒤 공정이용의 각 요소에 적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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