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AI 규제기관 아니다” 하고선…주정부 AI 규제에는 직접 개입

미국 법무부와 AI 규제 권한 충돌

미국 법무부(DOJ)가 “우리는 AI 규제기관이 아니다”라며 인공지능(AI) 기업을 수사·기소를 통해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연방정부 정책과 충돌한다고 판단하는 주정부 AI 규제를 법정에서 다투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실제 소송에도 직접 개입하고 있다. AI 기업을 검찰권으로 규제하는 데는 선을 긋지만,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AI 규제권 충돌에서는 적극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는 9월 15일 “토드 블랜치(Todd Blanche) 법무장관이 백악관에서 AI와 관련된 개인이나 기업이 형사법을 위반하면 법무부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블랜치는 “AI에 적용할 수 있는 형사법이 많고 법무부가 이미 AI 관련 사건을 기소해 왔다”면서도 “AI를 규제하는 것은 법무부의 역할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 브리핑 발언 기록에 따르면 블랜치 장관은 “우리는 검찰이지 규제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AI를 규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We’re prosecutors, not regulators, so we’re not going to try to regulate AI)”라고 말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 로와의 인터뷰에서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은 AI 기업을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방식의 ‘기소를 통한 규제(regulation by prosecution)’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I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찰권을 이용해 새로운 규제 기준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법무부가 AI 규제 문제에서 물러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사를 통한 기업 규제와는 별개로 연방정부가 과도하다고 판단하는 주정부 AI 규제를 법원에서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주정부 AI법 다투는 전담 조직까지 설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4365호다. 행정명령은 AI 분야에서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국가적 정책 체계(minimally burdensome national policy framework)”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주마다 다른 AI 규제가 기업의 준수 부담을 높이고 미국의 AI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백악관의 논리다.

행정명령 3조는 법무장관에게 ‘AI 소송 태스크포스(AI Litigation Task Force)’를 설치하도록 했다. 연방정부의 AI 정책과 충돌한다고 판단되는 주 AI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이 조직의 “유일한 책임(sole responsibility)”이다. 주법이 주간통상을 위헌적으로 규제하거나 연방법에 의해 우선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 등이 법적 대응 대상으로 제시됐다.

법무부는 지난 1월 9일 AI 소송 태스크포스 설치 메모를 내고 조직을 출범시켰다. 법무장관 또는 지명자가 위원장을 맡고 법무부 주요 송무 조직이 참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는 것은 주별 규제가 서로 다른 기준을 만드는 ‘규제 패치워크(regulatory patchwork)’다. 반면 주정부들은 딥페이크, 알고리즘 차별, 소비자 보호, 아동 안전 등에 대응하려면 자체 규제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갈등은 연방의회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AI 규제를 일정 기간 제한하려던 방안은 상원에서 99대1로 삭제됐다. 로이터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주정부 AI 규제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콜로라도 AI 규제 소송에는 법무부가 직접 개입

법무부의 방침은 실제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xAI가 콜로라도주의 AI 규제법인 상원법안 24-205(SB24-205)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법무부가 직접 개입했다. 이 법은 고위험 AI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기업에 알고리즘 차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의무와 정보 공개 등을 요구한다.

로이터는 4월 24일 “법무부가 콜로라도 AI법에 도전한 엑스AI의 소송에 개입하면서 기업과 주정부 사이의 분쟁이 트럼프 행정부와 콜로라도주 사이의 AI 규제권 충돌로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엑스AI는 해당 법이 AI 개발자의 설계를 제한하고 특정 표현을 강제해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콜로라도법의 알고리즘 차별 관련 구조가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보호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법무부의 주장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은 아니다.

법무부는 AI 기업과 관련된 다른 규제 소송에도 개입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시시피주 사우스헤이븐에 있는 엑스AI 시설을 둘러싼 환경소송에 뛰어들었다. 법무부는 민간 원고들이 엑스AI와 자회사 MZX 테크(MZX Tech)를 상대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상 허가 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낸 소송에 개입해 법원에 기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해당 시설에서 개발되는 AI 모델이 미국 경제와 국방에 중요하다는 점도 개입 이유로 제시했다.

‘AI를 규제하느냐’보다 ‘누가 규제하느냐’가 쟁점

블랜치 장관의 발언과 법무부의 실제 움직임을 함께 보면 법무부는 두 가지 법 집행 방식을 구분하고 있다. AI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수사나 기소를 동원해 새로운 규제 기준을 만들지는 않되, 기존 형사법을 위반하면 수사한다. 반면 주정부 AI법이 연방정부의 정책이나 헌법·연방법과 충돌한다고 판단하면 법정에서 직접 다툰다.

실제 AI 관련 형사집행도 진행되고 있다. 뉴욕 동부연방검찰청은 지난 5월 “AI로 만든 비동의 성적 딥페이크를 게시한 혐의로 2명을 체포·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2025년 제정된 테이크 잇 다운법(TAKE IT DOWN Act)을 적용했다.

백악관의 행정명령도 모든 주 AI법의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아동 안전, AI 컴퓨팅·데이터센터 인프라, 주정부의 AI 조달·사용 등 일부 분야의 합법적인 주법은 향후 연방 입법을 통한 우선 적용 배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동시에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연방거래위원회(FTC)에는 주 AI법과 충돌할 수 있는 연방 기준과 연방법 우선 적용 문제를 검토하도록 했다.

주정부 쪽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화·민주 양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Meta), 구글(Google), 애플(Apple) 등 13개 기업에 AI 챗봇의 유해한 출력과 관련한 경고 서한을 보내 “주와 연방 규제기관 모두 AI 시스템을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당시 “주정부들이 AI 기술을 자체적으로 규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주정부 사이에 규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블랜치 장관이 말하는 ‘비규제’는 법무부가 AI 규제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무부는 AI 기업에 검찰권을 이용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주정부 AI법에는 소송을 통해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Q&A

Q. 미 법무부가 “AI 규제기관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무슨 뜻인가?

AI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기소해 사실상 새로운 규제 기준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법률 위반이 확인되면 AI 관련 사건도 수사한다.

Q. 그런데 왜 주정부 AI법에는 법무부가 개입하나?

법무부는 두 사안을 법적으로 구분한다. 기업에 대한 형사수사·기소와 주정부 법률의 위헌성이나 연방법과의 충돌 여부를 법원에서 다투는 것은 서로 다른 법 집행 수단이라는 것이다.

Q. AI 소송 태스크포스는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14365호에 따라 법무부가 올해 1월 설치한 조직이다. 연방정부의 AI 정책과 충돌한다고 판단되는 주정부 AI법에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임무다.

Q. 미국 AI 규제 갈등의 핵심은 무엇인가?

AI 규제 여부뿐 아니라 연방정부와 주정부 가운데 누가 어느 범위까지 규제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통일된 연방 체계를 추진하고 있고, 주정부들은 소비자 보호와 알고리즘 차별, 딥페이크, 아동 안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규제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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