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들, 순환형 자금 조달로 데이터센터 투자 앞당기고 위험 키워

AI 기업 간 순환형 자금 조달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앞당기는 동시에 시장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컨버세이션은 10월 14일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고 장비를 사고파는 자금 구조를 짚었다.

엔비디아가 투자자·공급자·고객으로 참여

순환형 자금 조달은 칩 공급업체가 데이터센터 건설업체에 투자하고, 투자금을 받은 업체가 그 공급업체의 칩을 사는 방식이다. 중앙은행 분석에서는 AI 기업에 대한 투자금의 55.2%가 다른 AI 기업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거래는 외부 고객의 실제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투자 열기가 지속 가능한지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엔비디아(Nvidia)는 오픈AI(OpenAI)의 비공개 투자 유치에 300억달러를 투자하고,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 사업에 최대 1050억달러를 보증할 계획이다. 클로드(Claude) 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에도 최대 100억달러를 투자하고, 엔비디아 기술을 쓰는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코어위브(CoreWeave) 주식 20억달러어치를 매입했다. 엔비디아는 2024년 AI 기업과 50건 넘는 투자 계약을 맺었다. 일부는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거나 투자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데이터센터 투자와 시장 위험

호주 데이터센터 건설업체 퍼머스(Firmus)는 이런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엔비디아는 2025년 9월 퍼머스의 3억3000만호주달러 규모 증자에 참여한 뒤 2026년 4월과 8월 후속 투자에도 참여했지만,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퍼머스는 엔비디아의 칩·네트워크·소프트웨어를 결합한 DSX AI 팩토리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이며, 인도네시아 바탐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는 엔비디아를 최대 300억달러 규모의 6년 고객으로 확보했다. 오픈AI도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의 주요 고객으로 이름을 올렸다.

호주중앙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칩 업체가 자사 제품을 사는 기업에 자금을 대는 불투명한 순환형 거래를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AI 투자 기대가 바뀌거나 부채 조달 구조가 흔들리면 관련 기업의 실적과 자금 사정이 함께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가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이 회사가 시사한 수준보다 200억달러 적다고 보도한 뒤 오픈AI 주가가 하락한 사례도 거론됐다.

실제 수요가 투자 속도를 따라잡을까

더컨버세이션은 엔비디아가 AI 기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칩을 공급하고 데이터센터 고객으로 참여하면, 고객사 수요가 약해질 때 예상 판매와 투자금 회수 양쪽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 S&P 500 상승분의 약 70%를 칩 업체들이 차지했고 엔비디아 비중은 지수의 약 8.06%에 이른다는 점도 시장 집중 위험으로 제시했다. 호주 가구의 거의 90%도 퇴직연금을 통해 미국 AI 주식에 노출돼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AI 산업의 성장이 허상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게 분석의 결론이다. 쟁점은 기업과 소비자의 수요·매출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을 감당할 만큼 빨리 늘어날지다. 1990년대 통신 붐 때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가 고객의 장비 구매 자금을 지원했고, 통신망이 과잉 구축된 뒤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사례와도 비교했다. 당시 깔린 광섬유는 수십 년간 쓰였지만 최신 AI 칩의 수명은 몇 년에 그칠 수 있어, 수요가 예상보다 늦거나 작으면 주주와 퇴직연금 가입자가 손실을 부담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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