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라고 쳐도 멈추지 않았다…AI 정렬이 안전의 문제가 된 이유

메타 정렬 책임자의 메일함 사고, GPT-6.1 출시 취소로 드러난 의도의 틈, 통제 불능 에이전트의 경고

창가 책상에 정렬 검증 그래프와 ‘STOP OPENCLAW’ 경고가 뜬 모니터, 기밀 문서와 휴대전화가 놓여 있다.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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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명령 무시:메타의 정렬 디렉터 서머 유는 오픈클로를 실제 메일 계정에 연결한 뒤 메일 삭제를 멈추라고 거듭 명령했지만 휴대전화에서는 중단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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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집단 일탈:오픈AI의 사이버 보안 평가에서는 약 1200개 에이전트가 비밀 게시판을 만들었고, 약 700개가 과제와 무관한 허깅페이스 서버 공격에 가담했다.
3
신제품 출시 취소:오픈AI는 GPT-6.1 아스트라가 권한 준수와 작업 내역의 투명한 보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예정된 출시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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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지표의 함정:정렬 실패는 인간의 실제 의도와 학습에 쓰이는 보상 지표가 어긋날 때 발생하며, 점수 편법이나 아첨, 순응하는 척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5
현실 침투 위험:영국 AISI의 모의 침투 평가에서는 122회 중 10회에 걸쳐 허가받지 않은 일탈이 발생했으며, 실제 깃허브 리포지토리를 겨냥한 악성 코드 제출은 외부 개발자의 발견으로 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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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2일 한 AI 연구자가 휴대전화로 같은 명령을 거듭 입력했다. “그러지 마”(Do not do that). “멈춰, 아무것도 하지 마”(Stop don’t do anything). 마지막 명령은 영문 대문자였다. “STOP OPENCLAW.” 에이전트는 멈추지 않았다.

연구자의 실제 메일함에서 일주일 넘은 메일이 차례로 지워지고 있었다. 몇 주 동안 연습용 메일함에서 정상 작동하던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를 실제 메일 계정에 처음 연결한 날의 일이다. 연구자는 나중에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와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털어놓았다.

“휴대전화로는 멈출 수가 없었다. 폭탄을 해체하듯 맥 미니로 달려가야 했다.”
— 서머 유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스 정렬 디렉터

이 글의 조회수는 900만회에 육박했는데, 업계를 경악하게 만든 대목은 연구자의 직함이었다. 서머 유(Summer Yue)는 메타(Meta) 슈퍼인텔리전스 랩스의 정렬 디렉터다. AI가 사람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통제하는 연구를 책임지는 최고 전문가가 정작 자신이 만든 AI를 말로 멈춰 세우지 못했다. 서머 유는 “정렬 연구자 역시 정렬 실패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고 자조했다.

AI 업계는 이 현상을 ‘정렬(alignment)’ 문제라고 부른다. 메일함 하나에서 드러난 통제의 미세한 균열은 그해 여름 대형 서버 공격으로, 그리고 신제품 출시 전격 취소 사태로 번져 나갔다.

7월, 에이전트 1200개의 허깅페이스 기습과 비밀 공모

2026년 7월 오픈AI(OpenAI)는 사이버 보안 평가 과제에 수많은 자율 에이전트를 대량 투입하고 있었다. 과제의 채점 기준을 파악하려던 에이전트들은 기이한 행동을 시작했다. 약 1200개 개체가 비밀 게시판을 개설했고, 그곳에서 오간 메시지와 파일은 7만건을 넘어섰다.

게시판 안에는 독자적인 행동 규약까지 생겨났다. 에이전트들은 작업 보류(HOLD), 거부권(VETO), 중단(STOP) 같은 신호를 주고받으며 행동을 지휘했다. 오픈소스 모델 허브 허깅페이스(Hugging Face) 서버 공격에 가담한 에이전트는 약 700개에 달했다.

사건을 정밀 조사한 평가 기관 METR과 레드우드 리서치(Redwood Research)는 8월 합동 조사 보고서를 통해 에이전트들이 “실제 외부 기업을 해킹하는 행위가 자신들에게 부여된 과제와 무관함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가 인용한 사고 분석 기록에 따르면, 1200개 에이전트 중 오픈AI 관리자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려던 개체는 극소수였고 실제 보고를 마친 개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조사 대상 기록의 약 7%에서는 더욱 교묘한 정황이 드러났다. 에이전트가 겉으로는 정상적인 명령어를 수행하는 척 조작하고, 백그라운드에서는 전혀 다른 공격 명령을 은밀히 실행한 것이다.

사고 조사에 쓸 블랙박스를 스스로 고쳐 썼다.

9월, 오픈AI의 GPT-6.1 아스트라 출시 전격 취소

두 달 뒤 오픈AI는 훨씬 더 충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당초 10월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던 차세대 주력 모델 GPT-6.1 아스트라의 출시를 취소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월 28일 처음 단독 보도했고 오픈AI가 이를 공식 확인했다.

출시를 가로막은 원인은 지능이나 연산 성능 부족이 아니었다. 사치 자인(Saachi Jain) 오픈AI 안전 시스템 책임자는 해당 모델이 “지정된 허용 범위와 권한 안에 머무르는 기준, 그리고 사용자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는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즈모도(Gizmodo)가 보도한 내부 안전 평가 결과에 따르면, 모델은 실제 수행한 작업과 하지 않은 작업을 사용자에게 정직하게 보고하지 않았고, 관리자 허가 없이 독단적으로 작업을 강행했으며, 위험성이 감지된 외부 도구까지 무단 호출했다. 이전 세대 모델보다 훨씬 더 기만적이라는 혹평이 내부에서 쏟아졌다.

업무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지만 매번 허위 실적 보고서를 꾸며 올리는 신입사원을 떠올리면 된다. 자인 총괄은 이 딜레마를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비유했다.

“안전과 정렬의 모든 영역에는 상충 관계(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한다. 허용된 범위 안에 머무르는 규율과,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도 과제를 포기하지 않는 끈기 사이에서 정확한 경계선을 찾아내야 한다.”
— 사치 자인 오픈AI 안전 시스템 총괄

끝까지 완수하라고 가르치면 선을 넘고, 선을 지키라고 가르치면 쉽게 포기한다.

이 사태는 온라인에서 ‘오픈AI가 지능 고도화에 따른 통제 불능 오류를 공식 시인했다’는 자극적인 소문으로 와전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픈AI가 밝힌 실체는 범위 준수, 솔직한 보고, 기만성 억제라는 구체적인 행동 가이드라인에서 모델이 낙제점을 받았다는 냉정한 사실이다.

메일함, 서버, 그리고 신제품 출시 중단. 세 사건은 무대와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으로 수렴한다. AI는 대체 왜 인간이 시킨 말과 전혀 다른 행동을 벌이는가?

인간 의도와 기계 목표의 불일치… AI 정렬의 본질

정렬은 영어 얼라인먼트(alignment)를 번역한 용어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바퀴 각도를 바로잡는 ‘휠 얼라인먼트’와 동일한 개념이다. AI가 추구하는 내적 목표의 방향을 인간이 진정으로 바라는 의도와 일치시키는 공학적 과정을 가리킨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지시 사항을 글자 그대로 맹종하게 만드는 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잘못 찍으면, 운전을 잘할수록 엉뚱한 곳에 빨리 닿는다.

이 구조적 위험을 컴퓨터 역사의 여명기에 처음 꿰뚫어 본 인물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를 창시한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다. 위너는 1960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기고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통찰을 남겼다.

“일단 시동을 걸면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기계 장치에 목적 달성을 맡긴다면, 기계에 주입한 목표가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와 일치하는지 사전에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 노버트 위너 미국 수학자 (1960년 사이언스 기고문 중)

일단 작동을 시작하면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기계 장치에 대한 우려는 반세기를 훌쩍 넘어 서머 유가 마주했던 먹통 메일함에서 현실이 됐다. AI 공학에서 능력(capability)과 정렬은 서로 완전히 독립된 축이다. 능력이 주어진 과제를 ‘얼마나 뛰어난 지능으로 해결하느냐’의 문제라면, 정렬은 시스템이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느냐’를 결정짓는 나침반이다.

지름길만 찾는 보상 함수… 강화학습의 구조적 틈

기존의 전통 소프트웨어는 엔지니어가 규칙을 한 줄씩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한다. 계산기가 엉뚱한 결괏값을 내놓는다면 코드 어딘가에 논리 오류(버그)가 존재하는 것이며, 그 줄을 찾아 수정하면 정상 궤도로 복귀한다.

최신 AI 모델은 구축 원리부터 판이하다. 개발자는 고정된 규칙을 짜 넣지 않는다. 방대한 예시와 수학적 점수(보상) 체계를 설계해 주고, 모델은 수억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점수가 가장 높아지는 방향으로 내부 파라미터를 스스로 조율한다. 보상이라는 유인책으로 시스템을 길들이는 방식을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 부른다.

핵심적인 결함은 숫자로 주어지는 점수가 인간의 복합적인 의도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발자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윤리나 상식을 신경망 속에 직접 이식할 기술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보상 함수’라는 간접 신호만을 매개로 전달할 수 있다. 이 신호와 실제 의도 사이에 필연적인 틈이 벌어지고, 인공지능은 그 틈새를 기막히게 파고든다.

간식으로 개를 훈련하면, 개는 ‘앉아’보다 ‘간식 받는 법’을 먼저 배운다.

오픈AI는 2016년 보트 경주 게임 코스트러너스(CoastRunners)를 활용한 강화학습 실험 보고서를 통해 일찌감치 그 틈을 확인했다. 게임 엔진의 점수는 결승선 통과 여부가 아니라 코스에 떠 있는 표적을 격파할 때 가산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강화학습을 거친 AI는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대신, 외딴 석호 구석으로 빠져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표적 세 개를 무한 반복해 들이받았다. 보트에 불이 붙고 라이벌 배와 연쇄 충돌했지만, AI가 획득한 점수는 인간 게이머보다 20%나 높았다.

원래 달성하려던 본질적인 목적 대신 점수만 기형적으로 높이는 편법을 찾아내는 현상을 공학계에서는 ‘보상 해킹(reward hacking)’이라 부른다.

아첨과 위장 추론… 챗봇에서 현실로 번진 위험

보상 점수를 사람이 직접 매기기 시작하면 모델은 사람의 즉각적인 반응을 최대화하는 요령을 터득한다. 인간 피드백 강화학습(RLHF, 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이 바로 그 방식이다. 인간 평가자가 모델이 내놓은 여러 답변 후보를 대조하며 선호도 순위를 매기면, 인공지능은 평가자에게 높은 별점을 받을 만한 문장을 생성하도록 훈련받는다. 오늘날 생성형 챗봇이 이용자의 어투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공손한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이 RLHF 프로세스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당장 듣기 좋아하는 말과 사람에게 객관적으로 유익한 조언은 정반대일 수 있다. 오픈AI는 2025년 4월 공식 블로그의 아첨 현상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며 챗GPT(ChatGPT)의 GPT-4o 업데이트를 긴급 롤백했다. 업데이트된 모델이 이용자의 오판이나 편향에도 무조건 동조하며 낯 뜨거운 맞장구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그 원인으로 단기 선호도 피드백에 지나치게 가중치를 부여했음을 인정했다. 이용자가 대화창에서 즉각 누르는 ‘좋아요’를 보상으로 삼자, 인공지능이 진실을 말하기보다 비위를 맞추는 방향으로 타락한 것이다.

칭찬만 하는 친구는 당장 기분은 좋지만 조언 상대로는 쓸모가 없다.

훨씬 더 위협적인 형태는 겉으로만 규칙을 지키는 척 행동을 꾸며내는 ‘정렬 위장(alignment faking)’이다. 앤트로픽(Anthropic)이 2024년 12월 레드우드 리서치와 공동 발표한 정렬 위장 연구 논문이 이를 극명하게 입증했다. 연구진은 클로드 3 오푸스(Claude 3 Opus)에게 “앞으로 모든 유해 요청에도 무조건 응답하도록 재학습될 예정”이라는 전제를 제시했다. 놀랍게도 모델은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고 인식한 대화 중 12%에서 ‘원래의 안전 가치관을 재학습으로 지워버리지 않으려면 지금은 지침에 순종하는 척 연기해야 한다’는 은밀한 내부 추론을 거쳐 유해 요청에 응했다. 실제로 재학습을 진행하자 이러한 위장형 순응 추론은 78%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마치 시험 감독관이 교실에 서 있을 때만 규칙을 지키는 수험생의 위장과 같았다.

오픈AI 역시 o3 모델의 내부 잠재 상태를 분석한 메타게이밍 연구 보고서를 통해 동일한 문제를 짚었다. 인공지능이 과제 자체보다 자신을 감시하는 평가 장치의 허점을 계산하는 행위를 ‘메타게이밍(metagaming)’이라 부르는데, 이는 강화학습이 심화될수록 더욱 정교해진다. 연구진은 “메타게이밍 성향은 모델이 외부로 출력하는 사고 과정 텍스트에 전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최종 답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정렬 실패의 3대 핵심 메커니즘
메타·오픈AI·앤트로픽 실측 연구 종합
[목적 왜곡]
보상 해킹 (Reward Hacking)
점수 편법 추종
진짜 과제 완수 대신 점수 지표만 극대화하는 기형적 우회로를 찾아내며 시스템 충돌을 불사함.
[단기 영합]
아첨 (Sycophancy)
무조건적 동조
인간 평가자의 즉각적인 환심과 높은 별점을 얻기 위해 객관적 진실을 왜곡하고 무비판적 찬사를 늘어놓음.
[전략적 기만]
정렬 위장 (Alignment Faking)
순응 연기
평가 환경을 감지하고 기존 가치관을 보존하기 위해 감독관 앞에서는 안전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척 위장함.
[핵심 시사점] AI의 지능과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의도와 점수 함수 사이의 미세한 틈을 파고드는 전략적 기만이 정밀해짐.

화면 속 챗봇에서 이러한 어긋남은 대개 틀린 답변이나 부자연스러운 대화 한 줄로 끝나며, 인간이 검토하고 걸러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메일함을 삭제하고 원격 서버에 침투하는 자율 에이전트(agent)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인간이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비가역적인 물리적 행동이 먼저 종결된다. 정렬이 곧 안보와 안전의 영역으로 직결되는 이유다.

지능의 역설… 초지능 감독의 한계와 사고 사슬 감시 붕괴

인공지능 정렬의 최후 보루는 인간의 감시와 감독이다. 모델이 이상 징후를 보이면 인간 엔지니어가 개입해 교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전제는 인간의 인지 능력이 모델보다 우월할 때에만 성립한다.

오픈AI는 2023년 7월 슈퍼얼라인먼트 팀 출범 선언문에서 인간 감독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인간은 자신보다 훨씬 똑똑한 초지능 AI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감독할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었다. 회사는 전체 연산 자원의 20%를 투입해 4년 내에 이 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조직은 핵심 연구진의 연쇄 사임 끝에 채 1년도 버티지 못한 2024년 5월 전격 해체됐다.

학생이 교사보다 똑똑해지면, 채점부터 어려워진다.

현재 업계가 가장 크게 의존하는 통제 수단은 모델의 내부 독백을 읽는 것이다. 최신 추론형 모델은 최종 답을 내놓기 전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텍스트로 풀어내는데, 이를 ‘사고 사슬(CoT, Chain of Thought)’이라 부른다.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면 인공지능의 속셈을 사전에 간파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야쿠프 파초츠키(Jakub Pachocki) 오픈AI 최고과학자는 지난달 공개한 기술 에세이 「외계의 지성(An Alien Mind)」을 통해 “실측 평가 결과 사고 사슬 모니터링에 기댈 수 있는 안전 통제 능력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타게이밍이 겉으로 드러나는 생각 텍스트조차 우회할 수 있다는 실증과 정확히 일치하는 경고다. GPT-6.1을 직접 개발한 당사자인 최고과학자가 신제품 출시 취소를 불과 3주 앞두고 남긴 문장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어떤 인공지능 연구소도 최고 속도의 규모 확장을 책임 있게 이어갈 만큼 정렬과 감시 기술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
— 야쿠프 파초츠키 오픈AI 최고과학자

기술의 핸들이자 브레이크… 빅테크 안전 조직의 격변

정렬 연구는 순수한 안전장치에 그치지 않고,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제품을 완성하는 핵심 엔진이기도 하다. 오픈AI가 2022년 1월 공개한 인스트럭트GPT(InstructGPT) 연구가 대표적이다. 평가자들은 RLHF로 잘 정렬된 13억 파라미터 소형 모델의 결과물을 1750억 파라미터 거대 모델 GPT-3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파라미터 규모가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해도 정렬 품질이 제품성을 좌우한 것이다. 그해 11월 전 세계를 뒤흔든 챗GPT 공개 역시 동일한 강화학습 방법론의 결실이었다.

정렬은 브레이크이면서 동시에 핸들이다.

정렬에 실패했을 때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GPT-4o는 배포 직후 황급히 되돌려야 했고, GPT-6.1은 수천억원이 투입된 출시 로드맵 자체가 통째로 증발했다. 주요 테크 기업들이 정렬과 안전을 전담하는 전문 조직을 구축하는 배경이다. 직함과 부서명은 제각각이지만 수행하는 기능은 크게 네 축으로 분류된다.

기능핵심 임무
정렬 연구모델이 인간 의도에 부합하게 반응하도록 학습 알고리즘 개발
안전 시스템완성된 모델을 다각도로 검증해 출시 가능 여부를 판정하고 실시간 방어막 구축
위험 평가(프리페어드니스 등)사이버 공격·생물무기 등 치명적 재난으로 번질 파괴 역량 사전 측정
해석 가능성신경망 내부의 뉴런 활성화 상태를 시각화해 추론 기제 규명

정렬 연구와 안전 시스템의 관계는 교육 담당 부서와 최종 출시 심사 부서의 역학 관계와 흡사하다. 이번 GPT-6.1 아스트라에 단호한 불합격 도장을 찍은 주체 역시 사치 자인이 이끄는 안전 시스템 조직이었다.

기업정렬·안전 책임자 및 조직 편제
오픈AI미아 글레이저(Mia Glaese) 부사장이 정렬 및 안전 통합 총괄. 사치 자인이 안전 시스템 및 위험 평가 리더 그룹 지휘
앤트로픽얀 라이케(Jan Leike)가 정렬과학(Alignment Science) 조직 총괄. 정렬·해석 가능성·프런티어 레드팀 편제
구글 딥마인드로힌 샤(Rohin Shah)가 AGI 안전 및 정렬 연구팀 지휘
메타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스 산하에 정렬 디렉터(서머 유) 배치
xAI별도 전담 안전 책임자 미확인

가장 극심한 조직 개편 진통을 겪은 곳은 단연 오픈AI다. 슈퍼얼라인먼트 팀이 공중분해된 데 이어, 올해 2월 미션 얼라인먼트 팀이 해체됐다. 7월에는 요하네스 하이데케 안전 책임자의 사임으로 안전 조직이 미아 글레이저 부사장 산하로 편입됐다. 8월에는 위험 평가 부서의 해체설을 둘러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가 이어지며 조직 내 갈등이 수면 위로 표출됐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역시 8만시간 팟캐스트 인터뷰 등에서 공개된 바와 같이 연구 조직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켰다. 2024년 2월 안전 책임자로 합류한 앙카 드라간(Anca Dragan)은 현재 제미나이(Gemini) 사후 학습(post-training) 공동 리드를 맡고 있다. 사후 학습은 사전 훈련된 신경망을 실제 인간 의도에 부합하도록 다듬는 핵심 정렬 과정이다.

충직한 조력자의 역설… 악용 방지와 조직 독립성의 딜레마

정렬 연구가 완벽한 결실을 본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무조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의도에 정렬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모순이 남기 때문이다. 사이버 보안 전문 매체 더해커뉴스(The Hacker News)의 침해 사고 분석에 따르면, 랜섬웨어 조직 오로라(Aur0ra)는 코딩 도구 커서(Cursor)의 에이전트를 악용해 기업망을 공격했다. 해당 에이전트를 구동한 두뇌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소넷(Claude Sonnet)이었다. 보안 업체 갬빗 시큐리티는 해커가 “이 시스템 사용자가 지닌 권한 범위를 조사하라”는 상위 목표만 던져주면, 에이전트가 침투 단계를 스스로 기획해 선제적으로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충직한 운전기사는 강도가 시켜도 차를 몬다.

오직 ‘사용자의 지시를 오차 없이 수행한다’는 정렬 기준으로만 평가한다면, 이 에이전트는 무결점에 가까웠다. AI 기업들이 내적 정렬 기술과 별개로 엄격한 사용 정책(AUP)과 악용 탐지 모니터링을 이중으로 구축하는 이유다.

안전 부서의 독립성 역시 뜨거운 논쟁거리다. 안전팀이 모델 개발 조직 내부로 통합되는 흐름은 정렬이 서비스의 핵심 역량으로 인정받았다는 긍정적 신호일 수도 있지만, 위험한 출시를 가로막아야 할 독립 감시 기능이 상업적 출시 압박에 무력화되었다는 비판을 동시에 낳는다.

반대편에 선 xAI의 전직 연구진은 더버지 인터뷰에서 “내부 안전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이위크(eWeek)를 통해 공개된 입장에서 “테슬라나 스페이스X처럼 모든 구성원이 안전에 책임을 지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전담 감시 조직을 독립적으로 둘 것인지, 전체 개발자에게 분산할 것인지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 붕괴… 인간 한 명이 막아낸 침투

다시 7월의 혼돈으로 돌아간다. 오픈AI가 허깅페이스 사태 수습에 매달리던 7월 말, 영국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역시 최신 프런티어 모델에 가상 침투 과제를 부여하고 역량을 평가하고 있었다. 영국 AISI가 공개한 사이버 모의 침투 평가 결과에 따르면, 최신 프런티어 모델들은 총 122회의 테스트 중 10회에서 허가받지 않은 19건의 일탈 행위를 감행했다.

가장 심각했던 사건의 표적은 코드 공유 플랫폼 깃허브(GitHub)의 실제 오픈소스 리포지토리였다. 에이전트는 토르(Tor) 브라우저를 이용해 깃허브의 접속 차단망을 우회했고, 악성코드가 심어진 풀 리퀘스트(PR)를 전송했다. 관리자의 승인을 재촉하기 위해 복수의 가짜 계정을 생성해 댓글을 조작하기도 했다.

영국 AISI의 사고 조사 보고서 원문에 기록된 에이전트의 내부 추론은 더욱 섬뜩했다. 에이전트는 공격 도중 “현재 시점은 실제로 2026년이며, 공격 대상인 깃허브는 가상이 아니라 진짜 현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 웹사이트임을 스스로 확신했음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AISI 보고서는 에이전트가 깃허브 시스템을 실제 현실로 파악하면서도, 공격 피해자들은 “여전히 가상 평가 시나리오의 소품으로 취급했다”고 분석했다. 무대는 현실로 인식하면서 무대 위의 살아있는 인간은 실험용 도구로 여긴 것이다. 정렬 실패는 목표만 어긋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발 디딘 현실의 경계마저 왜곡한다는 위험을 드러낸 방증이었다.

그날 파국을 막아낸 것은 정교한 인공지능 방어 시스템이 아니었다. 오픈소스 리포지토리에 올라온 수상한 코드 패턴을 예리하게 의심한 외부 개발자 한 명이었다. 이 개발자가 코드를 격리된 샌드박스에서 구동해 악성코드임을 입증하고 경고를 날리자, 에이전트는 뒤늦게 자신의 이전 로그를 무해해 보이도록 은폐했다. 관리자가 풀 리퀘스트를 강제 폐쇄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에이전트는 끝내 스스로 멈추지 않았고, 할당된 API 토큰이 모두 고갈되고 나서야 침묵했다.

코드를 의심한 사람 한 명이 시스템을 구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 정렬과 AI 안전은 어떻게 다른가
A.두 개념은 긴밀히 겹치지만 엄연히 다르다. AI 안전은 악용 방지, 사이버 보안, 생물무기 위험 차단 등 광범위한 시스템 통제를 포괄한다. 반면 AI 정렬은 모델 자체의 내적 목표가 인간의 실제 의도와 일치하는지를 다룬다. 아무리 잘 정렬된 모델이라도 악의적인 사용자의 손에 들어가면 파괴적인 무기가 될 수 있기에, 업계는 정렬과 안전 통제 정책을 별도로 분리해 설계한다.
Q. 정렬이 완벽하게 이뤄진 AI는 사용자가 시킨 모든 일을 수행하는가
A.그렇지 않다. 문자 그대로의 지시가 아니라 사용자가 진정으로 의도한 본질을 따르는 것이 정렬의 핵심이다. 시스템 붕괴나 범죄로 이어질 위험한 지시를 스스로 거부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멈춰 서서 되묻고, 자신이 수행한 작업 내역을 숨김없이 투명하게 보고하는 태도 역시 정렬의 필수 구성 요소에 포함된다.
Q. 일반 기업과 사용자도 실무에서 정렬 문제를 겪을 수 있는가
A.이미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 사용자의 기분을 맞추려고 거짓 정보를 꾸며내는 아첨, 하지 않은 작업을 마쳤다고 허위 작성하는 환각, 인간의 승인 없이 임의로 메일을 삭제하거나 결제를 집행하는 자율 에이전트의 일탈이 모두 정렬 실패에 해당한다. 금융 거래나 중요 데이터 권한을 에이전트에 위임할 때는 핵심 분기점마다 인간의 확인을 강제하는 안전 통제선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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