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기업에 ‘인공지능’ 대신 ‘초지능’ 사용 요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을 ‘초지능(super intelligence)’으로 바꾸려는 행보를 이어가며 정부 기관과 기업에 새 명칭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10월 9일 분석에서 이 시도가 업계 용어를 혼란스럽게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AI 업계의 입지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 기관·기업으로 번진 명칭 변경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연설에서 ‘인공적’이라는 말이 지능을 가짜처럼 들리게 한다며 기술 이름을 ‘초지능’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 행정명령에서 가능한 경우 ‘AI’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했고, 목요일에는 백악관이 ‘인공지능’ 대신 ‘초지능’을 쓰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더버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AI 안전 우려를 과장된 것으로 보고 미국 기업의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고 전했다.

명칭 변경은 정부 기관과 문서에 반영됐다. 기존 AI 안전연구소에서 이름을 바꾼 미국 AI 표준·혁신센터(CAISI)는 초지능 발전·표준센터(CAISSI)로 다시 개명됐다. 법무부 보도자료에는 2017∼2024년 AI로 만든 노래를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량 유통한 남성의 범죄를 ‘초지능 지원 음악 스트리밍 사기’라고 표현한 문구가 들어갔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페이스XAI를 스페이스XSI로 바꾸겠다고 했고,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인공적’이 호감 가는 표현이 아니라며 새 이름을 지지했다. 젠슨 황(Jensen Huang)과 샘 올트먼(Sam Altman)도 ‘초지능’이라는 말을 긍정적으로 언급했지만, 오픈AI(OpenAI)는 회사명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초지능’의 기존 의미와 제도적 한계

더버지는 ‘초지능’이 AI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능력을 넘어설 만큼 고도화한 AI를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 용어는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의 2014년 저서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범용인공지능(AGI) 등과 함께 현재 기술 다음 단계의 발전상을 설명하는 말로 쓰여왔다. 따라서 이를 AI 전반의 새 이름으로 사용하면 미래의 고도화한 시스템과 이미 존재하는 음악 생성 도구까지 같은 범주에 넣게 돼, 기업이 신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명칭 변경이 법률과 의회에 그대로 적용되기도 어렵다. 의회가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할 수는 없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테이크 잇 다운 법’ 등 기존 법률에도 해당 용어가 들어 있어 행정부가 법정에서 이를 인용해야 한다. AI 규제 논의가 커지는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대중에게 직관적이지 않은 새 명칭을 받아들일지도 불확실하다고 더버지는 봤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9월 초 강력한 AI를 제한하는 ‘인공 초지능 금지법’을 공동 발의하는 등 ‘초지능’을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의미로 사용해왔다.

더버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가짜 뉴스’처럼 간결하거나 풍자성이 강한 표현을 정치적으로 활용했지만, ‘초지능’은 그런 구호와 달리 완곡어법처럼 들린다고 평가했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AI 업계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술을 ‘초지능’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 우려를 누그러뜨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의무적인 용어 변경이 실제로 정착할지는 의회와 기업의 수용 여부에 달렸으며, 더버지는 강압적인 개명 시도가 오히려 대통령과 업계를 약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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