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은 아카마이(Akamai)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7년간 이용하는 대가로 116억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아카마이의 발표를 토대로 테크크런치는 9월 26일 보도했다. 이번 계약은 두 회사가 맺은 기존 18억달러 규모 계약의 6배가 넘는다.
7년간 클라우드 계약…이행 조건은 남아
계약 규모는 아카마이 역사상 최대다. 다만 확정적으로 이행되는 계약은 아니다. 아카마이의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계약은 아카마이가 일정한 공급 및 서비스 가용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특정 조건에서는 양측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기존 18억달러 계약은 블룸버그가 5월 보도한 내용이다.
아카마이는 앤트로픽이 CPU를 어떤 용도로 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테크크런치는 이번 계약이 AI 인프라의 덜 주목받던 영역인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CPU는 코드를 실행하거나 웹을 탐색하는 등 일반적인 작업을 처리하는 칩이다. AI 에이전트가 더 많은 작업을 맡으면서 CPU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카마이, 설비 투자 늘리고 지분 권리 제공
아카마이는 계약에 대응해 인프라 용량을 확대하는 데 약 55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메모리 등 부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올해 자본 지출에도 약 17억달러를 추가한다. 계약에 따른 매출은 올해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며, 아카마이 경영진은 투자자 대상 통화에서 2027년 하반기부터 1억5000만∼3억달러의 매출이 생기고 2028년 말에는 연간 매출 속도가 약 1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계약에는 앤트로픽에 아카마이 주식을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로, 전환 시 최대 770만주 또는 아카마이 발행주식의 약 5%에 해당한다. 주당 행사 가격은 111.33달러다. 앤트로픽이 계약에 따른 첫 지급을 하면 약 2%에 해당하는 권리가 부여되고, 추가로 아카마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30억달러를 약정할 때마다 약 1%씩 더 주어진다. 추가 약정은 최대 90억달러까지 가능해 전체 계약 규모가 약 200억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
아카마이가 클라우드 계약에 신주인수권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반도체·클라우드 공급업체가 고객인 AI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공급업체가 고객에게 지분 취득 기회를 제공하고 지출 규모에 따라 권리를 늘리는 구조다. AMD도 지난해 오픈AI(OpenAI)의 칩 구매 실적에 연동해 신주인수권을 제공한 바 있다. 앤트로픽은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AMD로부터 칩이나 클라우드 용량을 공급받는 동시에 투자도 유치해왔다. 아카마이 주가는 계약 발표 뒤 시간외 거래에서 최대 17% 상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