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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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금 조달이 은행대출·회사채·사모신용으로 확대되면서 투자비 회수와 금융 위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AI인사이트저널은 AI 인프라 투자와 수익성 문제를 분석하는 ‘AI 1조달러 투자전쟁의 계산서’ 4회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3편에서는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앤트로픽의 재무자료를 통해 AI 모델 개발기업의 매출 성장과 컴퓨팅 비용, 장기 인프라 계약의 부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앤트로픽을 앞세웠지만 AI 업계의 공통 현황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2025년 매출은 약 46억달러(약 6조4400억원)였지만, 컴퓨팅·인프라 비용은 73억3000만달러(약 10조2620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의 약 12배로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2024년 29억8000만달러(약 4조1720억원)에서 2025년 80억6000만달러(약 11조2840억원)로 확대됐다.
앤트로픽이 향후 10년간 부담하거나 지출할 것으로 제시된 클라우드·컴퓨팅·인프라 관련 금액은 최소 5180억달러(약 725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80%는 취소할 수 없거나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다.
로이터는 9월 28일 앤트로픽의 비공개 기업공개(IPO) 신고서를 입수해 매출과 손실, 컴퓨팅 비용을 보도했다. 또 장기 인프라 계약의 상당 부분이 취소하기 어려운 의무라는 사실도 설명했다.
앤트로픽은 챗봇 클로드(Claude)를 개발하는 미국 AI 기업으로, 오픈AI(OpenAI)와 기업용 생성형 AI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로이터가 확인한 자료는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비공개 신고서다.
매출 12배 증가했지만 컴퓨팅 비용은 매출의 1.6배
앤트로픽의 2025년 매출은 약 46억달러로 전년보다 약 12배 증가했다. 기업 고객의 AI 모델 사용과 클로드 서비스 확대가 매출 성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비용도 급증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컴퓨팅·인프라 비용은 73억3000만달러로 전년의 약 3배였다. 매출의 약 1.59배이자 전체 영업비용 126억5000만달러(약 17조7100억원)의 약 58%에 해당한다.
AI 모델 개발기업은 새로운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뿐 아니라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컴퓨팅 자원을 사용한다. 고객의 요청을 처리하는 추론(inference) 단계에서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운영비가 발생한다.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서비스 운영과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이 이를 웃돌면 영업손실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2025년 실적만으로 앤트로픽의 장기 수익성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모델 운영 효율과 서비스 가격, 고객 이용량에 따라 앞으로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순손실 420억달러 중 340억달러는 회계상 평가손실
앤트로픽의 2025년 순손실은 약 420억달러(약 58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매출의 9배가 넘는 규모다.
그러나 이 금액 전체가 AI 모델 운영을 위해 지출한 현금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순손실 가운데 약 340억달러(약 47조6000억원)는 향후 앤트로픽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금융상품의 평가액 증가와 관련된 회계상 비용이다.
이 비용은 회사가 AI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고객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실제 지급한 현금과 구별된다. 따라서 앤트로픽의 사업 실적을 평가할 때는 420억달러의 순손실과 80억6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나눠 살펴야 한다.
5180억달러 인프라 부담…약 80%는 취소 어려운 계약
앤트로픽의 비공개 IPO 신고서에서 확인된 가장 큰 재무적 부담은 향후 10년간 클라우드·컴퓨팅·인프라 관련 금액 5180억달러다. 이는 이미 지출한 비용이나 은행에서 빌린 돈은 아니다.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과 컴퓨팅 장비 확보 등에 관련된 계약 의무와 예상 지출액이다.
로이터도 전체 금액의 약 80%가 취소할 수 없거나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계약 의무라고 설명했다.
전체 5180억달러에 포함된 주요 계약상 금액은 구글 관련 최소 1111억달러(약 155조5400억원), 아마존 관련 1100억달러(약 154조원),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314억달러(약 43조9600억원)다. 브로드컴 관련 컴퓨팅 장비 리스 의무도 약 1612억달러(약 225조6800억원)에 이른다.
이들 금액은 계약 상대방과 성격이 서로 다르다.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에 따른 지급 의무와 장비 리스 의무를 모두 일반적인 은행 차입금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앤트로픽의 2025년 말 현금·현금성 자산·단기투자자산은 약 202억8000만달러(약 28조3920억원)였다. 향후 10년간 인프라 관련 금액 5180억달러는 이 유동성 자산의 약 25.5배다.
다만 장기간에 걸쳐 지급할 금액과 특정 시점의 현금 보유액을 비교한 것이므로, 이 비율만으로 지급능력 부족이나 채무불이행 위험을 단정할 수는 없다. 향후 영업활동에서 창출할 현금과 추가 자금 조달, 계약별 지급 일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장기 인프라 계약에서는 고객 수요와 지급 의무의 기간 차이도 중요하다. AI 서비스 수요가 예상보다 느리게 증가하더라도 취소할 수 없는 계약의 지급 의무는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아마존·구글 통해 매출 47%…투자자이자 공급업체, 경쟁사
앤트로픽의 사업 구조에서 아마존(Amazon)과 구글(Google)은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 두 회사는 앤트로픽의 주요 투자자이면서 컴퓨팅 인프라 공급업체다. 동시에 AI 모델을 개발하는 경쟁사이기도 하다.
로이터는 앤트로픽이 2025년 매출의 47%를 아마존과 구글의 클라우드 판매망을 통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비중은 2023년 11%, 2024년 32%에서 2025년 47%로 높아졌다. 앤트로픽은 두 회사의 고객 기반을 활용해 판매를 확대했지만, 그만큼 주요 유통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 커졌다.
클라우드 판매망을 통해 발생한 매출은 앤트로픽의 재무제표에 총액으로 반영된다. 판매를 중개한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별도로 처리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이 2025년 클라우드 판매망을 통해 올린 매출은 약 21억6000만달러(약 3조240억원)였으며, 이와 관련해 지급한 수수료는 약 3억5100만달러(약 4914억원)였다.
이러한 회계처리 방식은 경쟁사와 매출을 비교할 때도 고려해야 한다. 로이터는 10월 8일 오픈AI가 경쟁사와의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클라우드 협력사를 통한 판매액을 제외한 연환산 매출을 투자자에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매출을 집계하는 방식이 다르면 공시된 매출 규모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가 곧바로 어느 기업의 사업 경쟁력이 더 높거나 낮다는 뜻은 아니다.
앤트로픽의 고객 집중도도 높다. 로이터가 확인한 비공개 신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매출의 약 24%가 두 고객에게서 발생했다.
이는 아마존·구글 판매망을 통한 매출 비중 47%와는 다른 지표다. 47%는 판매 경로의 비중이고, 24%는 개별 고객 두 곳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다.
앤트로픽은 상당수 고객이 장기계약을 맺지 않아 사용량을 줄이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위험도 신고서에 기재했다.
아카마이와 116억달러 계약…주식인수권도 부여
앤트로픽은 컴퓨팅 공급업체를 확대하고 있다.
클라우드·인터넷 인프라 기업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Akamai Technologies)는 9월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식 발표자료에서 앤트로픽과 7년간 116억달러(약 16조2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은 앤트로픽의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컴퓨팅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아카마이는 향후 최대 90억달러(약 12조6000억원)의 추가 계약이 가능하며, 전체 잠재 계약 규모는 약 200억달러(약 28조원)라고 설명했다.
아카마이는 최초 116억달러 계약을 지원하기 위해 약 55억달러(약 7조7000억원)의 설비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2026년에 약 17억달러(약 2조3800억원)의 추가 자본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사는 주식인수권도 계약에 포함했다. 아카마이는 앤트로픽에 자사 보통주 약 5%에 해당하는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전환우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이며, 보통주로 환산하면 약 770만주다. 보통주 환산 기준 행사가격은 주당 111.33달러(약 15만5862원)다.
이 가운데 보통주 약 2%에 해당하는 권리는 최초 계약과 연계해 확정될 예정이며, 나머지 약 3%는 추가 클라우드 서비스 구매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정된다.
주식인수권 부여는 앤트로픽이 아카마이 주식 5%를 이미 보유하게 됐다는 뜻이 아니다. 계약 조건에 따라 향후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받은 것이다.
아카마이 계약은 AI 모델 개발기업의 장기 컴퓨팅 수요가 인프라 공급업체의 설비투자와 지분 관련 계약으로 연결되는 사례다.
IPO 목표 기업가치 2조달러…매출의 435배
앤트로픽의 기업공개 추진 과정에서는 목표 기업가치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IPO에서 2조달러(약 2800조원)를 넘는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2조달러의 목표 기업가치는 앤트로픽의 2025년 매출 46억달러의 약 435배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과거 한 해의 매출을 기준으로 계산한 단순 배수다.
앤트로픽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인프라 관련 지급 의무도 부담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는 매출 증가율과 함께 영업손실, 영업현금흐름, 컴퓨팅 비용, 장기 계약의 지급 일정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 서비스의 이용가격이 하락하면 이용량이 늘더라도 매출과 수익성이 같은 속도로 개선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투자전략가 요아힘 클레멘트(Joachim Klement)는 10월 7일 로이터에 기고한 칼럼에서 AI 모델의 이용가격 하락과 이용량 증가 사이의 관계를 검토했다. 그는 “이용량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더라도 토큰 평균 가격의 큰 폭 하락을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Q&A
Q1. 앤트로픽의 순손실 420억달러와 영업손실 80억6000만달러는 어떻게 다른가?
영업손실은 매출에서 사업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차감한 결과다. 순손실에는 영업 외 손익과 금융상품 평가손익 등도 반영된다. 앤트로픽의 2025년 순손실에는 약 340억달러의 회계상 평가손실이 포함돼 있어 순손실 전체를 실제 현금 지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Q2. 5180억달러는 앤트로픽이 은행에서 빌린 돈인가?
아니다. 향후 약 10년간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과 컴퓨팅 장비 확보 등에 관련된 계약상 의무와 예상 지출액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80%는 취소할 수 없거나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의무다. 다만 이를 모두 은행대출과 같은 금융채무로 분류할 수는 없다.
Q3. 앤트로픽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데도 왜 수익성 문제가 발생하는가?
AI 모델 개발기업은 모델 학습과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고객의 요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컴퓨팅 비용이 발생한다. 매출이 늘어도 영업비용이 이를 웃돌면 손실이 계속된다. 장기적으로는 컴퓨팅 비용 대비 매출, 서비스 가격, 고객 이용량, 계약상 지급 의무, 현금흐름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