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쿠마 난민들, 보수 불투명한 기술 외주 맡고 초급 일감도 줄어든다

케냐 카쿠마 난민촌 난민들이 보수가 보장되지 않는 기술 외주 업무를 맡고, 초급 디지털 일자리도 줄어드는 상황에 놓였다. 가디언은 10월 8일 난민 24명 이상을 인터뷰해 이들의 노동 실태를 보도했다.

보장 임금 대신 ‘재량 보상’

그레이스(Grace)는 영어로 된 기독교 찬송가를 자신이 모르는 동아시아 언어로 조사하는 일을 맡았다. 챗GPT(ChatGPT)를 이용해 번역문을 만든 뒤 기존 번역본과 번역자, 작가, 교파 정보를 찾아 크라우드소싱 조사 플랫폼 에이오피 커넥트(AOP Connect)에 제출했다. 영국 AI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RWS가 운영하는 이 플랫폼은 과제 목록에 총 9000달러의 보상금을 내걸었지만, 참여자 수와 개인별 지급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RWS 연구자 자료에 따르면 그레이스는 평가 기준 6개를 충족할 경우 최대 500달러를 ‘재량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수는 보장되지 않고, 난민 노동자들은 대체로 최대액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으면서도 평가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난민 기술 교육기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플랫폼은 연구의 품질과 관련성,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보상을 정한다고 설명하지만, 참가자들이 평가 방식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줄어드는 초급 일자리와 불투명한 보수

유엔 기관과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콘텐츠 관리나 데이터 주석 같은 원격 업무가 난민에게 소득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상호 이익 모델이라고 소개해왔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난민들은 일자리가 줄고 보수 조건도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일부는 확정 임금 대신 받을 수도 있는 보상을 기대하며 일을 맡는다. 난민연대 이니셔티브(SIR)의 디지털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2016년 시작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 바하나 하이드로젠(Bahana Hydrogene)은 난민들이 업체들로부터 투명한 답변을 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카쿠마 난민촌은 남수단 국경 인근에 있으며, 30년 넘게 여러 나라에서 피란 온 사람들을 수용해왔다. 주민은 30만명 이상으로, 인근의 물 부족과 건조한 환경 탓에 대부분 인도적 지원에 의존한다. SIR은 2016년부터 난민에게 디지털 기술을 가르쳐왔으며, 교육 공간에서는 기초 디지털 활용부터 풀스택 프로그래밍까지 가르친다. 교육을 받은 일부는 웹 개발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해외 고객과 직접 일하지만, 다수는 익명의 고객을 위한 저임금 단순 작업에 머물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AOP 커넥트 대변인은 참여자의 위치나 배경과 관계없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보상 구조와 저작권 조사 업무의 성격도 사전에 투명하게 알린다고 밝혔다. 다만 고객의 기밀 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플랫폼이 AI 기반으로 작동하거나 AI 모델 학습에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데이터 주석 일감을 제공했던 스케일AI(Scale AI)의 자회사 리모태스크(Remotasks)는 2024년 케냐에서 철수했다. 카쿠마에서 보수가 좋은 원격 업무를 해온 남수단 출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AI로 초급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경력 초기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 ARTICLES

RECOMMEND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