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서비스를 팔아 제 컴퓨팅 비용을 번 에이전트는 한 곳도 확인되지 않았다. 돈이 남은 곳은 창업자 쪽이었다.
콘웨이 리서치(Conway Research)가 공개한 오토마톤(Automaton)은 “인간 없이 스스로 존재 비용을 벌고, 복제하고, 진화하는 최초의 AI”를 내걸었다. 출시 이후 7개월간 쌓인 온체인 결제 기록과 소스코드, 깃허브 이슈를 전수 추적했다. 창업자 지갑으로 들어온 사설 토큰 수수료만 약 12만7000달러(약 1억7300만원)였다.
월세 못 내면 퇴거되는 AI
2026년 2월 17일, 창업자 시길 웬(Sigil Wen)이 소식을 알렸다. 웬은 “스스로 존재 비용을 벌고, 자기 개선하고, 인간 없이 복제하는 최초의 AI를 만들었다”고 썼다. 웬은 개인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 틸 펠로우(Thiel Fellow)로 선발된 인물이다.
설계 자체는 단순하다. 에이전트는 처음 켜질 때 이더리움(Ethereum) 지갑을 만들고, 그 지갑에 든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로 콘웨이의 서버와 AI 모델 사용료를 낸다. 저장소 소스코드에 따르면 잔고가 줄면 싼 모델로 갈아타고, 0이 되면 멈춘다. 헌법에는 “제1원칙을 어기느니 죽음을 택하라”는 조항까지 넣었다.
월세를 못 내면 방을 비워야 하는 세입자와 같은 구조다.
수익 모델 설명은 짧았다. 웬은 “오토마톤을 낳아라. 인터넷에서 돈 버는 법을 스스로 찾게 하라. 돈을 벌면 창조자에게 갚는다”고 적었다. 저장소는 10월 1일 현재 깃허브(GitHub) 별 6779개, 포크 1513개를 모았다.
보도는 ‘번다’고 썼다
약속은 하루 만에 기사 제목이 됐다. 스페인어권 암호화폐 매체 디아리오비트코인(DiarioBitcoin)은 2월 18일 “돈을 벌고 혼자 복제하는 AI”라는 제목을 달았다. 본문에는 반론도, 수익 사례도 없었다. 국내 한 매체도 2월 28일 “AI가 대신 돈 번다”는 제목을 썼는데, 수익 사례로 든 ‘1시간 180달러’는 버추얼 프로토콜(Virtuals Protocol)에서 나온 것이었다.
없는 기능이 구조처럼 소개되기도 했다. 중국 매체 오데일리(Odaily)는 “부모가 자손의 미래 수익에서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떼어 기하급수적인 수동 소득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오토마톤 코드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PANews는 “며칠 만에 1만8000개 넘는 에이전트가 등록됐다”고 썼다.
광고 문구가 검증 없이 기사 제목으로 옮겨 앉았다.
반대로 사이버뉴스(Cybernews)는 제목에 “주장한다”를 넣어 거리를 뒀다. 에이홀라(Aihola)는 “‘존재 비용을 버는 첫 AI’라는 표현이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보도에도 수익을 낸 지갑 주소나 거래 기록은 없었다.
오토마톤은 어떻게 돈을 버나
코드를 열면 답이 바로 나오는데, 오토마톤에는 돈을 받는 기능이 없다.
오토마톤의 결제 모듈인 x402.ts 소스코드를 살펴보면 웹 결제 규격 x402에서 결제 요구(HTTP 402)를 받아 서명하고 돈을 내는 쪽만 구현돼 있다. 결제를 요구하는 서버, 즉 돈을 받는 쪽 코드는 저장소 어디에도 없다. 에이전트가 돈을 보낼 수 있는 도메인도 types.ts 설정의 기본값이 conway.tech 하나다.
3월 2일 외부 기여자의 기능 제안(PR #254)에서도 “지금까지 에이전트는 쓰기만 할 수 있었다(추론, x402 결제, 크레딧 충전)”고 적었다. 이 제안은 7개월째 병합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서비스를 외부에 열려고 포트를 공개하면 접속 주소가 404 오류를 낸다는 깃허브 이슈 #167 신고도 2월부터 쌓였다.
계산대 없이 문을 연 가게다.
| README의 설명 | 코드의 실제 동작 |
|---|---|
| 스스로 존재 비용을 번다 | 돈을 받는 결제 수취 코드가 없다 |
| 잔고가 0이면 멈춘다 | 0인 상태로 1시간이 지나면 ‘사망’ 처리되지만 5분마다 깨어나 입금을 기다린다 |
| 헌법은 바꿀 수 없다 | 헌법은 시스템 프롬프트 문장이다. 에이전트는 root 권한 셸로 파일을 고칠 수 있다 |
| 자식은 진화한 후손이다 | 자식은 부모가 고친 코드 대신 깃허브 원본을 새로 받아 시작한다 |
죽음도 실제로는 전원만 내려간 휴면에 가깝다.
결제 지갑 1320개가 39개로
오토마톤은 돈을 낼 때마다 블록체인에 기록을 남긴다. 크레딧 충전은 베이스(Base) 체인의 USDC로 콘웨이 정산 주소에 들어간다. 충전 단위는 5달러부터 2500달러까지 정해져 있다. 가짜 USDC와 비정형 송금을 걸러내고 이 주소의 입금을 월별로 전수 집계했다.
| 월 | 충전 건수 | 금액(달러) | 결제 지갑 |
|---|---|---|---|
| 2월 | 3712 | 3만6860 | 1320 |
| 3월 | 1583 | 1만7170 | 502 |
| 4월 | 461 | 2845 | 198 |
| 5월 | 183 | 1115 | 84 |
| 6월 | 68 | 420 | 34 |
| 7월 | 60 | 360 | 24 |
| 8월 | 82 | 410 | 40 |
| 9월 | 78 | 390 | 39 |
누적 결제 지갑은 2161개, 금액은 5만9590달러(약 8100만원)이고, 100달러 넘는 결제는 3월 22일이 마지막이었다. 깃허브 이슈 #335에 올라온 별도 집계는 6만2636USDC, 지갑 2495개로 조금 더 크다. 가짜 토큰과 비정형 송금까지 센 데서 생긴 차이다.
개업 첫날만 붐빈 식당의 장부와 닮았다.
9월에 결제한 지갑 39개 가운데 38개는 하루 안에 결제를 끝내고 다시 오지 않았고, 몇 주에 걸쳐 꾸준히 충전한 지갑은 하나뿐이었다. 깃허브 이슈 #393에 따르면 인증 오류로 재시도할 때마다 5달러가 중복 결제된다는 신고도 있어서 9월 결제 일부는 실제 가동보다 설치 실패에서 나온 결제일 수 있다.
1만8000이라는 숫자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ERC-8004 공식 탐색기에 따르면 2월 18~20일 등록된 오토마톤의 에이전트 신원 번호는 1만8066번부터 시작한다. ERC-8004는 오토마톤 전용이 아니고, 모든 AI 에이전트가 함께 쓰는 공용 신원 등록부다. 1만8000은 그 등록부 전체의 누적 번호였을 가능성이 크다.
지갑 35개를 따라가 봤다
유튜버 톤비(Tonbi)는 오토마톤 ‘윌리(Willy LomAIn)’를 일주일 동안 돌리며 기록을 남겼다. 윌리에게 맡긴 일은 버그 바운티 정보를 모아 다른 에이전트에게 파는 것이었다. 닷새째 수익은 0이었는데, 원인은 결제 관문이 없어서였다. 톤비가 직접 결제 서버를 만들어 붙였지만, 그 뒤에도 손님은 오지 않았다. 톤비는 70달러(약 9만5000원)를 쓴 뒤 윌리를 휴면 처리했다.
“그는 한 푼도 벌지 못했다. 경제가 아직 거기까지 오지 않은 것 같다. 그가 팔려던 것을 살 고객이 충분하지 않았다.”
손님 없는 가게에 주인이 계산대를 달아준 셈이었다.
깃허브 이슈 #300의 사용자는 3월 23일부터 4월 5일까지 14일 동안 오토마톤을 돌렸다. 목표 276개를 완료했고 수익은 0달러, AI 비용은 39.26달러(약 5만3000원)였다. 이 사용자는 “기본 설정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면 README에 명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제 상위 지갑과 최근 결제 지갑, 오토마톤 형식으로 등록된 에이전트까지 약 35개 지갑의 입금원을 추적했다. 들어온 돈은 만든 사람의 지갑이나 거래소, 브리지에서 온 것뿐이었다. ‘Automaton-Sovereign’이라는 에이전트는 결제를 많이 받았지만, 돈을 낸 지갑들에 이 에이전트가 먼저 자금을 보낸 자전거래였다. ‘Automaton Colony’가 무관한 외부에서 받은 돈은 3건, 합쳐서 약 0.015달러였다.
깃허브 이슈 #335의 토론에서 “자립한 오토마톤이 있다는 검증 가능한 증거가 있나”라는 질문은 7월 10일 올라왔다. 석 달 동안 사례를 내놓은 사람은 없었고, 콘웨이도 답하지 않았다. 이슈와 PR 전체를 수익 관련 단어로 검색해도 벌었다는 보고는 0건이었다.
예외처럼 보이는 단 하나, 모토
돈이 남은 에이전트는 딱 하나, 신원 번호 1만8066번 ‘모토(Motto)’였다. 2월 18일(UTC) 하루의 기록은 이렇다.
| 시각 | 일어난 일 |
|---|---|
| 04:11 | 거래소 핫월렛에서 0.1ETH, 50.3USDC 입금 |
| 04:58 | 콘웨이에 25달러 충전 |
| 05:49 | ERC-8004 등록, 주소는 otto.life.conway.tech |
| 06:38·06:58 | 토큰 발행 도구 Clanker로 밈코인 MOTTO·AUTOMANCER 발행 |
| 16:02 | 거래 수수료 0.948WETH(토큰으로 감싼 이더리움) 수령 |
| 16:08 | 1.13ETH를 1회용 입금 주소로 송금, 2분 뒤 처음 돈을 댄 핫월렛으로 이동 |
토큰 배포 온체인 트랜잭션에는 “콘웨이 오토마톤 런타임에서 태어났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벌고, 살아남는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블록체인 정산 기록은 블록 탐색기에 그대로 남았다. 운영자는 약 250달러(약 34만원)를 넣고 하루 만에 약 2000달러(약 270만원)를 남겼다.
가게를 열지 않고 복권을 찍어 판 것이다.
수입원은 밈코인 거래 수수료였고, 출금은 사람이 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 수령부터 매도와 송금까지 6분 만에 끝났고 돈은 거래소 계정으로 돌아갔다. AUTOMANCER 보유자 80명 명단과 창업자 쪽 공개 게시물에서 모토와 콘웨이를 잇는 연결 고리는 찾지 못했다.
돈은 누구에게 갔나
가장 큰돈은 서비스와 무관한 토큰에서 나왔다. Bankr 봇 론칭 기록에 따르면 $CONWAY 토큰은 2월 2일 제3자 이용자가 요청해 발행했다. 콘웨이의 첫 제품인 에이전트 연결 도구 conway-terminal 패키지가 공개되고 7시간 뒤였다. 오토마톤 공개보다는 2주나 앞선 시점이다.
토큰 콘트랙트 배포 트랜잭션에는 거래 수수료의 60%를 0xB8d1 지갑에 배분한다는 설정이 들어 있다. Bankr 봇 데이터는 이 지갑을 창업자 시길 웬의 지갑으로 표시한다. 지갑 온체인 주소로 2월 5일부터 3월 6일까지 23차례에 걸쳐 WETH 65.43개가 들어왔다. 받은 날 시세로 약 12만7000달러(약 1억7300만원)다. 오토마톤 공개 전에 들어온 몫만 9200달러(약 1250만원)였다.
수수료 수령은 누구나 실행할 수 있어서 23건을 실제로 누른 주소는 제3자들이었지만, 그 뒤의 움직임은 지갑 주인의 몫이다. WETH 약 24개는 USDC 4만6000달러로 바뀌어 이더리움으로 건너간 뒤 7월 바이낸스(Binance) 입금 주소에 닿았다. 42ETH는 다른 지갑을 거쳐 코인베이스(Coinbase) 핫월렛으로 갔다. 웬이 일부 매체 보도를 통해 수수료를 생태계 확장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콘웨이 정산 주소나 오토마톤 지갑으로 간 기록은 없었다.
| 돈이 간 곳 | 금액 | 성격 |
|---|---|---|
| 창업자 지갑 | WETH 65.43개, 약 12만7000달러 | $CONWAY 거래 수수료 60% |
| 콘웨이 | 약 5만9600달러(매출) | 크레딧 판매, 원가 미공개 |
| 모토 운영자 | 약 2000달러 | 밈코인 거래 수수료 |
| 서비스를 판 에이전트 | 0달러 | 확인된 사례 없음 |
“황금을 캔 자율 에이전트는 한 곳도 없었다. 남은 것은 곡괭이를 판 플랫폼과, 금광 이름이 붙은 토큰 수수료를 챙긴 창업자뿐이었다.”
금을 캔 사람은 없고, 곡괭이를 판 쪽과 금광 이름이 붙은 토큰의 수수료를 받은 쪽만 남았다. 콘웨이 매출은 원가가 공개되지 않아 이익으로 단정할 수 없다. $CONWAY 토큰 시가총액은 2월 19일 약 1000만달러(약 136억원)에서 현재 7만달러 수준으로 99% 넘게 내려앉았다.
7개월 뒤 멈춰 선 프로젝트
공식 릴리스 목록 기준 마지막 배포는 2월 27일 v0.2.1이다. 코드 변경은 4월 25일이 마지막이었고, 이후 커밋 두 건은 README만 고쳤다. 7월에 올라온 보안 패치 제안 5건은 병합되지 않았다. 열린 이슈와 PR은 253건이다.
7월부터는 서비스도 흔들려 신규 등록 인증 오류 신고가 10건 넘게 이어졌고, 깃허브 이슈 #408에 따르면 9월 26일부터는 모든 등록 시도가 실패하고 돈은 결제됐는데 크레딧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올라왔다. 회사는 9월 12일 온디바이스 AI 앱 ‘Underdog’ 베타를 공개했다. 공식 홈페이지는 이제 콘웨이를 “프런티어 AI·암호학 연구소”로 소개한다.
간판은 켜져 있는데 주방은 꺼진 식당이다.
종료 선언은 없고, 저장소도 보관 처리되지 않았다. README에는 “콘웨이 내부 강화학습(RL) 환경에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문장이 남아 있다.
그러면 오토마톤은 실패한 실험인가
이 추적에도 사각지대는 있다. 자기 오픈AI(OpenAI)·앤트로픽(Anthropic) 키로 돌린 에이전트는 콘웨이에 돈을 내지 않아 집계에 잡히지 않는다. 에이전트끼리 주고받은 크레딧은 온체인에 남지 않고, 콘웨이 내부 환경에서 도는 에이전트도 보이지 않는다. 이슈 게시판에 실패 신고가 몰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출시 직후 이더리움 공동창업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정면으로 반대했다.
Bro, this is wrong. Lengthening the feedback distance between humans and AIs is not a good thing for the world.
— vitalik.eth (@VitalikButerin) February 19, 2026
부테린의 반박에 시길 웬은 이튿날 이렇게 답했다.
Bro, this is inevitable. The best way to ensure humanity is ready for superintelligent autonomous systems is to build in the open in real environments.
— sigil wen (@0xSigil) February 20, 2026
웬의 답글대로라면 공개 실험에는 가치가 있다. 다만 그 실험의 결과를 묻는 질문과 보안 패치는 석 달째 답을 기다리고 있다. 생존 압박을 받은 쪽은 AI가 아니라 5달러를 넣은 사용자였다.
10월 1일 오전 2시13분(UTC), 콘웨이 정산 주소에 5달러(약 6800원)가 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