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 비상벨’서 ‘백악관 승리 구호’로…트럼프의 ‘초지능’ 개명

트루스소셜 투표서 백악관 오찬까지 10일, 법적 정의는 그대로 둔 행정명령, 벌칙 없는 308단어 자율협약의 실체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서 초지능 개명과 자율협약 문서를 들고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테크 기업 경영진
핵심 요약
1
초지능 의미 전환:트럼프는 인간을 넘어서는 AI의 위험을 경고하던 ‘초지능’을 미국의 AI 경쟁력을 내세우는 공식 명칭으로 채택했다.
2
행정부 명칭 변경:9월 29일 행정명령은 연방 행정부의 비법정 문서에서 ‘AI’ 대신 ‘SI’를 쓰도록 했지만, 인공지능의 법적 정의는 그대로 유지했다.
3
벌칙 없는 협약:백악관과 AI 기업 6곳은 내부 통제와 외부 감사 등을 약속하는 협약에 서명했으나, 위반에 따른 벌칙은 두지 않았다.
4
엇갈린 미중 발표: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초지능’이라는 용어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공식 합의문은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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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명칭 선호:9월 28일 주간 유고브 조사에서 ‘인공지능’을 선호한 응답은 53%로, ‘초지능’을 선호한 9%를 크게 웃돌았다.

9월 19일 토요일 오전 11시 29분(미국 동부시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글 하나를 올렸다. 투표 글이었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부정확하고 매우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훨씬 우아하고 정확한 표현은 ‘우월한 지능'(Superior Intelligence·SI), ‘극한 지능'(Extreme Intelligence·EI), 또는 ‘지고한 지능'(Supreme Intelligence·SI)일 것이다. 이건 투표다.”

후보 셋 가운데 ‘Super’는 없었다.

열흘 뒤 이 투표의 결과는 미국 연방정부의 공식 용어가 된다. 열흘 전까지 이 말은 AI 회사 안에서 위험을 알리는 비상벨이었다. 열흘 뒤에는 대통령의 승리 구호가 되어 있었다.

“단어 하나가 주인을 바꾼 열흘의 이야기다.”

비상벨로 쓰이던 단어

이야기는 투표 2주 전에서 시작한다. ‘초지능’에는 오래된 주인이 있었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2014년 개념 규정을 통해 이 말을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을 크게 넘어서는 지능으로 정의했다. 아직 오지 않은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었고, 안전 연구자들은 이 단어를 비상벨처럼 써 왔다.

9월 첫 3주 동안 그 벨이 연달아 울렸다. 9월 3일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과 그레그 카사르(Greg Casar) 하원의원이 「초지능 금지법」(Ban Artificial Superintelligence Act)을 발표했다. 초지능을 개발하면 최대 징역 20년에 처하는 강경한 법안이었다. 사흘 뒤 오픈AI(OpenAI) 최고과학자 야쿠프 파호츠키(Jakub Pachocki)는 기고문에서 “극도의 신중함이 필요한 때”라고 썼다. 9월 8일에는 앤트로픽(Anthropic)을 그만둔 연구자 제이컵 콕슨(Jacob Coxon)이 사직의 변을 통해 “두 회사 모두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글을 남겼다.

벨소리가 가장 컸던 날은 9월 12일이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최고경영자가 에세이 「우리는 프런티어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를 내놓았고, 경쟁사의 샘 올트먼(Sam Altman)과 일론 머스크(Elon Musk)까지 동의했다. 주말이 지나고 시장이 열린 9월 14일 AI 감속 요구에 국채 금리 부담까지 겹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9% 떨어졌다. 이튿날 올트먼은 포춘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비상벨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 10년이 끝나기 전에 모두를 죽일 확률 10%를 감수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 글에서 “AI에 필요한 유일한 통제나 가드레일은 강하고 똑똑한 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AI가 인류를 위협한다는 안전 진영의 경고는 ‘사기’라고 불렀다.

비상벨을 누르는 연구자들과, 그 벨을 사기라고 부르는 대통령. 나흘 뒤 대통령은 그 벨에 새겨진 단어를 직접 집어 들었다.

대통령의 장부에 쌓인 숫자

트럼프가 이름을 문제 삼은 건 처음이 아니다. 2025년 7월 워싱턴 AI 서밋에서 트럼프는 연설을 통해 “인공적인 건 다 싫으니 이름을 바꿔야 한다, 진심이다”라고 했다. 그때는 다들 농담으로 들었다.

1년 뒤 대통령의 장부에는 불편한 숫자가 쌓여 있었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UMass Amherst)가 8월 21~26일 조사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AI 대응을 잘한다고 본 응답은 23%, 못한다는 57%였다.

불만의 진원지는 동네 데이터센터였다. 미국 동부 전력망 PJM의 도매 전력비는 1년 새 75.5% 뛰었고, 시장감시기관은 분석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부하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집계상 가정용 전기요금은 같은 기간 3.8% 오르는 데 그쳤지만, 불안은 고지서보다 먼저 왔다. 챌린저그레이앤크리스마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AI를 이유로 든 감원 규모는 11만6175명에 달했다.

여당 안에서도 금이 갔다. 8월 31일 트럼프가 “데이터센터가 지배하게 하라”고 쓰자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전 하원의원이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린 전 의원은 “모두가 데이터센터를 증오하며,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기 위해 시청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트럼프가 데이터센터를 원하면 자기 골프장과 컨트리클럽, 마러라고 뒷마당에 지어라. 이제 중간선거 잘 이겨보라”고 직격했다.

중간선거는 11월 3일이다. 오리건 공영방송(OPB)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를 다룬 선거 광고비는 올해 이미 4500만달러(약 612억원)를 넘었다.

잘 안 팔리는 상품은 포장지부터 바꾼다.

투표는 사흘 동안 세 번 치러졌다. 이튿날 ‘Supreme’이 빠지자 트럼프는 로스토리 보도처럼 대법원(Supreme Court)과 이름이 겹쳐 표가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종교계에서 “지고한 지능은 신뿐”이라며 반발한 것이 진짜 이유라는 해석도 나왔다. 셋째 날에는 처음엔 없던 이름이 결선에 올라왔다. 9월 21일 5만명 넘게 참여한 결선에서 뉴스위크 보도대로 ‘Super’가 65%를 얻어 ‘Superior’를 꺾었다.

누가 ‘Super’를 결선에 올렸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작명자를 지목한 공식 기록은 아직 없다.

유엔 연단과 안보리 사이 하루

9월 22일 화요일, 뉴욕 유엔총회. 트럼프는 총회 연설에서 새 이름을 공식 선포했다.

“‘인공’이라는 말은 지능을 가짜로 만든다. 가짜처럼 들리게 하는데, 가짜가 아니다. 사실은 놀라운 것이다.”

같은 연설에서 트럼프는 AI를 국제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를 “글로벌주의 책략”이라며 거부했다. AI 위험 경고는 기후변화 ‘사기’와 같은 부류로 묶었다.

연설은 몇 시간 만에 행정 절차가 됐다. 그날 국무부 국제기구국은 외교 전문을 통해 “AI에서 SI로 명칭 변경” 지침을 하달했다. 본문은 대통령 발언에 따라 모든 공문서와 공식 입장에서 ‘인공지능’을 ‘초지능’으로 바꾸라는 단 한 줄이었다.

이튿날인 9월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AI 공개회의가 열렸다. 연사로 나선 아모데이는 안보리 연설에서 AI를 “오늘날 세계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안보 문제”라고 불렀다. 하지만 미국 대표단은 그 회의장에서 유로뉴스 보도처럼 이미 ‘SI’라는 새 이름을 쓰고 있었다.

같은 건물에서 한 단어가 경보와 국가 브랜드라는 두 뜻으로 울렸다.

인터넷 한쪽에서는 도메인 투기가 벌어졌다. 슬로베니아의 국가 도메인이 마침 .si다. 보안업체 넷크래프트(Netcraft)에 따르면 연설 뒤 25시간 동안 .si 신규 등록이 .ai를 앞질렀다. 투표 글 이후 사흘 동안 등록대행사 다이나닷(Dynadot)에서 등록된 .si 도메인의 52%는 9월 23일 이미 재판매 매물로 나와 있었다.

국빈만찬 테이블의 두 대화

9월 24일 목요일 밤, 백악관 국빈만찬. 주빈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었고 미국 기업 CEO 30여명이 초대됐다. 이날 밤 대화는 정상 사이의 공식 대화와 테이블 옆자리의 막후 대화, 두 갈래로 오갔다.

막후 대화부터 보자. 세마포(Semafor)는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Meta) 최고경영자가 옆자리에 앉은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하원의장에게 AI 규제 걱정을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이후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와 업계 원칙을 짜기 시작했다. 닷새 뒤 서명될 협약의 씨앗이다.

공개 대화의 결과는 이튿날 나왔다. 트럼프는 9월 25일 트루스소셜에 시 주석이 초지능이라는 이름을 대단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그날 밤 나온 백악관 팩트시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두 정상이 인공지능 대신 초지능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합의했다”는 문장을 적었다. 11월까지 ‘미중 초지능 대화’를 열고, SI 사고가 나면 서로 알리는 소통 채널도 만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이징의 공식 기록은 완전히 달랐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8개 항 합의문은 같은 기구를 ‘중미 인공지능 대화(中美人工智能对话)’로 적었다. 9월 26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용어를 묻는 질문에 외교적 답변으로 선을 그었다.

“인공지능 표현에 관해, 중국은 미국 측 입장을 중시하고 미국 측의 표현 방식도 존중한다.”

존중한다고 했지, 따라 쓰겠다고 하지 않았다. 신화통신(新华社) 정상회담 보도에서 시 주석은 “중미 모두 인공지능 대국이고, 경쟁도 있지만 협력할 여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 기사에 ‘초지능(超级智能)’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같은 회의를 두고 두 나라가 회의록에 서로 다른 제목을 단 셈이다.

트럼프에게 이 단어는 협력보다 승부의 말이었다. 나흘 뒤 정부 포털 아메리카닷gov 출범 행사에서 트럼프는 “초지능을 이기는 쪽이 이긴다. 승자와 패자가 있을 것이고, 아마 2등은 없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AI 안전 협력 요구를 일축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경주에서 이기려는 쪽에게 브레이크는 짐이다.

트럼프 ‘초지능(SI)’ 개명 10일의 결정적 국면
2026년 9월 19일~29일 백악관 및 외교 기록
9월 19일 [트루스소셜 투표]
비상벨의 대중 투표화
65% 지지 결선 승리
연구자들의 실존적 위험 경고 단어를 대중 투표로 희화화하고 결선서 ‘Super’를 전격 채택함.
9월 22일 [유엔 총회 및 국무부]
국가 공식 브랜드 선포
외교 전문 ‘AI에서 SI로’
유엔 연단서 ‘인공은 가짜’라 선언하고 국무부 전문으로 모든 정부 문서 표기를 SI로 강제 전환함.
9월 29일 [백악관 행정명령]
법적 정의 유예와 속도전
벌칙 없는 308단어 협약
법정 정의는 기존 연방법전을 그대로 인용하고 빅테크 6개사와 처벌 없는 자율규약에 서명함.
[핵심 시사점] 안전 연구자들의 기술적 위험 경고 단어가 백악관의 패권 승리 구호로 탈바꿈하며, AI 규제 담론의 브레이크가 사실상 해체됨.

화요일 오찬에서 나온 두 장의 문서

9월 27일 일요일 밤, 트럼프는 아모데이를 불러 처음으로 단둘이 저녁을 먹었다고 유로뉴스가 보도했다. 보름 전 속도 조절을 외친 그 최고경영자다. 백악관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의 입장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가자, 그리고 이기자”였다.

이틀 뒤인 9월 29일 화요일, 백악관에서 ‘초지능 회의와 오찬’이 열렸다. 이날 문서 두 장이 나왔다.

하나는 행정명령 「초지능 시대의 개막」(Inaugurating The Era of Super Intelligence)이다. 연방 행정부는 앞으로 ‘AI’라는 말을 공식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행정명령 3조 (a)항이 정한 새 이름의 법적 실체는 모순 그 자체였다.

“‘초지능’과 ‘SI’는 연방법전 15편 9401조 (3)항이 정의한 ‘인공지능’이 포괄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뜻한다.”

새 이름의 정의가 옛 이름이었다. 간판은 새로 달았는데 사업자등록증은 그대로인 가게다. 법정 정의를 바꿀 법안 문구는 60일 안에 내도록 했다. 기한은 중간선거가 끝난 뒤인 11월 28일이다. 같은 날 나온 백악관 팩트시트에는 ‘SI 경쟁’과 ‘인공지능의 탄생지’라는 표현이 한 문서 안에 나란히 남았다.

다른 하나는 「초지능에 관한 백악관 협약」(White House Accord on Super Intelligence)이다. 트럼프와 함께 머스크, 저커버그, 황, 아모데이,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그레그 브록먼(Greg Brockman) 오픈AI 사장이 공동 서명했다. 약 308단어 분량에 내부 통제, 내부 감시팀, 외부 감사, 이사회 위원회라는 네 겹의 약속이 담겼다. 어겨도 벌칙은 없다.

금고 열쇠도 회사가 쥐고, 금고를 점검할 감사인도 회사가 고른다.

협약문은 법제화를 먼 훗날로 미뤘다. “시간이 지나면 이 조치들을 법이나 규제로 명문화하는 게 타당해질 수도 있다”는 문장이다. 트럼프 서명란에는 ‘United States’ 대신 오타가 그대로 남았다. 트럼프는 이 문서를 “거의 헌법 같다”고 했다.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은 기업들에게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해법이지, 정부에 규제 체제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넥스트고브가 전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작은 장면도 나왔다. 황은 AI라고 말했다가 SI로 고쳐 말하며 “이거 잘하게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머스크도 연설 중에 같은 정정을 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름은 이제 초지능이다. 사기가 아니며, 사실은 정반대다.”

2주 전 이 단어로 울린 경고를 ‘사기’라고 부른 대통령이었다. 비상벨에 새겨져 있던 글자가 이제 승리의 깃발에 새겨졌다.

AI 비평가 게리 마커스(Gary Marcus)는 뉴스레터 기고에서 “2주 전 다들 말하던 속도 조절은 어디 갔나. 놀랍게도 다리오, 샘, 일론 모두 꽁무니를 뺐다”고 직격했다.

다음 날 날아든 청구서

반응은 곧바로 돌아왔다. CNN에 따르면 한 트럼프 측 인사는 AI의 실존 위험을 공개 경고해 온 경영자들에게 몇 달 전부터 메시지를 고치라고 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렇게 될 거라고 진작 말했는데, 그 사람들 책임이고 바보들이다”라는 성토였다.

9월 30일 지방정부와 현장의 반격이 이어졌다.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주 기관이 계속 ‘AI’를 쓰도록 하는 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초지능이 백악관에서 나오지 않는 건 분명하다”는 말을 붙였다. 협약에 서명한 브록먼은 친AI 슈퍼팩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에 약속한 두 번째 2500만달러(약 340억원)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내 반발 때문이었다. 아메리카닷gov 출범 행사에서 황이 데이터센터를 “초지능 공장”이라 부르자,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는 인터뷰에서 “감시 센터”라고 비꼬았다.

업계 대부분은 침묵했다. 앤트로픽, 오픈AI, 구글(Google)은 기즈모도의 공식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같은 날 소문 하나가 판을 키웠다. 투자자 애덤 코크런(Adam Cochran)은 소셜 미디어 글에서 내부자들이 발표 전에 .si 도메인을 사들여 수백만달러를 벌었다고 주장했다. 멜라니아 트럼프(Melania Trump)가 슬로베니아 출신이라는 점도 끌어왔다. 하지만 코크런도 행정부와 투자를 잇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인정했다. 등록 급증은 발표 뒤에 일어났다는 게 넷크래프트 수치로 확인된다. 슬로베니아 도메인 관리기관 레지스터.si(Register.si)도 공식 성명을 내고 “슬로베니아가 수백만유로를 번다는 언론의 추측은 실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열흘 사이 금융과 정가에 나돈 소문들의 확인 수준을 나눠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의혹 및 소문 실측 팩트 검증 결과 검증 수준
내부자가 발표 전 .si 도메인을 사들여 큰돈을 벌었다 등록 급증은 발표 뒤에 발생. 6~7월 사전 매집과 수억달러 수익설은 근거 없음 핵심 주장 미확인
누군가 트럼프에게 ‘Super’를 제안했다 작명자를 지목한 공식 보도 없음. 저커버그·황이 설계한 것은 이름 대신 협약안 공식 미확인
‘Supreme’은 종교층 반발로 빠졌다 트럼프는 대법원과의 명칭 중복 탓으로 해명 단일 매체 보도
앤트로픽이 연설 3시간 안에 SI 도메인 5개를 등록했다 등록 사실은 확인됐으나 제품 준비인지 방어 등록인지는 불명 단일 매체 보도
트럼프 측 인사가 AI 경영자들을 “바보들”이라 불렀다 CNN 단독 보도 내용으로 인물의 공식 실명은 미공개 익명 취재원

그리고 여론은 새 이름에 아직 마음을 열지 않았다. 유고브(YouGov)가 9월 28일 주간에 물었을 때 여론조사 결과 ‘인공지능’이 낫다는 응답은 53%, ‘초지능’은 9%였다.

이름에는 힘이 있을까

여기까지 보면 개명은 빈 포장지 같다. 하지만 다르게 읽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신안보센터(CNAS)의 케일럽 위더스(Caleb Withers)는 기고문에서 “‘슈퍼’는 AI가 점점 더 많은 과제에서 인간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과 잘 맞는다”고 평했다. 사이버보안 전문가 잭 코먼(Zack Korman)은 인터뷰에서 오늘의 챗봇까지 초지능이라 부르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짚었다. 모든 AI가 초지능이면, 언젠가 올 무서운 초지능을 따로 경고하기가 어려워진다. 비상벨의 힘을 빼려 했다면 꽤 영리한 수다.

손에 잡히는 결과도 있다. 미중 정상은 이름을 무엇으로 부르든 AI 위험을 논의할 정례 대화와 사고 소통 채널에 합의했다. 경쟁하는 6개 기업이 외부 감사를 약속한 문서에 나란히 서명했다.

역풍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전 푸르니에(Susan Fournier) 보스턴대 교수는 뉴스위크 대담에서 새 이름이 “공상과학식 공포를 키우고 안전 규제를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AI 위험 뉴스레터 가드레일나우(Guardrail Now)는 사설을 통해 오늘의 챗봇을 초지능이라 부르면 “다음에 올 것에 대한 경고를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우려를 전했다.

모든 방에 비상벨 이름을 붙이면, 정작 불이 났을 때 어느 벨을 눌러야 할지 모른다.

11월의 세 날짜

이야기의 다음 장은 11월에 몰려 있다. 3일 중간선거가 있고, 11월 중 미중 첫 AI 대화가 열리고, 28일에는 SI의 법정 정의안 기한이 돌아온다. 유권자, 베이징, 의회가 차례로 새 이름에 답할 시간이다. 9월 22일 유엔 연단에서 트럼프는 힘의 향배를 두고 이렇게 덧붙였다.

“내게 힘이 있는지 보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곧 알게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미국 정부는 이제 법적으로 ‘AI’라는 말을 전혀 안 쓰나?
A.아니다. 이번 행정명령은 연방 행정부의 서신, 보도자료, 웹사이트, 정책 문서 등 비법정 문서에서만 ‘AI’ 대신 ‘SI’를 쓰도록 지시했을 뿐이다. 연방법전(15 U.S.C. §9401(3))에 명시된 인공지능의 법적 정의는 그대로 유지되며, 기존 규정과 계약을 고칠 의무도 없다. 법정 정의를 바꾸려면 의회가 법을 개정해야 하며, 과학기술보좌관의 법안 문구 제출 시한은 11월 28일이다.
Q. 민간 기업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SI’라는 이름을 써야 하나?
A.법적 의무는 없다. 백악관 협약에 서명한 6개 기업 중에서도 공개적으로 SI를 구두로 쓴 경영자는 젠슨 황과 일론 머스크 정도에 불과하며, 머스크조차 이후 다시 ‘AI’를 썼다. 다만 연방정부를 상대하는 정부 조달 문서나 공식 협력 서류에서만 새 이름을 쓰는 기업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Q. 중국도 정상회담에서 ‘초지능’이라는 용어 사용에 합의했나?
A.양국 발표가 정반대다. 백악관 팩트시트는 두 정상이 ‘초지능’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반면 중국 외교부의 공식 합의문은 같은 기구를 ‘중미 인공지능 대화’로 표기했고,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표현 방식을 “존중한다”고만 답했다. 다만 용어 논란과 별개로 11월 첫 대화 기구 설치와 비상 통보선 개설에는 양측이 모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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