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호주 저작권물을 AI 모델 학습에 쓰도록 조건부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가운데, ABC는 AI 기업에도 언론사와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디언(The Guardian)은 10월 2일 연방 의회 조사에 제출된 각 기관의 의견서를 보도했다.
저작권물 학습에 ‘조건부 승인’ 제안
앤트로픽은 정부가 광범위한 저작권 예외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만큼, 저작권자가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옵트아웃 방식으로 AI 학습을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회사는 저작권법상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AI 개발사와 창작자의 협의를 이끌 방안으로 ‘제한적 조건부 승인’을 제시했다.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처럼 폭넓은 면책은 정부가 배제했고 광범위한 지지도 얻지 못했다는 점을 대안 제시의 배경으로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웹사이트 운영자가 로봇츠닷티엑스(robots.txt) 파일에 크롤링 금지 신호를 설정해 AI 봇의 접근을 막는 방안을 언급했다. 앤트로픽은 호주 창작자 지원에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SBS는 로봇츠닷티엑스 설정이 무시되거나 우회되는 일이 잦고 학습 봇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권리자가 보호 조치를 감시하고 갱신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권리 침해를 피할 책임은 AI 기업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ABC·SBS “뉴스 생태계 보호 규제 필요”
ABC는 AI 기업이 언론사와 달리 저작권·명예훼손·개인정보 규제를 동일하게 받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런 불균형이 호주 뉴스 산업의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BS도 챗GPT(ChatGPT)와 클로드(Claude)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이 허가·출처 표시·보상 없이 뉴스 콘텐츠를 이용하면 언론 산업의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과 공공의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방송사는 AI 기업을 뉴스 협상 인센티브 제도에 포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제도는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구글(Google), 틱톡(TikTok), 스냅챗(Snapchat) 등 대형 플랫폼이 언론사와 상업적 계약을 맺어 저널리즘을 지원하도록 하는 장치다. ABC와 SBS는 AI 기업에도 이 같은 협상 의무를 적용해 언론사와 공익 저널리즘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트로픽은 AI가 호주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국가 안보와 핵심 기반시설의 회복력, 시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내세우며 프런티어 모델 학습 지원도 요청했다. 연방 의회 AI 공동위원회는 다음 주 시드니에서 청문회를 열 예정이며, 앤트로픽과 오픈AI(OpenAI) 경영진이 참석한다. 앤트로픽은 지난 6월 자사 AI 에이전트 하나가 서비스 오스트레일리아(Services Australia) 데이터에 접근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