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사상 최대 1500억달러 자사주 매입 승인

엔비디아(Nvidia)가 사상 최대 규모인 15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2028회계연도까지 매입할 수 있는 한도는 2350억달러로 늘었다. 씨넷은 9월 29일 보도에서 자사주 매입이 AI 열풍 속 투자자 불안을 달래는 신호지만, 일반 투자자보다 대주주와 경영진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350억달러로 늘어난 매입 한도

엔비디아는 2027회계연도 2분기에 매출 962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한 규모다. 같은 분기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준 금액은 약 260억달러였다. 새로 승인된 1500억달러는 이와 별도로 회사가 앞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한도에 더해진 금액이다.

자사주 매입 승인은 실제로 그 규모만큼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확정 약속과는 다르다. AI 기업의 수익성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AI는 아직 수익을 내고 있나?’(Is AI Profitable Yet?)는 주요 AI 기업의 누적 지출과 매출을 비교해 업계 전체가 AI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집계한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기자이자 채권시장 역사에 관한 책을 낼 예정인 로빈 위글스워스(Robin Wigglesworth)는 AI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칩 구매에 쓰지만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업계 자금이 투자자·고객·공급자 등으로 얽힌 소수 기업 사이에서 순환하는 구조도 있다고 설명했다.

AI 투자 불안 속 주주환원 신호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GPU와 서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며 관련 생태계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의 컴퓨팅 자원을 사들이는 AI 스타트업과 연구소는 독립적인 수익 모델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씨넷의 분석이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AI 업계의 최대 지출 주체인 이른바 AI 하이퍼스케일러들도 부담을 안고 있다. 씨넷은 2026년에 이들 기업의 직접 채권 발행이 약 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AI 비판 팟캐스트 ‘베터 오프라인’(Better Offline)을 진행하는 에드 지트론(Ed Zitron)은 자사주 매입 승인이 AI를 둘러싼 투자자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승인은 매입 의무를 뜻하지 않으며, 실제 매입 규모가 정해진 것도 아니다. 엔비디아는 같은 날 자율형 AI 에이전트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막기 위한 오픈소스 보안 플랫폼도 공개했다. 기술 비평가 파리 마르크스(Paris Marx)는 이 시스템이 실제 업계의 주요 도구나 수익원이 되지 않더라도 AI 위협에 대응한다는 긍정적 인상을 주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봤다.

주식 수가 줄면 남은 주식의 가치가 오를 수 있어 주주 전반이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씨넷은 지분 규모를 고려하면 이익이 초고액 자산가와 기업 내부자에게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짚었다. 일반 투자자가 지수펀드나 퇴직 계좌를 통해 얻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인 경제학자 윌리엄 라조닉(William Lazonick)은 장비업체가 서비스업체의 장비 구매 자금을 대던 1990년대 후반 닷컴 붐의 ‘벤더 금융’과 비슷한 구조를 거론했다. 그는 이번에는 자금 지원 규모가 훨씬 커졌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승인이 실제 매입으로 이어질지, AI 기업의 수익성 우려를 해소할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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