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앤트로픽(Anthropic)과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Claude)의 군사 이용 제한을 놓고 벌이는 법적 분쟁이 서로 다른 정부 조치와 법률을 다투는 두 갈래 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3월 9일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Federal Acquisition Supply Chain Security Act of 2018, 41 U.S.C. § 4713)에 따른 국방부의 공급망 배제 조치가 자의적이고 법률상 권한을 벗어났으며 헌법에도 위배된다”며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직접 심사를 청구했다. 연방지방법원을 거치지 않았는데,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의 사법심사 조항(41 U.S.C. § 1327(b)(1))이 관련 조치의 사법심사를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미국변호사협회(ABA)도 4월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이 허용하는 절차에 따라 한 사건은 연방지방법원이 아닌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사법심사를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로는 5월 19일 “앤트로픽이 3월 9일 항소법원에 국방부의 공급망 위험 결정을 심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같은 날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도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선 “국방수권법에 근거해 성문화된 공급망 위험 조항(10 U.S.C. § 3252)에 따른 국방부의 별도 지정과 정부의 광범위한 거래 제한 등이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 5 U.S.C. §§ 701–706)과 수정헌법 제1조·제5조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3월 9일 “앤트로픽이 표현의 자유와 적법절차 침해 등을 주장하며 정부의 조치를 막아 달라는 두 건의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건 판단은 엇갈려 있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9월 25일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에 따른 국방부의 공급망 배제 조치를 인정하고 앤트로픽의 심사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은 8월 27일 “국방수권법에 근거한 공급망 위험 지정과 정부의 주요 제재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앤트로픽은 워싱턴DC 판결에 대해 추가 심리를 요청하거나 전원합의체(en banc) 재심리를 신청할 수 있다. 또 이를 거치지 않고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certiorari)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3월 26일 예비적 금지명령에 대한 정부의 중간항소가 제9연방항소법원에서 중단된 상태다. 이는 이후 나온 8월 27일 본안판결에 대한 항소와는 다른 절차다.
클로드 군사용도 제한 충돌이 두 소송으로
두 사건의 출발점은 국방부와 앤트로픽이 클로드의 군사적 이용 범위를 놓고 벌인 충돌이다.
앤트로픽은 미군이 클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완전 자율형 무기와 미국인에 대한 대규모 국내 감시(mass domestic surveillance of Americans)에는 자사 AI를 사용할 수 없다”는 두 가지 제한을 유지했다. 다만 “합법적인 해외정보(foreign intelligence)와 방첩(counterintelligence) 임무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지지한다”고 했다. 국방부는 “클로드를 ‘모든 합법적 용도(all lawful uses)’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2월 26일 “회사가 이 두 제한을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완전 자율형 무기에 현재 AI를 사용하는 것은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고, 미국인에 대한 대규모 국내 감시에 AI를 이용하는 것은 민주적 가치와 양립하기 어렵다”고 공식 발표했다.
협상이 결렬된 뒤 정부는 서로 다른 법률에 근거해 별도의 공급망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앤트로픽의 법적 대응도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과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의 두 갈래로 나뉘었다.
워싱턴DC 사건은 왜 1심 없이 항소법원으로 갔나
워싱턴DC 사건은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에 따른 국방부의 조달 관련 공급망 조치를 다룬다.
앤트로픽은 3월 9일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사건은 앤트로픽 대 미국 전쟁부(Anthropic PBC v. United States Department of War, No. 26-1049)다.
일반적인 민사소송과 달리 연방지방법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의 사법심사 조항(41 U.S.C. § 1327)이 제4713조에 따른 공급망 조치의 사법심사를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직접 청구하도록 별도 절차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로는 5월 19일 “워싱턴DC 항소법원이 이 사건의 구두변론에서 국방부의 공급망 위험 판단을 사법부가 어느 정도까지 심사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보도했다.
국방부가 재검토에서도 기존 결정을 유지하자 앤트로픽은 6월 17일 두 번째 심사청구(No. 26-1162)를 제기했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6월 24일 이를 기존 No. 26-1049와 병합했다. 따라서 이 병합은 워싱턴DC에서 제기된 두 심사청구만을 대상으로 하며 캘리포니아 소송과는 관계가 없다. 이 과정은 9월 25일 판결문에 나타나 있다.
캘리포니아 사건은 헌법·행정법까지 다퉈
캘리포니아 사건은 다른 정부 조치를 대상으로 한다.
앤트로픽은 3월 9일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앤트로픽 대 미국 전쟁부(Anthropic PBC v. U.S. Department of War, 3:26-cv-01996-RFL) 소장을 제출했다.
앤트로픽은 “국방수권법에 근거해 성문화된 공급망 위험 조항(10 U.S.C. § 3252)에 따른 별도 공급망 위험 지정과 정부의 광범위한 제한 조치가 행정절차법에 위배되고,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와 수정헌법 제5조의 적법절차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3월 9일 “앤트로픽이 두 건의 법적 절차를 시작했으며 캘리포니아 소송에서는 정부의 광범위한 조치를 헌법과 연방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3월 예비적 금지명령과 8월 본안판결은 별개
캘리포니아 사건에서는 리타 린(Rita F. Lin) 판사가 3월 26일 정부 조치의 집행을 막는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내렸다. 정부는 4월 2일 이에 불복해 제9연방항소법원에 중간항소했다.
제9연방항소법원 사건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No. 26-2011)은 3월 26일 예비적 금지명령을 대상으로 한다. 항소법원은 4월 27일 워싱턴DC 사건의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절차를 중단하고, 워싱턴DC 사건이 해결된 뒤에도 중단 상태가 계속된다면 정부가 21일 이내에 적절한 후속 조치를 신청하도록 했다.
중간항소가 중단된 사이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의 본안 심리는 계속됐다. 린 판사는 8월 27일 양측의 교차 약식판결 신청(cross-motions for summary judgment)에 대한 결정에서 앤트로픽의 주요 청구를 받아들였다.
린 판사는 “국방수권법에 근거한 공급망 위험 지정이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정부 조치가 앤트로픽의 AI 안전 정책에 대한 위법한 보복으로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필요한 절차 없이 조치가 이뤄져 수정헌법 제5조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로이터는 8월 28일 “미 연방법원이 국방부의 앤트로픽 블랙리스트 조치를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정부의 관련 제한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법원은 국방부가 다른 AI 공급업체를 선택할 권한까지 부정하지 않았다. 정부가 앤트로픽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회사의 AI 안전 정책을 이유로 정부 전반과 방산업체까지 영향을 받는 제재를 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다.
워싱턴DC 항소법원은 2대1로 정부 승소
워싱턴DC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9월 25일 앤트로픽 대 미국 전쟁부 사건(Anthropic PBC v. United States Department of War, No. 26-1049, consolidated with No. 26-1162)에서 2대1로 앤트로픽의 두 심사청구를 기각했다.
다수 의견은 그레고리 캐처스(Gregory G. Katsas) 판사가 작성하고 네오미 라오(Neomi Rao) 판사가 동의했다. 다수 의견은 “국방부가 앤트로픽의 사용 제한을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상 공급망 위험으로 판단한 것이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캐런 르크래프트 헨더슨(Karen LeCraft Henderson) 판사는 반대의견을 냈다.
다수의견은 앤트로픽이 클로드에 적용한 안전장치 때문에 정부 이용자의 일부 요청이 실제 차단된 사례가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군사 작전에서 AI 시스템의 기능이 제한될 가능성을 국방부가 공급망 위험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앤트로픽의 수정헌법 제1조와 적법절차 관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법원 결론이 달랐던 이유
두 판결이 엇갈렸지만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이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은 아니다. 두 법원이 심사한 정부 조치와 적용 법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차이를 직접 설명했다.
재판부는 “캘리포니아 사건에 적용된 국방수권법상 공급망 위험 조항은 ‘적대자(adversary)’의 행위를 전제로 한 더 좁은 정의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워싱턴DC 사건에 적용된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은 공급망 위험의 범위를 더 넓게 규정하고 있어 특정한 적대적 의도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캘리포니아 법원이 국방수권법상 공급망 위험 판단에 악의적 의도가 필요하다고 본 데 이견이 없으며, 앤트로픽에 그런 악의가 없다고 판단한 데도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에 따른 별도 조치에는 같은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두 사건의 결과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연방항소법원 사이의 법리적 충돌(circuit split)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앤트로픽, 연방대법원 갈 수도
워싱턴DC 사건은 3인 재판부 판결로 사법 절차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앤트로픽은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재심리 또는 전원합의체 재심리(en banc rehearing)를 요청할 수 있다. 연방항소절차규칙(Federal Rules of Appellate Procedure, Rule 40)이 관련 절차를 규정한다.
전원합의체 재심리는 연방대법원에 가기 위한 필수 단계가 아니다. 앤트로픽은 이를 거치지 않고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을 대상으로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certiorari)를 신청할 수도 있다.
현행 연방대법원 규칙 Rule 13에 따르면 연방항소법원 판결에 대한 상고허가 신청은 원칙적으로 판결 입력 후 90일 이내에 해야 한다. 적법한 재심리 신청이 제기되면 신청 기한 계산은 관련 재심리 절차에 따라 달라진다.
캘리포니아 사건의 절차는 이와 별개다. 제9연방항소법원의 중간항소 사건은 8월 27일 본안판결이 아니라 3월 26일 예비적 금지명령에 대한 정부의 불복이다. 제9연방항소법원은 이를 워싱턴DC 사건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했다. 따라서 9월 25일 워싱턴DC 판결 이후 정부가 이 중간항소를 어떻게 처리할지와 8월 27일 본안판결에 대해 별도의 불복 절차를 밟을지는 구분해야 한다.
앤트로픽은 워싱턴DC 판결 뒤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방법원은 이미 정부의 병행 지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 계속 확신을 갖고 있으며 추가 심리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Q&A
Q. 앤트로픽과 미국 정부의 소송은 왜 두 건인가?
정부가 같은 클로드 군사 이용 갈등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법률에 근거한 별도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워싱턴DC 사건은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41 U.S.C. § 4713)에 따른 조치를, 캘리포니아 사건은 10 U.S.C. § 3252에 따른 공급망 위험 지정과 정부의 광범위한 조치 등을 다룬다.
Q. 워싱턴DC 사건은 왜 연방지방법원 1심을 거치지 않았나?
미국법전 제41편 제1327조가 제4713조에 따른 공급망 조치의 사법심사를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이 직접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앤트로픽은 일반적인 민사소송처럼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내지 않고 항소법원에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Q. 앤트로픽은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거치지 않고 연방대법원으로 갈 수 있나?
가능하다. 전원합의체 재심리는 연방대법원 상고허가 신청의 필수 전제 절차가 아니다. 앤트로픽은 워싱턴DC 항소법원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청하거나 이를 거치지 않고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연방대법원이 사건을 실제로 받아들일지는 별도의 판단이다.
Q. 두 항소법원이 나중에 다른 결론을 내리면 연방대법원이 반드시 심리하나?
그렇지 않다. 특히 두 사건은 적용 법률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법리적 충돌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같은 연방법상 쟁점에 대해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판단이 나오는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