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전역에서 확산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 지역사회와의 소통 부족을 사과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용수 사용과 환경오염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연방의회와 주정부가 전기요금 및 환경 인허가 규제에 나선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황 CEO는 9월 20일 미국 CBS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훨씬 전부터 지역사회와 소통해야 했는데 더 일찍 찾아가 소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미국 전역에서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지역에 들어갈 때 필요한 소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I 산업계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취지다. 다만 데이터센터 기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시설 확충의 필요성은 강조했다.
황 CEO의 발언은 주민 민원에 대한 사과를 넘어선다.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확충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물 사용과 환경 영향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주민들이 개발 결정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지가 미국의 주요 입법·규제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전기요금·물 사용·환경심사 규제 강화
캘리포니아주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는 황 CEO의 인터뷰 다음 날인 9월 21일 데이터센터 규제 법안 7건에 서명했다. 로이터는 9월 21일 “캘리포니아가 데이터센터 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환경·인프라 부담과 지역사회의 반발에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인 규제 법안 7건을 제정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새 법률은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확충 비용 부담, 물 사용 정보 공개, 토지 이용과 환경심사 요건 등을 다룬다. 지역사회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의 경제적·환경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캘리포니아 매체 캘매터스(CalMatters)는 21일 “새 법률 가운데 3건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인프라 비용을 일반 가정에서 사업자로 이전하고, 3건은 물 사용 등 자원 이용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며, 나머지 1건은 환경심사 면제를 제한한다”고 보도했다.
전기요금 규제의 핵심은 데이터센터를 위해 건설하는 신규 발전·송전 시설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전력회사가 대규모 설비 투자비를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으로 회수하면 데이터센터를 직접 이용하지 않는 가정과 중소기업에도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
새 법률 가운데 상원법안 886호(SB 886)와 하원법안 2383호(AB 2383)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에 관한 비용 부담을 강화한다. 사업자가 추가 전력 인프라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게 해 기존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물 사용 규제도 강화됐다. 신규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예상 용수 사용량과 공급원 등에 관한 정보를 지방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필요한 수도시설 확충 비용 역시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환경심사에 관한 상원법안 887호(SB 887)는 데이터센터가 포괄적인 환경심사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다만 일정한 에너지·용수 기준 등을 충족하는 사업에는 신속한 사법심사 절차를 허용한다.
연방의회도 전력망 비용 분담 문제에 개입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둘러싼 논쟁은 연방의회로도 확대됐다.
미국 하원은 9월 16일 요금납부자 보호법안(Ratepayer Protection Act, H.R. 9340)을 찬성 417표, 반대 3표로 통과시켰다.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법안은 주 공공요금 규제기관이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신규 전력 인프라 비용을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요구한다.
기존에 데이터센터 관련 비용 분담 기준이 없는 주에서는 공청회를 열고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에 적용할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법안은 모든 데이터센터에 일률적인 연방 요금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은 아니다. 구체적인 비용 분담 체계는 주정부의 규제 절차를 통해 결정하도록 설계됐다.
로이터는 9월 16일 “미국 하원이 데이터센터 산업의 경제적 영향에 대응하는 첫 연방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지만, 소비자 단체 등에서는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아직 연방법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존 허스테드(John Husted) 상원의원은 17일 상원에서 만장일치 동의로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다른 의원의 이의 제기로 무산됐다고 공식 발표에서 밝혔다.
환경 인허가 갈등…연방정부는 주민 참여 요건 완화 추진
전기요금과 함께 데이터센터 건설의 또 다른 쟁점은 환경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들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느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7월 1일 소규모 대기오염 배출시설의 신규 설치·변경 허가에 적용되는 연방 차원의 최소 주민 참여 요건을 없애는 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EPA 공식 발표에 따르면 주민 의견 수렴의 필요성과 범위를 주정부와 지방 대기환경 당국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EPA는 행정 부담을 줄이고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미 승인된 주정부의 주민 참여 절차가 자동으로 폐지되는 것은 아니며, 대규모 오염 배출시설에 적용되는 별도의 연방 공청회 요건도 이번 개정 대상이 아니다.
반면 텍사스트리뷴(The Texas Tribune)은 7월 16일 “EPA의 규칙 개정안이 확정되면 텍사스주에서 데이터센터와 관련 발전설비의 대기오염 허가에 대해 주민들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에서는 일부 데이터센터가 자체 발전설비에 소규모 배출시설 허가를 신청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EPA의 규칙 개정으로 주정부가 주민 참여 절차를 축소할 경우 지역사회가 오염물질 배출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고 사업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분쟁도 발생했다.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뉴스는 9월 21일 “환경단체 3곳이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데이터센터용 가스발전소 2곳을 상대로 청정대기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원고들은 사업자들이 대규모 배출시설에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발전소를 건설·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아직 법원의 확정 판단이 아닌 원고 측 주장이다.
AI 개발 속도는 유지…지역사회와의 협의는 앞당겨야
황 CEO는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에는 반대했다.
CBS는 9월 18일 “황 CEO가 AI 개발을 가능한 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기술 개발을 늦추기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기존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AI 모델의 개발 속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부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에서 전력망 확충 비용, 용수 공급, 대기오염, 주민 의견 수렴 등 지역별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황 CEO의 사과는 이러한 갈등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 “업계 동료들도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훨씬 전부터 지역사회와 소통해야 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Q&A
Q1. 데이터센터 건설에 주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가?
미국에서는 주와 지방정부의 토지이용 규정, 시설 규모, 인허가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주민 공청회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업도 있지만, 모든 데이터센터 건설에 주민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Q2.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나?
사업이 토지이용 규정이나 환경법을 위반했거나 인허가 절차에 법적 하자가 있다면 행정적 이의제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공사 중단을 위한 잠정적 금지명령도 신청할 수 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달라진다.
Q3.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확충 비용이 왜 논란인가?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발전·송전 설비를 추가로 건설해야 할 수 있다. 전력회사가 이 비용을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으로 회수하면 데이터센터를 직접 이용하지 않는 가정과 중소기업에도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
Q4. 엔비디아가 개별 데이터센터의 환경 인허가에 책임을 지는가?
일반적으로 인허가 책임은 해당 시설의 개발·운영 사업자에게 있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와 관련 시스템을 공급한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데이터센터의 환경법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