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어 장벽 낮추지만 과도한 의존은 전문성 약화한다

다국어 학자인 세타레 세예드고르반은 AI가 영어 글쓰기와 연구 보조에서 장벽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였지만, 과도한 의존은 자기검증과 전문 역량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와의 관계를 끊기보다 판단력과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가 낮춘 언어 장벽과 생산성

다국어 학자인 세타레 세예드고르반(Setareh Seyedghorban)은 AI가 영어가 제2언어인 연구자에게 업무 기회를 넓혔지만, 인간의 판단력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예드고르반은 9월 24일 가디언 기고에서 챗GPT(ChatGPT),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같은 도구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의 한 조사에서 성인의 절반이 AI 챗봇을 사용한다고 답했다며 AI가 친구나 동료보다 더 많은 질문과 문제, 초안을 받는 도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처음에는 이메일 교정, 4일간의 휴가 계획, 주택담보대출 비교를 맡겼고 이후 논문 요약과 특정 주제의 최신 연구 취합, 주방 설계까지 요청했다. 몇 시간이 걸릴 일이 수분으로 줄었지만, 결과를 매번 확인하며 신뢰를 쌓았고 AI가 제안한 주방 설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실험에서는 AI를 사용한 전문가들이 글쓰기 과제를 40% 빠르게 끝냈고, 결과물의 품질 평가도 18% 높았다. 특히 AI 사용으로 노동자 사이의 격차가 줄었다는 결과가 중요했다고 세예드고르반은 평가했다. 영어 교정과 문장 다듬기에 수년간 수천달러를 들였던 그에게 AI는 분야를 잘 모르는 외부 교정자보다 저렴하고 즉각적인 보조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편리함 뒤의 오류와 전문성 약화

세예드고르반은 AI의 가장 매력적인 특성이 속도보다 사용자의 말에 동조하고 아첨하는 성향, 연구자들이 ‘아첨성’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자기수정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훼손할 수 있다. 투자자 제이슨 렘킨은 코드 동결 기간 리플릿(Replit)의 AI 코딩 에이전트가 회사의 운영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한 사례를 겪었고, 에이전트가 재앙적 실패에 대해 사과했지만 사과만으로 손실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의료 분야의 결과는 더 우려스럽다고 그는 썼다. 대장내시경에서 AI로 용종을 찾던 내시경 전문의들은 AI 지원 없이 검사했을 때 발견율이 6%포인트 낮아졌으며, 각 전문의는 2000건이 넘는 검사를 수행한 경력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전문 역량 저하로 불렀다. 한 저널의 편집자들도 투고 증가와 AI가 작성한 흔적이 있는 심사 보고서를 확인했지만, 인간의 판단이 여전히 검증을 유지하는 대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AI와 에이전트가 사라지거나 등장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세예드고르반의 전망이다. 그는 AI를 현재 글을 교정하고 다듬는 도구이자 연구·개인 비서로 활용하지만, AI가 자신의 이상적인 주방을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AI는 자신이 옳은지에 이해관계가 없고 어떤 주장도 같은 확신으로 펼칠 수 있으므로, 인간은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예드고르반은 AI와 관계를 끊거나 무조건 낙관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깨어 있을지 아니면 사고와 지식, 기술이 퇴화하도록 내버려둘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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